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도시 산소 계량사의 30일

2화: 3구역에서 줄어든 압력
정비관 안쪽에서 난 소리는 세 번 더 울리고 멈췄다. 차유진은 밸브 손잡이에 손을 대지 않은 채 통신기를 켰다.
“정비반, 3번 폐쇄관에서 금속 충격이 들렸습니다. 내부 인원 확인해 주세요.”
대답은 없었다. 계량실에 남은 도현은 벽면 통신 로그를 열었다. 폐쇄관은 외부 작업이 금지된 구역이었다. 출입 기록에는 지난 석 달 동안 사람이 들어간 흔적이 없었다.
이나경이 압력계를 다시 읽었다. “3구역 뒤쪽 압력이 14.2로 내려갔어요. 앞쪽도 18.5입니다.”
“밸브를 열면 이 구역 전체가 영향을 받아요.” 유진이 말했다. “그 전에 병원에 공급이 얼마나 남았는지 봐야 합니다.”
도현은 산소표를 공유했다. 중앙 저장조 68퍼센트, 병원 보조 탱크 77퍼센트, 주거구역 3은 61퍼센트. 전날과 비교하면 주거구역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압력을 유지하려고 산소를 더 밀어 넣었는데도 탱크가 줄었다.
박소라 대표가 계량실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어제보다 숨이 차다고 합니다. 공급을 더 열어 주세요.”
“어느 구역으로 얼마나 보낼지 회의가 필요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회의하는 동안 누군가는 쓰러져요.”
“그렇다고 한 구역만 열면 다른 곳이 먼저 떨어질 수 있어요.”
소라는 손에 든 호흡 장치 잔량표를 내밀었다. “우리 구역에는 가정용 보조 장치가 23대 있어요. 열네 대는 고령 주민이 씁니다. 숫자만 보지 말고 사람을 보세요.”
태훈이 병원에서 연결됐다. “병원도 예비량이 무한하지 않습니다. 오늘 들어온 환자들은 원인을 찾을 때까지 산소를 더 써야 해요. 하지만 주거구역 공급을 끊으라고 요청하진 않겠습니다.”
유진은 밸브 작업을 위해 인력을 모았다. 폐쇄관에 들어가려면 세 명이 필요했다. 한 명은 외부 밸브를 지키고, 한 명은 누수 감지기를 들며, 한 명은 압력 변화를 기록해야 했다. 나경이 자원하려 하자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넌 안 들어가. 센서 기록을 맡아.”
“저도 배관을 배웠어요.”
“배운 것과 경험한 건 달라.”
“기록을 계속 보고 있었던 사람도 저예요. 편차가 언제 시작됐는지 제가 제일 잘 알아요.”
유진은 반박을 멈췄다. “좋아. 대신 밸브 안쪽으로 들어가진 마. 이상 압력이 보이면 바로 빼.”
도현은 산소표에 임시 공급안을 세 가지 적었다. 병원 우선, 주거구역 우선, 구역별 10퍼센트 감량. 어느 안도 모두를 안전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주민 대표와 병원 담당은 통신 화면을 통해 각각 의견을 냈다. 소라는 가정용 호흡 장치를 먼저 고려해 달라고 했고, 태훈은 치료 중인 환자에게 공급이 끊기면 회복이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제가 배분 결정을 내릴 권한은 없어요.” 도현은 말했다. “하지만 실제 압력 수치를 보고 같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밸브 점검이 끝나면 30일 기준의 예비량과 오늘의 변화를 공개하겠습니다.”
“30일이나 버틸 수 있습니까?” 소라가 물었다.
“현재 수치만으로는 답할 수 없습니다.”
“그럼 30일치 산소표는 왜 필요하죠?”
“어느 순간부터 선택이 늦어지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유진과 도현은 폐쇄관으로 들어갔다. 나경은 뒤에서 센서 값을 읽었다. 밸브 앞쪽의 진동은 일정했지만, 뒤쪽에서 간헐적으로 압력이 튀었다. 누군가 안쪽에서 공기를 빼고 있는지, 배관이 찢어져 주변 빈 공간으로 새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도현 씨, 손전등 좀.” 유진이 말했다.
그는 빛을 밸브 아래쪽으로 옮겼다. 연결부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해저 압력이 낮은 곳으로 기체가 빠져나가면 배관 표면에 결로가 생길 수 있었다. 유진은 누수 감지기를 붙였고, 기계가 낮은 경고음을 냈다.
“새고 있어요.”
“양은요?”
“크진 않지만 계속됩니다. 하루로 환산하면 탱크 한 구역의 0.3퍼센트쯤.”
나경이 통신으로 말했다. “센서 편차와 같아요. 계량기가 잡지 못한 양이 여기서 빠져나가고 있어요.”
도현은 주변을 살폈다. 배관은 단순한 균열이 아니라 오래된 보조관 쪽으로 연결돼 있었다. 누군가 잠긴 관을 열어 우회 공급을 만들었을 수 있었다. 손잡이 옆에는 최근에 생긴 공구 자국이 있었다.
유진은 누수 차단 밴드를 꺼냈다. “임시로 막을 수 있지만, 그러면 3구역 공급이 한 번 더 줄어요. 정식 수리에는 예비 부품이 필요합니다.”
“부품 창고엔요?”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병원 펌프에도 같은 규격이 들어가요.”
도현은 멈칫했다. “교체하면 어느 쪽이 위험해집니까?”
“부품 하나만으로 둘 다 살릴 수는 없어요. 병원 펌프가 먼저 고장 나면 환자 산소 보조가 끊기고, 이 관을 그대로 두면 세 구역 탱크가 계속 줄어요.”
나경이 센서 값을 보내왔다. 폐쇄관 압력이 갑자기 흔들렸다. 통로 안쪽에서 누군가 움직인 듯했다. 유진은 밸브에 차단 밴드를 대다가 손을 멈췄다.
“사람이 있으면 이 관을 닫을 수 없어요.”
도현은 문 옆의 비상 통화 장치를 켰다. “안에 계신 분, 들리시면 세 번 두드려 주세요. 산소 공급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잠시 뒤 두드림이 한 번, 또 한 번 울렸다. 세 번째 소리는 오지 않았다.
도현은 관제에 폐쇄관 내부 탐색을 요청했다. 승인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압력은 계속 낮아졌다. 그는 세 구역의 주민 대표에게 임시 감량을 설명했다. 3구역은 8퍼센트, 나머지 두 구역은 3퍼센트씩 줄여 6시간을 벌자는 안이었다. 병원은 예비 탱크를 유지하되 환자별 필요량을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소라는 주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겠다고 했다. “그 숫자를 제가 읽겠습니다. 공급을 줄이는 이유와 언제 다시 확인할지도 말할게요. 사람들이 숨이 차면 기계 탓만 하지 않게 해야죠.”
태훈도 병원 잔량표를 공개했다. 그는 의료용 산소를 감추고 있다는 의혹을 막기 위해 탱크 수치를 모두 공유했다. 도현은 분기 밸브를 조절하고, 유진은 누수 밴드를 임시로 고정했다. 압력은 더 빠르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완전히 멈추지도 않았다.
작업이 끝나자 나경은 센서 로그를 화면에 띄웠다. 0.3퍼센트 편차는 밸브가 열린 날부터 시작됐다. 그날은 도시 외곽의 수압 테스트가 있었고, 작업 승인자는 이미 퇴직한 기술자의 계정이었다.
“이름이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나경이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지금 여기 없어요.”
도현은 폐쇄관 출입 이력을 다시 확인했다. 어젯밤 2시, 무인 점검 구역에 출입 태그가 한 번 찍혀 있었다. 태그 소유자는 병원 산소 담당 김태훈이었다.
태훈은 병원에서 병실을 돌며 환자용 보조 장치의 압력을 직접 확인했다. 통신 화면 속에서 그는 장치 하나의 호스를 갈아 끼우고 있었다. 환자는 나이가 어린 소녀였고, 눈을 뜬 채 그의 손을 따라갔다.
“태그는 야간 점검대에 걸어 두었습니다.” 태훈이 말했다. “누구나 가져갈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병원 직원은 접근할 수 있어요.”
소라가 물었다. “누가 가져갔는지 기록이 없습니까?”
“문 쪽 센서는 태그 번호만 저장합니다. 사람 얼굴은 저장하지 않아요. 그 규칙은 주민들이 정했습니다.”
“그럼 누가 했는지 알 수 없다는 거네요.”
도현은 성급히 혐의를 돌리지 않았다. “태그가 쓰인 시각에는 병원 펌프가 정상 작동했습니까?”
태훈은 환자의 산소 장치를 확인하고 로그를 열었다. “그 시간에 보조 탱크 압력이 0.4 내려갔습니다. 제가 근무 일지에 적었지만, 전체 보고에는 반영되지 않았어요.”
“왜요?”
“간헐적인 저하라 장비 오류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적은 숫자를 누가 보고도 지나쳤는지는 모르겠어요.”
나경이 원본과 보고서를 나란히 띄웠다. 압력이 내려간 시각은 폐쇄관 밸브가 열린 기록과 11분 차이가 났다. 두 사건이 연결됐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우연이라 넘기기에는 간격이 너무 짧았다.
“저는 태훈 씨를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다만 그 태그가 언제 어디서 쓰였는지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태훈은 안도의 숨을 쉬지 않았다. “제가 아니라는 말만으로 누수가 멈추진 않죠. 병원 예비 부품은 내일 아침까지 지킬 테니, 오늘은 폐쇄관 안의 사람부터 확인하세요.”
그의 제안은 병원 펌프를 희생할 위험을 남겼다. 유진은 반대하려 했지만, 태훈은 먼저 응급 환자에게 휴대 산소를 연결하고 나서 얘기를 이어갔다. 도현은 그의 선택을 로그에 남겼다. 병원에서 숨을 돌린 소녀가 눈을 감았다.
통신 화면 너머로 태훈의 얼굴이 굳었다. “그 시간에 저는 병원에 있었습니다.”
“그럼 누가 태훈 씨 태그를 썼습니까?”
태훈은 질문에 답하려 입을 열었지만, 병실 호출음이 먼저 울렸다. 그는 화면을 향해 몸을 돌리고 응급 환자의 산소 장치를 확인했다. 그 짧은 공백 동안 도현은 누구도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배관과 기록에 남은 흔적만이 아직 증거였다.
유진은 예비 마스크를 문 틈으로 밀어 넣으려 했지만, 도현이 손을 잡아 멈췄다. 압력 차가 크면 마스크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 통로를 막을 수 있었다. 그는 대신 얇은 음향 센서를 문에 붙였다. 안쪽의 숨소리는 잡히지 않았지만, 두드림 뒤에 금속이 끌리는 소리가 기록됐다.
“사람이 움직인 게 맞아요.” 나경이 통신으로 말했다. “압력 파형도 충격 뒤에 달라졌어요.”
“그럼 구조 장비를 가져와야 합니다.” 유진이 말했다.
도현은 문을 열지 않겠다고 다시 통신했다. 안쪽에서 답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는 태훈의 태그 로그를 더는 혐의 자료로 부르지 않고 미확인 접근 기록으로 분류했다.
답이 오기 전, 폐쇄관 안쪽에서 이번에는 세 번의 두드림이 똑같은 간격으로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