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우편국의 마지막 지구행

3화: 반란을 예고한 암호
소라는 초대 우편국장의 음성을 듣고 통로 문을 닫았다.
“그 사람은 40년 전에 사망했어요.”
에이든은 릴레이 모듈의 전원이 꺼져 있는지 확인했다. 음성은 스피커가 아니라 통신선에서 흘러나왔다. 어딘가에 저장된 메시지가 자동으로 재생된 것일 수 있었다. 도현은 음성을 녹음했고, 재생 시각과 모듈 상태를 기록했다.
“편지를 보내지 말라는 이유가 있을까요?” 나리가 물었다.
“반란을 예고하는 편지라면, 보내는 순간 누군가 다칠 수 있어요.” 소라가 답했다.
도현은 편지의 발송인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송하면 우편 중립 원칙을 위반하는지 생각했다. 우편국은 내용을 검열하지 않지만, 봉인된 우편물을 잘못된 사람에게 보내면 수취인의 권리를 침해한다. 반대로 마지막 지구행을 놓치면 편지는 다시 수십 년 동안 늦어질 수 있었다.
에이든은 모듈의 데이터를 읽기 전용으로 추출했다. 오래된 전원 장치가 불안정해, 작동시키면 기록이 삭제될 수 있었다. 그는 모듈을 분리하고 외부 분석기에 연결했다. 통로의 전등이 깜빡였고, 먼지가 천장에서 쏟아졌다. 세 사람은 분류함을 받쳐 장비를 보호했다.
데이터에는 반란 전날 발송된 우편 목록이 들어 있었다. 주소는 돔 제로의 노동자 구역이었다. 수신인 중 절반은 현재 시민의 조상과 연결됐고, 나머지는 기록상 존재하지 않았다. 나리는 이름을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목록 맨 아래에 자신의 할머니 이름이 있었다.
“할머니는 이 편지를 받은 적 없어요.”
도현은 발송 목록을 확인했다. 우편은 분류됐지만, 실제 운송 기록은 없었다. 지구행 릴레이가 끊긴 뒤 편지가 압수됐을 수 있었다. 소라는 목록에 적힌 주소가 반란에 직접 참여한 증거는 아니라고 했다. 편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죄를 물을 수는 없었다.
통로 문이 다시 두드려졌다. 이번에는 네 번이었다. 보안위원회 직원이 도착해 출입을 중단하라고 했다. 소라는 우편국장의 권한으로 기록 보존을 요청했고, 직원은 문을 열기 전에 수색 허가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양쪽 모두 규정을 들이밀었지만, 안쪽의 릴레이 모듈은 과열되고 있었다.
에이든은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모듈이 과열되면 저장된 모든 우편 기록이 손상될 수 있었다. 도현은 데이터 추출이 62퍼센트에서 멈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끝까지 복사하려면 4분이 필요했다. 그동안 통신선은 계속 열려 있어야 했다.
소라는 보안위원회에 위험을 알리고 4분을 요청했다. 직원은 거부했다. 나리는 문 앞으로 가서 자신이 발신인으로 적힌 편지를 보여 주려 했지만, 도현이 멈췄다. 봉인을 열면 발신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었다.
“내 이름이 적혀 있다고 그 편지가 제 건 아니에요.”
그녀는 봉투를 보여 주는 대신, 자신의 가족 기록에 대해 증언하겠다고 했다. 소라는 증언을 녹음하고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나리는 할머니가 반란 당시 우편을 분류했으며, 지구행 기록이 끊긴 뒤 가족과 연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듈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에이든은 전원을 끊으면 데이터의 나머지 절반을 잃고, 유지하면 통로 전체가 정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현은 이미 복사된 부분을 세 곳에 저장하자고 했다. 소라는 승인했고, 나리는 저장 매체를 들고 비상 전원 쪽으로 뛰었다.
복사가 완료되자 모듈이 꺼졌다. 데이터에는 반란의 시작을 알리는 암호가 들어 있었다. ‘우편을 돌려보내지 말 것. 발신자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그 문장은 미래의 나리가 과거로 보낸 메시지인지, 과거의 누군가가 나리를 기다렸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소라는 도현에게 편지를 지구행 컨테이너에 넣지 말라고 했다. 보안위원회가 우편국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도현은 봉투를 들고 분류실을 향했다. 마지막 지구행 수송선까지 21분 남아 있었다. 그때 봉투 안쪽에서 작은 종소리가 났다.
도현의 가족 이름이 적힌 반송 목록이 함께 들어 있었다.
도현은 자신의 가족 이름이 적힌 반송 목록을 바로 열지 않았다. 그 목록에는 사망하거나 이주한 사람의 개인 기록이 있을 수 있었다. 그는 가족의 동의를 받아 열람해야 한다고 했다. 나리는 자신의 이름이 나온 목록을 봤지만, 도현에게도 같은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소라는 수신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현행 가족 등록부와 오래된 반송 목록을 연결했다. 도현의 성씨는 1세대 우편국장의 배우자 쪽 가족과 겹쳤다. 그러나 이름이 같다고 해서 친족 관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소라는 가계 기록을 추가 조회하고, 관련된 가족에게 연락하기 전에 범위를 설명했다.
도현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80년 늦은 편지와 반송 목록이 발견됐다고만 알렸다. 어머니는 도현의 외조부가 어린 시절 우편을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편지가 한 번도 오지 않았고, 외조부는 결국 수취 주소를 바꿨다고 했다.
“그 편지가 이번에 온 걸까요?”
“모르겠어요. 봉투는 열지 않았고, 받는 사람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편지를 열지 말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보내진 물건이라면 그 사람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이유였다. 도현은 그 말을 기록하고, 어머니의 동의를 받아 성씨와 옛 주소만 조회했다.
나리는 자신의 할머니가 남긴 우편 보관 상자를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가족의 사생활을 공개하고 싶지 않았지만, 반송된 편지의 수령인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부분만 가져오겠다고 했다. 소라는 개인 기록을 함부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나리는 하루 생각한 뒤, 할머니가 남긴 반송 통지서 한 장만 보관함에서 가져오기로 했다.
에이든은 릴레이 모듈의 복사본을 분석했다. 데이터는 반란 전에 작성됐지만, 저장 시각은 반란 뒤였다. 누군가 과거 문서를 나중에 저장하면서 발신 시각을 바꿨을 가능성이 생겼다. 초대 우편국장의 음성이 오래된 기록인지, 뒤늦게 편집된 메시지인지 확인해야 했다.
보안위원회는 우편국의 발송 권한을 일시 정지했다. 마지막 수송선 출발까지 20분밖에 남지 않았다. 도현은 편지를 보내면 수신인에게 전달될 수 있지만, 잘못된 수신인에게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라는 컨테이너를 예정대로 닫고, 편지는 다음 운송을 기다리게 하는 안을 제시했다.
나리는 둘 중 어느 선택도 완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송하면 다시 수십 년 묻힐 수 있고, 보내면 수신인을 찾지 못한 채 지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는 편지를 열어 발신인과 수신인을 확인하기 위한 정식 동의를 받을 때까지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그 선택을 기록한 직후, 봉투 안쪽에서 종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반송 목록의 종이 조각이 함께 떨어졌다. 도현의 가족 이름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수송선의 출발까지 21분 남았을 때, 우편국의 자동 분류기가 모든 편지를 컨테이너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시스템은 발송 권한이 정지됐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도현은 수동 정지 버튼을 누르려 했지만, 보안위원회가 제어 패널을 잠갔다.
소라는 승인 없이 패널을 뜯지 말라고 했다. 에이든은 전원을 내리면 분류기 안의 편지들이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현은 컨테이너 문을 열어 전체 발송을 중단하는 대신, 마지막 편지 한 통만 분리할 방법을 찾았다. 그는 수동 레일을 돌려 우편물을 한 장씩 빼냈다.
나리는 옆에서 편지 주소를 읽어 줬다. 수취인이 확인된 것만 컨테이너에 남기고, 주소가 불분명한 편지는 보류함에 넣었다. 분류 속도는 느렸지만, 우편물이 엉뚱한 사람에게 가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보안위원회 직원은 작업을 중단하라고 했지만, 소라는 발송이 완료될 때까지 기록을 지키겠다고 했다.
도현은 자신의 가족 이름이 적힌 반송 목록을 수동 레일에서 발견했다. 그는 그 편지를 꺼내 봉인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동의를 받기 전까지는 가족 이름을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나리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의 편지도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수송선이 정비를 마쳤다는 경보가 울렸다. 그들은 발송을 멈출지, 지금 확인된 우편만 보낼지 결정해야 했다. 소라는 마지막 컨테이너를 예정대로 보내고, 미확인 편지는 우편국에 남겨 두는 안을 선택했다. 도현은 동의했다. 우편을 보낸다는 건 결국 수신인에게 도착할 기회를 주는 일이었다.
분류 작업이 끝나자 소라는 컨테이너의 중량을 다시 쟀다. 예정된 우편물보다 17그램 무거웠다. 도현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가 안쪽에 들어갔는지 확인했지만, 봉인은 온전했다. 에이든은 무게의 차이가 금속 차폐막일 수 있다고 했다. 그 편지는 아직 우편국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수송선이 출항 준비를 마쳤다. 소라는 최종 발송 목록에 서명했고, 도현은 미확인 편지들을 반송 보관함에 넣었다. 그때 보관함의 표시등이 켜졌다. 돔 제로 주소로 새 편지 한 통이 접수됐다는 알림이었다.
도현은 새 편지의 접수 번호를 적었다. 보낸 사람은 확인되지 않았고, 수취 주소는 돔 제로였다. 소라는 보관함을 열지 않고 임시 봉인표를 붙였다. 나리는 그 번호가 80년 늦은 편지의 코드와 일치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에이든은 컨테이너의 무게 변화와 함께 비교하겠다고 답했다.
도현은 발송 목록에 새 편지의 존재만 기록하고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우편국의 중립은 모르는 내용을 상상으로 채우지 않는 데서 시작했다.
도현은 수취인 없는 편지를 우편국의 보류함에 넣고, 보관 담당자 두 명이 확인하도록 했다. 누구도 단독으로 가져갈 수 없게 기록을 남겼다. 수송선이 떠난 뒤에도 편지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