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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우편국의 마지막 지구행1화

화성 우편국의 마지막 지구행

화성 우편국의 마지막 지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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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팔십 년 늦은 편지

강도현은 우편 릴레이가 도착했다는 경보를 듣고 분류실로 뛰어갔다.

화성 정착지 아르카디아의 우편국은 그날부터 지구행 컨테이너를 닫을 예정이었다. 마지막 정기 수송선이 6시간 뒤 출발하고, 다음 발사는 의회 예산 삭감으로 기약할 수 없었다. 도현은 시민들의 편지를 주소별로 분류했다. 수취인 확인이 끝나지 않은 봉투는 모두 반송 상자에 들어갔다.

새 컨테이너의 표면에는 낡은 봉인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제작 날짜는 80년 전. 운송 기록은 화성-지구-화성 릴레이를 여러 차례 돌았다고 적혀 있었다. 문소라 우편국장은 봉인을 뜯지 말라고 지시했다. 봉인이 손상되면 내용물이 아니라 경로를 먼저 조사해야 했다.

“지구행 편지는 이번에 나가야 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수취인이 확인되지 않은 건 보낼 수 없어요.”

“컨테이너는 지구에서 온 거고, 발신 기록은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그 기록이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소라는 봉투를 회수대 위에 올려놓았다. 봉투에는 우편국 도장과 날짜가 찍혀 있었지만, 주소가 적힌 칸은 비어 있었다. 발신자 이름은 ‘나리’. 도현은 이름을 보자 신입 분류 직원 나리를 떠올렸다. 그녀는 지금 우편국에서 일하고 있었고, 봉투의 날짜보다 40년 뒤에 태어났다.

나리는 자기 이름이 적힌 봉투를 보고도 열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제가 보낸 적은 없어요.”

“봉투를 열면 안 됩니다.” 소라가 말했다. “수신인이 아닌 사람이 열 수 없어요.”

도현은 우편 규정을 알고 있었다. 발신인도 수신인도 확인되지 않은 문서는 보관 중립 원칙에 따라 격리해야 했다. 그러나 봉투가 마지막 컨테이너에 들어가지 못하면 지구로 갈 기회가 사라졌다.

통신 정비사 에이든 박이 우편국으로 들어왔다. 그는 릴레이 로그의 시간값이 거꾸로 기록됐다고 했다. 컨테이너는 80년 전에 발송됐지만, 중계 신호는 최근에도 한 번 수신됐다. 광속 지연과 경로 변경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인지 확인해야 했다.

“누가 경로를 바꿨죠?” 도현이 물었다.

“수신 기록엔 조정 권한이 없어요. 오래된 릴레이에서 자동으로 우회한 것 같습니다.”

에이든은 편지를 열지 않고 봉인 번호만 읽었다. 번호는 현재 우편국 시스템과 맞지 않았다. 구형 목록을 보관한 기록원에 조회를 요청해야 했다. 소라는 의회에 공식 질의를 올렸지만, 보안위원회는 답변 전까지 컨테이너를 격리하라고 했다.

도현은 봉투를 정밀 촬영했다. 종이의 섬유는 오래됐지만 잉크는 상대적으로 선명했다. 봉투 안쪽에 빛을 비추자 세 줄의 눌림 흔적이 보였다. 내용은 읽을 수 없었지만, 글자처럼 배열되어 있었다.

“우표의 압인 자국이 암호처럼 보이네요.” 나리가 말했다.

소라는 그녀에게 손대지 말라고 했다. 나리는 편지의 발신인으로 기록돼 있었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도현은 봉투를 열지 않고 압인 자국을 확대해 숫자를 추출했다. 숫자는 우편 분류 코드가 아니라 1세대 정착민의 노동 기록 번호와 같았다.

“반란 당시 기록 번호예요.” 에이든이 말했다. “그때 우편 릴레이가 일주일 동안 끊겼습니다.”

소라는 내용을 모른 채 편지를 보낼 수 없다고 했다. 도현은 내용을 열지 않아도 암호의 형식만 해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방법은 봉인을 손상하지 않았다. 소라는 수신인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암호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

나리는 봉투를 바라봤다. “제 이름이 적혀 있어도 제가 받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누군가를 찾는 편지일 수 있어요.”

그녀는 봉투에 적힌 주소 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에는 보이지 않던 눌림 자국이 나타났다. 도현은 종이를 기울여 읽었다. 주소는 현재의 우편국이 아니라, 1세대 거주 구역 ‘돔 제로’였다. 그곳은 첫 반란 뒤 폐쇄된 구역이었다.

봉투가 진동했다. 도장 잉크가 번지며 발송 날짜가 오늘로 바뀌었다. 우편 시스템의 화면에 새로운 발신자 정보가 떴다.

‘발신: 나리. 발송 예정: 반란 시작 3일 전.’

나리는 자신의 이름이 발신인으로 적힌 봉투를 멀리 두었다. 도현은 봉인 번호와 외부 송장, 릴레이 모듈의 수신 시각을 각각 기록했다. 세 날짜는 일치하지 않았다. 발송일은 80년 전, 중계 로그는 40년 전, 도착일은 오늘이었다. 지구행 릴레이의 중계 노선이 두 차례 우회한 흔적이 있었다.

소라는 봉투가 우편국에 들어온 경로를 확인했다. 컨테이너의 봉인 번호는 정상적으로 연결됐지만, 화성에 도착한 순간의 무게가 목록보다 17그램 무거웠다. 편지 한 장의 무게와 비슷한 차이였다. 도현은 같은 무게의 빈 봉투를 저울에 올려 비교했다. 봉투 안에 종이가 들어 있는지, 원래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물건인지 알 수 없었다.

“우편물에 손대지 않고 확인할 수 있을까요?” 나리가 물었다.

에이든은 엑스선 검사를 제안했지만, 봉투 안의 잉크가 방사선에 손상될 가능성이 있었다. 소라는 수신인이 확인되기 전까지 검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대신 봉투의 두께와 빛 투과율을 비파괴 방식으로 측정했다. 종이는 한 장이었고, 그 뒤에 얇은 금속박이 있었다.

도현은 분류표에서 구형 금속박 우표를 찾아냈다. 1세대 정착민은 우편을 보호하기 위해 편지 안쪽에 얇은 차폐막을 붙였다. 그 막에는 광학 코드가 새겨졌고, 수신인의 손에 들어가야만 읽을 수 있었다. 수취인을 찾지 못하면 편지는 반송 상자에 보관해야 했다.

“봉투를 뜯지 않고 주소를 읽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수신인이 누구인지 알기 전에 먼저 읽으면 안 돼요.” 소라는 규정을 강조했다.

나리는 자기 이름이 발신인으로 적힌 이유가 궁금했지만, 편지를 열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녀는 우편국 기록에서 가족의 반송 목록을 찾아 달라고 했다. 소라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은 뒤에만 조회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나리는 동의서를 읽고 서명했다. 그녀는 가족 기록을 공개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편지 자체의 수신인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도현은 오래된 목록에서 나리의 할머니 이름을 찾았다. 그 이름은 반송 목록에 있었고, 사유는 ‘수신인 현장 부재’였다. 편지는 40년 전에 도착했으나 수령되지 않았다. 주소는 돔 제로였다. 같은 주소로 발송된 편지는 모두 반송되거나 분실 처리됐다.

“할머니가 왜 받지 않았는지 아세요?”

“그때는 이미 구역을 떠났을 수도 있어요.”

“아니요. 할머니는 그곳을 떠난 적이 없다고 했어요.”

나리는 집안에서 들은 이야기와 공문서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할머니는 가족에게 우편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반송 목록에는 여러 통의 이름이 있었다. 소라는 그 불일치가 고의였는지 단정하지 않았다.

에이든은 릴레이 로그의 지구 시각을 다시 계산했다. 80년 전 발송된 편지가 40년 뒤 화성에 돌아왔고, 오늘 다시 분류되었다. 편지는 실제로 80년 동안 우주를 돈 게 아니라, 여러 차례 보관·반송·경로 변경을 거친 것이었다. 다만 40년의 공백은 설명되지 않았다.

도현은 분류실에 남은 편지를 안전 봉투에 넣었다. 그 안에서 작은 종이 조각이 떨어졌다. 조각에는 주소 대신 우편 분류 코드가 적혀 있었다. 코드의 끝은 도현의 가족 성씨와 같았다.

도현은 발송인 나리의 이름을 현재 분류 직원과 연결하지 않기로 했다. 시스템에 이름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인사 기록과 가족 관계가 검색될 수 있었다. 그는 봉투의 발신 정보를 임시 코드로 바꾸고, 조회 권한을 우편국장과 본인에게만 제한했다. 나리는 그 조치에 동의했다.

에이든은 릴레이 컨테이너의 외부 수신 기록을 확인했다. 마지막 지구행 경로는 화성에서 지구로 바로 가지 않고, 달 궤도의 중계국을 세 번 거쳤다. 각 중계국의 시계는 지구 기준과 달랐다. 어느 한 곳의 시각이 잘못 보정되면 편지가 여러 세대 늦게 도착할 수 있었다.

소라는 이번 수송에 편지를 실을지 결정하기 전에, 수신인이 확인되지 않은 우편물의 규정을 다시 읽었다. 규정은 ‘발송인 또는 수신인의 동의’가 있으면 예외를 허용했지만, 둘 중 누구도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직원 나리는 이름이 적혀 있을 뿐 발송 동의를 하지 않았다.

“그럼 보내지 않는 게 맞겠네요.” 나리가 말했다.

“그렇다고 반송도 할 수 없어요. 주소가 없으니까.”

도현은 반송 목록 보관함에서 돔 제로의 옛 주소를 검색했다. 주소가 폐쇄된 뒤에도 우편국의 분류 코드는 남아 있었다. 코드는 1세대 정착민 중 17명이 쓴 공동 우편함을 가리켰다. 그중 한 사람의 가족 성씨가 도현의 외가와 같았다.

그는 어머니에게 다시 연락해 조회 허가를 받았다. 어머니는 외조부의 옛 편지를 보관 중이라고 했다. 아직 열지 않은 봉투였고, 주소는 지구행이라고 적혀 있었다. 도현은 봉투의 사진만 받아 비교했다. 종이와 우표는 달랐지만, 도장 안에 찍힌 세 개의 작은 점이 동일했다.

“같은 사람이 보낸 편지일 수 있나요?”

“확인하기 전에는 알 수 없어요.” 도현은 답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원본을 보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수취인 주소와 발송일을 본인이 읽어도 되는지 물었다. 어머니는 하루 생각한 뒤 동의하기로 했다. 가족의 기록도 수신인의 권리를 따라야 했다.

분류실의 경보가 꺼졌다. 마지막 수송선 출발까지 6시간이 남았지만, 보안위원회는 출항 시간을 앞당기려 했다. 소라는 우편국의 봉인 절차가 끝나기 전에는 컨테이너를 넘기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도현은 아직 발송하지 않은 우편물을 분류함에 넣고, 컨테이너의 봉인을 다시 확인했다. 우편국장은 마지막 지구행이 마지막 기회라고 했지만, 미확인 봉투를 보내는 게 기회인지 위험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리는 이름을 확인하는 일보다 수취인을 찾는 일이 먼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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