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선왕의 시신이 증언하는 밤2화

선왕의 시신이 증언하는 밤

선왕의 시신이 증언하는 밤

AD
스폰서 광고

2화: 고백보다 먼저 아픈 사람

도경은 문 앞에서 멈췄다. 의창군이 방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선하는 그를 보고 손을 소매 안으로 넣었다. 백린은 그 손이 떨린다는 것을 보았지만 지금 묻지 않았다.

“왕자마마께서 이 방에 계실 일은 없으십니다.”

도경이 말했다.

선하는 뒤를 돌아봤다. 침상에 누운 서임이 눈을 감았다 뜨기를 거듭했다. 그는 방 밖으로 나갔다. 백린이 뭐라고 말하려 하자 고개를 작게 저었다. 문턱 밖에 서 있어도 안에서 누가 나오는지는 볼 수 있었다.

도경은 침상으로 다가갔다.

“이 아이를 데려가겠다.”

“몸을 살피기 전에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 몸을 판단하는 것도 내 일이다.”

백린은 물러서지 않았다. 임여송이 두 사람 사이에 천을 들고 들어왔다. 젖은 천에서 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서임의 이마를 닦으려고 가져온 것이었다.

“우리가 사람을 숨겼다는 말씀은 나중에 하셔도 됩니다. 지금은 보시지요.”

여송이 서임의 손을 들어 보여 주었다. 도경은 검은 얼룩보다 떨리는 손가락을 먼저 봤다. 그는 침상 옆에 앉았다. 방 안의 목소리가 잠깐 사라졌다.

백린은 그가 몸을 살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도경의 눈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눈이라고 미리 믿으면, 지금 보는 것도 모두 거짓으로 읽게 될 것이었다. 그는 오래 환자를 보아 온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무엇을 놓쳤는지는 더 봐야 했다.

도경은 서임의 이름을 불렀다.

서임은 다른 이름으로 답했다.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였다.

여송이 천을 내려놓았다. 백린은 침상의 옷을 느슨하게 하고 호흡을 살폈다. 서임의 대답은 다시 흐려졌다. 고백을 외우게 할 자리까지 걸어갈 상태가 아니었다.

도경도 그것은 부정하지 않았다.

“약방에서 사람을 보내겠다.”

그가 말했다.

“지금은 이 방에서 보겠습니다.”

백린은 대답했다. 도경은 그녀를 보았다. 어디서 치료할지는 환자의 몸보다 명령의 크기에 따라 바뀌곤 했다. 여송이 서임 옆에 앉아 약방에서 보내는 것을 직접 받겠다고 했다. 도경은 더 말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백린은 그가 문을 닫은 뒤에야 침상 끝을 짚었다. 손바닥에 땀이 나 있었다. 남을 데려가지 못하게 막았지만,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아직 온전하게 알지 못했다.

“내가 잘못 보면 어떡하지요.”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여송은 서임의 이마를 닦았다.

“그러면 고쳐야지. 못 본 척하는 게 아니라.”

백린은 스승을 봤다. 예전 궁녀가 죽었을 때도 둘은 함께 있었다. 백린이 다른 가능성을 말하려 했지만 여송이 늦었다고 했다. 그때는 늦었다는 말이 끝낼 수 있는 핑계였다.

오늘은 아직 늦지 않았다.

백린은 서임의 손목에서 젖은 천을 걷었다. 얼룩은 남아 있었고, 닿은 자리는 열이 났다. 물을 달라고 하는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서임에게 잔을 받쳐 주었다. 서임은 두 모금 뒤에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숨을 고르고 나서야 눈을 떴다.

“제가 말하면 어머니를 데려온대요.”

“어떤 말을?”

“약을 잘못 넣었다고. 그럼 어머니도 일할 수 없다고.”

백린은 접어 둔 고백 종이를 서임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아이가 그 문장을 다시 외우면 자기 기억보다 더 빠르게 입으로 나올 것이었다.

“어젯밤에 한 일부터 말해 보자.”

서임은 눈을 감았다. 한참 뒤 옷을 가져왔던 사람이 다르다고 했다. 평소 왕의 옷을 맡는 사람 대신 약방 심부름을 하던 사내가 들고 왔다. 그는 선왕께서 빨리 새 옷을 입고 싶어 하신다고 말했다.

백린은 임금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 서임이 직접 들은 말인지 물었다.

서임은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한테 들었어요.”

그녀는 왕에게 겉옷을 입히고 소매를 정리했다. 손이 젖어 실이 잘 붙지 않았다. 서임은 손바닥으로 소매를 문질렀다. 그때 검은 것이 묻었고 따갑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염색이 덜 말랐다고 생각했다.

“임금은 무슨 말씀을 하셨니?”

“답답하다고. 옷 벗겨 달라고.”

서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런데 내가 못 벗겼어요. 누가 못 벗기게 했어요.”

백린은 서임의 손을 잡지 않았다. 손을 잡으면 아팠다. 대신 그녀의 소매를 받쳤다. 누가 막았는지 묻기 전에 서임의 호흡이 다시 흐트러졌다. 여송은 이제 쉬게 하라고 했다.

백린은 서임을 눕히고 방문을 열었다. 선하는 복도에 그대로 서 있었다. 도경이 나간 뒤에도 가지 않았다. 그의 옷에서 비슷한 검은 자국이 보였다. 소매 끝이었다.

백린은 손을 보여 달라고 했다.

선하가 농담처럼 말했다.

“죽은 임금의 아들 손에는 뭘 보시렵니까.”

“살아 있는 왕자마마의 손을 보겠습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오른손 엄지 아래에 검은 얼룩이 있었다. 아버지의 손을 놓지 못해 물든 것이라고 했다. 장례 옷을 입은 아버지의 팔을 오래 잡았다.

백린은 소매를 더 올리려다가 멈췄다.

“아프십니까?”

“참을 만합니다.”

“그건 답이 아니라고 오늘도 말했습니다.”

선하가 웃었다. 웃음 뒤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벽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백린은 바닥에 앉게 했다. 의창군이 복도 바닥에 앉은 것을 본 궁녀가 놀라 달려왔다. 백린은 사람을 모으지 말고 여송부터 부르게 했다.

선하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아버지가 옷을 벗겨 달라 하셨습니까?”

그가 물었다.

백린은 대답 대신 선하가 직접 무슨 말을 들었는지 물었다. 서임이 한 말을 먼저 전하면 선하의 기억도 거기로 기울 수 있었다. 그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것도 자기 말로 바꿀까 두려웠다.

선하는 고개를 들었다.

“저를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는 그 전에 아버지와 다퉜다고 했다. 왕실 밖으로 나가 살겠다고 말했고, 선왕은 그럴 자리가 아직 아니라고 했다. 선하는 자기는 늘 자리 때문에 기다린다고 맞섰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숨기고 있었다.

“나가라고 하시니 나갔습니다. 그런데 문 밖에서 기침이 들렸어요. 들어가려 했는데 사람들이 막았습니다.”

그때 선왕이 백린의 이름을 불렀다. 선하는 여자가 왕의 방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버지가 왜 그녀를 불렀는지 묻지 않았다. 자기 말을 사과할 기회만 생각했다.

백린은 복도 바닥에 함께 앉았다. 서임의 고백 종이가 품 안에서 소리를 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지막 말은 서로 다른 곳에 놓여 있었다. 그 말을 한데 묶으려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여송이 선하의 손을 살피러 왔다. 선하는 몸을 피하려 했지만 백린이 소매를 놓지 않았다.

“참는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남에게 안 보이면 되는 줄 알았지.”

선하가 답했다. 백린은 그 말을 듣고도 곧바로 꾸짖지 못했다. 궁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의 방법이었다. 그녀도 자기 눈의 불편을 숨기고 작은 글씨를 읽을 때마다 얼굴을 돌렸다.

여송은 선하를 빈 방으로 옮기게 했다. 그가 걷다 흔들릴 때 백린과 궁녀가 양쪽을 받쳤다. 왕자가 의녀의 어깨에 기대는 것을 본 사람이 발을 멈췄다. 선하는 고개를 들고 먼저 말했다.

“넘어지면 네가 받쳐 줄 것인가.”

사람이 바로 비켜섰다. 백린은 그 말에 웃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었다. 하지만 몸의 열은 신분과 상관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선하는 방에 앉은 뒤 장례 옷을 다시 보자고 했다. 백린은 지금 일어나지 말라고 했다. 서임을 진료할 때와 같은 목소리였다. 선하는 잠깐 그녀를 보다가 손을 내려놓았다.

“그럼 내가 아는 걸 말하겠습니다.”

장례 옷 가운데 가슴 안쪽을 묶는 비단 띠가 있었다. 선왕의 아버지 때부터 계승 때 쓰는 물건이라고 했다. 왕이 죽으면 띠를 떼어 새 왕의 팔에 잠깐 두르고 옷과 함께 돌려놓았다. 선하는 어젯밤 그 띠가 옷 바깥으로 나온 것을 봤다.

“서임이 묶었답니까?”

백린이 물었다.

선하는 고개를 저었다. 누가 묶었는지는 못 봤다. 그러나 자기 아버지는 가슴이 답답하면 그 띠를 늘 느슨하게 했다. 어젯밤에는 손으로 잡아당겼는데 풀리지 않았다.

백린은 그 손가락 사이의 검은 얼룩을 떠올렸다.

옷에 닿은 자리였다.

방 문이 다시 열렸다. 왕비의 궁녀가 백린을 불렀다. 도경이 서임의 고백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 모양이었다. 왕비는 의녀에게 자기 판단을 밝히라고 했다.

백린은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아직 얼룩은 없었다. 옷을 직접 오래 만지지 않았고 서임을 닦은 천도 오래 쥐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누가 독을 만졌다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옷을 다시 살펴야 했다.

선하가 몸을 일으켰다.

“같이 가겠습니다.”

“일어나지 마십시오.”

백린은 고개를 저었다. 선하가 도울 수 있는 곳과 지금 버텨야 하는 곳은 달랐다. 그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앉았다. 백린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더 아픈 얼굴이었다.

“아버지의 손을 놓은 건, 내가 먼저였습니다.”

그가 말했다.

“옷은 못 풀었고요.”

백린은 문 앞에서 그를 돌아봤다. 그 사실이 그녀의 질문을 바꾸었다. 왕의 몸에 무엇이 들어갔는지뿐 아니라 무엇이 닿았는지도 보아야 했다.

왕비의 방까지 가는 동안 백린은 접힌 고백 종이를 손 안에서 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미리 써 놓은 답을 앞세우지 않기 위해서였다. 방 앞에서 도경을 만났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말했다.

“독살이라고 말하면 누군가가 죄를 져야 한다.”

백린은 왕비가 기다리는 문을 봤다.

“병사라고 말해도, 누군가는 죽은 채로 남습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도경은 더 말하지 않았다. 백린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왕비는 검은 띠를 손에 들고 있었다. 새 왕에게 보낼 물건이라고 했다. 그 손끝이 검게 보이는 것은 등불의 그림자일 수도 있었다.

백린은 왕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선왕의 옷을, 다시 살피게 해 주십시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