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궤도 택배기사는 무중력을 배달한다

2화: 무중력에서 흩어진 씨앗
“물건이 아니면 뭡니까?” 태오가 물었다.
카림은 입을 열었다 닫았다. 그의 시선은 보안팀이 붙잡은 고정망이 아니라 세라가 든 씨앗 상자에 가 있었다. 상자 한쪽 모서리가 부풀어 있었다. 도킹 충격에 완충 포장 안의 봉투가 찢어진 모양이었다. 세라가 그걸 알아차린 순간, 상자 틈에서 씨앗 몇 알이 튀어나왔다.
정거장 통로의 공기 순환기가 씨앗들을 천천히 밀어 올렸다. 검은 점들이 손바닥 크기만큼 흩어졌다. 세라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한 알은 환기구 쪽으로 향했다.
“송풍기 끄지 마세요!” 예린이 외쳤다.
세라는 손을 멈췄다. 환기구를 닫으면 구역의 공기 순환이 끊기고, 씨앗을 잡으려 급히 바람을 바꾸면 씨앗이 더 깊은 배관 안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었다. 예린은 벽의 손잡이를 잡고 몸을 밀어 씨앗의 진행 방향 앞에 섰다. 손바닥을 오므려 한 알을 받았다. 다른 알은 천장 케이블 사이로 미끄러졌다.
“필터를 분리할 수 있어요?”
세라가 고개를 저었다. “분리하면 농장 구역 전체가 먼지에 노출돼요. 씨앗이 들어가면 발아판도 오염될 수 있고요.”
태오는 고정망 안 캡슐을 가리켰다. “보안팀이 캡슐을 조사하는 동안은 작업 구역을 닫죠.”
“닫으면 씨앗 회수 인력이 농장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세라가 말했다. “저걸 먼저 건져야 해요.”
예린은 씨앗 상자를 잠금 고리에 연결했다. 봉투의 찢어진 부분을 손으로 가리지 않고 투명한 비상 수거 주머니를 꺼냈다. 남은 씨앗이 더 빠져나오지 않도록 상자를 기울이지 않은 채 고정했다. 태오가 수거 주머니를 잡고 세라는 파손된 포장 틈을 임시 밀봉했다.
“다섯 알이 보여요.” 예린이 말했다.
“일곱 알이어야 합니다.” 세라의 목소리가 얇아졌다. “이번 주 발아판에 필요한 마지막 묶음이에요.”
공기 흐름은 정거장 중앙으로 이어졌다. 예린은 씨앗이 움직이는 속도를 눈으로 따라가며 순환기 밸브를 한 단계 낮추자고 제안했다. 유경 관제사는 원격으로 허용 가능한 감속 시간을 계산했다. 4분. 그보다 길면 농장 습도 제어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4분이면 충분하다고 장담 못 해요.” 예린이 말했다.
“장담은 못 해요. 하지만 밸브를 더 닫으면 농장 쪽 압력이 먼저 흔들립니다.” 유경이 답했다.
예린은 캡슐을 지키던 보안 직원에게 요청했다. “농장 구역의 송풍기 제어권을 잠깐 빌려 주세요. 씨앗이 지나갈 통로만 늦추겠습니다.”
직원은 태오를 바라봤다. 태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보안 직원은 제어 패널을 열었다. 그 순간 캡슐의 푸른 점이 다시 깜빡였다. 농장 구역의 같은 표시도 따라 반짝였다. 보안 직원이 캡슐을 확인하려 몸을 돌리자 카림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 신호를 끊으면 안 됩니다.”
“당신이 적재했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제가 옮긴 건 맞습니다. 하지만 훔친 게 아니에요.”
“적재표에 없는 화물을 몰래 실은 건 훔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카림은 대답 대신 캡슐을 바라봤다. 예린은 그 시선을 따라가고 싶은 충동을 눌렀다. 지금은 씨앗이 먼저였다. 그녀는 송풍기 출력을 낮추는 레버를 천천히 내렸다. 통로의 공기가 느려졌다. 씨앗 하나가 케이블에서 떨어져 수거 주머니 쪽으로 떠왔다. 세라가 손끝을 펴서 기다렸다. 씨앗은 그녀의 손바닥을 지나쳤다. 예린이 팔을 뻗어 주머니 입구를 그 앞에 댔다. 씨앗이 투명한 벽에 부딪혀 안쪽으로 들어갔다.
“하나.”
두 번째는 환기구 격자 바로 앞에서 멈췄다. 예린은 격자에 접근해 작은 점검 덮개를 열었다. 손목 고리가 걸린 걸 확인하고 손을 집어넣었다. 씨앗은 회전하는 팬 앞쪽의 먼지망에 붙어 있었다. 팬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녀는 긴 집게로 먼지망을 잡고 아주 천천히 당겼다. 망이 흔들리자 씨앗이 떨어졌다. 세라가 주머니를 받쳐 겨우 담았다.
“둘.”
세 번째 씨앗은 농장 구역으로 들어가기 직전, 배관과 벽 사이에 끼어 있었다. 예린이 몸을 밀어 가까이 가자 어깨가 배관에 걸렸다. 그녀는 무릎으로 벽을 밀고, 왼손으로 난간을 잡은 채 오른손을 좁은 틈에 넣었다. 장갑 끝이 금속 모서리에 긁혔다. 씨앗을 잡는 순간 손등이 찢어졌지만, 그녀는 손을 빼지 않았다. 씨앗이 틈을 빠져나와 손바닥에 닿았다.
“세 개.” 세라가 낮게 말했다. “총 여덟 개 가운데 여섯 개가 돌아왔어요.”
마지막 두 개는 찾지 못했다. 순환기 감속 4분이 끝나자 예린이 레버를 원위치로 올렸다. 구역의 공기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세라는 회수한 씨앗을 수량별로 나눠 밀폐 용기에 넣었다. 발아판 한 줄은 포기해야 할 수 있었다.
“제가 상자를 확인했어야 했어요.” 카림이 말했다.
“확인했는데도 놓쳤다면서요.” 세라가 차갑게 대꾸했다.
“마지막 적재 때 캡슐을 먼저 옮기느라 급했습니다. 캡슐 안에 데이터 코어가 있었어요. 폐쇄된 농장 모듈의 재배 기록입니다.”
태오는 곧장 고정망을 돌아봤다. “왜 적재표에서 뺐지?”
“기록이 삭제될까 봐요. 회수 신청을 했는데 거절됐습니다. 폐기 예정 위성에서 내려온 코어였고, 농장 모듈이 문 닫기 전에 남긴 자료였어요.”
“그럼 더더욱 정식 절차를 밟아야지.”
카림은 고개를 떨궜다. “정식 절차를 밟으면 폐기 처리부터 됐을 거예요.”
예린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렇다고 캡슐을 당장 넘기고 싶지도 않았다. 코어가 무엇을 담았는지는 모른다. 세라는 씨앗 여섯 알을 테이블 위에 정렬해 놓고 한참 바라봤다. 모종이 될 수 있는 숫자와, 실패를 감당해야 할 숫자를 동시에 세는 얼굴이었다.
“그 데이터가 살아 있는 씨앗을 대신하진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다음 작기부터 같은 실수를 막을 수는 있겠죠.”
보안팀은 캡슐을 열지 않은 채 통제 구역으로 옮기기로 했다. 카림은 적재 기록을 위조한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예린은 화물선 로그에서 캡슐이 실린 시각을 다시 확인했다. 출발 전, 적재원들이 교대하는 짧은 틈이었다. 선체 센서 기록에는 캡슐의 최초 위치가 농장 씨앗 상자 옆으로 표시돼 있었다.
그녀는 기록을 확대했다. 청색 점이 한 번 깜빡이고, 캡슐의 내부 시계가 움직였다. 캡슐은 도킹하기 전부터 정거장 안의 신호에 응답하고 있었다.
유경이 통신으로 말했다. “신호는 정거장 4호의 급수 제어기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급수 제어기는 지금 오프라인이에요.” 그녀는 파형을 다시 재생해 세 번의 진동 간격을 화면에 겹쳐 놓았다. 간격은 일정했지만 마지막 신호만 미세하게 늦었다. “누군가 응답을 기다린 뒤 보낸 것처럼 보여요.”
예린은 손등의 상처를 압박 붕대로 감았다. 태오가 붕대 끝을 붙잡아 단단히 눌러 주었다. 그의 손이 예상보다 따뜻했다. “통증은요?” 그가 물었다. “손을 쓸 수 있을 정도예요.” “그게 괜찮다는 뜻은 아니죠.” “알아요. 그래도 지금은 씨앗부터 세야 합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회수한 수량을 다시 확인했다. 여섯 알. 숫자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럼 누가 보내는 거죠?” 태오가 물었다.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세라는 회수한 씨앗을 가슴 가까이 붙들었다. 예린의 손등에서 피가 작은 방울로 맺혀 떠올랐다. 그녀는 피를 닦으며 캡슐을 바라봤다. 도킹 때 부딪힌 흔적이 새로 생겼다. 그 틈 사이로 안쪽의 빛이 한 번 더 새어 나왔다.
이번엔 신호가 세 번이 아니었다. 길게 한 번, 짧게 두 번.
예린은 그 리듬을 기록하고 캡슐의 움직임을 다시 살폈다. 진동이 울릴 때마다 고정망의 끈이 미세하게 떨렸다. 캡슐이 스스로 신호를 보냈다면 전력을 쓰고 있을 텐데, 그 전원은 어디에서 충전되는가. 그녀는 외피에 붙은 청색 점을 손전등으로 비췄다. 페인트가 아니라 유리 아래 박힌 작은 수신부 같았다.
“옛 농장 모듈의 수신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경이 말했다. “당시에는 수분 센서가 전력 없이 신호를 보내도록 설계했어요. 압력 차를 진동으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압력 차를 읽는 장치가 왜 화물선에 있었죠?”
카림은 입술을 깨물었다. “4호 급수관이 폐쇄될 때 압력 로그가 사라졌습니다. 캡슐은 그 로그를 복구하려는 보조 장치일 수 있어요.”
“그 사실을 적재 전에 말했으면 됐잖아요.” 태오가 말했다.
“말하면 회수 허가가 날 줄 알았습니까?” 카림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높아졌다. “어머니가 남긴 기록인데, 아무도 읽어 보지 않았어요. 폐기 목록에는 숫자 하나로만 들어가 있었고요.”
태오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손목 단말에서 정거장 4호 폐쇄 보고서를 불러왔다. 서명란의 날짜는 여섯 해 전이었고, 최종 확인자는 태오 자신이었다. 예린이 그 이름을 읽자 태오는 화면을 끄지 않았다.
“당시엔 물류 인턴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현장을 확인한 건 아니에요.”
“그럼 확인한 사람은요?”
“기록엔 두 명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두 명이 누군지는 기억합니까?”
태오는 한참 뒤에야 고개를 저었다. 예린은 그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사실을 줄이지 않은 점을 기억했다. 그 고백이 책임을 덜어 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보여 주었다.
카림이 그 소리를 듣자 얼굴이 굳었다.
“그건 구조 신호예요.”
“누구의?” 예린이 물었다.
“정거장 4호가 폐쇄되기 전에, 안에 남아 있던 사람들의 신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