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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위성의 장례식을 집전합니다1화

고장 난 위성의 장례식을 집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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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폐기 궤도에 남은 목소리

차연우는 폐기 위성의 이름을 읽기 전에 먼저 회전 방향부터 확인했다. 이름은 기록에 남고, 회전은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델타-삼십일, 시간당 0.7회전. 패널 파편 두 조각. 예상 재진입까지 19시간.” 회수선 조종사 서하진이 읽었다.

연우는 유리창 너머의 위성을 보았다. 한쪽 태양전지판이 찢겨 나간 채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오래된 통신 위성은 불빛이 꺼져 있었지만, 안테나 가장자리의 단열재가 햇빛을 받아 은색으로 반짝였다. 한때 지구의 바다와 산을 찍어 보내던 장비였다. 이제는 추락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면 대기권에서 타 버릴 금속 덩어리였다.

“사고 위험 경고가 또 떴습니다.” 하진이 말했다.

“접근 거리를 40미터로 유지해요. 회전 속도 바뀌면 바로 철수합니다.”

연우는 기록관이었다. 회수팀이 폐기 위성에서 수집한 메모리와 장비의 이력을 보존하고, 마지막 재진입 자료가 누락되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위성을 살리는 게 아니라, 위성이 어디서 왔고 왜 사라지는지 남기는 일. 그는 그 선을 지키려고 감정을 접는 법을 배웠다.

오늘의 위성은 그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통신 업무를 맡았던 장비였다. 8년 전 우주 정거장 화재로 어머니가 실종된 뒤, 연우는 그녀의 음성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 업무 기록에 포함된 짧은 확인 음성조차 재생하지 않았다. 사라진 사람을 파일로 만나는 일은 아직 감당할 수 없었다.

그때 회수선의 오래된 수신기가 짧게 울렸다. 수신기 화면에는 잡음만 떠 있었다. 연우는 손목 단말을 연결해 파형을 확대했다. 메시지의 일부가 저장 장치의 식별 문자열과 함께 잡혔다.

‘연우야, 네가 듣고 있다면…’

연우의 손이 멈췄다. “이건 누가 보낸 겁니까?”

하진이 고개를 돌렸다. “위성에서 나온 신호예요. 하지만 공식 채널이 아니에요.”

그는 기록을 원본 그대로 저장했다. 파형을 정리하거나 노이즈 제거를 하면 목소리의 일부가 달라질 수 있었다. 저장 버튼을 누른 순간, 어머니의 숨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여기서 멈추지 마.”

연우는 그 한 문장을 다시 듣지 않았다. 재생을 끄고 데이터 와퍼를 봉인했다. 사적인 목소리라도 보존해야 하지만, 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는 봉인 번호를 읽어 하진에게 확인받았다. 하진은 번호를 기록한 뒤 음성 파일의 해시값을 두 번 대조했다. 연우가 개인 기록에 접근한 것이 아니라 임무 중 발견한 원본을 보존했다는 사실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좁은 회수선 안에서 두 사람의 손이 같은 단말을 누를 때마다 장갑이 부딪혔다.

“규정대로라면 가족의 음성은 유족 확인 전까지 격리해야 합니다.” 하진이 말했다.

“제가 유족인데도요?”

“당신이 기록관이기도 하니까요. 나중에 누군가 사적인 감정으로 자료를 바꿨다고 주장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당신이 옆에 있는 거군요.”

“그렇기도 하고, 혼자 듣게 두기 싫어서요.”

연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위로로 다가오는 게 낯설었다. 그는 대개 위로를 받으면 일을 멈춰야 할 것처럼 느꼈다. 지금은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말처럼 들렸다.

하진이 화면에 어머니의 근무 기록을 띄웠다. 기록에는 마지막 교대 직전, 통신 장비의 수동 모드가 세 번 켜졌다고 적혀 있었다. 그 시간에 연우는 지구에 있었다. 어머니가 보낸 마지막 공개 메시지는 “귀환 일정이 하루 늦어진다”는 평범한 문장이었다.

“이 뒤의 기록은 없었습니까?” 그가 물었다.

“공식 기록은 없어요.” 하진이 말했다. “그런데 당신이 받은 파일은 공식 채널이 아닌 사설 저장소에서 왔죠.”

연우는 저장 와퍼를 케이스에 넣으며 답했다. “그러면 공식적으로 없었던 시간이 있었던 거겠네요.”

“위성에 접근해서 저장 장치만 회수하겠습니다.” 하진이 말했다. “재진입까지 시간이 없습니다.”

“본체를 고정해야 합니다. 패널이 부러지면 파편이 회수선에 날아들어요.”

“고정 암이 하나 고장 났습니다. 본체를 잡으면 회전 방향이 바뀔 수 있어요.”

연우는 위성의 회전 궤적을 화면에 그렸다. 어머니의 신호가 담긴 저장 장치가 안테나 밑부분에 있었다. 본체를 잡지 않고 장치만 떼면 파편이 주변으로 흩어질 가능성이 컸다. 반대로 위성을 완전히 고정하려면 하진이 수동 조종으로 회전하는 구조물에 접근해야 했다.

“무리해서 고정하지 맙시다. 저장 장치만 회수하고 바로 물러나요.”

“그러면 패널이 재진입 전에 부서질 수 있습니다. 파편 궤도가 지구로 내려가면 추적이 어려워져요.”

연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임무 계획에는 위성을 안전하게 재진입시키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위성의 기억만 챙기고 본체를 버리는 것은 기록관의 역할을 절반만 하는 셈이었다.

그는 패널 고정용 밧줄을 챙겼다. 하진이 그를 돌아봤다.

“직접 나갈 겁니까?”

“당신은 회수선 조종을 맡아요. 제가 고정 암을 확인하겠습니다.”

“연우 씨는 기록관이지 정비사가 아닙니다.”

“그래도 위성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할 사람은 여기 있어야 합니다.”

하진은 반박을 삼켰다. “그 말은 다칠 각오가 있다는 뜻으로 들리네요.”

“다칠 각오는 없어요. 필요할 때 물러날 각오만 있습니다.”

연우는 안전선에 몸을 묶고 선체 밖으로 나갔다. 위성의 회전이 가까워질수록 시야가 어지러워졌다. 그는 발을 고정한 채 공구를 전했고, 손가락 끝으로 고정 암의 균열을 확인했다. 금속이 예상보다 깊게 휘어 있었다. 힘을 주면 부러질 가능성이 컸다.

“암은 못 씁니다.” 그가 통신했다. “두 번째 고정점을 찾아야 해요.”

어머니 목소리가 들린 저장 장치가 안테나 아래에서 반사됐다. 연우는 시선을 돌리고 작업을 이어갔다. 패널의 뒷면에서 작은 검은 점을 발견했다. 일반 센서보다 오래된 구조용 발신기였다. 발신기가 지금까지 작동했다는 건 위성 내부의 전력이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가 발신기 커버를 열자 짧은 음성 로그가 자동 재생됐다.

“재진입 경로를 바꿔야 해. 이 궤도는 기록과 달라.”

어머니의 음성이었다. 연우는 손을 멈췄다. 하진이 통신기에서 그를 불렀다.

“연우 씨, 시간 없습니다. 고정점 찾았어요?”

그는 로그를 저장하고 발신기 커버를 닫았다.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 위성은 공식 궤도보다 4도 아래로 기울어져 있어요. 누군가 재진입 자료를 바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폐기 승인부터 멈춰야 합니다.”

“승인 시스템은 이미 자동 재진입을 예약했어요.”

하진은 회수선의 추진기를 준비했다. “기록을 가져가도 궤도를 바꾸지 못하면 위성은 그대로 탑니다.”

연우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뒤 처음으로 장치에 손을 댔다. 고정 밧줄을 위성의 지지 프레임에 걸었다. 금속이 삐걱였고, 몸이 반동으로 밀렸다. 하진이 추진기를 미세하게 조정해 그를 붙잡았다.

“제가 끌어당기면 안 돼요. 위성의 회전이 더 빨라져요.” 연우가 말했다.

“그럼 당신이 직접 고정할 수 있겠어요?”

“해볼게요.”

그는 밧줄의 길이를 줄이지 않고, 회전 축 반대편에 고정점을 하나 더 걸었다. 위성의 움직임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지만, 파편이 튈 위험은 줄었다. 연우는 작업을 끝내고 회수선으로 돌아왔다. 장갑에 남은 금속 가루가 빛을 받아 반짝였다.

회수선 안으로 들어오자 하진이 그를 맞았다.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그 말은 기록하지 않겠습니다.” 하진은 그의 장갑에 묻은 피를 보고 말했다. “상처가 났어요.”

연우는 손을 쥐었다 폈다. “얕습니다. 데이터부터 보죠.”

기록장치에는 음성 로그가 세 개 더 저장돼 있었다. 하지만 공식 시간표와 맞지 않는 시각에 기록되어 있었다. 마지막 로그는 전송 대기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는 재생하지 않고 파일 해시를 먼저 기록했다. 하진이 조용히 물었다.

“듣고 싶지 않아요?”

“듣고 싶어서 더 미루는 겁니다.”

“왜요?”

“목소리를 들으면 어머니가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까 봐요. 그 다음엔 또 잃어야 하니까.”

하진은 위성 방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기록은 사람을 붙잡아 두지 않아요. 대신 사라졌다는 사실을 덜 혼자 감당하게 하죠.”

그 말은 위로라기보다 하진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녀는 오래전 회수 임무에서 동료를 잃었다. 연우는 그녀에게 더 묻지 않았다.

폐기 위성은 서서히 어두워졌다. 재진입 예약 알림이 화면에 떴다. 연우는 저장 장치를 보관 케이스에 넣고 마지막 로그를 확인했다. 전송 대상은 지구 관제국이 아니었다. 정거장 화재 이후 폐쇄된 통신 중계소, ‘아르카 7’로 표시돼 있었다.

그가 로그를 열기 직전, 위성의 송신기가 다시 깨어났다. 이번 신호는 회수선의 수신기에서만 잡혔다.

“연우야. 네가 이걸 듣는다면, 7번 안테나를 켜지 마.”

하진이 화면을 확대했다. 폐기 목록에는 7번 안테나가 실종 사고와 관련해 제거됐다고 기록돼 있었다.

위성이 재진입 궤도를 향해 돌기 시작했다. 연우는 어머니의 마지막 경고와 공식 기록 사이에서 첫 번째 선택을 해야 했다. 그는 회수선의 통신 창을 열고 그 신호의 수신 시각을 따로 저장했다. 출처가 확인되기 전까지 재생하지 않기로 했다. 침묵을 견디는 편이 지금은 더 안전했다. 그는 봉인 번호를 손목에 옮겨 적었다. 숫자를 세 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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