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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고치는 시장 수리공2화

바람을 고치는 시장 수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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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폭풍 전의 풍차

시장 중심 풍차가 멈춘 뒤, 모든 골목의 방향이 고정됐다. 점포들은 서로의 천막을 가로막고, 회전다리는 한쪽으로 기울었다. 상인들은 바람이 불기 전에 물건을 옮기려 뛰었다.

도윤은 루미가 꺼낸 황동 핀을 빼앗지 않았다. “이걸 어디서 났지?”

“북쪽 풍차 아래에서 찾았어요.”

“그건 분해한 부품이야. 누가 떼어 냈어?”

루미는 입을 다물었다. 소정이 풍향표를 펼쳤다. “풍차 날개가 고정되지 않으면 폭풍이 올 때 축이 부러집니다. 시장 전체가 흔들릴 거예요.”

“핀 하나로 고칠 수 있나요?”

“아니요. 중심축도 봐야 합니다.”

도윤은 상인들에게 통로를 비우라고 했다. 몇몇은 상품을 잃을 수 없다며 거부했다. 건어물 상인 만복은 물건을 천막 아래로 옮기려다 회전다리 앞을 막았다.

“내 가게는 이쪽 바람을 받아야 해. 통로를 비우면 지붕이 날아가.”

“통로를 막으면 사람들 대피를 못 합니다.”

“그럼 내 물건은 누가 지켜 줘?”

도윤은 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그가 수리해야 할 건 풍차였지만, 폭풍 때 무엇을 지킬지는 상인들이 정해야 했다.

루미가 다리의 임시 잠금쇠를 열어 바람의 방향을 바꿨다. 돛이 천천히 돌자 천막들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상인들은 짐을 옮기기 시작했지만, 한 점포의 간판이 날아가 아이를 향해 떨어졌다. 도윤이 몸을 던져 아이를 밀어냈고, 간판은 그의 어깨를 스쳤다.

“다쳤어요?” 루미가 물었다.

“괜찮아.”

“아니요. 팔을 올려 보세요.”

그는 오른팔을 들지 못했다. 그녀가 상처를 확인하고 천으로 감았다. 도윤은 혼자 수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소정 씨, 구역을 나눠 주세요. 루미는 풍차로, 저는 회전다리로 갑니다. 상인들은 물건보다 통로를 먼저 비워 주세요.”

“상인들이 따르지 않으면?”

“그럼 각자 선택하고, 그 결과도 함께 봐야죠.”

만복은 잠시 도윤을 노려보다가 천막을 걷었다. “내 가게 앞 통로는 비우겠소. 하지만 물건을 다 옮길 시간은 없어.”

“무거운 상자부터 옮깁시다.” 루미가 말했다. “천막은 바람이 약해진 뒤 고정할 수 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아?”

“바람이 끊긴 게 아니라 높이만 바뀌었어요. 리본이 위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리켰다. “풍차를 돌리면 아래쪽 바람이 다시 들어옵니다.”

도윤은 풍차로 올라갔다. 루미는 잠금 핀을 가지고 뒤따랐다. 풍차 안쪽은 기름 냄새와 녹슨 철 냄새로 가득했다. 날개 하나가 고정핀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중심축의 이빨이 마모돼 있었고, 금속판에는 오래된 용접 자국이 남았다.

“이건 아버지의 수리 자국입니다.” 도윤이 말했다.

“그럼 왜 핀이 빠졌죠?”

“모르겠어.”

루미가 핀을 그의 손에 건넸다. “이건 아버지가 빼라고 했어요. 부품을 팔아 빚을 갚을 수 있다고.”

“그런데 왜 돌려줬지?”

“풍차가 멈추면 시장 전체가 다칠 테니까요. 가족이 떠나도, 시장은 남아야 해요.”

그녀는 가족을 숨기지 않았다. 도윤은 그에게 분노가 생겼지만, 루미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 “핀을 가져온 건 잘했어. 하지만 다음엔 먼저 알려.”

“그러면 일자리를 잃을까 봐요.”

“잘못을 숨기면 더 위험해져.”

그는 기어의 마모를 재고, 임시로 쓸 예비 부품을 찾았다. 풍차 안의 상자들은 비어 있었다. 누군가 교체 부품을 가져간 듯했다.

“시장에 예비 부품이 더 있을 거예요.” 루미가 말했다.

“누가 갖고 있지?”

“상인들이요. 각자 하나씩 숨겼어요. 폭풍 전에 자기 가게를 고치려고.”

“그걸 어떻게 알아?”

“제가 여기서 잤으니까요. 가게마다 밤에 상자를 옮겼어요.”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수리 요청을 직접 받아 오자. 하지만 부품을 빼앗지는 않는다.”

둘은 시장으로 내려왔다. 만복은 낡은 날개축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그 부품이 자기 가게의 천막을 지탱한다고 말했다. 도윤은 축을 빼면 천막이 쓰러질 수 있음을 알았다.

“내 가게를 위험에 빠뜨리면서 시장을 구하라고?”

“아니요. 천막을 먼저 내리고 축을 빌릴 수 있을지 묻는 겁니다.”

만복은 결국 조건을 걸었다. 폭풍이 지나가면 시장에서 그가 먼저 새 천막을 보수할 수 있어야 했다. 도윤은 그 조건을 소정에게 전달하고, 공동 수리단의 자재 목록에 기록했다.

다른 상인은 작은 베어링을 내놓았지만, 그가 요구한 건 돈이 아니라 천막을 접을 사람 둘이었다. 상인들은 서로 필요한 노동을 교환했다. 루미는 그 목록을 쓰며 하나도 공짜로 적지 않았다.

밤이 되자 부품이 모였다. 풍차로 돌아가는 길에 도윤은 멈춰 섰다. 그의 어깨 통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루미는 공구함을 들어 주려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이번에는 혼자 들지 마요.”

“공구함은 무겁다.”

“그러니까 둘이 들어야죠.”

그는 한쪽 손잡이를 내밀었다. 둘은 함께 들어 올렸다. 어깨에 부담이 덜 갔고, 걸음도 맞춰졌다.

풍차 날개에 새 핀을 끼우자 기계는 움직였지만,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멈췄다. 축이 덜컥거리며 흔들렸다. 아래 시장의 등불이 꺼졌다.

“중심축이 부러질 수 있어요.” 루미가 말했다.

“그럼 폭풍 전에 교체해야 해.”

도윤은 예비 축의 길이를 재었다. 시장에 남은 부품은 너무 짧았다. 풍차를 완전히 분해하지 않으면 맞는 축을 꺼낼 수 없었다.

루미는 부품을 맞추며 축 끝의 규격을 손가락으로 쟀다. “이 길이로는 축받이 끝까지 닿지 않아요. 억지로 조이면 풍차가 흔들립니다.”

도윤은 오래된 장부를 꺼냈다. 예전에 중심축이 부러졌을 때, 시장 수리단은 폐쇄된 제분소에서 철제 연장대를 가져왔다. 제분소는 시장 서쪽 외곽에 있었고, 폭풍 때는 접근할 수 없었다.

“지금 가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루미가 말했다.

“그럼 시장 안에서 다른 걸 찾아야 해.”

만복이 천막 밑에서 손을 들었다. “내 가게에 오래된 돛대 하나가 있어. 아내가 쓰던 이동 점포에서 떼어 뒀지. 축으로 쓸 만큼 단단할지는 모르겠소.”

“왜 지금까지 숨겼습니까?” 소정이 물었다.

“팔면 돈이 될 줄 알았지. 하지만 그 돛대는 가게를 옮길 때마다 아내가 손수 깎은 거요. 내놓으면 다시 못 돌려받을까 봐.”

도윤은 돛대를 바로 가져가지 않았다. “길이와 금속 결합부를 먼저 보겠습니다. 쓰지 않기로 해도 괜찮습니다.”

만복은 그를 창고 안으로 들였다. 돛대는 천막 틀 뒤에 묶여 있었고, 끝부분에 아내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나무는 단단했지만 균열이 한 줄 있었다. 중심축에 넣으면 균열이 벌어질 수 있었다.

“이걸 자르면 이름이 없어집니다.” 만복이 말했다.

루미는 표면의 먼지를 털었다. “이름을 자르지 않고 연결할 수 있어요. 금속 고리로 둘러서 균열을 묶고, 이름이 있는 끝은 바깥쪽에 둘게요.”

“그럼 축 길이가 더 짧아집니다.” 도윤이 말했다.

“기어 쪽에 연장판을 달면 됩니다. 다만 회전 속도는 느려질 거예요.”

“폭풍 중에는 느린 쪽이 안전할 수 있어.”

만복은 돛대를 빌려주기로 했다. 대신 아내의 이름을 가리지 말고, 수리 후에도 돛대가 자기 가게에 돌아오도록 기록해 달라고 했다. 도윤은 공동 장부에 대여 기간과 반환 조건을 적었다. 만복은 직접 서명했다.

그들은 연장판을 만들기 위해 시장 대장간으로 갔다. 대장장이는 새 철판을 주려면 기존 공구 하나를 담보로 맡기라고 했다. 도윤은 자신의 황동 렌치를 내놓으려 했지만, 루미가 자기 작은 드라이버를 탁자에 올렸다.

“그건 네 도구잖아.”

“시장 수리를 위해 빌리는 겁니다. 돌려받을 날짜를 적어 주세요.”

대장장이는 드라이버를 만져 보더니 웃었다. “담보 대신 보증인 이름을 적어. 네가 직접 배우고 고치겠다면 내가 철판을 줄게.”

루미는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대장장이는 얇은 철판을 잘라 주고, 기어 구멍을 내는 법을 보여 줬다. 루미는 첫 구멍을 비뚤게 뚫었다. 금속 부스러기가 튀어 손등을 스쳤다.

“내가 다시 할게.” 도윤이 말했다.

“아니요. 잘못 뚫은 건 제 책임이에요. 보정하는 법도 배울게요.”

그녀는 줄로 구멍 가장자리를 다듬고, 두 번째 구멍을 정확히 뚫었다. 연장판은 돛대에 맞았다. 축에 붙일 수 있는 길이였다.

“좋았어.” 도윤이 말했다.

“칭찬보다 확인을 해 주세요.”

그는 줄자를 대고 규격을 다시 쟀다. 측정값은 정확했다. 루미는 웃었다.

둘이 풍차로 돌아가는 동안 소정은 상인들에게 대피 순서를 알렸다. 만복의 천막은 접혀 있었고, 상인들은 무거운 물건을 골목 안쪽으로 옮겼다. 일부는 폭풍 대비가 과하다며 불평했지만, 바람이 점점 빨라지자 스스로 천막 줄을 당겼다.

그들은 축에 연장판과 돛대를 고정했다. 나무의 금은 금속 고리로 묶었고, 만복의 아내 이름은 바깥에 남았다. 기어가 한 번 돌아가자 날개가 삐걱이며 움직였다. 그러나 회전은 고르지 않았다. 진동이 손잡이로 전해졌다.

도윤은 축의 수평을 다시 맞추려 했다. 그의 어깨가 저려 손에서 렌치가 빠졌다. 루미가 렌치를 받아 고정하고, 만복은 아래쪽 지지대를 밀었다. 소정은 회전다리의 잠금을 확인했다.

각자의 힘이 맞물리자 풍차는 두 바퀴를 돌았다. 날개의 속도가 안정되자 시장 골목도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만복의 천막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폭풍 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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