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분의 용의자들

1화: 새벽 세 시 십칠 분
나은채는 모니터 네 개에 같은 시각을 띄웠다.
교통관제, 기상청, 통신사 공개 API, 도시 민원 서버. 네 곳의 데이터는 서로 다른 시계에 의존했지만, 매일 새벽 3시 17분부터 18분 사이가 비어 있었다. 어떤 기록은 3시 16분 59초 뒤에 3시 18분 00초가 이어졌다. 어떤 기록에는 3시 17분이 두 번 찍혔다. 단순한 서버 오류라면 발생 시점과 범위가 달라야 했다.
“이 정도면 취재가 아니라 논문이에요.” 영상기자 진수호가 커피를 내려놓았다.
“논문이면 더 좋죠. 기사로 쓰려면 원인을 알아야 하니까.”
은채는 데이터 표본을 다시 내려받았다. 그녀는 매일 새벽 자동으로 저장되는 공개 로그를 개인 저장 장치에도 복사했다. 이번엔 파일 해시가 전날과 달랐다. 누군가 원본을 덮어썼거나, API가 갱신된 자료를 내보냈을 수 있었다.
수호가 도시 민원 서버에서 검색하자, 새벽 3시 17분에 접수된 실종 신고 하나가 나왔다. 열아홉 살 박준오. 신고자는 어머니였고, 신고 시각은 3시 18분 02초였다. 그러나 신고 내용에는 ‘3시 17분에 집을 나갔다’고 적혀 있었다. 해당 구간의 CCTV에는 준오가 찍히지 않았다.
“이름을 검색했더니 어제 기사 하나가 떠요.” 수호가 말했다.
기사는 오전에 삭제됐다. 검색엔진 캐시에는 남아 있었지만, 제목과 본문은 비어 있었다. 사진에는 버스 정류장 앞에 선 청년 하나가 보였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고, 기사 설명은 ‘시청 관계자와 면담 중’이라고만 했다.
은채는 사진의 배경을 확대했다. 버스 노선 표지판에는 17번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그 정류장을 알고 있었다. 매일 새벽 택시를 타고 지나치는 길목이었다. 하지만 왜 그곳에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수호는 은채의 통신 위치 기록을 보여 달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은채는 웃지 않았다. 휴대전화는 지난달부터 새벽 3시 17분마다 위치 서비스가 꺼졌다가 18분에 다시 켜졌다. 그녀는 스스로 설정을 바꾼 기억이 없었다.
“취재원에게 위치 기록을 달라고 하면서 네 건은 숨길 거야?”
“내 기록은 나중에 확인할게요.”
“나중에가 언제인데?”
은채는 대답 대신 도시관제센터에 자료 요청서를 보냈다. 요청 범위는 박준오의 이름이 아닌 3시 16분부터 19분까지의 버스 위치 로그였다. 개인 정보를 최소화해야 했다.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차예림 담당자가 전화로 특정 구간의 로컬 캐시가 남았을 수 있다고 알려 왔다.
예림은 센터 방문 조건으로 촬영 장비와 저장 장치를 반입하지 말라고 했다. 은채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수호와 둘이 방문하되, 기록 열람은 승인된 화면에서만 하겠다고 답했다. 수호는 그 제한이 불편하다고 했지만, 원본 데이터를 볼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관제센터는 새벽 근무자 몇 명뿐이었다. 예림은 로그인 화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출력본도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공개 통계 화면의 시간 구간만 보여 줬다. 3시 16분 59초에 버스 한 대가 정류장에 접근했고, 3시 18분 00초에는 비어 있는 채로 떠났다.
“승객 수는요?” 은채가 물었다.
“해당 노선은 승객 수 집계 센서가 꺼져 있었어요.”
“왜요?”
“정기 점검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은채는 점검 일지를 요청했다. 예림은 승인 없이는 열람할 수 없다고 했다. 수호는 그 제한을 기사에 명시하겠다고 했다. 예림은 기사에 자신의 이름을 넣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녀는 센터 직원이 아니라, 야간 시스템 담당자로 기록되기를 원했다.
은채는 센터 화면을 보며 네 기관의 시계를 한 줄로 맞췄다. 교통 시스템은 GPS 기준, 기상 서버는 원자시계 기준, 민원 시스템은 사내 서버 기준, 통신 위치 기록은 기지국 시각을 사용했다. 모두 3시 17분에 같은 방식으로 멈춘 것은 아니었다. 어떤 곳은 마지막 초가 반복되고, 어떤 곳은 60초가 통째로 빠졌다. 사라진 시간은 하나지만, 흔적은 시스템마다 달랐다.
예림은 그 차이가 정기 보정에서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은채는 보정 로그를 확인하자고 요청했다. 예림은 내부 승인 없이는 관리자 화면을 열 수 없었다. 그녀는 무단 접근을 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은채는 공개 기록으로 가능한 범위를 확인하고, 보정 명령의 흔적을 기사 메모에 남기겠다고 답했다.
수호는 센터 바깥에서 주민 신고를 확인했다. 새벽 3시 17분, 버스 정류장에 있던 청년이 사라졌다는 글이 지역 게시판에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게시자는 박준오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글쓴이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그 시간에 정류장을 지났던 사람을 찾고 있었다.
은채는 글쓴이에게 안전한 연락 방법을 안내했다. 취재 내용을 공개할지, 익명으로 말할지,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을지 먼저 선택하라고 했다. 답장은 한 시간 뒤 도착했다. 작성자는 편의점 야간 직원이었고, 3시 17분에 정류장에서 은채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분은 버스에 타지 않았어요.” 수호가 메시지를 읽었다. “아이 손을 잡고 길을 건넜어요.”
은채는 그 말이 자신을 가리키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녀는 편의점 직원에게 CCTV 원본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게는 며칠 뒤 자동 삭제될 영상을 따로 잠가 주기로 했다. 수호는 현장에 가겠다고 했지만, 은채는 취재원과 만날 때 혼자 나가지 말라고 했다.
그 직원은 영상의 복사본을 넘기지 않고, 매장 안에서 함께 확인하는 데 동의했다. 화면은 멀리서 정류장을 비췄다. 3시 17분 09초, 젊은 여자가 아이와 같은 키의 사람을 데리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신호등이 바뀌자 두 사람은 프레임 밖으로 사라졌다.
“저 사람의 걸음이 나와 비슷해.” 은채가 말했다.
“비슷한 걸로는 확인할 수 없어.” 수호가 답했다.
직원은 손에 든 영수증을 내밀었다. 그날 새벽, 두 사람이 편의점에 들어와 따뜻한 우유와 우산을 샀다고 했다. 계산 시각은 3시 18분 03초였다. 영수증에는 상품 수량과 가격이 기록돼 있었지만, 결제 카드 번호는 남지 않았다. 점원은 여자가 우산을 두고 갔다고 덧붙였다.
은채는 우산을 보관해 달라고 했다. 손잡이 안쪽에는 매장 이름을 적은 작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나중에 그 물건을 검증할 수 있도록, 점원은 건네기 전에 사진을 찍고 봉투에 넣었다. 은채는 우산에 손대지 않고 수거 시각을 확인했다.
세 자료는 정확히 같은 장면을 보여 주지 않았다. 버스에는 탑승 기록이 있었고, 편의점에는 두 사람이 걸어가는 영상이 있었다. 서로 모순될 수도 있고, 시계 오차 때문에 순서가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 은채는 어느 하나를 버리지 않고 원본 보존을 요청했다.
그때 관제 화면에 새 경보가 떴다.
그때 관제 화면에 새 경보가 떴다. 17번 버스가 실제 경로에서 벗어나 폐쇄된 차고지로 들어가고 있었다. GPS는 3시 17분 24초를 가리켰다가 곧 18분 01초로 바뀌었다. 화면에 승객 한 명이 내린 것으로 잡혔다.
“저 정류장에는 사람이 없었어요.” 예림이 말했다.
은채는 정류장 사진 속 청년의 얼굴을 떠올렸다. 박준오가 그 버스에 탔을 수 있었다. 그녀는 수호와 함께 관제실을 나가려 했지만, 예림이 출입문을 막았다. 승인 없이 현장으로 가면 데이터 접근도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럼 기록이 지워지기 전에 복사해 주세요.”
예림은 망설이다가 화면을 촬영하지 않고 수기로 시간과 차량 번호를 적었다. 그 순간 관제 시스템이 재동기화됐다. 버스는 정상 노선에 있었고, 승객 하차 기록은 사라졌다.
관제센터의 근무자들이 동시에 시계를 바라봤다. 벽시계는 3시 18분을 가리켰지만, 한 사람의 손목시계는 3시 17분에 멈춰 있었다. 예림은 시계를 바로잡지 말라고 했다. 먼저 사진을 찍고, 제조번호와 마지막 배터리 교체 시각을 기록했다. 그 장치는 중앙 서버와 연결되지 않은 기계식 시계였다.
수호는 버스의 정비 담당자에게 연락해 17번 차량을 운행에서 잠시 빼 달라고 요청했다. 담당자는 승객이 없는 시간대라도 운행을 중단하면 배차가 밀린다고 했다. 수호는 기사 대신 안전 점검만 요청했다. 차량이 실제로 차고지에 들어왔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회사는 승인하지 않았지만, 운전기사가 자발적으로 관제센터에 들르겠다고 했다.
그 사이 은채는 공개 데이터가 저장된 파일을 두 개의 매체에 복사했다. 한 사본은 읽기 전용으로 잠갔고, 다른 사본에는 복사 시각과 해시를 기록했다. 파일이 달라지면 어느 지점에서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위치 화면도 같은 폴더에 넣었다. 불리한 자료를 따로 떼어 두지 않기로 했다.
은채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통신 위치가 다시 켜졌다. 지도에는 그녀가 관제센터가 아니라 폐쇄된 차고지 앞에 서 있는 것으로 표시됐다.
은채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초침은 18분 02초에서 멈춘 뒤 다시 움직였다. 그녀의 휴대전화는 3시 18분 02초를 보여 줬고, 관제 서버는 18분 01초였다. 1초 차이가 사라진 분을 증명해 주지는 않았다. 수호는 취재 노트에 세 시계를 나란히 적고, 어느 것도 기준 시각으로 고르지 않았다. 예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원본 시계를 보존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시계가 같은 사건을 어떻게 기록하는지부터 비교하기로 했다.
현재 시각은 새벽 3시 18분 02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