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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궤도 택배기사는 무중력을 배달한다1화

저궤도 택배기사는 무중력을 배달한다

저궤도 택배기사는 무중력을 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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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적재표에 없는 캡슐

화물칸에서 세 번째로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을 때, 나예린은 손을 떼지 않은 채 운전대를 잠갔다.

“태오 씨, 화물 고정 상태 다시 확인해요. 우측 뒤쪽에서 소리 납니다.”

통신기 너머로 문태오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그는 정거장 물류 책임자였지만 지금은 예린의 화물선에 동승 중이었다. 농장용 씨앗 봉투와 산소 필터를 예정된 도킹 창 안에 옮겨야 했다. 창을 놓치면 다음 운송선까지 나흘. 안세라가 전날 보낸 메시지에는 어린 모종 잎이 말라 가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예린은 계기판의 질량 중심을 보았다. 적재표에 입력한 값과 실제 추정치가 0.8킬로그램 어긋났다. 작은 차이였지만 궤도선의 자세 제어 노즐은 이미 두 번 더 분사됐다. 연료 잔량이 표시된 숫자보다 먼저 그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고정 벨트는 다 잠겼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씨앗 상자도 필터도 그대로예요.”

“그럼 저 소리는 어디서 났죠?”

답을 기다리는 사이 화물칸 내부 카메라가 한 번 흔들렸다. 화면 오른쪽, 의료용 보냉 상자와 씨앗 컨테이너 사이에 회색 원통이 떠 있었다. 주먹 두 개를 포갠 정도의 크기였다. 네 귀퉁이에 달린 자석 고리는 아무 데도 붙지 못한 채 천천히 회전했다. 표면에는 도장이 없고, 적재 바코드도 없었다.

태오가 화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저건 우리 물건이 아닙니다.”

예린은 곧장 캡슐의 위치를 계기판에 표시했다. 선체의 움직임에 따라 원통이 조금씩 떠밀렸다. 질량 중심이 0.8킬로그램 바뀐 이유였다. 그녀는 조종석의 보조 송풍기를 끄고 화물칸 내부 공기 흐름을 낮췄다. 공기를 타고 캡슐이 필터 상자 쪽으로 가면 얇은 포장재가 찢어질 수 있었다.

“열어서 확인하면 안 됩니까?” 태오가 물었다. “위험물이면 지금 알아야죠.”

“조종사 권한으로 봉인 화물은 열 수 없어요. 위험물 표식도 없고, 봉인이 없는 것 자체가 이미 이상합니다. 먼저 고정부터 하겠습니다.”

예린은 안전고리를 걸고 화물칸으로 이동했다. 손잡이를 하나씩 짚을 때마다 몸이 관성에 밀렸다. 그녀의 무릎이 씨앗 컨테이너 모서리에 닿아 가볍게 튕겼다. 그때 캡슐이 회전하며 쿵, 하고 벽을 쳤다. 자석 고리 하나가 산소 필터 상자의 손잡이에 걸렸다.

예린은 손바닥을 펴서 캡슐과 상자 사이에 끼웠다. 단단한 외피가 장갑 위로 차갑게 눌렸다. 손가락 두 개가 상자 끈 아래로 들어가 있었다. 조금만 더 세게 밀면 끈이 풀릴 수 있었다.

“태오 씨, 반대편 벨트 잡아 주세요.”

태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벽의 난간을 잡았다. 예린은 자석 고리를 떼어 내고 캡슐을 빈 고정망 안으로 밀어 넣었다. 캡슐이 한 번 더 튀었지만 망이 받아 냈다. 그녀는 망의 잠금띠를 세 번 당겼다. 녹색 표시가 켜질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이제 됐습니다.”

“무게가 왜 다르게 잡힌 겁니까?”

“적재표에 없는 무게가 있었으니까요.”

예린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태오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그는 정거장 본부로 연결해 적재 기록을 확인했다. 대답은 세 번의 짧은 통신 지연 뒤에 돌아왔다. 출발 전 검사표에도, 화물 인수 스캔에도 회색 원통은 없었다. 선적 담당자는 카림 박이었다. 견습 적재원인 카림은 지금 정거장에 남아 있었다.

태오가 카림에게 직접 물었다.

“마지막으로 화물칸에 들어온 사람이 자네 맞지?”

“맞습니다. 하지만 봉인 없는 캡슐은 못 봤어요.”

“화물 수량을 다시 확인했나?”

“세 번 확인했습니다.”

대답은 너무 빨랐다. 예린은 고정망 안의 캡슐을 바라봤다. 외피의 작은 흠집들이 한 방향으로 길게 긁혀 있었다. 누군가 캡슐을 끌어 넣다가 급히 놓친 자국처럼 보였다. 겉면 한구석에는 아주 작은 청색 점이 박혀 있었다. 공장 표식인지, 누군가 칠한 흔적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정거장 농업 구역에서 세라의 음성이 들어왔다.

“씨앗 컨테이너가 아직 선내에 있나요? 급수 밸브가 예상보다 빨리 말랐어요. 배송이 오늘 안에 오지 않으면 발아판 두 줄을 비워야 합니다.”

태오가 답하려 했지만 예린이 먼저 말했다.

“정상 배송 중입니다. 도킹 창을 맞추고 있어요.”

그녀는 남은 연료와 예정 궤도를 확인했다. 캡슐의 무게를 반영하면 지금 계획대로도 도킹은 가능했다. 다만 추가 점검을 위해 속도를 줄이면 마지막 도킹 창을 놓칠 수 있었다. 캡슐을 정거장에 넘기면 누가 적재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반대로 즉시 관제에 신고하고 화물선 안에서 검사를 기다리면 씨앗은 늦었다.

예린은 캡슐을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고정망 바깥에 부착된 임시 태그에 발견 시각과 위치, 관측된 질량을 기록했다. 기록을 남기면 아무도 캡슐을 몰래 자기 화물로 가져갈 수 없었다.

태오는 그녀의 손끝을 보았다.

“이렇게까지 기록하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기록이 없으면 책임질 사람도 사라져요.”

태오는 더 말하지 않았다. 정거장의 접근 신호가 전방 창에 나타났다. 예린은 태도를 고쳐 잡고 수동 조종을 선택했다. 자동항법은 질량 중심의 변화는 계산했지만, 화물칸에서 캡슐이 다시 움직일 가능성까지 책임져 주지는 않았다.

“도킹 창까지 11분.” 관제사 최유경이 말했다. “측면 바람은 없지만 정거장 외벽 보수 드론이 접근 중이에요. 속도 줄이면 다음 창까지 19시간 기다려야 합니다.”

예린은 보수 드론의 위치를 확인했다. 드론은 도킹 포트에서 예상보다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작은 분사로 선체를 돌렸고, 태오는 화물칸 카메라를 계속 지켜봤다. 캡슐은 망 안에서 흔들렸지만 빠져나오지 않았다.

정거장 고정 고리가 선체를 잡았다. 결합 충격은 가볍게 한 번, 두 번째는 더 세게 왔다.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다. 예린은 정박 확인을 누르고 숨을 내쉬었다.

문이 열리자 안세라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그녀는 씨앗 상자의 라벨을 확인하고 손끝으로 모서리를 눌렀다. 얇은 포장 안에서 마른 씨앗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세라는 안도의 표정을 지으려다 캡슐을 보고 멈췄다.

“저건 씨앗이 아니죠?”

“적재표 밖 화물입니다.” 예린이 말했다. “열지 않았어요.”

태오가 캡슐을 가리켰다. “정거장 보안팀에 넘기겠습니다.”

카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세라는 씨앗 상자를 끌어안듯 붙잡았다. 그녀의 손톱 밑에는 배양액 자국이 남아 있었다. 예린은 그 손을 보며 자신이 늦지 않았다는 안도와, 캡슐이 왜 이 노선에 실렸는지 모른다는 불안을 동시에 느꼈다.

보안팀 직원이 고정망에 봉인 띠를 두르려는 순간, 캡슐 안쪽에서 세 번의 둔한 진동이 울렸다. 간격은 정확히 같았다. 모두가 멈췄다.

직원은 봉인 띠를 거두고 휴대 판독기를 들었다. “내부 압력 변화는 없습니다. 온도도 선내와 같아요. 자가 전원은 감지되지만 제조 번호는 지워졌습니다.”

“그럼 위험물이 아니라는 뜻입니까?” 태오가 물었다.

“그 뜻은 아닙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범위가 여기까지라는 뜻이죠.” 직원은 단말을 캡슐 표면 가까이 가져갔다. 기계가 짧은 잡음을 내며 꺼졌다. 그는 예린에게서 두 걸음 물러났다. “전자기 간섭이 있습니다. 더 가까이 붙이지 않겠습니다.”

예린은 관측 로그를 직원에게 넘겼다. “선체에서 발견한 시각은 08시 14분, 최초 충격은 08시 09분입니다. 무게 변화는 0.8킬로그램. 이 기록을 정거장 보관소에도 복사해 주세요.”

“규정상 보안팀이 원본을 보관합니다.”

“저는 사본을 달라는 게 아니라 기록 번호를 달라는 겁니다. 제 운송 로그에 연결할 번호요.”

직원은 잠깐 예린을 노려보다가 자기 단말에 번호를 입력했다. 그 사이 태오는 화물 인수 확인을 미루고 있었다. 씨앗과 필터를 먼저 농장에 넘기면 캡슐은 화물선에서 발견된 사실만 남고, 누가 어디서 옮겼는지는 조사에서 흐려질 수 있었다. 그가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는 손짓을 보고 예린은 그가 시간을 끄는 이유를 물었다.

“배송 완료를 누르면 제 책임이 끝납니다.” 태오가 낮게 말했다. “하지만 캡슐이 제 구역에서 나왔다면, 누구든 제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알고 있었습니까?”

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화물 인수 화면을 닫았다. 세라가 기다리던 씨앗 상자를 운반 카트에 올리며 그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지나갔다. 그 눈빛에는 고마움보다 경계가 더 많았다.

예린은 자신이 이곳에 도착한 뒤 처음으로 배송 확인을 미룬 태오를 보았다. 그는 규정을 지키는 사람이라기보다, 규정이 자기 편이 아닐 때 어떤 값을 치를지 이미 계산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최유경 관제사의 목소리가 통신기에 꽂혔다.

“예린 씨, 그 캡슐의 송신원이 지금 정거장 내부에서 잡혔어요. 신호가 화물선에서 오는 게 아닙니다.”

예린은 캡슐의 청색 점을 다시 보았다. 불이 꺼졌다 켜지는 순간, 정거장 4호의 농장 구역에서 같은 푸른 표시가 점멸했다.

그리고 카림이 숨을 몰아쉬며 통로 끝에 나타났다. 정거장 작업복 소매 한쪽은 젖어 있었고, 손에는 농장 구역의 출입 태그가 들려 있었다. 그는 보안팀이 다가오자 한 걸음 물러났다. 고개는 숙였지만 캡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는 숨이 차서 갈라졌다. “열지 마세요.” 그가 말했다. “안에 있는 건 물건이 아닙니다.” 손끝이 계속 떨렸고 젖은 소매가 손목에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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