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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등대의 식물관리일지2화

씨앗 등대의 식물관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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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침수된 발아실

새벽 다섯 시, 온실 바닥의 나무판이 솟구쳤다.

솔은 잠에서 깨자마자 물통을 들고 달려갔다. 유리문 아래로 흙탕물이 밀려들었다. 어제 격리한 씨앗 접시는 작업대에서 떨어져 바닥을 미끄러지고 있었다. 솔은 무릎을 꿇고 손을 뻗었다. 차가운 물이 손목까지 차올랐다. 접시를 잡아채는 순간 뿌리 끝 하나가 유리 틈에 걸려 끊어졌다.

“손 빼요!” 현우가 소리쳤다.

그가 문을 닫으려 했지만, 물살에 밀린 화분 받침대가 문을 막았다. 솔은 접시를 가슴에 안고 뒤로 물러났다. 유리실 안쪽, 줄지어 있던 섬보리 묘목의 절반이 물에 잠겼다. 잎 끝에 묻은 소금 결정이 새벽빛에 번쩍였다.

“수문 잠금쇠가 풀렸어.” 솔은 접시를 높은 선반 위에 올렸다. “저수조 관에서 역류했어.”

“밸브를 닫았잖아요.” 민재가 발아실 앞에 나타났다. 그는 젖은 바짓단을 붙잡고 있었다. “어제 잠근 쪽은 반대편이었어요?”

“맞아. 안쪽 관도 밀려 올라온 거야.”

정례가 그들 뒤에서 어깨로 온실 문을 밀었다. “말은 나중에 해. 지금 물을 빼야 해.”

솔은 어제 손을 다친 곳이 다시 쑤시는 걸 느꼈다. 그녀는 물높이 눈금을 확인했다. 한 시간 안에 물을 빼지 못하면 묘목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한다. 그런데 문을 활짝 열면 진흙과 씨앗이 바깥 배수로로 흘러들었다. 오염 씨앗이 온실 밖으로 나가면 섬에 퍼질 수도 있었다.

“배수로 입구에 망을 걸어야 해.”

“망은 배에 있어.” 정례가 말했다. “계단까지 물이 차면 내려갈 수 없어.”

현우는 손전등을 물 위에 비췄다. “먼저 표본을 들어내겠습니다. 어느 것이 토착종인지 모릅니다.”

“들어내다 다치면 저 묘목은 누가 빼요?” 솔이 물었다.

“적어도 씨앗은 건져야 합니다.”

현우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커졌다. 그는 어젯밤 찍은 표본 사진을 손에 들고 있었다. 사진 가장자리가 물방울에 젖어 잉크가 번졌다. 솔은 그가 기록을 지키려는 이유를 이해했지만, 접시 아래에 드리운 흰 뿌리가 이미 잘린 걸 보고 있었다. 더 늦으면 살아 있는 것도 죽는다.

“민재, 망태 천으로 임시 거름망을 만들 수 있어?”

“그 천은 씨앗이 들어 있던 거잖아요. 다른 데 걸면 섞여요.”

“그럼 새 자루를 잘라. 정례 씨, 배수로까지 갈 수 있는지 봐 주세요. 현우 씨는 격리 접시 세 개를 높은 작업대에 옮겨요. 하나라도 깨뜨리면 그대로 말하고.”

현우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움직였지만, 바닥에 한쪽 무릎을 대고 접시를 옮겼다. 솔은 긴 막대를 찾아 문 앞에 끼웠다. 정례가 외부 난간에서 밧줄을 들고 돌아왔다. 강풍에 문이 닫히지 않도록 난간 기둥과 손잡이를 묶었다.

“배수로의 망은 걸 수 있어. 하지만 물이 더 불면 내가 잡고 있어야 해.”

“그럼 민재가 천을 묶고, 제가 물을 뺄게요.”

“너는 손이 다쳤어.” 정례가 그녀의 붉은 손등을 봤다.

“이 손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할게요.”

솔은 온실 바닥의 배수마개를 열었다. 물이 한꺼번에 빠지며 진흙이 발목에 부딪쳤다. 물길 끝에서 씨앗 여러 개가 떠내려가려 했다. 현우는 재빨리 넓은 채집망을 뻗었다. 그중 은색 씨앗 하나가 망에 걸렸다. 솜털 씨앗은 망 틈을 빠져나가 배수관 쪽으로 굴러갔다.

“저거!” 솔이 외쳤다.

민재가 자루를 들고 관 입구를 막았다. 물이 쏟아지는 힘에 자루가 뒤로 밀렸다. 민재의 팔이 떨렸다. 솔은 막대기를 자루의 매듭에 걸어 눌렀다. 정례가 반대편에서 밧줄을 당겨 지지했다. 세 사람의 힘이 맞물리자 물살이 잠시 약해졌다.

하지만 거름망은 진흙으로 금세 막혔다. 물이 빠지지 않고 다시 차올랐다. 현우가 망을 들어 올리자 씨앗과 검은 흙이 한데 들러붙었다.

“기록을 남기려고 망을 막으면 묘목이 죽어요.” 솔은 채집망 손잡이를 붙잡았다. “잘라야 해.”

“그럼 씨앗도 흘러가요.”

“망의 아래쪽만 잘라. 큰 덩어리는 채집하고, 솜털 씨앗은 포기해야 해.”

현우는 망을 놓지 않았다. “그 씨앗이 토착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지금 살릴 방법을 말해요!”

그 말에 현우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 망의 아래쪽을 찢었다. 물이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 진흙 덩어리와 씨앗 몇 알이 채집통으로 떨어졌다. 솜털 씨앗은 검은 물에 떠밀려 사라졌다.

민재는 입술을 깨물었다. “놓친 씨앗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겠네요.”

“그건 내 선택이야.” 현우가 말했다. “내가 망을 지키느라 늦었어.”

그가 자신을 탓하는 걸 보고 솔은 손을 내밀었다. “나도 어제 배수로를 안 확인했어. 지금은 살아 있는 묘목부터 꺼내자.”

남은 물은 무릎 아래로 빠졌다. 솔은 묘목 트레이를 하나씩 들어 올렸다. 뿌리 흙이 진흙과 함께 무너져 떨어졌다. 그녀는 마른 모래가 든 상자에 트레이를 눕혔다. 염분이 높은 물에 닿은 잎은 손가락만 대도 부서졌다. 민재가 부러진 잎을 모아 작은 그릇에 담았다.

“버리는 건가요?”

“아니. 어디서 망가졌는지 표본으로 남겨. 다만 온실 안으로 다시 가져가진 말고.”

정례가 물에 젖은 장화를 벗어 바닥을 털었다. “내가 망태를 건져 올릴 때 씨앗이 흩어졌다고 했지. 그게 이 물길까지 온 줄 몰랐어.”

“정례 씨가 숨긴 건 씨앗이 아니라 물길이네요.” 현우가 말했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기록부터 하겠다고 했잖아.”

현우는 반박하지 못했다. 정례는 그를 지나쳐 배수구를 막은 진흙을 걷어냈다. 흙 아래에는 낡은 돌받침이 있었다. 돌받침에는 등대의 옛 문장과 닮은 둥근 무늬가 파여 있었다.

솔은 무늬를 알아보았다. 어린 시절 갯벌 빈터에서 주운 돌과 같은 모양이었다. 그때는 단순한 장식이라고 생각했다.

“이 배수관, 언제 만들어졌어요?”

“등대보다 오래됐어.” 정례가 답했다. “옛 어장 사람들이 물을 빼려고 만들었다더라.”

현우가 돌의 흙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여기서 물이 역류했다면, 아래쪽에 다른 출구가 있을 겁니다.”

그는 방금 잘라낸 망을 내려놓고, 관 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오른쪽 끝에서 빈 소리가 났다. 솔은 긴 고리를 가져와 돌 틈을 벌렸다. 바닷물과 흙이 섞인 물이 작은 구멍으로 빠져나왔다. 그 물길을 따라가면 배수관이 저수조와 분리될 수도 있었다.

“물이 더 들어오기 전에 출구를 막자.” 솔은 말했다. “오늘 밤까지 임시 수문을 만들어야 해.”

“그럼 발아실은?” 민재가 물었다.

솔은 아직 살아 있는 묘목 트레이를 봤다. 잎 몇 장은 축 늘어졌지만 뿌리는 단단했다. “반은 살릴 수 있어. 나머지는 다시 심지 못할 거야.”

민재가 부러진 잎 그릇을 꼭 쥐었다. “관수 줄인 것도, 오늘 침수된 것도 모두 적어야겠네요.”

“그래. 기록이 우리 잘못을 가려 주진 않아도, 다음에 같은 걸 놓치지 않게 할 거야.”

현우는 배수구의 돌무늬를 휴대용 카메라로 찍었다. “무늬가 섬의 옛 표식이라면, 이 씨앗 주머니가 이곳으로 온 게 우연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솔은 반쯤 잠긴 온실의 유리를 바라봤다. 작은 씨앗의 뿌리는 어제처럼 유리벽을 향하지 않았다. 물길이 열린 쪽으로 휘어 있었다. 그녀는 그 방향을 화살표로 일지에 표시했다.

솔은 트레이를 더 높은 선반으로 옮기려 했다. 하지만 젖은 모래 상자 아래쪽 판이 물을 먹어 휘어 있었다. 상자를 들어 올리자 판이 반으로 꺾이며 모래와 묘목이 한꺼번에 기울었다.

“받아요!” 민재가 무릎으로 상자를 받쳤다.

솔은 팔꿈치로 트레이를 밀어 올렸다. 작은 묘목 네 개가 흙에서 빠져 나와 손바닥에 떨어졌다. 현우가 비어 있는 표본 상자를 가져와 젖은 모래를 쏟아냈다. 그는 상자 뚜껑을 바닥에 깔고 흙을 손으로 펴 묘목의 뿌리를 감쌌다.

“이건 표본 상자잖아요.” 민재가 말했다.

“지금은 살아 있는 걸 담는 상자입니다.”

정례가 상자 모서리를 눌러 고정했다. 솔은 뿌리가 꺾인 묘목 하나를 내려다봤다. 잎이 힘없이 접혔다. 살릴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지만, 버릴 이유도 없었다.

“네 개를 한데 두지 말고 둘씩 나눠. 한 상자에 물이 새면 전부 죽어.”

민재가 새 배지를 만들 동안 솔은 깨진 트레이를 치웠다. 바닥에 남은 소금 결정이 상처 난 손등에 닿아 따끔거렸다. 그녀는 숨을 들이켜고도 손을 털지 않았다. 손이 떨리면 남은 묘목을 놓칠 수 있었다.

현우는 상자 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었다. “물이 고이면 뿌리가 다시 잠깁니다. 배수구 쪽으로 흐르게 기울여야 해요.”

“기울이면 흙이 쏟아져요.”

“종이 표본 봉투를 잘라 덧대겠습니다.”

그는 봉투를 잘라 상자 안쪽에 겹쳐 깔았다. 솔은 작은 돌을 받쳐 상자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물방울이 구멍을 지나 아래 받침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묘목 하나가 바닥 쪽으로 미끄러졌다. 민재가 손가락으로 줄기를 막아 세웠다.

“이번에는 잡았어요.”

“그래. 하지만 뿌리를 누르지 않게 손을 빼.”

셋은 상자를 고정하고 묘목에 이름 대신 번호를 붙였다. 어느 상자에서 살아남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작은 수리였지만, 이번에는 씨앗이 젖은 바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바깥에서 종이 울렸다. 등대 종은 태풍 경보 때만 한 번 울리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두 번 울렸다. 마을 쪽에서 누군가 세 번째 종을 치려는 듯,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누가 종을 잡았지?” 정례가 문 쪽으로 뛰었다.

그 순간 온실 아래의 돌받침이 흔들렸다. 물이 빠지던 구멍에서 흙탕물이 거꾸로 솟구쳤다. 솔은 임시 마개를 누르고 현우에게 밧줄을 던졌다. 배수구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침수는 끝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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