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위성의 장례식을 집전합니다

2화: 안전선 안쪽의 마지막 기록
“7번 안테나를 켜지 말라는 경고는 누구에게 보낸 겁니까?” 하진이 물었다.
연우는 위성의 전송 기록을 확대했다. “수신 주소가 아르카 7로 되어 있어요. 그 중계소는 화재 이후 폐쇄됐다고 기록됐죠.”
“폐쇄된 시설에 경고를 보냈다고요?”
“전송 시각은 8년 전입니다. 중계소가 폐쇄되기 전인지 후인지는 확인해야 해요.”
회수선의 자동 재진입 예약까지 17시간 남았다. 델타-31의 회전은 고정 밧줄 덕분에 느려졌지만, 태양전지판의 균열은 더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 철수하면 잔해가 흩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반대로 회수선을 붙잡아 두면 팀의 산소와 추진제 여유가 줄어들었다.
하진이 지구 관제에 연락했다. 답은 40초 뒤 돌아왔다. 폐기 담당자는 어머니의 개인 기록을 사유 자료로 분류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했다. 사고 보고서 수정 요청은 다음 업무 주기까지 처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 주기까지면 위성이 탑니다.” 연우가 말했다.
“관제는 안전 수치가 기준을 넘지 않는다고 판단했어요.”
“궤도 자료가 틀렸을 수 있습니다.”
하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입증할 원본을 확보해야 해요. 어머니 음성만으로는 재진입 경로를 바꾸지 못합니다.”
연우는 저장 장치의 파일 목록을 살폈다. 세 개의 음성 로그는 각각 재생 시간이 몇 초에 불과했다. 그러나 위성 궤도 기록은 수년 분량이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근무 중에 반복해서 궤도 수정 값을 입력했다. 공식 기록의 값과 하나도 맞지 않았다.
“이 위성은 8년 동안 같은 경로에서 조금씩 밀려났어요.” 연우가 말했다. “충돌 위험을 피하려고 궤도를 조정했는데, 수정 이력이 폐기 문서에서 빠졌습니다.”
“누가 지웠는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원본을 보존해야 합니다.”
그는 저장 장치를 보호 케이스에 넣었다. 케이스 안쪽에는 충격 센서가 있었고, 센서가 켜지면 저장 상태를 자동 봉인했다. 하지만 위성의 궤도 기록은 별도 비휘발성 메모리에 남아 있었다. 그 메모리를 떼려면 회전 중인 본체에 다시 접근해야 했다.
연우는 기록 봉인용 표식을 한 줄 더 붙였다. “음성의 출처를 특정할 수 없으니, 파일명은 수신 순서로만 적겠습니다. 어머니 이름은 메타데이터에 넣지 않아요.”
“그렇게 해야 합니다.” 하진은 대답하면서도 그를 살폈다. “괜찮습니까?”
“괜찮다는 말은 오늘 그만 쓰기로 했습니다.”
“좋아요. 그럼 지금은 어떤가요?”
“손이 아프고, 화가 나고, 듣고 싶습니다. 셋 다 사실이에요.”
하진은 그의 손을 다시 감싸는 대신 붕대 가장자리를 확인했다. “손은 제가 볼게요. 화는 자료에 맡기죠. 듣고 싶은 건 나중에 혼자 결정하면 됩니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저장 장치의 전송 기록을 확인했다. 마지막 공개 메시지 뒤로 11분의 공백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위성은 아르카 7로 두 차례 데이터를 보냈고, 수신 확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메시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목적지에 닿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 어머니는 경고를 보냈지만 답을 못 받았을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누가 지금 그 주소를 열었는지 찾아야겠죠.”
연우는 저장 장치의 수신 주소를 별도 기록에 옮겼다. 아르카 7의 인증서가 폐쇄 전에 이미 만료 예정이었다는 표시가 보였다. 그런데 누군가 그 인증서를 갱신하지 않은 채 계속 사용했다. 그는 화면을 저장하고 시각을 기록했다. 오래된 인증서도 추적의 흔적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원본 키의 지문을 대조하고 확인 시각까지 기록했다. 그는 원본 키의 지문까지 함께 보관했다. 화면을 닫기 전 캡처도 남겼다.
하진이 안전선을 확인했다. “외부 작업은 한 번 더가 한계예요. 산소가 부족해집니다.” 연우는 남은 카트리지의 압력을 직접 확인했다.
“메모리만 떼어 오고 돌아오겠습니다.”
“그 말이 제일 위험한 말이에요.”
연우는 대꾸 대신 작업 계획을 띄웠다. 위성의 하부 덮개를 열면 메모리에 닿을 수 있었다. 그러나 태양전지판의 회전축 가까이였다. 회전이 빨라지면 손을 놓고 즉시 밀려나야 했다. 한 번 놓친 메모리는 우주에 남거나 대기권으로 떨어질 터였다.
그는 안전선에 두 개의 매듭을 걸었다. 하진은 여분의 산소 카트리지를 그의 등에 고정했다. “회수 지점은 표시해 두겠습니다. 제가 세 번 부르면 바로 철수해요.”
“알겠습니다.”
“두 번 부르면요?”
“왜 두 번 부르죠?”
“통신이 끊길 때를 대비하는 겁니다.” 하진은 그의 헬멧을 두드렸다. “두 번 부르면 돌아오고, 한 번은 대답을 기다려요.”
연우는 헬멧 안에서 짧게 웃었다. “그럼 세 번은요?”
“제가 직접 끌고 옵니다.”
외부로 나간 그는 천천히 위성의 하부로 이동했다. 태양전지판의 끝이 시야를 가르며 지나갔다. 금속이 회전할 때마다 햇빛이 헬멧 안쪽을 번쩍였다. 연우는 안전선의 여유 길이를 확인한 뒤 덮개의 잠금 핀을 풀었다.
첫 번째 핀은 손쉽게 빠졌다. 두 번째는 녹이 슬어 움직이지 않았다. 연우는 손목을 꺾어 공구를 눌렀다. 금속이 삐걱거리며 풀렸고, 그 순간 위성의 몸체가 한 차례 흔들렸다. 고정 밧줄이 팽팽해졌다. 그의 발이 프레임에서 떨어졌다.
하진이 통신으로 외쳤다. “연우 씨, 회전이 빨라져요. 바로 돌아와요.”
“핀 하나만 남았습니다.”
“한 번 더 흔들리면 안 됩니다.”
연우는 손을 뻗어 마지막 핀을 당겼다. 덮개가 벌어지며 안쪽에서 얇은 메모리 모듈이 보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모듈을 잡아당겼다. 반쯤 빠진 순간 위성이 다시 흔들렸다. 안전선이 몸을 끌어당겼고, 모듈이 금속 홈에 걸렸다.
“둘.” 하진이 불렀다.
연우는 그대로 손을 놓아야 했다. 하지만 그러면 모듈은 위성 안에 남는다. 그는 무릎을 프레임에 걸어 몸을 고정하고 공구를 버렸다. 맨손으로 모듈을 비틀자 케이스의 모서리가 손바닥을 긁었다. 메모리가 빠져나오는 순간, 작은 파편이 손목 옆을 스쳤다.
“셋.”
하진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연우는 모듈을 가슴의 고정 주머니에 밀어 넣고 발을 프레임에서 떼었다. 안전선이 그를 끌어당겼다. 회수선의 로봇 팔이 접근해 그를 받아 냈다. 하진이 직접 창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피가 났네요.”
“장갑이 찢어졌습니다.”
“대답부터 하는 버릇, 어머니한테 배웠어요?”
연우는 손을 내려다봤다. 붉은 자국은 장갑 바깥에서 이미 얼어붙어 있었다.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일곱 살 때 우주로 나갔어요.”
하진은 더 묻지 않았다. 그녀는 메모리 모듈을 임시 격리함에 넣고 연우의 손을 감쌌다. 두꺼운 장갑 위로도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세 번 불렀어요.” 그녀가 말했다.
“들었습니다.”
“돌아온 것도 다행이고, 대답한 것도 다행이에요.”
연우는 그 말을 듣고서야 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하진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잠깐 앉아 있었다. 둘 사이에 위성의 경보음이 낮게 울렸다.
메모리 모듈을 열자 수정 이력과 재진입 계산표가 나왔다. 궤도 계산표에는 정정 흔적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공식 재진입 지점을 바꿔 위성의 예상 낙하 구역을 사람이 사는 해안에서 무인 해역으로 옮겨 적었다. 그 변경은 안전을 위한 조치일 수도, 책임 회피일 수도 있었다.
연우는 파일 원본을 두 개의 독립 저장 장치에 복사했다. 하진이 물었다. “이제 관제에 보내면 되겠죠?”
“보내기 전에 해시를 비교하겠습니다. 수정 흔적이 있는 파일을 원본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는 궤도 계산값을 재검증했다. 자신이 기록관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도움처럼 느껴졌다. 수치의 계보를 따라가면 어느 시점부터 자료가 바뀌었는지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정 권한을 가진 계정은 ‘아르카 7’의 인증서로 등록돼 있었다.
하진이 화면을 확대했다. “폐쇄된 중계소에서 인증이 들어왔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폐쇄 뒤에도 누군가 계정을 썼다는 뜻이죠.”
그때 관제국에서 회신이 왔다. 폐기 절차가 즉시 재개될 예정이며, 회수팀은 잔해 구역에서 철수하라는 명령이었다. 위성 내부 자료는 검토가 끝날 때까지 추가 전송을 금지한다는 내용도 붙어 있었다.
연우는 답장을 작성하다가 멈췄다. 이대로 철수하면 어머니의 기록은 격리 자료가 되고, 수정 권한의 주인은 숨을 수 있다. 반대로 지시를 어기고 추가 데이터를 전송하면 회수팀 전체가 조사받을 수 있었다.
그는 원본을 암호화해 보관하고, 관제에 궤도 오차의 안전 경고만 먼저 보냈다. 사적인 음성은 보내지 않았다. 전송을 마치자 경고가 사라지고, 재진입 예약은 여전히 남았다.
화면에 짧은 음성 파형 하나가 새로 나타났다. 메모리 모듈에는 기록되지 않은 신호였다. 발신지는 아르카 7, 수신지는 연우의 개인 호출 부호.
“연우야, 안전선 안쪽에 들어오지 마.”
그는 어머니의 경고가 위성의 현재 상태를 알고 있다는 듯 정확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신호는 8년 전 기록이었다. 누군가 오래된 메시지를 다시 보냈거나, 어머니가 마지막 순간에 전송을 예약해 둔 것이다.
“다음 호출이 올 겁니다.” 연우가 말했다.
하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 호출이 함정일 수도 있어요.”
“그럼 확인해야죠.”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위성의 안테나가 회전 방향을 바꿨다. 폐쇄 중계소 쪽을 향한 작은 접시가 회수선을 겨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