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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장 10분 전의 스키 순찰2화

폐장 10분 전의 스키 순찰

폐장 10분 전의 스키 순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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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끊긴 무전

무전기에서 마지막으로 들린 건 짧은 숨소리였다. 한예림은 버튼을 놓고 배터리 표시를 확인했다. 막대가 하나 남아 있었다. 다시 호출하면 꺼질 수 있었다.

“통제실 응답 없어요.” 이도하가 말했다.

“상부 중계기가 바람을 맞았을 거야. 지금은 배터리를 아껴.”

“예비 배터리 있지 않습니까?”

“내 가방에 하나. 네가 가진 장비에는 없어.”

“그럼 제가 앞서 가서…”

“혼자 가지 않는다고 했지.”

도하는 입을 다물었다. 폭설은 한층 굵어졌고, 시야는 게이트 두 개 거리도 안 됐다. 부러진 주니어 폴은 노란 리본에 묶여 도랑가에 세워져 있었다. 그 옆에 스키 자국이 서쪽으로 이어졌지만, 바람에 덮여 끊겼다.

예림은 폴 자국과 발자국을 구분했다. 민지는 부러진 폴을 잃고도 한쪽 폴을 계속 썼다. 한쪽 흔적은 깊고, 다른 쪽은 얕았다. “이쪽으로 갔어. 그런데 속도가 갑자기 줄었어.”

“넘어진 걸까요?”

“그럴 수도 있고, 길을 고른 걸 수도 있어.”

“눈에 가려져도 흔적이 남아요.”

“흔적은 남아도 우리가 읽는 방식이 틀릴 수 있어.”

도하는 주황 테이프가 감긴 자기 폴로 눈을 쓸었다. 눈깃 신호를 만들려는 것 같았다. 예림은 그의 손을 막지 않았다. 대신 “어디에 놓을 건데?”라고 물었다.

“뒤에서 오는 구조대가 볼 수 있게 정비로 합류점에요.”

“구조대가 오는 방향을 알고 있어?”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전이 끊긴 뒤 누가 어느 길로 올라오는지 알 수 없었다. 예림은 폴을 세우고 리본을 묶었다. “표식은 만들되 방향을 단정하지 마. 돌아오는 사람에게는 합류점 표시라고 말할 수 있어.”

“그럼 민지에게는요?”

“우리가 찾고 있다는 신호.”

도하는 폴을 눈에 단단히 박았다. 스키 폴 하나를 표식으로 두고 나면 자기 장비는 한쪽이 비게 된다. 그는 손잡이를 놓으며 잠깐 망설였지만, 곧 남은 폴을 잡았다.

두 사람은 정비로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정상 코스의 짧은 라인을 타면 2분이면 끝날 거리였지만, 예림은 눈 밑에 숨어 있을 배수 도랑을 확인하며 우회했다. 도하는 시간을 셌다. “폐장까지 5분입니다.”

“폐장은 이미 시작됐어. 지금부터는 운영 시간보다 해 지기 전 발견하는 게 중요해.”

“그럼 남은 시간은요?”

“우리가 망설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야.”

바위가 튀어나온 구간에서 도하가 먼저 멈췄다. 눈 표면 위로 파란 리본이 보였다. 민지의 손목에 묶인 색과 같았다. 그는 바로 내려가려 했지만 예림이 스키 끝으로 눈을 눌렀다. 아래쪽에서 균열이 퍼졌다.

“눈다리야. 밑에 공간이 비어 있어.”

“리본이 저 아래에 있어요.”

“그러니까 더 조심해야 해. 네가 넘어지면 둘 다 못 내려가.”

예림은 로프를 꺼내 바위에 감았다. 고정 지점을 확인하고, 도하에게 허리 벨트를 건넸다. “먼저 내려가서 확인하지 마. 내가 확인하고 네가 뒤따라.”

“제가 더 가볍고 스키도 익숙해요.”

“그건 경주에서만 장점이야. 지금은 내가 로프를 잡는다.”

도하는 더 말하지 않았다. 예림이 밧줄을 타고 사면 가장자리까지 내려갔다. 리본은 손목끈이 아니라, 바위에 걸린 오래된 표식이었다. 색은 바랬지만 방금 묶은 것처럼 매듭이 단단했다.

“민지가 아니야.” 예림이 말했다. “사람은 없어.”

도하는 로프를 당겨 그녀를 끌어올렸다. “누가 여기에 표식을 묶었죠?”

“리조트 정비팀이 예전 눈다리를 표시했을 수 있어.”

“그럼 민지는 이 길을 알았을 수도 있어요.”

“가능성은 있어. 확정은 아니야.”

도하는 다시 스키 자국을 살폈다. 눈이 쌓인 표면 아래로 가느다란 금이 이어졌다. 그는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시간은 더 걸리지만 안전한 경사면이 있다고 했다. 예림은 길을 확인하고 동의했다.

“이번엔 네가 먼저 가도 돼. 내가 로프 끝을 잡을게.”

“제가 앞서면 또 빨리 가려 할 겁니다.”

“그럼 네가 속도를 조절해. 내가 뒤에서 볼게.”

도하는 한 번 천천히 내려갔다. 스키 엣지를 깊이 세우지 않고, 턴 사이마다 멈춰 예림의 위치를 확인했다. 강풍이 등 뒤에서 밀어도 그는 먼저 가지 않았다. 합류점에 닿자 예림은 노란 리본을 바위에 묶었다. 뒤따라오는 순찰대가 있다면 찾을 수 있도록 손전등을 세 번 깜박였다.

반대편 사면에서 두 번의 빛이 돌아왔다. 구조대 신호였다.

“그들이 우리 위치를 알았어요.” 도하가 말했다.

“응답하지 마. 그 빛이 어느 팀 신호인지 확인할 수 없어.”

그때 예림의 무전기가 한 번 켜졌다가 꺼졌다. 그녀는 예비 배터리를 꺼내지 않았다. “우리가 먼저 부르면 위치가 드러날 수도 있어.”

“누구에게요?”

“아직은 몰라.”

도하는 서쪽으로 난 발자국을 발견했다. 그 자국은 스키가 아니라 부츠 자국이었다. 두 발의 간격이 좁고, 오른발이 바깥으로 돌아 있었다. “민지 걸음이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 정비로에서 이쪽으로 왔어요.”

“기술자일 수도 있어.”

“폐장 전에요?”

“그럴 수 있지. 밤새 점검하려고 남은 사람도 있어.”

부츠 자국은 산장 옆에서 끊겼다. 눈이 덮인 문은 밖에서 잠겨 있었고, 손잡이에는 얼음이 얼어붙어 있었다. 도하는 문 아래를 살폈다. 안쪽에서 파란 빛이 잠깐 비쳤다.

“민지야!” 그가 외쳤다.

예림은 그의 팔을 잡았다. “이름을 부르지 마. 안에 누가 있는지 모르니까.”

도하는 바로 물러났다. “그럼 어떻게 확인하죠?”

“우리가 정한 신호로.”

예림은 금속 폴을 문에 두 번 가볍게 쳤다. 잠시 뒤 안쪽에서도 두 번 돌아왔다. 그다음 한 번. 민지가 주니어조에 쓰던 응답이었다.

도하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졌다. 하지만 안에서 다시 한 번 타격음이 났다. 이번에는 문이 아니라 산장 지붕 위에서 들렸다.

예림은 무전기를 들었다. 화면은 꺼져 있었다. 폐장까지 남은 기록은 이제 0분이었다.

지붕에서 다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눈이 처마를 밀어 내리는 소리와 금속이 울리는 소리가 겹쳤다. 도하는 산장 벽에 붙었다가 예림의 손짓에 멈췄다. 그녀는 문에서 두 걸음 물러나 눈 위를 살폈다. 지붕 가장자리에 쌓인 눈덩이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바람이 밀어 올릴 때마다 처마 밑 고드름이 흔들렸다.

“안에서 두 번, 한 번. 그건 민지 신호가 맞습니다.” 도하가 낮게 말했다.

“그렇다고 지금 문을 열면 지붕 눈이 입구로 쏟아질 수 있어. 먼저 옆쪽으로 돌아서 바람받이를 봐.”

도하는 불만을 삼키고 산장 모서리까지 먼저 가지 않았다. 두 사람은 로프를 서로의 벨트에 걸고 벽을 따라 움직였다. 산장 뒤편에는 장비 반입용 문이 있었지만, 문 앞에 눈이 허리까지 쌓여 있었다. 예림이 스키를 벗어 눈을 밀어 내는 동안 도하는 손전등을 비췄다. 작은 창 안쪽에서 파란빛이 움직이다 멎었다.

“민지야, 이름 말고 손전등을 한 번 켜 줘.” 예림이 외쳤다.

잠시 뒤 창 안쪽에서 빛이 한 번 번쩍였다. 이어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가 두 번, 한 번 울렸다. 도하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살아 있어요.”

“확인했어. 이제 빼내야 해.”

그는 문고리를 잡으려다 멈췄다. 문은 밖으로 열리는 형식이라 앞의 눈을 더 걷어내야 했다. 둘이 번갈아 눈을 퍼냈다. 도하의 장갑 안으로 차가운 가루가 들어갔고, 손가락 감각이 빠르게 무뎌졌다. 그는 손을 겨드랑이에 넣었다가 다시 삽 손잡이를 잡았다. 한 번에 크게 파면 지붕 눈이 무너질 수 있어 예림은 문 옆을 비스듬히 낮췄다.

문이 손바닥만큼 열렸을 때 안에서 민지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언니, 여기야. 혼자 아니야.”

예림은 문틈으로 안을 비췄다. 민지는 얼굴 한쪽이 눈에 젖어 있었지만 의식은 또렷했다. 그녀 곁에는 노란 조끼를 입은 정비 기사 박승호가 앉아 있었다. 문 안쪽에 쌓인 공구 상자가 바닥을 막고 있었다. 박 기사가 문을 당겼지만 얼어붙은 경첩이 울며 움직이지 않았다.

“문을 억지로 당기면 경첩이 빠질 수 있어요.” 박 기사가 말했다. “지붕 눈도 저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민지가 다친 데 있어?” 예림이 물었다.

“발목을 삐끗했어요. 제가 안쪽에서 받치겠습니다.”

도하는 문틈으로 팔을 넣어 상자를 하나씩 끌어냈다.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자 예림이 그의 허리 로프를 당겨 중심을 잡았다. 마지막 상자 뒤에서 낡은 철제 빗장이 드러났다. 박 기사는 열쇠고리를 흔들어 보였다. 열쇠 하나가 눈에 젖어 손에 달라붙었다.

그 순간 지붕 위에서 눈이 한 덩어리로 미끄러졌다. 처마가 낮게 꺾이며 출입문 위를 때렸다. 도하는 반사적으로 문을 막으려 몸을 들이밀었고, 예림이 그의 어깨를 잡아 뒤로 끌었다. 눈더미가 문틈을 반쯤 덮었다. 안쪽에서 민지가 기침했다.

“뒤쪽 창으로 나와야 해요.” 박 기사가 말했다. “바깥 창고로 이어지는 낮은 통로가 있습니다.”

도하는 산장 뒤를 돌아 창고 쪽 눈을 살폈다. 부츠 자국은 그곳에서 다시 이어져 정비로 위쪽으로 향했다. 민지가 혼자 이 길을 왔다는 흔적과 박 기사가 그녀를 따라왔다는 흔적이 겹쳐 있었다. 그는 자국 두 줄의 방향을 손전등으로 따라가다 고개를 들었다. 산장 너머 사면의 작은 정비등이 한 번 꺼졌다 켜졌다.

“저쪽에서 누가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요.”

“민지는 여기 있어.” 예림이 말했다. “우리가 신호를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을 열어야 해.”

도하는 잠시 창 안의 민지를 보았다. “제가 가면 더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둘이 같이 가야 더 빨리 데려올 수 있어.” 예림은 남은 로프를 창고 기둥에 고정했다. “박 기사님, 민지와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문이 더 막히면 창문으로 나올 준비를 하시고요. 우리 쪽 불빛이 두 번이면 움직이지 말고, 세 번이면 이쪽으로 오세요.”

도하는 자기 목의 보온 넥워머를 벗어 창틈으로 밀어 넣었다. “민지야, 금방 올게.”

“오빠, 나 때문에 선발전 놓치면 코치님한테 내가 말할 거야.”

“그럼 네가 먼저 내려가서 직접 말해.”

민지는 대답 대신 엄지를 들었다. 도하는 이번에는 앞서 달리지 않고 예림의 어깨와 같은 선에서 스키를 밀었다. 무전은 여전히 죽어 있었고, 정비등은 바람에 흔들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문 앞에 박아 둔 주황 폴을 뒤에 남겨 두었다. 돌아올 길은 이제 자기들이 만든 표식으로만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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