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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야간 당직표3화

응급실 야간 당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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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다음 교대가 올 때까지

아침 인계 직전, 이영숙은 한유라의 손을 잡았다. “내 집에 전화해 줘.”

“어머님 집에 전화하시는 걸까요, 따님 집에 전화하시는 걸까요?”

영숙은 눈을 가늘게 떴다. “민지 집. 거기 가면 내가 밥해 줄게.”

민지는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엄마, 우리 집에 방은 없지만 며칠은 지낼 수 있어. 혼자 두지 않을 방법을 찾을게.”

“네가 일하잖아.”

“동생하고 번갈아 볼 거야.”

영숙은 딸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네 동생은 바쁘잖아.”

“나도 바빠. 그래도 같이 하기로 했어.”

그 말은 완벽한 해결이 아니었다. 민지는 며칠 동안 일당을 잃고, 동생은 점심 교대를 맡기로 했다. 어머니가 집으로 가면 병원에서 정한 주의사항을 지키고 다시 진료를 받아야 했다. 당직 의사는 상태를 확인한 뒤 퇴원을 결정했고, 유라는 민지와 함께 이동 지원과 복용 약, 귀가 뒤 연락할 번호를 안내받도록 했다.

“요양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까?” 민지가 물었다.

“오늘 퇴원 경로는 가족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요양원에서 있었던 낙상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엄마를 집으로 데려가면, 요양원이 책임을 피하는 건 아니죠?”

“그렇지 않습니다. 병원 진료와 시설에 대한 확인은 각각 진행됩니다.”

유라는 그 말을 민원 기록에도 남겼다. 민지는 병원에 대한 불만을 취소하지 않았다. 호출벨이 울리고도 3분 넘게 기다린 사실은 있었고, 자신이 들은 설명은 늦었다. 병원은 대기 중 환자에게 이유를 알리고 상태 변화를 확인해야 했다. 민지는 민원 창구에 직접 접수하겠다고 했다.

“간호사님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세요?” 민지가 물었다.

“제가 더 빨리 확인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희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적는 건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럼 누구 책임이에요?”

유라는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병원은 인력과 배치를 설명해야 합니다. 저는 책임 간호사로서 당시 호출이 어떻게 겹쳤는지 보고해야 합니다. 주희는 자신이 맡은 환자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말해야 하고요. 한 사람의 이름으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민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엄마는 이름을 기억 못 해도 누가 왔는지는 알아요. 주희 간호사가 왔어요.”

주희는 그 말을 듣고 어깨를 숙였다. “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영숙은 눈을 떴다. “너는 그때 다른 사람한테 갔잖아. 나도 기다렸어.”

주희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유라가 대신 답하지 않았다. 민지가 말했다. “그렇다고 엄마가 기다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야.”

“알아.” 영숙은 딸 손을 잡았다. “그래서 집에 가고 싶어.”

민지는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데려갈지 집으로 모실지 며칠 동안 고민했다. 시설에 다시 맡기면 자신이 도망치는 것 같았고, 집으로 모시면 일터와 생계가 무너질 것 같았다. 그녀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실제로 가능한 일정을 맞췄다. “내가 모든 날을 볼 수는 없어. 네가 오늘처럼 한 번씩 와야 해.” 동생은 잠시 침묵한 뒤, 병원 방문 뒤부터 주말마다 함께 있겠다고 했다.

유라는 간호사실에서 인계표를 정리했다. 그 사이 수간호사 동이 민원 답변을 다시 보내왔다. 병원은 호출벨 기록을 인정하고, 응급 환자 우선 분류와 직원 배치가 겹쳐 대기 시간이 길었다고 썼다. 추가 인력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라는 동에게 전화했다.

“다음 주 야간표도 두 자리가 비어 있어요.”

“병원은 채용 공고 냈어.”

“채용될 때까지 지원 인력을 요청해야 합니다.”

“지원 부서도 사람이 없어.”

“그럼 동시에 몇 명까지 한 간호사가 보는지 정해야 합니다. 어젯밤처럼 두 호출을 한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어요.”

동은 잠시 조용했다. “그걸 네가 요구하면 위에서 싫어할 거야.”

“환자도 어젯밤을 싫어했습니다.”

동은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대신 다음 야간 근무 전에 팀 회의를 잡겠다고 했다. 유라는 회의가 결과를 바꿀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 어머니의 낙상 문자에 답하지 않은 채 병원 일만 하는 선택은 하지 않기로 했다.

주희는 환자 가족 설명을 다시 맡아 영숙과 민지에게 검사 결과와 퇴원 후 계획을 읽어 줬다. 그는 의료진의 설명을 그대로 전달했고, 모르는 질문은 의사에게 가져갔다. 민지는 설명을 듣다가 “병원에서 늦게 왔다는 것과 요양원이 늦게 연락한 건 따로 적어 주세요”라고 말했다. 주희는 두 기록을 구분해 민원 창구에 전달했다.

민지는 병원을 떠나기 전 유라에게 물었다. “아까 어머니가 간호사님 엄마 얘기를 한 것 같았어요.”

“제 어머니도 집에서 넘어졌습니다. 제가 문자에 답을 늦게 했어요.”

“그럼 지금 가 보세요.”

“퇴근 후에 갈 거예요.”

“저는 엄마를 집에 데려갑니다. 가족끼리 계속 나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혼자 하지는 않을 거예요.”

유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면 병원 사회복지사에게 돌봄 자원을 물어보세요. 혼자서 버티는 게 가족의 의무는 아니니까요.”

민지는 영숙의 외투를 입혔다. 어머니는 한쪽 소매를 잘못 끼워 손이 안 나왔다. 유라가 소매를 잡아 주려 하자, 영숙은 딸에게 손을 내밀었다. 민지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천천히 팔을 빼냈다. “집에 가면 국 끓여 줘.”

“엄마가 끓인다며.”

“그럼 내가 옆에서 할게.”

영숙은 웃었다. 응급실 침대에서 떠난다고 해서 병원과 요양원의 질문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은 딸과 집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유라의 교대 시간은 한 시간 늦어졌다. 동생은 어머니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라가 도착하자 동생은 처음으로 화를 냈다. “누나는 엄마가 다쳤다는 걸 알고도 왜 바로 안 왔어?”

현관 안쪽에서 어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한쪽 무릎에 작은 멍이 있었지만, 그녀는 유라보다 먼저 남동생을 보며 말했다. “네 누나가 온다고 했잖아.”

동생은 힘없이 웃었다. “엄마, 누나가 늦었어.”

“늦어도 왔어.” 어머니는 유라에게 지팡이를 건넸다. “네 병원 사람들은 기다려 주니?”

유라는 지팡이를 받아 어머니를 방으로 안내했다.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못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요.”

“그럼 너는 누구한테 먼저 가?”

“그때 가장 급한 사람한테요. 그런데 엄마한테 가는 일은 계속 미뤘어요.”

어머니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나한테 미안해하는 대신 다음에 오면 국수 삶아. 네 동생 혼자 다 하게 두지 말고.”

유라는 고개를 숙였다. 동생은 약 봉투를 식탁에 올려 두며 “이번 주 수요일엔 내가 병원에 갈게. 누나는 금요일에 와”라고 말했다. 그는 완전히 화를 푼 얼굴은 아니었지만, 다음 몫을 정했다.
유라는 변명하지 않았다. “교대가 비어 있었어. 그래도 네가 혼자 맡게 둔 건 내 잘못이야.”

“다음에도 그럴 거야?”

“아니. 근무표를 바꾸고, 우리 셋이 가능한 날을 나누자. 내가 다 맡는다고 말하지 않을게.”

어머니는 유라에게 “내가 전화하면 네가 싫으니?”라고 물었다. 유라는 순간적으로 아니라고 답할 뻔했다. “전화가 싫은 게 아니라, 바로 갈 수 없다는 말을 해야 해서 무서워요.”

“못 오면 못 온다고 말하면 되지.”

“그렇게 말하면 엄마가 실망할까 봐요.”

“그럼 실망할게. 대신 다음에 언제 오는지 알려 줘.”

유라는 달력에 금요일 저녁을 적었다. 어머니는 그 날짜를 한 번 읽고 약 봉투를 식탁에 놓았다.
동생은 어머니의 약 봉투를 건넸다. 그 안에는 어머니가 먹는 시간별로 적힌 메모와 병원 예약 날짜가 있었다. 유라는 메모를 받아 가방에 넣었다. 자신이 모든 날을 비울 수는 없었지만,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다.

그날 저녁 야간팀은 짧은 회의를 열었다. 주희는 호출벨을 들은 뒤 다른 환자에게 먼저 갔던 사실을 설명했다. 유라는 영숙의 호출을 듣고 바로 응답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했다. 동은 인력 보강을 약속하지 못했지만, 동시 호출 때 지원 간호사에게 연락하는 규칙을 만들고 다음 당직표에서 구역을 다시 나누겠다고 했다. 주희가 “그럼 저 혼자 경위서 쓰지 않아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네 행동은 네가 쓰고, 배치와 지원 문제는 내가 별도로 보고할게.” 유라가 말했다.

회의가 끝나고 주희는 유라에게 물었다. “선배님은 어머니 집에 가세요?”

“응. 오늘은 가야지.”

“다음 야간에 제가 호출벨 맡을게요. 대신 제가 못 받으면 선배님이 도와주세요.”

“그게 팀이야.”

유라는 병원 현관에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가 오늘은 괜찮다고 했지만, 통화 뒤에는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내일 저녁에 같이 병원 가자. 내가 쉬는 날을 바꿀게.”

“네가 밤근무인데?”

“동생이 같이 가고, 나도 인계 후 갈게. 혼자 하지 않을게.”

전화기 너머로 어머니가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럼 네가 좋아하는 국수 해 놓을게.”

유라는 웃었다. 응급실에 남은 당직표의 빈칸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영숙의 낙상 원인도, 요양원의 책임도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야간 근무에서 주희는 호출벨 하나를 혼자 떠안지 않을 것이다. 유라는 집으로 향했고, 휴대전화에는 동생이 보낸 다음 주 근무표 사진이 도착했다. 유라는 어머니가 적어 둔 금요일 날짜와 나란히 저장했다. 놓치지 않게, 두 사람 모두, 그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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