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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골렘 요리사의 마지막 레시피2화

소금골렘 요리사의 마지막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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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골렘의 첫 거부

라온은 아침까지도 국물의 짠맛을 느끼지 못했다. 식당 문을 열자마자 손님으로 들어온 생선 장수 미란이 그릇을 코앞에 댔다.

“이거 어제 끓인 거 남은 거야?”

“아니요. 아침에 다시 끓였어요.”

“그런데 왜 아무 맛이 안 나?”

“제 혀가 아직 폭풍 소금에 놀랐나 봐요.”

“요리사가 맛을 못 보면 손님이 먼저 죽는 거 아냐?”

미란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라온은 웃지 못했다. 미란은 시장에서 생선 좌판을 접으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바구니는 비어 있었고, 손등에는 얼음물에 갈라진 자국이 났다.

“생선은 왜 안 가져왔어요?”

“내 아들이 어젯밤 배를 탔어. 닷새 전에 나간 배인데 돌아오지 않았거든. 항구에서 배를 찾아야 할지, 돈을 빌려야 할지 모르겠다.”

“바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거예요?”

미란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 애가 나를 미워해서 떠난 건지, 내가 붙잡을까 봐 떠난 건지 알고 싶어. 네가 기억을 읽는다고 들었어.”

“제가 읽는 건 맛에 걸린 장면이지, 정답이 아니에요.”

“그래도 국을 끓여 줘.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보고 싶어.”

라온은 주문을 적으려 했다. 펜촉이 종이에 닿기 전에 바루가 주방 문을 막았다.

“기억국은 내지 않는다.”

“또 시작이야?” 라온이 말했다. “손님이 원하잖아.”

“손님은 아들의 선택을 대신 확인하려 한다.”

“그게 왜 네가 판단할 일이야?”

바루는 미란을 바라보았다. “그릇은 말을 증명하지 못한다. 네가 본 장면이 사실이라고 믿으면, 돌아온 뒤 아들과 싸우게 된다.”

미란은 고개를 들었다. “내가 싸우든 말든 내 일이야. 너는 솥이나 봐.”

라온의 손이 멈췄다. 바루가 손님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은 없었다. 그는 가만히 서서 미란의 바구니를 보았다. “아들은 아직 살아 있다.”

“그걸 어떻게 알아?”

“당신이 들고 온 것은 미역이 아니라 배에서 쓰는 조난 깃발이다. 아직 찾지 못했으니 구조 신호를 준비한 것이다.”

미란은 바구니 밑에서 붉은 천을 꺼냈다. “이건 동생 배에 맡기려고 가져온 거야.”

“그럼 먼저 수색선을 부르세요.” 라온이 말했다. “국은 나중에 먹어도 돼요.”

“돈이 없어서 못 부른다.”

“식당 장부에 외상으로 적으면 돼요.”

바루가 라온을 돌아봤다. “식재료 값은 누가 내지?”

“이번 주 매상에서.”

“이번 주 매상은 임대료에 부족하다.”

“알아.”

“너는 손님의 문제를 해결하려다 가게를 잃을 수 있다.”

“그러니까 내 장사 판단이야.”

미란은 둘의 다툼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해. 내가 국을 먹는다고 네 식당이 망하진 않아. 네 골렘이 안 해 주면 내가 직접 끓일게.”

“제가 끓일게요.” 라온이 말했다.

바루는 고개를 젓고, 조리대 위에 손을 얹었다. “나는 그 주문을 수행하지 않는다.”

라온은 그 말을 처음으로 명확히 들었다. 아버지의 쪽지를 꺼내 바루 앞에 놓았다. ‘왕이 다시 오면, 바루가 거절하게 둘 것.’ 어젯밤에는 왕의 얼굴을 알아본 뒤 나온 반응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그가 누구의 명령에도 복종하지 않을 권리를 아버지가 남긴 것처럼 보였다.

“그 주문은 내가 맡을게. 네가 거부하면 내가 대신 요리해.”

“그럼 네 혀가 더 상할 수 있다.”

“그걸 선택하는 건 나야.”

“그건 맞다.”

바루는 옆으로 비켜섰다. 미란이 안도한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그녀는 의자에 도로 앉으며 손가락을 말아 쥐었다. “그럼 부탁할게. 내가 아들한테 한 말을 보게 해 줘.”

라온은 빈 솥을 걸었다. 미란이 건넨 소금은 시장표 보통 소금이었다. 그는 잘게 썬 무와 말린 다시마, 생선뼈 대신 미란이 가져온 조개 껍데기를 넣었다. 기억의 국을 만들 때는 손님의 소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라온이 맛을 읽지 않기로 했다. 그가 주방 문을 닫자 바루가 밖에서 말했다.

“뭘 만들고 있지?”

“기억 없는 국.”

“그런 주문은 없다.”

“오늘 만들면 돼.”

라온은 조개 껍데기를 꺼내고 국물을 졸였다. 스스로 맛을 볼 수 없으니 미란에게 간을 물었다.

“짠가요?”

“아니. 바닷물이 좀 더 들어간 것 같아.”

“그러면 물을 더 부을게요.”

“네 혀는 정말 아무것도 못 느껴?”

“금속 맛만 조금요.”

“요리사한테 잔인한 일이네.”

“오늘만 그래요.”

“오늘만이라고 믿고 싶겠지.”

미란은 목소리를 낮췄다. “아들이 떠나기 전날, 내가 그 애한테 ‘네 아버지처럼 도망치지 마’라고 했어. 그 말이 싫어서 나간 걸까 봐 무서워.”

라온은 국을 저었다. “그 말 말고도 기억나는 게 있어요?”

“밥을 먹다가 일어났어. 내일 새벽에 일 나가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술 냄새를 맡았어. 그래서 배를 팔아 술값을 마련했다고 소리쳤지.”

“정말 그랬어요?”

“몰라. 기억이 자꾸 섞여. 새벽에 내가 먼저 나갔는지, 그 애가 나갔는지도.”

바루가 주방 문 앞에 섰다. “장면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가 기억이 틀릴까 봐 두려워서인가?”

“아니. 내가 틀렸다고 나오면, 그 애가 돌아왔을 때 사과해야 하니까.”

그 말 뒤에 미란은 입을 다물었다. 라온은 국물을 끓이며 미란에게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쌀밥을 작은 공기에 나눠 담았다. 두 공기 중 하나를 미란 앞에, 하나를 비어 있는 의자에 놓았다.

“이건 무슨 뜻이지?”

“당신이 아들과 다시 밥 먹고 싶다고 해서요. 기억을 확인하는 국은 아니에요. 그 애가 오지 않으면 하나는 제가 먹을게요.”

미란은 빈 의자를 바라보았다. “나, 예전엔 밥을 같이 먹을 때 고맙다는 말을 못했어. 아이가 생선을 발라 주면 잔가시부터 타박했지.”

“그 말은 지금도 할 수 있어요.”

미란은 숟가락을 들었다. 국을 한 입 먹고 잠시 눈을 감았다. “무가 너무 익었어.”

“미안해요.”

“근데 조개 맛은 좋아. 이 정도면 배에서 먹던 국 같다.”

“아들이 배에서 먹던 국을 기억해요?”

“겨울마다 내 도시락을 가져갔거든. 그 애는 늘 국만 먼저 먹었어. 뜨거운 걸 못 참고 입천장을 데면서.”

바깥에서 부두 경적이 울렸다. 미란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수색선이 나갈 수 있겠다는 뜻이야.”

라온은 외상 장부를 꺼냈다. “선원들하고 가서 깃발을 맡겨요. 배가 돌아올 때까지 식당에서 기다려도 돼요.”

미란은 잠시 빈 공기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갈 거야. 내 아들이 돌아오면, 내가 먼저 사과해야 하니까.”

“어머니가 잘못했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내 말이 괜찮았다는 뜻도 아니지.”

그녀는 붉은 천을 둘러메고 문을 열었다. 바루가 길을 비켜 주었다. 미란은 그를 지나가다 멈췄다.

“네가 안 해 준 국, 난 다른 걸 먹었어. 그래도 그걸로 충분했어.”

“나는 당신의 주문을 거부했다.”

“알아. 그런데 내 이야기는 들었잖아. 그럼 됐어.”

미란이 나간 뒤 바루는 식당 문을 잠갔다. “네가 만든 국은 기억을 읽지 않았다.”

“응. 간도 제대로 못 봤고.”

“손님은 다 먹었다.”

“그게 오늘의 성과야.”

라온은 자기 몫의 국을 맛보았다. 여전히 짠맛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무의 단맛이 조금 느껴졌다. 아주 작아서 착각일 수도 있었다. 그는 두 번 더 맛보지 않았다. 더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멈추는 것까지 요리의 일부인지 알 수 없었다.

점심이 지나 정헌이 다시 찾아왔다. 이번엔 왕실 문양 없는 평범한 외투를 입었다. 그는 어제 남긴 메뉴를 내밀었다. “바루와 이야기하고 싶소.”

“어제도 거절했잖아요.”

“내가 왕이었을 때 내린 명령을 취소하러 왔소.”

바루가 홀에 나왔다. 정헌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대신 식당 입구에 서서 말했다.

“네가 왕비의 국을 끓이라는 명령은 없었던 일로 하겠소. 그때 네가 거부한 기록을 내가 지우려 했어. 그게 잘못이었다.”

바루는 한동안 침묵했다. “명령은 취소할 수 있다. 기억은 취소할 수 없다.”

“알고 있소.”

“라온의 아버지는 네가 나를 소유물로 부르는 걸 원치 않았다.”

정헌의 표정이 흔들렸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소?”

“내 몸에 그 말이 새겨져 있다.”

라온은 숨을 삼켰다. “아버지 글씨로?”

바루는 자기 팔을 들어 보였다. 소금 결정 사이, 너무 작아 가까이서만 보이는 글자가 있었다. ‘거절할 수 있다.’ 그 밑에는 흐릿한 숫자 세 개가 이어졌다. 바루는 손바닥으로 글자를 덮었다.

“그 비율은 무엇이야?” 라온이 물었다.

“아직 읽을 수 없다.”

정헌은 메뉴를 식탁 위에 놓았다. “내가 찾던 기억은 왕비의 것이 아니었소. 그분이 이 식당에 마지막으로 왔던 날, 이 골렘을 만든 사람과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었소.”

“왜요?” 라온이 물었다.

“그날 뒤로 왕비는 나를 떠났소. 그분이 자기 이름을 버리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나라를 위해 남으라고 했지.”

“그게 사과였어요?”

“아니오. 이제는 알고 있소.”

바루가 메뉴를 집어 들었다. “내가 거부한 주문은 이것이다.”

정헌의 눈이 커졌다. “그때도 왕비의 국을 만들지 않았소?”

“아니다. 그분이 요청한 것은 국이 아니라, 당신이 문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혼자 먹을 한 그릇이었다. 당신은 기억을 원했다. 왕비는 작별을 원했다.”

“내가 그걸 망쳤구려.”

바루는 메뉴를 라온에게 건넸다. “이건 네 아버지의 글이다. 비율이 아니라, 그가 남긴 조리 순서를 확인해라.”

라온은 메뉴 뒷면을 살폈다. 종이의 습기가 말라 접힌 자국이 솟아 있었다. 맨 아래 빈칸에 세 숫자가 어렴풋이 찍혀 있었다. 3, 1, 그리고 지워진 마지막 숫자. 바루 팔의 숫자와 같았다.

“내일 창고를 다시 확인할게.”

“왜 내일이지?” 정헌이 물었다.

“오늘은 미란 씨 아들이 돌아오는지 기다려야 하니까요.”

문 밖에서 누군가 세 번 두드렸다. 미란이 돌아온 줄 알고 라온이 달려갔지만, 문 아래에는 젖은 선원 모자가 놓여 있었다. 모자 안쪽에 붉은 실이 한 바퀴 묶여 있었다. 미란이 수색선에 건넨 깃발과 같은 실이었다.

바루가 문을 열지 말라고 손을 들었다. “이건 바다에서 온 물건이 아니다. 누군가 안쪽에서 밀어 넣었다.”

라온은 모자를 집었다. 안감에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배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국을 끓이지 말라고 전해.’

라온은 미란의 이름을 불렀다. 식당 안에는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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