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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1분의 용의자들2화

사라진 1분의 용의자들

사라진 1분의 용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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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로컬 캐시의 사람

은채는 자기 위치가 차고지로 찍힌 화면을 수호에게 보여 줬다.

그녀는 관제센터 안에 있었고, 출입 기록에도 들어온 시각이 남아 있었다. 위치 데이터가 잘못됐다는 설명은 가능했다. 그러나 지도상의 지점은 박준오의 마지막 목격 장소와 같았다. 은채는 본인이 그곳에 간 적이 있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눈을 감자 버스 도착 안내음과 젖은 아스팔트 냄새가 떠올랐다.

“그날 새벽에도 여기 왔어?” 수호가 물었다.

“기억 안 나.”

“그럼 네 위치 기록을 더 봐야 해.”

“먼저 준오를 찾자.”

수호는 관제센터에서 받아 적은 차량 번호를 바탕으로 폐쇄 차고지를 확인했다. 그는 허가 없이 출입하지 않고, 차고지 운영사에 영상 보존을 요청했다. 운영사는 해당 시간대 영상이 자동 삭제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차량 정비 단말기에는 마지막으로 내려받은 경로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차고지에 도착했을 때 경비원은 버스가 들어온 적 없다고 했다. 은채는 대답을 다그치지 않았다. 경비실 시계는 3시 18분을 가리켰고, 벽의 아날로그 시계는 3시 17분에 멈춰 있었다. 경비원은 매일 이맘때 시계가 멈춘다고 말했다. 건전지를 갈아도 하루 만에 같은 시각에 멎었다.

“오늘도 멈췄나요?”

“오늘은 아직 아닙니다.”

수호가 창고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누군가 세 번 두드려 답했다. 경비원은 창고가 비어 있다고 했다. 은채는 문을 열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먼저 열쇠 보관 기록을 확인했다. 창고 열쇠는 지난밤 한 차례 대여됐지만, 대여자 이름은 공란이었다.

차고지 운영사는 정비 단말기 확인을 허가했다. 화면에는 17번 버스의 로컬 캐시가 남아 있었다. 중앙 서버의 노선 기록과 달리, 버스는 3시 17분 24초에 차고지로 진입했고, 승객 한 명이 내렸다. 얼굴은 저장되지 않았지만, 내린 사람의 손목에 반사띠가 찍혀 있었다.

은채는 그 반사띠를 보고 자신의 점퍼 소매를 확인했다. 그녀가 입은 옷에도 같은 반사띠가 있었다. 누가 언제 입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수호는 그녀의 움직임을 보며 카메라를 내렸다. 그는 취재보다 친구의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집에 가서 쉬어. 여기서 계속 추적하면 네가 용의자가 될 수 있어.”

“이미 내 위치가 차고지에 기록됐어.”

“기록은 네가 거기 있었다는 걸 증명하지 않아.”

“그래서 확인해야 해.”

은채는 운영사에 원본 복사본을 요청했다. 직원은 개인 정보가 포함돼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준오의 가족에게 동의를 받겠다고 제안했다. 수호는 가족에게 연락해 자료 열람 범위를 설명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마지막 동선을 확인할 수 있다면 동의하겠다고 했다.

정비 단말기 로컬 캐시에는 더 오래된 파일 하나가 있었다. 누군가 그 버스를 점검한 뒤 지우지 않은 기록이었다. 영상은 없고, 문 열림 센서와 하중 변화만 남아 있었다. 3시 17분에 승객이 탔고, 18분에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승객의 하중은 사람 한 명보다 가벼웠다.

“아이가 탔을 수도 있어요.” 수호가 말했다.

“혹은 짐일 수도 있죠.”

은채는 장비 로그의 시간 오차를 계산했다. 서버와 버스 단말기의 시계는 37초 차이가 났다. 따라서 승객이 타고 내린 시간이 정확히 3시 17분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오차 범위를 기사 메모에 함께 적었다.

경비원은 갑자기 은채의 이름을 불렀다. “기자님, 그날도 여기서 저를 인터뷰했잖아요.”

“언제요?”

“어제 새벽. 준오를 찾고 있다고 했어요.”

경비원은 은채의 얼굴을 안다며 그날 나눈 대화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근무일지는 어제 새벽 3시 17분에 휴게실에 있었다고 기록했다. CCTV 화면에도 휴게실 문이 닫혀 있었다.

은채는 기억을 강제로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대신 경비원의 말과 기록을 각각 적었다. 그 순간 버스 정비 단말기의 로컬 캐시가 자동으로 삭제되기 시작했다. 수호가 전원을 끄려 했지만, 화면은 경고로 가득 찼다.

은채는 파일을 열기 전에 먼저 삭제 진행률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러나 화면을 찍으면 개인 정보가 함께 담길 수 있었다. 차고지 직원에게 허가를 요청했고, 그는 승인된 화면의 진행률만 손으로 적어도 된다고 말했다. 수호가 종이에 시간을 적고, 은채가 파일 이름을 읽지 않은 채 메모리 크기를 기록했다.

직원은 데이터 복사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외부 반출 승인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은채는 그에게 압박하지 않겠다고 했다. 승인 없이 파일을 가져가면 취재원과 피해자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그녀는 가족의 동의를 받은 구간만 화면에서 확인하고, 다른 자료는 저장하지 않았다.

삭제 진행률은 61퍼센트였다. 화면 뒤쪽에서 파일 하나가 반복해서 목록에 나타났다. ‘0317_cache’. 직원은 그 파일을 본 적 없다고 했다. 수호는 파일 이름을 소리 내 읽지 않고, 확장자와 용량만 기록했다. 용량은 영상 한 분 분량에 가까웠다.

“삭제되기 전에 복사해야 합니다.” 은채가 말했다.

“승인이 없어요.”

“그럼 복사하지 않고 화면에서 열람할 수 있을까요?”

“열람도 권한 밖입니다.”

수호는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버스 단말기의 정비 이력표를 살폈다. 중앙 서버와 동기화하기 전에 차량마다 로컬 캐시를 정리하도록 돼 있었다. 정비사는 현장 점검 중 기기를 끄면 캐시가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직원은 자신이 담당하는 차량의 점검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운행 안전과 자료 보존이 충돌했다.

은채는 점검을 방해하지 않았다. 대신 정비 담당자에게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안전 점검을 끝낸 뒤 저장 장치의 읽기 전용 사본을 만들 수 있는지 요청했다. 그는 동의했지만, 관리자 승인 없이는 개인 영상 파일을 열 수 없다고 했다. 그 절차를 기다리는 사이 복사 진행률은 69퍼센트가 됐다.

은채는 자신이 그날 새벽 차고지에 있었을 가능성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취재원으로부터 받은 CCTV의 존재를 경찰에 알리고, 영상을 자기 개인 데이터와 함께 대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도망치듯 기록을 가져오는 대신, 자신의 위치 기록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다. 수호는 그녀가 용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그럴 수 있어요. 그렇다고 자료를 숨기면 더 나빠져요.”

정비 담당자는 관리자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캐시 삭제를 일시 중지했다. 절차상 허용된 최대 시간은 10분이었다. 그는 차량 전원을 끄지 않고, 데이터 포트에 읽기 전용 장치를 연결했다. 첫 시도는 실패했다. 연결된 장치가 승인되지 않았다는 오류가 떴다.

은채는 더 시도하지 말라고 했다. 무단 접근 기록이 남으면 협조가 끊길 수 있었다. 대신 화면에 뜬 오류 코드와 장치 번호를 적었다. 수호는 승인 담당자에게 전화했고, 담당자는 자료 보존 요청서가 접수됐는지 먼저 확인하겠다고 했다. 진행률은 72퍼센트에 머물렀다.

승인 담당자가 도착했을 때 그는 복사를 허용하되, 파일명과 얼굴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했다. 은채는 동의했다. 복사는 100퍼센트까지 완료되지 못했지만, 열린 구간의 데이터 조각이 분리되어 저장됐다. 원본을 빼내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메타데이터뿐이었다.

메타데이터에는 세 가지가 남았다. 영상 생성 시각, 차량 진입 시각, 그리고 파일을 마지막으로 열어 본 사용자 계정. 사용자 계정은 은채의 취재용 노트북에서 발급된 것이었다.

삭제를 멈출 방법은 없었다. 은채는 직원에게 동의를 얻고 데이터를 외부 저장 장치로 복사하기 시작했다. 진행 막대가 72퍼센트에 멈췄다. 그 아래로 영상 파일 하나가 보였다. 제목은 ‘은채_0317.mov’였다.

수호는 파일을 재생하기 전 차고지 관리자와 다시 협의했다. 개인 정보가 포함된 영상은 공개하지 않고, 준오의 어머니와 수사관이 함께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옷차림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만 보겠다고 했다. 관리자는 동의서에 서명한 뒤, 화면을 촬영하지 않는 조건으로 열람을 허가했다.

은채는 재생 화면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손으로 일부를 가렸다. 그녀는 먼저 시각과 차량 번호만 확인했다. 그다음 어머니가 준오의 손목 끈과 점퍼 소매를 알아봤다. 수호는 어머니가 괜찮은지 묻고, 그녀가 중단을 요청하자 곧바로 영상을 멈췄다. 화면의 여자가 은채인지 확인하는 것은 그 뒤로 미뤘다.

“내 아들이라면, 지금 어디 있는지만 알고 싶어요.” 어머니가 말했다.

은채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영상은 차고지에 도착한 순간만 보여 줬다. 그 뒤의 기록은 없었다. 추측으로 안심시키지 않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복사 작업이 끝나자 운영사 직원은 저장 장치의 연결을 끊었다. 은채는 파일을 가져가지 않고, 승인된 열람실 안에서만 확인하겠다고 다시 약속했다. 준오의 어머니는 화면을 보기 전에 아들의 옷차림과 손목 끈을 설명했다. 그 설명을 먼저 기록해 두면 영상을 보고 기억을 바꾸지 않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그 애는 끈을 오른손에만 맸어요”라고 말했다. 은채는 그 말을 별도 진술서에 적었다.

은채는 어머니에게 파일을 함께 확인할지 물었다. 그녀는 음성은 듣지 않겠다고 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화면도 오래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호는 선택을 존중해 재생 구간을 짧게 잘랐다. 자료를 보여 주는 일은 사실을 강요하는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화면을 멈출 수 있는 버튼을 자기 손으로 눌렀다. 그 작은 선택 뒤에야 재생을 허락했다.

파일 미리보기 속 여자가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내가 준오를 데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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