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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산소 계량사의 30일1화

해저도시 산소 계량사의 30일

해저도시 산소 계량사의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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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정상 수치 아래의 숨

문도현은 아침 계량표를 보다가 숫자가 너무 반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해저도시 서쪽 주거구역의 산소 사용량은 전날과 같았다. 중앙 저장조 유량도 정상 범위였다. 그런데 병원에서 올라온 신고에는 새벽부터 호흡 보조기를 쓰는 환자가 늘었다고 적혀 있었다.

“계량기 고장 아닙니까?” 수리반장 차유진이 말했다.

“고장이면 값이 흔들려야죠. 이건 네 시간 동안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같아요.”

도현은 단말을 유진에게 보여 줬다. 그는 42세의 계량사로, 공급량을 측정하고 오류를 기록하는 일을 맡았다. 어느 구역에 산소를 먼저 보내야 하는지 결정할 권한은 없었다. 그 권한은 주민 대표와 의료 책임자, 수리반이 함께 논의해야 했다.

유진은 통로 벽의 압력계를 두드렸다. 바늘이 19.8에서 19.2로 천천히 내려갔다. “실물 압력은 떨어지고 있네요. 계량값만 멀쩡한 척하는 것 같아요.”

“센서 신호가 고정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사람들 숨이 가빠진 건 센서 탓이 아니겠죠.”

둘은 주거구역 3번 분기 밸브로 향했다. 방화문 너머에는 주민들이 복도에 모여 있었다. 어린아이가 산소 마스크를 쓴 채 어머니의 소매를 움켜쥐고 있었다. 노인 몇 명은 휴대용 호흡통의 잔량을 확인했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손목 단말을 들고 있었고, 화면에는 ‘산소 공급 정상’이라는 자동 문구가 반복됐다.

박소라 대표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정상이라는 알림을 받았는데 왜 어머니가 숨이 차죠? 기계가 거짓말한다는 겁니까?”

도현은 즉답하지 않았다. “기계가 읽는 수치와 실제 압력이 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병원과 이 구역의 보조 탱크를 확인하겠습니다.”

“그동안 주민들은 계속 기다려야 하고요?”

“예비 탱크 잔량부터 공개하겠습니다.”

유진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 예비 탱크를 공개하면 불안이 번질 수 있지만, 감추면 나중에 배급 결정이 불신을 얻는다. 도현은 바로 산소표 화면을 열었다. 서쪽 주거구역 보조 탱크는 73퍼센트. 병원은 81퍼센트. 숫자는 아직 버틸 수 있는 수준처럼 보였지만, 압력이 얼마나 빠르게 줄어드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이나경 견습생이 공구 가방을 들고 달려왔다. “계량기 신호가 계속 같은 간격으로 반복돼요. 센서 로그에 0.3퍼센트 편차가 있어요.”

“어느 쪽으로?” 도현이 물었다.

“실제 유량보다 적게 기록됩니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세 구역 모두 똑같아요.”

“어제도 그랬니?”

나경은 단말을 훑었다. “지난 열흘 동안요. 보고서에는 통신 잡음으로 분류돼 있어요.”

유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걸 왜 이제 말해?”

그때 복도에서 짧은 비명이 났다. 호흡 보조기를 쓰던 노인이 문턱에 주저앉았고, 손녀가 그의 마스크를 붙잡았다. 소라는 사람들을 밀치지 않고 무릎을 꿇어 산소통의 연결을 확인했다. 장치의 잔량은 54퍼센트였지만, 호스 안쪽의 표시등이 붉게 깜빡였다.

“필터가 막힌 것 같아요.” 도현은 장치에 손을 대지 않고 말했다. “통을 바꾸기 전에 연결부를 확인해 주세요.”

소라가 마스크를 살짝 들어 노인의 입가를 드러냈다. 노인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어깨를 크게 들썩였다. 유진은 휴대 측정기를 연결해 기체 흐름을 확인했다. 필터가 아니라 벽면 공급관 쪽 압력이 약했다. 보조통을 연결하자 노인의 숨이 조금씩 안정됐다.

손녀가 눈물을 훔치며 물었다. “정상이라면서요. 왜 할아버지가 숨을 못 쉬어요?”

도현은 자동 알림을 지우지 않았다. 대신 화면을 함께 보며 말했다. “이 표시가 보고한 건 계량기 통과량이에요. 지금 확인한 압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차이를 찾겠습니다.”

아이의 손이 할아버지의 손을 꼭 쥐었다. 도현은 그 손을 보고 다시 수치를 확인했다. 숫자가 정상이라고 말할 때마다, 누군가가 자기 숨을 의심하지 않게 만드는 것도 계량사의 일이었다.

소라는 그에게 빈 보조통을 건넸다. “이건 공용으로 쓰던 마지막 예비통이에요. 다른 주민도 필요할 수 있어요.”

“잔량표에 바로 반영하겠습니다.”

“그럼 누가 썼는지 이름을 적겠다는 거예요?”

“아니요. 먼저 사용량만 기록하겠습니다. 이름은 환자 동의가 필요해요.”

소라는 잠깐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숫자 때문에 창피하게 만들진 마세요.”

도현은 장치의 잔량 변화와 실제 공급 압력을 따로 기록했다. 두 수치 사이의 차이가 작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손끝에 남았다.

나경은 눈을 피했다. “제가 오류라고 단정할 수 없어서요. 계량기 교정 때 생긴 편차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도현은 소녀를 다그치지 않았다. “지금 발견한 것도 자료예요. 편차가 언제 시작됐는지 원본을 보존하자.”

그들은 계량실로 내려갔다. 주거구역 세 곳의 센서가 한 장치에서 데이터를 받았다. 중앙 계량기는 안정적이었지만, 분기 압력계는 각각 조금씩 낮았다. 한꺼번에 세 구역이 떨어지는 것은 단일 밸브 고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도현은 배관 도면의 겹친 선을 하나씩 따라가며 계량기 설치 연도를 확인했다. 1구역 센서는 최근 교체됐지만, 2구역과 3구역은 오래된 모델이었다. 그럼에도 모두 같은 중앙 단말에 연결돼 있었다. 센서가 바뀐 시점마다 교정값을 비교했으나, 누락된 날의 기록은 백업 서버에만 남아 있었다.

“백업에 접근하면 누가 열었는지도 남아요.” 나경이 말했다.

“열람 기록은 남겨야지. 데이터를 보는 게 잘못은 아니야.”

그녀는 자기 계정으로 백업을 열었다. 화면에 0.3퍼센트의 편차가 보였다. 소수점 아래 숫자가 작아도 세 구역을 합치면 하루치 예비통을 넘는 양이었다. 도현은 그 차이를 보고서 첫 줄에 적었다. 작은 숫자가 누군가의 숨에서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오늘 이미 보았다. 그는 원본 값을 다시 저장했다. 변경 이력에도 시간을 적었다.

유진은 압력계를 하나씩 두드려 교정 상태를 확인했다. “기계 세 개가 동시에 틀릴 가능성보다, 한 군데에서 빼가는 편이 더 커 보여요.”

“누가 일부러 열었다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알아요. 그래서 흔적을 찾아야죠.” 유진은 손전등을 밸브 방향으로 돌렸다.

유진은 점검 포트에 압력 측정기를 연결했다. “압력계를 교체하려면 구역 공급을 6분 차단해야 해요. 지금은 허가 없이 못 끊습니다.”

도현은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차단 없이 보조 측정기를 붙일 수 있나요?”

“가능은 한데, 오래된 연결부를 풀어야 해요. 누수가 생기면 지금보다 빨리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때 병원 담당 김태훈이 통신으로 호출했다. “산소 농도는 정상인데, 환자 호흡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보조 장비에 경고가 떴어요. 유량 자체가 부족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환자 수는요?”

“평소보다 일곱 명 많습니다. 원인을 모르는 호흡 곤란이요.”

소라 대표가 계량실 문까지 따라와 그 말을 들었다. “그러면 병원에 먼저 보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태훈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병원에는 예비 탱크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 구역만 우선 공급하면 주거구역 장비가 먼저 위험해질 수 있어요.”

“아이와 노인도 여기 있습니다.”

도현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단말 화면을 보여 줬다. “제가 우선순위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세 구역의 실제 압력과 탱크 잔량을 확인해 비교 자료를 만들겠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결정 전에 같은 숫자를 보는 거예요.”

그는 중앙 계량기의 자동 보고를 잠시 멈추고, 수동 압력계를 각 분기에 연결했다. 유진은 보호 밸브를 잡고 나경은 기록 시각을 읽었다. 1구역은 19.4, 2구역은 19.1, 3구역은 18.9. 세 지점 모두 전날 수치보다 낮았다.

“공급을 줄인 적 없는데 왜 떨어지지?” 유진이 중얼거렸다.

도현은 배관 도면을 펼쳤다. 세 분기 뒤에는 폐쇄된 정비관이 하나 있었다. 예전 해저 굴착 구역으로 이어지는 관이었고, 7년 전 폐쇄 기록이 붙어 있었다. 세 분기 압력은 그 관과 같은 지점에서 갈라져 나왔다.

“여기 밸브가 닫혀 있어야 합니다.”

“도면에는 그렇죠.” 유진은 손전등을 들었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볼게요.”

도현은 표를 저장하고 세 사람과 함께 정비 통로로 이동했다. 통로는 좁았고, 벽 너머로 바닷물이 누르는 낮은 진동이 전해졌다. 폐쇄 밸브의 손잡이는 먼지와 염분으로 굳어 있었다. 그런데 밸브 옆 안전 봉인은 반쯤 찢겨 있었다.

나경이 손전등을 가까이 비췄다. “누가 최근에 열었어요.”

유진은 봉인의 끝을 만지지 않았다. “아직 단정하지 마. 압력 진동 때문에 떨어졌을 수도 있어.”

도현은 봉인 번호를 촬영하고 압력계를 밸브 앞뒤에 댔다. 앞쪽은 18.7, 뒤쪽은 14.3. 닫혀 있어야 할 밸브 너머에도 산소가 흐르고 있었다. 그 흐름은 계량기에 잡히지 않았다.

“누수인지, 다른 구역으로 빼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멀리서 금속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통로 끝, 폐쇄 정비관 안쪽에서 누군가 밸브를 두드리는 듯했다. 유진은 공구를 들어 올렸고, 나경은 계량표를 움켜쥐었다.

도현의 단말에는 자동 경보가 떴다. 세 구역의 사용량은 여전히 정상. 그러나 압력계 바늘은 또 한 칸 내려가 있었다.

유진은 계량기 번호를 확인해 낡은 도면 옆에 적었다. 둘은 기록이 가리키는 밸브까지 함께 걸었다.

도현은 수치를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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