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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등대의 식물관리일지1화

씨앗 등대의 식물관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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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바다에서 온 씨앗

등대의 불빛이 세 번째 회전을 끝냈을 때, 솔은 난간 아래에서 손전등을 세 번 흔드는 정례를 발견했다. 신호는 배가 돌아왔다는 뜻이 아니었다. 위험물이 있다는 뜻이었다.

솔은 방수 앞치마 끈을 한 번 더 묶고 사다리를 내려갔다. 파도는 바위턱을 넘어 등대 기슭의 계단까지 흰 거품을 밀어 올렸다. 정례의 작은 배는 방파제 안쪽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고, 뱃머리에는 해초와 갈색 끈이 엉겨 있었다.

“그물은 잘랐어?”

정례가 대답 대신 손을 들어 보였다. 밧줄에 쓸린 손등에서 피가 났다. 그녀는 젖은 망태를 가슴에 끌어안고 있었다. 망태 안쪽에서 무언가 바스락거렸다. 씨앗인지 조개껍질인지 모를 작은 소리였다.

“물이 들어오면 부풀어 오르는 주머니야. 바깥 바다에서 떠내려왔어. 안쪽 표식은 다 뜯겼고.”

솔은 망태를 받으려다 멈췄다. 모르는 씨앗이 발아하면 토착 풀을 밀어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폭풍 속에 두면 껍질이 터져 서로 엉길 터였다.

“열지 말고 발아실 바깥 세척대까지 옮겨요.”

“그 전에 저수조 물부터 확인해.” 정례가 고개를 저었다. “배가 뒤집히는 동안 망태가 우물받이에 한 번 닿았어. 물맛이 달라졌을 수도 있어.”

솔의 목덜미가 굳었다. 공동 저수조는 바위섬의 빗물과 지하수 일부를 모았다. 식수와 온실 관수는 같은 수문을 거쳤다. 수문을 닫으면 발아실의 어린 묘목이 말랐고, 열어 두면 우물까지 염수가 섞일 수 있었다.

등대 계단 위에서 민재가 뛰어 내려왔다. 손에는 염도 측정지를 들고 있었다.

“솔 누나, 물이 짜요. 조금이지만 평소랑 달라요.”

“몇 단계?”

“색이 한 칸 넘었어요. 시약이 오래돼서 정확하진 않고요.”

“확실하지 않은 숫자로 사람들 놀라게 하지 마.” 정례가 날카롭게 말했다. “이 물로 밥해야 하는 집이 있어.”

민재는 젖은 측정지를 움켜쥐었다. “그럼 말하지 말라는 거예요?”

솔은 두 사람 사이에 망태를 내려놓았다. “둘 다 멈춰. 지금 필요한 건 물을 누가 마시느냐가 아니라 어느 길로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거야.”

그녀는 수문도면을 떠올렸다. 저수조는 온실 도랑과 관으로 이어져 있었다. 태풍철엔 역류를 막는 황동 잠금쇠를 걸어야 했지만, 솔은 지난주부터 뻑뻑한 잠금쇠의 정비를 미뤄 왔다.

“내가 확인할게.”

“잠금쇠가 움직이면 혼자 당기지 마.” 정례가 망태를 내려놓았다. “파도가 한 번 세게 치면 네가 바닥에 깔릴 수도 있어.”

“민재, 손전등.”

민재가 손전등을 쥔 채 말했다. “온실에 물을 주면서 식수는 괜찮다고 할 순 없어요.”

“맞아. 그래서 먼저 밸브를 닫고 시료를 나눠 볼 거야. 네가 측정지를 새것으로 가져와.”

“네가 시료를 채취해. 오염된 물에 손대지 말고 집게를 써. 수치가 다르면 그대로 말해.”

민재는 마침내 손전등을 건넸다. “그럼 누나는 수문을 혼자 보지 마요.”

솔은 정례를 바라봤다. 정례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장갑을 끼웠다. “내가 지렛대를 받칠게. 셋이 움직이면 돼.”

등대 지하 수문실은 바닷물과 오래된 기름 냄새가 났다. 솔은 벽의 철제 지렛대를 끌어왔다. 도면에는 온실 도랑과 저수조 방향이 다른 색 선으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실제 밸브의 표지판 하나는 떨어져 나가 있었다.

“이건 저수조 쪽이야?” 정례가 물었다.

“표식이 없으면 열지 말아요.”

“그 말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과 같아.”

솔은 밸브 밑동을 더듬었다. 왼쪽 관에서 뜨거운 빗물, 오른쪽에서 차가운 바닷물의 진동이 느껴졌다. 등대가 흔들리며 파이프가 벽을 쳤다.

“왼쪽을 잠글게요. 정례 씨, 이 지렛대 받치세요. 민재는 위층에서 시료통 두 개를 가져와요. 온실 물이랑 저수조 물을 각각 받아야 해.”

정례가 지렛대를 걸었다. 솔이 밸브를 돌리자 손잡이가 비명을 질렀다. 금속이 움직인 순간 수문 뒤쪽에서 쿵 소리가 났다. 바닥에 고인 물이 발목까지 솟았다.

“멈춰!” 정례가 외쳤다.

솔의 손은 이미 손잡이에 끼어 있었다. 밸브가 반 바퀴 돌아가며 손등의 살을 눌렀다. 그녀는 숨을 삼키고 반대 방향으로 힘을 줬다. 정례가 지렛대를 밀어 손잡이를 떠받쳤다. 민재가 계단을 내려오며 고무 장화를 걷어찼다.

“왜 내려왔어?”

“시료통이 계단에 굴러 떨어졌어요. 위에서 가져오다 물이 차서—”

바닥 밑에서 다시 쿵, 쿵. 오래된 수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솔은 손잡이를 잡은 채 그 소리를 세었다. 세 번째 충격이 오기 전에 밸브를 고정해야 했다.

“민재, 저 나무 쐐기!”

소년이 벽 틈의 쐐기를 집어 던졌다. 솔이 받아 밸브 아래에 끼웠다. 쇳소리가 멎었다. 곧 물살이 약해지고, 바닥에 넘친 물은 종아리에서 발목 아래로 낮아졌다.

솔의 손등에는 붉은 자국이 남았다. 정례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살폈다. “뼈는 괜찮아. 그런데 네가 미뤄 둔 수리 때문이야.”

솔은 반박하지 않았다. “맞아요. 점검을 미룬 건 내 책임이야. 오늘 쓴 물과 측정값도 함께 기록하자.”

세 사람은 저수조 위쪽과 온실 관 끝에서 물을 나눠 받았다. 민재가 새 측정지의 색을 읽었다. 온실 관은 여전히 짰고, 저수조 쪽도 평소보다 염분이 조금 높았다.

“망태가 닿은 물이 저수조로 들어간 건 아니네.” 민재가 말했다.

정례는 대답 대신 망태를 바라봤다. “아직 모르는 게 있어. 내가 배를 끌어올릴 때 주머니가 찢어졌어. 안에 있던 씨앗 일부가 바다에 흩어졌을 거야.”

솔은 그 말에 망태를 다시 살폈다. 젖은 삼베 틈으로 검고 납작한 씨앗 몇 알이 빠져나와 수문실 바닥에 붙어 있었다. 하나는 갈라진 껍질 사이로 흰 뿌리 끝이 나왔다. 바닷물에 오래 잠겼는데도 발아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이걸 발아실로 가져가면 안 돼.” 정례가 말했다.

“맞아요. 하지만 버리면 출처를 알 수 없어요.” 솔은 작은 유리 접시를 꺼냈다. “세척대에서 분리하고, 다른 씨앗과 닿지 않도록 격리할게요.”

“그 물도 저수조 물이잖아.” 민재가 지적했다.

솔은 잠깐 눈을 감았다. 세척대 물은 발아실 관에서 갈라져 나왔고, 수조의 빗물은 이미 묘목 관수에 배정되어 있었다. 세척에 쓰면 오늘 물을 줄여야 했다.

“빗물통에서 1리터만 가져오자. 오늘 묘목 관수는 절반으로 줄이고, 덮개를 씌워 버티게 하자. 민재가 내일 상태를 봐 줘.”

“그럼 묘목 몇 개는 시들 수도 있어요.”

“응. 그 위험을 내가 기록하고 책임질게.”

“나도 확인할 거예요.” 민재는 빈 물통을 들었다. “시들면 누나한테 말할 거고요.”

“그래.”

그들은 망태를 발아실 바깥의 세척대까지 옮겼다. 유리실 안에서는 어린 섬보리 싹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있었다. 잎 끝에 맺힌 물방울이 등대 불빛을 받아 작은 금속구처럼 반짝였다. 솔은 문을 닫고 바깥 작업대에 격리 상자를 놓았다. 정례가 주머니 입구를 가위로 잘랐다. 안쪽에서 바닷물과 해초 냄새가 한꺼번에 퍼졌다.

씨앗은 세 종류처럼 보였다. 둥글고 짙은 갈색, 길고 납작한 은색, 얇은 껍질 안에서 솜털을 밀어 올리는 작은 씨앗. 솔은 한 알씩 핀셋으로 옮겼다. 씨앗의 색이 손전등 빛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졌다. 갈색 씨앗은 어두운 녹색, 은색 씨앗은 하얀 빛, 솜털 씨앗은 금빛에 가까웠다.

솔의 눈에는 가끔 발아 가능성이 빛의 색으로 비쳤다. 하지만 종 이름이나 자랄 환경까지 알려 주는 능력은 아니었다. 오늘은 빛을 믿지 않고, 껍질과 염도를 기록해 서로 다른 배지에 나눠 시험할 생각이었다.

“저 솜털 달린 건 뿌리가 나왔어.” 정례가 접시를 들여다봤다.

“뿌리만으로는 이름을 못 붙여요.” 현우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그들은 동시에 돌아봤다. 비옷을 입은 남자가 젖은 표본 상자를 안고 서 있었다. 배편이 끊기기 전에 섬에 도착한 새 생태 기록사 강현우였다. 그는 숨을 고르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육지에서 보낸 사람 맞죠?” 솔이 물었다.

“강현우입니다. 원래는 내일 아침 도착 예정이었는데, 태풍이 빨라져서 배가 바로 돌았습니다.” 그의 눈길이 격리 상자에 머물렀다. “그 씨앗, 지금 옮기면 안 됩니다. 세척 전 상태가 표본의 중요한 단서일 수 있어요.”

“세척하지 않으면 다른 씨앗에 염수가 묻어요.”

“물로 씻으면 표면의 미생물과 염도 흔적이 사라집니다.”

“온실로 들이면 묘목이 위험해져요.”

현우는 표본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는 당장 손을 뻗지 않았다. “그럼 여기서 둘로 나누면 어떻습니까. 세척 전 상태로 남길 씨앗과 격리용 씨앗을 따로.”

“몇 알을 표본으로 남길 수 있죠?”

“최소 세 알.”

정례가 코웃음을 쳤다. “세 알 남기고 나머지로 뭘 할 건데. 먹을 것도 아니고.”

현우는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섬에 들여도 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위험이 있으면 발아를 막고, 안전하면 재배 조건을 찾아야 합니다.”

“결국 육지로 가져가겠다는 말이군.”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허락 없이 반출하지 않겠다는 서류에 서명할 수 있습니다.”

솔은 그가 들고 온 표본 상자에서 봉인용 끈을 보았다. 현우는 정례가 경계하는 이유를 아직 모르는 듯했다. 섬에 온 기록사는 씨앗을 분류해 봉인하고 떠났다. 몇 달 뒤 대륙의 종자 목록에는 섬 이름이 사라지곤 했다.

“서류만으로는 부족해요.” 솔은 말했다. “오늘 밤에는 세척하지도, 발아실에 들이지도 않아요. 상태를 같이 기록하고, 물을 조금 써서 격리 배지를 만들어요. 아침에 주민들 앞에서 선택을 정하죠.”

현우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기록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지금 그걸 지키면 물길이 손상될 수 있어요.”

등대의 회전 불빛이 창을 통과해 네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비췄다. 현우가 장갑을 꼈다.

“좋습니다. 단, 세척 전 사진과 염도 표본은 제가 책임지고 남기겠습니다.”

“민재가 그 기록을 함께 봐요.” 솔은 소년을 돌아봤다. “정례 씨는 씨앗 주머니가 어디서 걸렸는지 지도에 표시해 주세요.”

“그 지점이 지금은 물 아래야.”

“그래도 네가 기억하는 선을 그려 줘요.”

정례는 젖은 소매에서 연필을 꺼냈다. 민재는 빗물통에서 물을 받아왔고, 현우는 씨앗 세 알을 접시에 남겨 사진을 찍었다. 솔은 나머지를 세 종류로 나누어 격리 배지에 눕혔다. 계량통 눈금이 내려갈 때마다 관수할 묘목의 수를 다시 계산했다.

밤이 깊을수록 태풍 경보는 한 단계씩 올라갔다. 정례는 배를 단단히 묶으러 나갔고, 민재는 물몫표에 ‘발아실 격리용 0.8리터’라고 적었다. 현우는 표본 사진 아래 섬의 이름을 큰 글씨로 적었다. 솔은 그 이름을 보고 손가락으로 잉크가 번지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새벽 무렵, 갈색 씨앗 하나의 껍질이 열렸다. 흰 뿌리 끝이 배지의 흙을 향하지 않고 유리벽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솔은 접시를 돌려 방향을 바꾸고 싶었지만, 뿌리가 스스로 길을 찾는 시간을 기다렸다.

그때 발아실 유리문 너머 섬보리 잎들이 동시에 한쪽으로 휘었다. 바람은 아직 남쪽에서 불고 있었다. 등대 아래의 물길에서, 누군가 손가락으로 유리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세 번 났다.

솔은 물몫표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관수량을 줄인 묘목을 먼저 살펴야 했다. 씨앗의 뿌리는 여전히 유리벽을 향해 있었다. 그녀는 작은 접시를 들고 수문실 쪽으로 걸었다. 태풍이 오기 전에 확인해야 할 물길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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