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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야간 당직표2화

응급실 야간 당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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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돌아가기 싫은 곳

이영숙은 아침이 되자 응급실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 한유라가 가까이 다가가자 영숙은 “집에 갈 거야”라고 말했다. 밤사이 진료를 받은 뒤에도 다리가 아프고, 낯선 조명 아래서 잠을 못 잤다. 당직 의사는 추가 관찰을 권했고, 퇴원은 그 뒤에 결정될 예정이었다.

딸 민지는 밤새 병원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마트 물류팀 반장은 교대 시간을 바꾸지 못한다고 답했다. 민지는 결근 처리되면 이번 달 임금이 줄어들 거라고 걱정했다. 영숙이 다시 요양원으로 가기 싫어하자, 그녀는 어머니를 데리고 집에 가겠다고 했다.

“집에 침대가 있어요?” 유라가 물었다.

“제 방은 좁지만 소파가 있어요.”

“어머니가 혼자 일어나실 수 있는 상태인지 의료진이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집에 가는 선택을 막으려는 건 아니에요. 필요한 돌봄을 같이 확인해야 해요.”

민지는 팔짱을 꼈다. “요양원은 안전하지 않았어요. 어제 넘어졌는데 연락도 늦었어요.”

“그 부분은 병원에서도 요양원에 확인할 겁니다. 다만 지금 상태와 귀가 후 돌봄은 따로 봐야 합니다.”

영숙은 딸의 팔을 밀었다. “너는 회사 가야지.”

“오늘은 못 가.”

“네 월급 깎여.”

민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라는 환자와 가족이 같은 결정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영숙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지만, 딸이 일을 그만두고 돌봐 주길 바란다고 말하지 않았다. 민지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다시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집에서 혼자 돌볼 수 있는지도 확신하지 못했다.

수간호사 동은 유라를 호출했다. “민원 접수됐어. 보호자가 대기 시간과 호출벨 대응을 문제 삼았대. 우선 고객응대부터 처리하고, 경위서를 받아.”

유라는 환자 병상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환자 상태가 바뀌고 있어요. 지금은 주희와 제가 확인 중이고, 민원은 병동 지원자가 맡을 수 있게 배치해 주세요.”

“인력이 없어. 네가 책임자잖아.”

“제가 민원 내용을 쓰면 환자 관찰이 비어요.”

동은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응급실 직원들을 보호하고 싶었지만, 병원은 민원 건수를 줄이라고 압박했다. “병원에서 오늘 중 답을 달라고 했어.”

“환자 상태 설명부터 끝내고 쓰겠습니다. 주희의 개인 과실로 정리하지 말고, 호출이 겹친 당시 배치도 함께 적을게요.”

동은은 “알아서 해”라고 말하고 돌아섰다. 유라는 그가 진짜로 맡길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른 구역에는 입원 대기 환자가 있었고, 중환자 구역은 간호사 한 명이 더 빠져 있었다. 같은 시간에 세 곳에서 호출이 울렸다.

주희는 영숙에게 물을 가져다주며 한 번 더 이름을 확인했다. “영숙 어머님, 오늘 아침은 어떠세요?”

“나는 여기에 오기 싫었어.”

“요양원에 계셨을 때요?”

영숙은 고개를 돌렸다. “밤에 혼자 일어났어. 누르라고 준 걸 눌렀는데 아무도 안 왔어.”

민지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엄마, 그 얘기 어제도 했어?”

“기억이 안 나.” 영숙은 담요를 꼭 쥐었다. “누가 나를 찾으러 오나 보고 있었어.”

주희는 유라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영숙의 말을 그대로 전달했지만 요양원에 실제로 누가 있었는지 추측하지 않았다. 유라는 그 내용을 담당 의사와 병원 사회복지사에게 전했다. 낙상 경위는 병원 치료와 별도로 요양원에 확인이 필요했다.

민지는 요양원에 전화해 당시 야간 근무자와 책임자를 물었다. 상대는 “지금 확인 중”이라고만 했다. “엄마가 호출벨을 눌렀다는 건 인정하세요?”

“저희 기록상 호출은 없었습니다.”

민지는 유라 쪽을 봤다. “엄마는 눌렀다고 하는데요.”

“요양원 기록과 어머님 기억이 다릅니다. 두 쪽의 확인이 더 필요합니다.”

“그럼 누가 맞는지는 누가 정해요?”

“병원은 낙상 뒤 상태를 확인하고, 요양원은 시설의 대응을 조사해야 합니다. 민원 접수 방법도 안내드릴게요. 저는 요양원 책임을 판정할 수 없습니다.”

민지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늘 어디서든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고 하네요.”

유라는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병원 안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보고할 책임이 있었다. 요양원은 자체 기록과 직원 진술을 조사해야 했다. 어머니의 기억이 흐려질 때 딸이 어떤 말을 믿을지도 민지가 결정해야 했다.

영숙은 침대 난간을 잡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유라가 손을 받치며 “잠깐만요, 다리가 불편하실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영숙은 그 손을 쳐내지 않았다. “너는 밤새 여기에 있었니?”

“네. 저는 한유라 간호사예요.”

“유라야. 나 집에 데려다 줘.”

민지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유라는 환자가 딸을 향해 말한 뜻을 그대로 전달했다. “어머님이 따님 집을 말씀하시는지, 예전에 사시던 집을 말씀하시는지는 더 여쭤봐야 합니다.”

“엄마 집은 없어. 제가 세 번 이사했어요.” 민지가 말했다.

영숙은 눈을 감았다. “그럼 네 집에 가자. 네가 있는 데.”

민지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엄마, 제 집엔 방이 없어. 대신 며칠씩 교대해서 돌볼 사람을 찾아볼게.”

“너만 힘들게 하려고 온 게 아니야.”

민지는 그 말에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보다, 알아보면서도 요양원에 돌아가기 싫다고 말하는 게 더 아팠다. 유라는 민지에게 휴게 공간을 안내했다. 민지는 “엄마가 혼자 있으면 안 돼요”라고 했지만, 주희가 잠시 곁에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지는 복도 끝에서 어머니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 사이 유라는 병원 민원 창구에 호출벨 대응 시각을 요청했다. 기록상 최초 호출은 2시 41분, 주희가 도착한 시각은 2시 45분이었다. 당시 주희가 다른 환자에게 수행한 처치가 배치표에 표시돼 있었다. 유라는 시간만 적지 않고, 간호 인력 수와 동시에 울린 호출 수를 함께 보고했다.

주희가 유라에게 말했다. “제가 환자 한 분을 먼저 봐야 했던 건 맞지만, 영숙 어머님이 혼자 일어나려는 걸 막지 못했어요.”

“그건 사실이야. 그리고 네가 혼자 두 환자를 봤던 것도 사실이야.”

“병원에서 제 이름을 경위서에 넣으래요.”

“이름을 빼자는 게 아니야. 네 행동과 근무 조건을 같이 적어야 해.”

주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신규로서 실수했다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이후 같은 일이 반복될까 두려웠다. “다음번에도 제가 먼저 가야 한다면요?”

“누가 먼저 가야 하는지 혼자 정하지 않게 만들 거야.”

유라는 그 말이 약속이 되려면 병원에 인력을 요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동에게 당직표를 보여 주며 호출이 겹치는 시간대를 설명했다. 동은 “예산이 없어 사람을 못 늘린다”고 했다.

“그럼 야간 환자 수를 줄이거나 지원 인력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없어.”

“저도 결정할 수 없어요. 하지만 빈자리를 채운 것처럼 보고서에 적지는 않겠습니다.”

동은 서류를 받아 갔다. 그 말은 유라의 책임을 줄이지 않았다. 민원 답변을 해야 했고, 병원은 환자에게 사과해야 했다. 그러나 주희 한 사람에게 모든 원인을 씌울 수는 없었다.

민지는 어머니 옆으로 돌아왔다. 영숙은 잠든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요양원에 다시 안 가게 해 달라고 말하면, 병원에서 퇴원 못 하게 할까요?”

“퇴원 결정은 의료진이 하고, 집에서 필요한 돌봄은 사회복지사와 같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집으로 가고 싶다고 했어요.”

“그 의사를 전달하겠습니다. 어머님이 이해하시는 범위와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함께 확인할게요.”

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집에 전화해 동생에게 며칠 동안 교대할 수 있는지 물었다. 동생은 처음엔 “나도 일해야 해”라고 답했다. 민지는 “나도 그래”라고 말했다. 통화는 짧게 끊겼지만, 조금 뒤 동생에게 내일 점심에는 올 수 있다는 문자가 왔다.

유라는 그 장면을 보며 자신의 어머니에게 답하지 않은 메시지를 떠올렸다. 남동생이 “오늘 엄마가 넘어졌어. 전화해”라고 보냈다. 그녀는 병실 밖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답했다. ‘퇴근 후 갈게. 혼자 맡기지 않을게.’ 동생은 바로 ‘이번엔 꼭’이라고 답했다.

영숙의 상태는 당일 저녁까지 관찰하기로 했다. 민지는 야간 근무를 취소하고 동생과 교대를 맞췄다. 병원은 요양원에 공식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민지는 별도 민원 접수를 준비했다. 유라가 의자에서 일어나자 영숙이 눈을 떴다.

“너도 집에 가.”

“저는 조금 더 있다가 갈게요.”

“그럼 내일 와.”

“내일은 교대가 끝나면 어머니를 보러 갈 거예요.”

영숙은 유라를 다시 한 번 봤다. “네 엄마도 기다리겠다.”

유라는 그 말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민지는 어머니의 이불을 덮어 주며 말했다. “엄마가 남의 집 사정까지 다 아네.”

“내가 그 나이에는 다 알았지.” 영숙은 눈을 감았다.

새벽 교대 때 수간호사 동은 민원 답변 초안을 유라에게 보여 줬다. 초안에는 호출벨 대응이 지연된 책임이 “담당 간호사의 주의 부족”으로 적혀 있었다. 유라는 그 문장을 지우고 배치표와 동시 호출 상황을 첨부했다. 동은 “이러면 병원 책임이 커진다”고 말했다.

“기록이 그렇게 말합니다.”

“유라야, 너까지 문제 삼으면 어떻게 할 거야?”

“환자에게 설명할 겁니다. 그리고 다음 야간표를 바꿔 달라고 다시 요청하겠습니다.”

동은 파일을 저장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응급실 복도에서 호출벨이 또 울렸다. 주희가 이번에는 영숙의 침대 쪽을 먼저 봤다. 그러나 호출한 환자는 다른 병상에 있었다. 주희는 당황해 유라에게 눈짓했다. 유라는 환자 이름을 부르며 그쪽으로 갔다. 응급실은 아직 조용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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