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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길을 그리는 지도사3화

용의 길을 그리는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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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용이 남긴 염흔

동쪽 고개는 지도보다 좁았다.

바위가 무너져 길의 절반을 막았고, 남은 틈은 용이 지나간 흔적으로 깊게 긁혀 있었다. 단우는 지도에 폭과 높이를 적고, 미라와 라흐는 먼저 넘어갈 수 있는지 살폈다.

“말이나 수레는 통과하지 못해.” 미라가 말했다.

“사람도 한 명씩만 가능해요.”

“용은 어떻게 갔지?”

라흐가 바위 표면의 흰 자국을 살폈다. “벽을 밀었다. 날개가 다쳐 날지 못하니까.”

단우는 협곡 바닥의 소금 흔적을 따라 손을 뻗었다. 흰 결정 사이에는 검은 돌가루가 섞여 있었다. 용이 바위를 밀며 떨어뜨린 흔적이었다. 그는 지형의 기울기를 측정하고 현재 길을 비교했다. 지도의 붉은 선은 이 고개를 직선으로 통과했지만, 실제 바위는 안쪽으로 굽어 있었다.

“붉은 선은 사람이 지나갈 길이 아니야.”

“용을 따라 그린 선이지.” 라흐가 말했다.

“하지만 용도 지금은 지나가기 어려워 보여.”

라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 안쪽으로 걸어갔다. 단우는 그 뒤를 따르기 전에 바위에 귀를 댔다. 안쪽에서 낮은 진동이 이어졌다. 바람이 통과할 때 나는 소리와 달랐다. 큰 공간 안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뒤에 빈 터가 있어요. 이 바위를 조금만 옮기면 길이 넓어질 겁니다.”

“그럼 어디가 무너지지?” 미라가 물었다.

단우는 동판에 고개 양쪽의 기울기를 그렸다. 바위 하나를 움직이면 오른편의 절벽이 내려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편에는 오래된 돌기둥이 줄지어 있었다. 그 기둥이 지형을 받치고 있다면 작은 통로를 열어도 괜찮을 가능성이 있었다.

“기둥을 확인해야 해요. 길을 먼저 바꾸지 않을게.”

셋은 좁은 틈을 한 명씩 통과했다. 안쪽에 작은 분지가 나타났다. 돌기둥의 줄은 분지 가장자리에서 끝났고, 바닥에는 오래된 길의 흔적이 굳어 있었다. 지도에서 사라진 선과 같은 색의 광물 자국이 돌기둥 사이를 이어 주었다.

라흐가 한 기둥 앞에서 멈췄다. “용들이 알을 맡기던 자리야.”

“둥지는 이곳에 있었습니까?”

“여기가 아니라 더 깊은 곳. 이 분지는 새끼들이 처음 날개를 펼치던 곳이야.”

미라는 바위 틈 사이에서 작고 둥근 껍질 조각을 발견했다. 조각에는 염분이 하얗게 굳어 있었다. 용의 알이 있던 흔적이었다.

“여기에 누군가 왔었어.”

조각 옆 바닥에는 군화 자국이 남아 있었다. 왕실 지도의 붉은 잉크가 말라붙은 자국도 보였다. 누군가 알을 옮기거나 둥지의 위치를 측량했다.

단우는 자국의 간격을 재었다. 군화는 최소 여섯 명, 바퀴 자국은 한 대의 수레였다. 그들은 용의 통로를 따라 안쪽으로 이동했다. 발자국이 향한 곳에는 어두운 암벽과 좁은 물길이 있었다.

“지도를 그리면 어디로 가는지 알아낼 수 있어요.”

“지금 선을 그리면 그들도 그걸 따라와.” 미라가 말했다.

그녀는 지도의 빈 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왕실 기사들이 단우의 새 길을 정확히 알고 나타났다. 그가 길선을 바꿀 때 지도에 남는 흔적을 누군가 감지할 수 있었다.

“지도술 자체가 신호가 된다는 거야?”

“가능성이 있어. 왕실의 측량침도 비슷한 광석을 썼어.”

단우는 지도통에서 길드 지도를 꺼냈다. 오래된 종이의 모서리에는 푸른 가루가 남아 있었다. 그는 그 가루를 긁어 내고 별도 봉투에 담았다. 지도원은 길선을 감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느 지도사가 선을 그었는지도 알아낼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때 분지 바깥에서 말굽 소리가 났다. 세 사람은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왕실 기사들이 고개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는 검은 외투를 입은 측량사가 있었다. 그는 지도를 펼친 채 작은 수정추를 들어 올렸다.

“새 길선이 이쪽으로 이어집니다. 지도사가 여기서 경로를 바꿨습니다.”

“그를 찾으면 지도도 확보해.”

단우는 자신의 지도를 접었다. 그가 더 선을 그으면 측량추가 위치를 드러낼 것이다. 길을 그리지 않고도 이들을 피할 방법이 필요했다.

라흐는 분지 바닥의 소금 자국을 가리켰다. “용은 물이 흐르는 틈을 따라 움직여. 하지만 사람은 그 길로 갈 수 없어.”

“사람이 못 가는 곳이면 수레도 못 갑니다.”

“그래서 지도원은 용의 길을 지도에서 잘랐어. 길이 아닌 곳으로 만들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지.”

단우는 돌기둥 사이의 간격을 확인했다. 사람이 지날 수 있는 틈과 용만 통과할 수 있는 틈이 번갈아 있었다. 이 분지는 지도에서 길과 길이 아닌 곳을 나눌 수 없는 장소였다.

“여기서는 선을 그리지 않겠습니다. 측량만 할게요.”

그는 지도를 뒤집어 종이의 뒷면에 분지의 특징을 기록했다. 축척도 좌표도 적지 않았다. 대신 바위에 남은 염흔의 모양과 기둥의 간격, 바람이 흐르는 방향을 적었다. 그것은 그만이 읽을 수 있는 기록이었다.

미라는 분지 입구의 자갈을 옮겨 사람의 발자국을 흐트러뜨렸다. 리오라면 강둑에서 쓰던 매듭으로 길목을 가렸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라흐는 용의 소리를 흉내 내 바깥의 말을 놀라게 했다. 병사들이 말들을 진정시키는 동안 세 사람은 물길 틈으로 빠져나왔다.

좁은 틈은 바위 아래로 이어졌다.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할 만큼 비좁아 미라의 수레는 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 미라는 염수통을 내려다보다가 하나를 바위 그늘에 숨겼다. 나머지는 길을 찾는 동안 들고 가기로 했다.

“돌아와서 가져갈 수 있을까?”

“길이 살아 있다면.” 단우가 말했다.

라흐가 앞서 걸으며 용의 울음에 맞춰 낮은 소리를 냈다. 통로 끝에서 작은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무너진 바위 아래에는 어린 용이 웅크려 있었다. 앞발이 돌 틈에 끼어 있었고, 날개 끝에는 왕실의 붉은 실이 묶여 있었다. 어린 용은 몸을 숨기려 했지만, 아직 날 수 없는 듯했다.

라흐가 가까이 가려 하자 용은 이빨을 드러냈다. 그는 멈춰 서서 두 손을 보였다. “괜찮아. 네 어미가 널 찾고 있어.”

단우는 돌의 무게를 재고, 미라는 수레에서 가져온 끈을 두 갈래로 묶었다. 돌을 한 번에 밀면 어린 용의 발이 더 눌릴 수 있었다. 그들은 끈을 위쪽 바위에 걸고 조금씩 당겼다. 돌이 움직일 때마다 단우가 지형의 울림을 확인했다. 마지막 순간 미라가 끈을 고정하고 라흐가 용을 바깥으로 유도했다.

어린 용은 다친 발을 절뚝이며 라흐 곁으로 왔다. 라흐는 목에 감은 청색 끈을 풀어 발에 감아 주었다. 그 끈에는 어미 용의 염흔이 남아 있었다.

“알은 어디 있지?” 단우가 물었다.

“이 아이가 알의 냄새를 기억해. 둥지를 찾으면 살아 있는 알도 있을 거야.”

미라는 바위에 남은 발자국을 살폈다. 어린 용의 발자국 옆에는 사람의 군화 자국이 있었다. 지도원은 용을 추적하는 동시에 알의 위치까지 찾고 있었다.

“이제 길을 더 늦추면 먼저 도착할 수 없어.” 그녀가 말했다.

단우는 지도를 펴려다 손을 멈췄다. 지도술을 사용하면 측량추에 흔적이 남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 표시도 남기지 않으면 어린 용과 라흐가 길을 잃을 수 있었다. 그는 종이 대신 바위에 세 개의 작은 점을 찍었다. 길을 잇지 않은 표식이었다.

“이 표식은 방향만 보여 줍니다. 길을 바꾸진 않아요.”

라흐는 첫 점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용은 이런 흔적을 읽을 수 있어.”

셋은 용의 발자국과 바위의 염흔을 따라 북쪽으로 향했다. 어린 용은 걷다가 자주 멈춰 숨을 골랐다. 미라는 염수통을 열어 작은 그릇에 물을 부었다. 용은 한 모금만 마시고 고개를 돌렸다.

“물도 모자란데 괜찮을까?”

“목이 마른 게 아니야.” 라흐가 말했다. “알이 가까워져서 긴장하는 거야.”

단우는 걸음을 늦췄다. 그는 어린 용이 멈출 때마다 주변 지형을 기록했다. 용은 좁은 길을 피해 바람이 통하는 틈으로 갔다. 사람에게는 돌아가는 길이지만, 용에게는 가장 안전한 길이었다.

그들은 고개를 돌아 북쪽으로 우회했다. 길은 험했지만 지도술을 사용하지 않아 추적 신호를 남기지 않았다. 해가 저물 무렵 멀리서 용의 울음이 들렸다. 라흐는 그 방향을 향해 짧게 답했다.

“용은 어디로 가는 거야?” 미라가 물었다.

“알의 분지. 하지만 그곳은 지도에서 지워졌어.”

“정말 알이 남아 있을까?”

라흐는 망설였다. “하나가 살아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 그 알을 찾으려고 이 용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지.”

단우는 지도를 펼치지 않은 채 동쪽 산맥을 보았다. 그는 더는 지형을 바꾸지 않고, 표식과 현장 기록만으로 길을 찾아야 했다. 그 선택은 느렸지만 추적자에게 위치를 알리지 않았다.

멀리 능선 위에서 붉은 불빛이 켜졌다. 왕실 측량사들이 용의 흔적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불빛은 하나에서 셋으로 늘어났다.

라흐가 용의 울음에 귀를 기울였다. “알을 찾았어. 그리고 그 근처에 사람들이 있어.”

단우는 지도통을 닫았다. “먼저 사람들을 확인하자. 지도를 펼치는 건 그다음이야.”

그는 주머니 속 동판을 손끝으로 눌렀다. 새 선을 그리지 않아도 지형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지도에 표시된 안전한 길은 이미 낡았고, 아무것도 그리지 않는 선택에도 위험이 따랐다. 이번에는 그 대가를 혼자 정하지 않겠다고 단우는 마음먹었다.

그는 지도를 펼치는 대신 오늘 확인한 바위의 모양을 목소리로 설명했다. 미라가 길목과 물길을 덧붙였고, 라흐는 용들이 읽는 염흔의 방향을 말했다. 서로의 설명이 맞지 않는 곳은 남겨 두었다. 거기에 섣불리 선을 긋지 않는 것이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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