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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의 용과수원2화

문 너머의 용과수원

문 너머의 용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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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처음 난 울음

알은 해가 뜨기 전에 부화했다.

서린은 밤새 흙의 온도와 습도를 기록했다. 마온은 과수원 입구에서 병사들과 번갈아 경계를 섰다. 기사는 불씨통을 거두지 않았지만, 서린이 측정값을 공개하는 동안 불을 붙이지 않겠다고 했다.

“껍질의 온도가 오른 뒤로 주변 뿌리 온도도 올라갔어요.” 서린이 말했다. “나무가 알을 데우는 게 아니라 알이 주변을 데우고 있어요.”

“그럼 나무는 왜 병들었지?” 마온이 물었다.

“온도를 조절할 물이 부족했어요. 과수원 안쪽의 물길이 막혀서 나무가 계속 뿌리로 물을 끌어왔어요.”

“누가 물길을 막았을까?”

서린은 석판에 난 오래된 홈을 살폈다. 흙 아래에서 작은 돌마개가 발견됐다. 누군가 일부러 배수로를 닫았지만, 언제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알 안쪽에서 다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병사들이 동시에 창을 들었다. 기사는 손바닥으로 그들을 제지했다.

“움직이지 마라. 아직 부화가 끝나지 않았다.”

서린은 알의 금을 따라 천천히 물을 적셨다. 마른 흙이 껍질에 달라붙어 있었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틈으로 들어가 생명을 해칠 수 있었다. 그녀는 수분계를 알에서 떨어진 곳에 놓고, 젖은 천을 돌 위에 덮어 증발을 줄였다.

“왜 알을 도우려는 거지?” 기사가 물었다. “깨어난 뒤 무슨 일을 할지 아무도 몰라.”

“그래서 관찰해야 해요. 겁난다고 태우면 아무것도 알 수 없어요.”

“용은 사람을 태울 수 있다.”

“사람도 용을 태울 수 있죠.”

기사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횃불을 든 병사에게 과수원 바깥으로 물러나라고 명령했다. 병사는 망설였지만 따랐다.

알의 껍질이 길게 갈라졌다. 안에서 작은 발톱이 나와 돌을 긁었다. 서린은 마온과 함께 석판을 조금 옮겼다. 껍질이 압력을 받지 않도록 주변 흙만 걷어 냈다.

푸른 비늘이 틈 사이로 드러났다. 새끼 용은 젖은 날개를 몸에 붙인 채 알 밖으로 기어 나왔다. 눈은 금빛이었고, 숨을 쉴 때마다 콧등에서 작은 김이 피어났다. 용은 서린을 보자 낮게 울었다.

그 울음은 과수원의 나무들을 한꺼번에 흔들었다. 병든 잎에서 검은 점이 떨어지고, 뿌리 아래의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서린은 용의 몸에 손을 대지 않고 손바닥을 바닥에 놓았다. 새끼 용은 그녀의 손에 코를 가까이 댔다.

“이름을 지어 줘도 될까?” 서린이 물었다.

용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린의 손가락에 코끝을 얹었다. 따뜻한 숨이 손바닥을 덮었다.

“노을.” 마온이 말했다. “과수원에서 마지막으로 열매를 맺은 날, 하늘이 저 색이었어.”

서린은 이름을 기록하되 용의 반응을 기다렸다. 노을은 울음으로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석판 밑의 뿌리 쪽을 바라봤다.

“저기 뭔가 있어요.”

마온은 손을 뻗으려다 멈췄다. 서린은 장갑을 끼고 흙을 조금씩 걷어 냈다. 그 아래에는 오래된 금속판이 묻혀 있었다. 판에는 인간의 문장과 용의 발톱 자국이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

기사는 판을 보자 얼굴이 굳었다. “그 문장은 영주 가문의 옛 인장이다.”

“용의 발톱 자국은 계약 표시예요.” 마온이 말했다.

“무슨 계약이었습니까?”

“과수원과 용의 이동로를 함께 지키겠다는 약속.”

기사는 금속판을 압수하려 했지만, 서린이 기록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병사에게 경계만 맡겼다. 서린은 판의 위치와 글자의 간격, 노을이 반응한 방향을 적었다.

그때 노을이 땅에 앞발을 대자 판의 문양이 푸르게 빛났다. 과수원 안쪽의 나무들이 차례로 반응했고, 은빛 잎맥이 지하로 이어지는 선을 드러냈다.

서린은 금속판을 바로 들어 올리지 않았다. 문양의 빛이 깜빡이는 간격을 세고, 뿌리 주변의 온도와 습도를 다시 쟀다. 은빛 선이 강해질 때마다 과수원 아래쪽의 물이 조금씩 움직였다. 판을 뽑으면 흐름이 끊길 수 있었다.

“기록만 하고 가져가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기사에게 말했다. “이 문양이 물길을 바꾸는지 확인해야 해요.”

“그건 영지의 유물이다.”

“그럼 과수원도 영지 소유인가요?”

“관리 권한은 영주에게 있다.”

“그 권한으로 태울 수는 있어도, 이 문양이 무엇을 하는지 알려 줄 책임은 없다는 뜻이군요.”

기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온이 그에게 다가가 금속판의 바깥 테두리를 가리켰다. “이 문장은 당신 가문이 용과 맺은 약속이다. 유물이라고 부르기 전에 약속의 상대가 아직 살아 있는지 확인해야 해.”

기사는 문장 옆에 새겨진 발톱 자국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선대 영주가 만든 계약이라는 기록은 읽었지만, 용이 참여했다는 내용은 없어.”

“기록을 남긴 쪽이 왕실뿐이니까.”

서린은 금속판을 둘러싼 흙을 작은 솔로 걷어 냈다. 테두리에 점 세 개가 나타났다. 각 점에는 나무의 뿌리 위치와 물길 방향이 새겨져 있었다. 지금의 과수원 배수로와 달랐다. 과거에는 물이 담장 너머 숲으로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옛 이동로는 용만 다니던 길이 아니에요. 물과 씨앗도 함께 지나갔어요.”

노을은 발톱으로 첫 번째 점을 가볍게 건드렸다. 땅속에서 작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 과수원 북쪽의 나무 한 그루가 잎을 떨었다. 서린은 그 나무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 뿌리의 검은 병반이 더 이상 안쪽으로 번지지 않고 있었다.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어요.”

“알이 살아났기 때문인가?” 마온이 물었다.

“노을이 뿌리를 깨우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물길을 완전히 열면 반대편 숲으로 무엇이 넘어갈지 아직 몰라요.”

그녀는 금속판 옆에 나무 말뚝을 박고 시간마다 수위를 표시했다. 병사 한 명이 측정 도구를 들어 주었다. 기사는 그들을 지켜보다가 횃불을 뒤로 물렸다. 과수원을 태우기 전에 적어도 증거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하루만 시간을 주겠다. 해가 질 때까지 위험이 확인되면 봉쇄를 명령할 거다.”

“그동안 저는 나무와 물길을 측정하겠습니다.”

“용이 사람을 공격하면?”

“그때는 노을을 포함해 모두 대피시키겠습니다.”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지만 더는 불씨통을 열지 않았다. 서린은 그가 완전히 믿은 것이 아니라, 당장 불을 놓는 일이 더 큰 위험일 수 있다는 걸 계산했음을 알았다.

“이건 이동로를 표시한 지도예요.”

“문이 어디로 이어지지?” 마온이 물었다.

노을은 과수원 북쪽의 오래된 담장을 향해 걸었다. 담장 너머는 영지의 사냥터였다. 기사는 통행을 막으려 했지만, 담장에 새겨진 발톱 자국이 그의 손에 든 인장과 같은 모양으로 빛났다.

“저 문은 왕실 허가 없이는 열 수 없다.”

서린은 금속판의 반응을 기록했다. 노을이 담장 가까이 갈수록 알껍질 조각들이 뒤를 따랐다. 담장 아래에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던 작은 틈이 열렸다.

“이건 문이 아니에요. 지나갈 길이 막혀 있었던 거예요.”

그 순간 영지 기사가 횃불을 들고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 길을 열면 과수원은 영지에서 격리된다. 용을 내보내야 한다.”

노을은 서린의 뒤에 숨지 않았다. 어린 용은 작은 몸을 세우고 기사 쪽을 향해 울었다. 그 울음에는 분노보다 경고가 담겨 있었다.

담장 너머 숲에서 더 큰 울음이 답했다.

나무의 잎이 하나씩 뒤집혔다. 바람은 여전히 없었지만, 은빛 잎맥의 방향이 북쪽으로 기울었다. 서린은 금속판의 문양과 잎의 반응을 기록했다. 한 번의 울음에 과수원 전체가 반응한 것이 아니라, 나무뿌리를 따라 북쪽부터 순서대로 진동이 옮겨 갔다.

“용이 움직이는 것만으로 물길이 바뀌고 있어요.”

“그 길을 열면 농지로도 이어질 수 있어.” 마온이 말했다.

“닫아 두면 나무가 계속 말라요. 완전히 열거나 닫는 게 아니라, 반응을 확인하면서 한 구간씩 연결해야 해요.”

기사는 그녀의 기록을 내려다봤다. “그 판단을 누가 승인하지?”

“제가 합니다. 관측한 값과 위험을 함께 공개하고, 주민과 농민이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는 견습 정원사다. 영지의 경계를 정할 자격이 없어.”

“저도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문을 통과하는 물과 용의 길은 이미 이 땅에 있어요. 그걸 계속 막을지 결정하는 사람은 그 영향을 받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마온은 서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과거 과수원을 폐쇄할 때 농민들에게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사람들을 위험에서 지키려는 마음이었지만, 무엇이 위험한지 함께 확인하지 않았고 그 결과 용과 인간 모두 길을 잃었다.

“이번에는 숨기지 말자.” 그가 말했다. “동쪽 농가에도 측정값을 보여 주고, 그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부터 확인하자.”

병사 하나가 창을 낮췄다. “우리 집도 그 농가 근처입니다. 물길이 바뀌면 우물부터 확인해야 해요.”

기사는 잠시 병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횃불을 완전히 끄지는 않았다. 대신 불씨통 뚜껑을 닫았다. “해가 질 때까지 관측한다. 용이 담장을 넘으면 즉시 봉쇄한다.”

서린은 그 조건을 받아 적었다. 관측 시간이 한정돼 있었지만, 과수원과 주민에게 필요한 정보가 더 중요했다. 그녀는 노을을 따라가지 않고 땅의 반응을 살폈다. 용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인간이 감당해야 할 변화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과수원 바깥에 있던 병사들이 창을 들었다. 마온은 서린에게 노을을 안으라고 했지만, 그녀는 손을 뻗지 않았다. 노을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는 생명이었다.

“누가 오고 있죠?” 서린이 물었다.

노을은 담장 틈을 바라봤다. 그쪽에서 은빛 잎사귀들이 바람도 없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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