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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산소 계량사의 30일3화

해저도시 산소 계량사의 30일

해저도시 산소 계량사의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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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30일치 산소표

도현은 폐쇄관 안에서 들린 세 번의 두드림을 계량 기록에 그대로 입력했다. 세 번은 사람이 보내는 응답일 수도, 배관이 압력 변화를 따라 울린 것일 수도 있었다. 그는 그 차이를 판단할 수 없었다.

김태훈은 병원에서 나와 계량실로 향했다. 그의 출입 태그는 목에 걸려 있었고, 고리의 봉인도 뜯기지 않았다. “누군가 제 태그를 복제했을 수 있습니다. 기록은 제가 그 시간에 병원에 있었다는 걸 보여 줄 겁니다.”

“그럼 태그 로그는 증거가 아닙니까?” 나경이 물었다.

“단독으로는 아니죠.” 도현이 답했다. “출입 장치가 그 번호를 읽었다는 뜻이지, 태그 주인이 문을 통과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유진은 폐쇄관의 임시 밴드 압력을 점검했다. 누수는 줄었지만 완전히 막히지 않았다. “부품을 바꾸려면 결정을 해야 해요. 예비 밸브 하나를 여기 쓸지, 병원 펌프를 위해 남길지.”

주민 대표 소라와 병원 담당 태훈, 수리반 유진은 임시 회의실에 모였다. 도현은 중앙 저장조와 각 구역 보조 탱크를 화면에 띄웠다. “현재 잔량과 압력 하락률을 기준으로 하면, 공급선이 복구되지 않을 때 도시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약 30일입니다. 이 수치는 누수가 고정되고 사용량이 일정하다는 가정입니다.”

소라가 물었다. “사람들이 오늘부터 10퍼센트 줄이면 30일보다 늘어나나요?”

“늘어날 수 있지만, 호흡 보조기와 병원 치료를 같은 비율로 줄일 수는 없습니다.”

태훈은 팔짱을 풀었다. “병원은 필요한 환자별로 재검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줄이면 안 됩니다. 수술 뒤 회복 중인 사람과 안정적인 환자는 필요량이 달라요.”

“주거 구역도 마찬가지예요.” 소라가 말했다. “혼자 사는 노인과 건강한 성인의 사용량을 하나로 묶을 수 없어요.”

유진은 부품 목록을 보여 줬다. “예비 밸브를 폐쇄관에 쓰면 누수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병원 펌프가 고장 나면 임시 우회로로 하루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압력 변동이 큽니다. 반대로 병원 부품으로 남기면 세 구역 탱크가 계속 줄어요.”

도현은 선택지를 표에 나란히 적었다. 어느 선택도 완벽하지 않았다. 그는 수치만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대화를 감정에 맡겨서도 안 됐다.

“우선순위를 오늘 정하더라도, 매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가 말했다. “기준을 정해 두면 상황이 바뀔 때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요. 저는 측정과 보고를 맡고, 배급 결정은 주민 대표와 병원, 수리반이 함께 해 주세요.”

소라는 도현을 바라봤다. “당신은 숫자를 들고 와서 우리가 고르게 하네요. 그 숫자를 만든 게 당신이니 책임이 없는 건 아니에요.”

“맞습니다. 센서 편차를 더 일찍 발견하지 못한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구역의 숨을 먼저 줄일지 제가 혼자 정하면, 숫자 뒤의 사람을 제가 대신 고르는 셈입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태훈은 병원의 예비 탱크를 10퍼센트 공개 공급에 보태고, 응급 환자 수를 매일 갱신하겠다고 했다. 소라는 주거구역에서 야간 조명을 줄이고 공용 작업 시간을 조정하되, 호흡 장치 사용량은 감량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제안했다. 유진은 예비 밸브를 폐쇄관에 쓰고 병원 펌프를 정비팀이 매일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세 사람은 30일 기준 산소표에 서명했다. 첫날 공급 감량은 전체 사용량의 6퍼센트. 병원과 가정용 장비는 제외하고, 공용 작업장과 비필수 환기 구역에서 나누어 줄이기로 했다. 표에는 다음 재검토 시각과 압력 기준이 함께 적혔다.

도현은 공급 배분 명령을 직접 입력하지 않았다. 대신 합의된 수치를 계량 시스템에 반영하고, 변경자 세 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확인 버튼을 누르자 구역별 유량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 순간 3구역의 압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경보가 울렸다. 병원 펌프 쪽에서도 진동이 감지됐다. 태훈은 병원으로 뛰어갔고, 유진은 밸브를 확인하러 돌아섰다. 도현은 나경에게 계량 데이터의 원본 저장을 맡겼다.

“제가 따라가도 돼요?” 나경이 물었다.

“센서실에서 수치 보고해. 내가 필요한 건 추측이 아니라 네가 본 값이야.”

폐쇄관으로 가는 길에 주민들이 문 앞을 막고 있었다. 누군가 산소 공급을 끊으려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소라가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합의된 표를 보여 줬다. 몇몇 주민은 항의했지만,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호흡 장치는 줄이지 않기로 했어요. 공용 작업장 사용 시간을 나눕니다. 내일 아침에 압력이 더 떨어지면 다시 모여 결정할 겁니다.”

한 노인이 마스크를 고쳐 쓰며 물었다. “그럼 오늘 밤은 괜찮다는 겁니까?”

소라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다고 약속할 수는 없어요. 대신 제가 여기에 남아 수치를 같이 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조금씩 길을 비켰다. 도현은 그 약속의 무게를 알았다. 수치가 나빠지면 소라는 주민들 앞에서 다시 설명해야 했다.

도현은 폐쇄관으로 가기 전 응급 대피실에 들렀다.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자동문이 닫혔고, 안에는 주민 여섯 명이 갇혀 있었다. 그중 한 아이가 호흡기를 쥔 채 울고 있었다. 소라가 비상 손잡이를 당겼지만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문을 강제로 열면 산소가 복도로 빠져요.” 유진이 말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둘 수도 없어요.” 소라의 손바닥이 문에 붙었다. 안쪽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도현은 대피실 옆의 보조 포트를 확인했다. 예비통 하나를 연결하면 안에 산소를 보낼 수 있었지만, 바깥에서 쓰려던 이동식 측정기의 예비량이 사라진다. 그는 순간 망설였다. 정확한 수치를 얻으려면 측정기가 필요했고, 사람들을 안정시키려면 산소통이 필요했다.

“측정기는 제가 수동 압력계로 대신할게요.” 그는 예비통을 문 옆 포트에 연결했다. “유진 씨, 밸브를 10초만 열어 주세요. 소라 대표님은 안에 있는 분들에게 차례대로 호흡을 맞추라고 알려 주세요.”

유진은 공급 밸브를 조금씩 돌렸다. 압력이 지나치게 오르지 않도록 도현이 계기 바늘을 읽었다. 소라는 문에 이마를 댄 채 안쪽 사람들과 숨을 세었다. 하나, 둘, 셋. 아이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문 너머에서 손바닥이 한 번 두드렸다. 괜찮다는 표시였다.

그들은 문을 완전히 열지 않고 잠금 장치만 풀었다. 안쪽 주민들이 한 명씩 이동용 산소통을 받아 복도로 나왔다. 노인은 소라의 팔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아이는 자기 마스크를 벗어 옆 사람에게 건네려 했지만, 어머니가 다시 씌워 주었다.

도현은 예비통의 잔량 감소량을 산소표에 입력했다. “이 통을 쓰면 오늘 밤 이동 측정은 하나로 해야 합니다.”

“그럼 위험하지 않아요?” 소라가 물었다.

“맞습니다. 대신 주민들이 지금 숨을 돌릴 수 있었어요. 어느 위험을 감당할지 제가 혼자 정할 수는 없으니, 이 수치도 공개하겠습니다.”

소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주민들에게 설명할게요. 우리가 선택한 일이라고요.”

그제야 도현은 문을 닫고 폐쇄관 쪽으로 향했다. 남은 측정기 하나를 유진에게 넘겼다. 수치가 정확하지 않아도 사람을 먼저 옮겼다는 사실은 기록에 남길 생각이었다.

폐쇄관에 도착한 유진은 밸브의 손잡이가 저절로 움직였다는 걸 확인했다. 임시 밴드가 깨진 게 아니라, 밸브 안쪽에서 역압이 걸려 있었다. 도현은 압력계를 연결해 세 구역의 값과 비교했다. 숫자는 분명했다. 누군가 폐쇄관 반대편에서 보조 탱크를 열고 있었다.

“안에 사람이 있어요.” 유진이 말했다.

“구조 요청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문을 열면 압력이 한꺼번에 빠질 수 있어요.”

도현은 비상 통화 장치를 켰다. “안에 계신 분, 저희는 산소 계량팀입니다. 밸브를 열지 않고 구조 방법을 찾겠습니다. 이름을 말해 주세요.”

한동안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는 통신기를 내려놓으려 했다. 그때 안쪽에서 한 문장이 들렸다.

“도현 씨, 30일은 남은 산소가 아니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에요.”

그는 한 걸음 물러섰다. 유진이 그의 얼굴을 살폈다. “아는 목소리예요?”

“이 도시의 전임 계량사였던 아버지 목소리와 같습니다. 12년 전 압력 사고 때 사망 처리됐어요.”

“그럼 여기 사람이 아버지라고 확신할 수는 없겠네요.”

도현은 비상 통신기의 잡음을 다시 들었다. 오래된 녹음이 재생됐을 수도 있고, 누군가 아버지의 목소리를 흉내 낸 것일 수도 있었다. 그는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통화 기록을 저장하고 진동 패턴을 측정했다. 가슴이 빨리 뛰어도 손은 계기판 위에 고정했다.

“안에 누구든, 압력을 올리려고 밸브를 연다면 밖의 주민들이 먼저 위험해집니다.” 그는 통신기에 말했다. “우리가 들어갈 방법을 찾을 동안 탱크를 더 열지 마세요.”

문 너머에서 대답 대신 짧은 숨이 들렸다. 뒤이어 낡은 계량기 특유의 금속 클릭음이 났다. 도현은 그 소리를 알아봤다. 아버지는 점검을 마칠 때마다 손잡이를 두 번 두드려 밸브의 유격을 확인했었다.

그가 어릴 적 집에서 듣던 소리와 같았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수치가 안정됐다고 말했다. 도현은 그 기억을 숨기지 않고 유진에게 전했다. 그리고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

그는 굳었다. 목소리는 오래전에 사망 처리된 전임 계량사, 그의 아버지와 같았다.

유진은 그 이름을 듣고 통신기록을 저장했다. 도현은 밸브에 손을 대지 않은 채 응답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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