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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길을 그리는 지도사2화

용의 길을 그리는 지도사

용의 길을 그리는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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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선 하나의 값

“붉은 선을 그린 사람은 너야?”

미라의 물음에 단우는 능선 위의 기사들을 보았다. 그들이 펼친 지도에는 협곡과 폐허, 용의 둥지가 표시되어 있었다. 붉은 선은 단우가 방금 연 서쪽 길을 가로질러 이어졌다.

“아니. 내가 그린 선은 푸른색이야.”

“그럼 저들은 어떻게 네가 연 길을 알고 있지?”

대답은 이미 그들 쪽으로 말을 몰아오는 기사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앞선 기사는 왕실 지도원 소속의 문장을 달았다. 그의 허리춤에는 길선을 새기는 측량침이 꽂혀 있었다.

“지도사 단우. 무단으로 지형을 바꾸고 미등록 용의 흔적을 숨긴 혐의다. 무기를 버리고 지도를 내놔라.”

“아직 조사 중입니다.” 단우가 말했다. “주민이 있고, 다친 용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도원 보호 아래 옮길 거다.”

그 기사는 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용은 한쪽 날개를 접은 채 집 앞에 서 있었다. 왕실의 붉은 선은 용의 발자국을 따라 그려져 있었지만, 그 선은 길이 아니라 포위망처럼 협곡을 감쌌다.

미라가 수레 앞에 섰다. “사람부터 대피시킨 다음 이야기합시다.”

“상단원은 물러서라.”

“물통은 내 거고, 아이는 내 앞에 있어요.”

단우는 기사들의 측량침을 살폈다. 침끝에 푸른 가루가 묻어 있었다. 지도술을 사용할 때 지형을 읽도록 돕는 광석분이었다. 그런데 붉은 선을 그리는 도구에 같은 가루가 묻어 있다면, 기사들은 현장을 측량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기록을 복사했을 가능성이 컸다.

“당신들 지도에는 이 마을이 없었어요.”

“마을은 공식 등록된 적이 없다.”

“그럼 주민은 누구죠?”

기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부하에게 손짓했다. 두 명이 수레의 물통을 확인하려 다가왔다. 미라는 손잡이를 잡고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협곡 아래에서 용이 낮게 울었다. 돌담의 소금가루가 흔들렸다. 기사의 말이 놀라 앞발을 들었다. 그 짧은 혼란 사이에 단우는 주민들을 언덕 쪽으로 유도했다.

“서쪽으로 가지 마세요. 길이 불안정해요. 돌담 위쪽으로 올라간 뒤, 남쪽 바위턱을 따라 이동하세요.”

“그 길은 막혀 있잖소!” 누군가 소리쳤다.

“지도에 그려진 길은 없어요. 제가 앞에서 확인하겠습니다.”

단우는 지도에 새 길을 그리지 않고 먼저 걸었다. 실제 바위가 하중을 견디는지 지팡이로 두드리고, 균열이 열린 방향을 확인했다. 길은 좁았지만 사람 하나씩 지나갈 수 있었다. 미라는 아이를 업고 주민들의 짐을 나눠 들었다.

왕실 기사들이 협곡을 가로막자 용이 날개를 펼쳤다. 단우는 그들을 향해 손바닥을 보였다.

“그 화살을 내리세요. 날개에 박힌 화살 때문에 움직임이 불안정합니다. 누가 가까이 가면 공격할 수 있어요.”

“용을 보호하는 건 왕실의 일이다.”

“왕실은 저 마을이 없다고 했잖아요.”

기사는 입을 다물었다. 그 사이 미라가 마지막 주민을 바위턱으로 올렸다. 단우는 길의 폭과 돌의 상태를 모두 확인하고 나서야 지도에 짧은 점선을 그었다. 길은 조금 넓어졌지만, 그만큼 협곡의 반대편 바위가 낮아지는 게 느껴졌다.

“땅이 흔들려!”

“계곡 아래로 물이 새고 있어!”

지형을 바꾼 대가였다. 지도에서 길을 넓히자 그 아래의 샘물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마을의 우물로 이어지던 물길이 끊길 수 있었다. 단우는 잉크 선을 지우려 했지만 이미 지형은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잘못 계산했어.”

미라가 그를 바라봤다. “지금 지울 수 있어?”

“지우면 바위턱이 다시 좁아져 사람들이 갇힐 수 있어. 일단 이 선은 둬야 해.”

“그럼 우물은?”

“아래쪽 수로를 찾아야 해. 길이 바뀐 만큼 물길도 새로 확인하자.”

단우는 자신의 실수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도 위에 붉은 표시를 덧그려 변경한 길의 위치와 피해 가능성을 적었다. 미라는 우물 방향을 아는 주민을 찾았고, 라흐라는 이름의 산악 사절이 협곡 바깥에서 나타났다.

그는 금빛 눈으로 왕실 기사와 용을 번갈아 보았다. 목에 감은 청색 끈에는 소금 결정이 박혀 있었다.

“용을 데려가려는 자들이군.”

“누구죠?” 단우가 물었다.

“나는 라흐. 용의 울음을 듣는 사람이다. 저 용은 공격하려는 게 아니야. 둥지로 돌아가려는 거다.”

“둥지는 어디에 있어요?”

라흐는 지도의 빈 공간을 가리켰다. “너희가 길을 지운 곳.”

왕실 기사들이 다시 다가왔다. 라흐는 그들의 지도에 그려진 붉은 선을 보며 입술을 굳혔다.

“저 선이 용의 길을 따라가고 있어. 지도원은 용을 찾는 게 아니라, 둥지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단우는 왕실 지도를 보았다. 붉은 선은 협곡의 동쪽을 지나, 산맥 아래의 넓은 분지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은 오래전에 지형 변화로 막힌 길이었다. 지도원은 길이 없는 곳에 선을 그려 놓았다.

“저 길은 실제로 통과할 수 없어요.”

“그래서 너를 데려가려는 거야. 네가 바꿀 수 있으니까.”

기사는 측량침을 뽑았다. “그만하면 충분하다. 지도를 넘겨라.”

단우는 낡은 지도통을 열었다. 그는 지도를 내미는 대신 비어 있는 면을 펼쳤다.

“제가 길을 그리면 다른 곳이 바뀝니다. 당신들은 그 결과를 기록하지 않았어요.”

“왕실은 길의 안전을 책임진다.”

“그럼 주민들의 우물도 책임질 겁니까?”

기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라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둥지로 가는 길을 열면 용은 떠날 거야. 하지만 지도원이 원하는 건 그 길을 통제하는 일이지.”

단우는 이제 선택해야 했다. 붉은 선을 따라 길을 열면 용의 둥지까지 빠르게 갈 수 있지만, 이미 바뀐 물길에 어떤 부담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동판에 현재의 협곡 지형을 다시 새겼다. 선을 그리지 않고, 길이 끊긴 이유부터 측량하기로 했다.

“길을 바꾸지 않겠습니다. 먼저 막힌 원인을 확인합니다.”

미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내가 사람들을 우물 쪽으로 안내할게.”

라흐는 용에게 짧은 소리로 말을 건넸다. 용은 날개를 접고 단우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경계가 남아 있었지만, 공격하려는 기색은 줄어들었다.

왕실 기사는 붉은 지도를 말아 올렸다. “네가 지도원 허가를 거부했다는 사실은 기록하겠다.”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같이 기록해 주세요.”

기사는 대꾸하지 않고 부하들과 협곡을 떠났다. 그들이 능선 너머로 사라지자 단우는 비어 있는 지도에 작은 점을 하나 찍었다. 사라진 마을의 위치였다.

그 점 옆에는 세 이름을 적었다. 자신과 미라, 그리고 라흐. 지도를 함께 만든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왕실 지도의 복사본에는 측량사의 서명이 없었다. 누가 그 선을 그렸는지 확인할 수 없도록 일부러 지운 흔적이었다. 단우는 그 빈자리를 보며 자신이 길드에서 배운 규칙을 떠올렸다. 선을 그린 사람은 변화의 책임도 기록해야 했다. 왕실은 경로만 남기고 그 대가를 지워 버렸다.

“다음에는 선을 그리기 전에 주민들과도 같이 재자.” 미라가 말했다.

단우는 “그래”라고 답했다. 그는 지형의 수치만 정확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 길을 이용할 사람들의 의견도 측량에 들어가야 했다. 지도는 바위의 높이만 보여 줄 수 없었다.

우물은 마을 서쪽의 낮은 바위 아래 있었다. 주민들은 물이 끊겼다고 말했지만, 단우는 지도술로 넓힌 길의 방향을 따라 물이 옮겨갔을 가능성을 살폈다. 그는 마른 우물 바닥에 동판을 내려 소리를 들었다. 바닥에서 돌아온 울림은 비어 있지 않았다.

“아래에 물이 있어요.”

“그럼 왜 안 나와?” 미라가 물었다.

“지하 물길이 동쪽으로 기울었어요. 방금 넓힌 길의 아래쪽을 지나고 있을 겁니다.”

그는 지도에 바뀐 길을 그대로 표시하고, 우물과 물길 사이를 점선으로 연결했다. 새 선을 추가해 물을 되돌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바위턱을 다시 좁혀야 했다. 주민들은 그 선을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눴다. 염전을 포기하고 우물을 살릴지, 먼 계곡으로 물을 길으러 갈지 결정해야 했다.

“우물만 돌리면 다음 비에도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라흐가 말했다. “길을 바꾸기 전에 물이 어디로 가는지 먼저 보여 줘야 해요.”

단우는 지도 위에 지하 흐름을 점선으로 표시했다. 라흐는 용의 염흔을 따라 바위 아래의 물길을 확인했다. 미라는 주민들에게 빈 물통을 모아 임시 저장소로 옮기게 했다. 그들은 즉시 물을 되찾지 못했지만, 다음 날까지 필요한 양을 확보했다.

단우는 길을 바꾸는 대신 우물 옆에 관측 말뚝 세 개를 박았다. 하나는 수위를, 하나는 바람을, 하나는 소금 흔적을 기록하도록 했다. 주민 중 글을 아는 노인이 매일 값을 적기로 했다. 이곳은 왕실 지도에 없는 작은 관측점이 되었다.

“기록을 누가 가져가죠?” 노인이 물었다.

“당신들이 보관하세요. 사본을 다른 마을에 보내고 싶을 때는 제가 길을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은 길드 규정에 어긋났지만, 단우는 더는 허가가 없다는 이유로 기록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미라는 노인에게 잉크와 종이를 남겼다.

해가 기울자 용은 협곡을 떠날 준비를 했다. 라흐는 용의 날개가 접히는 순간에 맞춰 낮은 소리로 말을 건넸다. 단우는 그 소리를 지도에 적을 수 없었지만, 용이 어느 방향을 바라보는지 표시했다.

그날 저녁, 용은 협곡을 떠나 동쪽의 무너진 고개로 향했다. 소금 흔적은 그 길을 따라 이어졌지만, 그 뒤편의 바위들이 천천히 움직이며 사람들이 지나갈 틈을 좁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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