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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안드로이드 형사3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안드로이드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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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거울의 봉합선

포렌식 랩의 메인 콘솔 화면 위로 붉은색 경고등이 요란하게 깜빡였다.

화면에 떠오른 문장은 부검실에서 확인했던 시신의 외형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1차 DNA 시퀀스 대조 결과: 불일치 (일치율 41.2%)]
[판정: 비혈연 관계 및 복제 배아 추출체 불성립]

"41.2퍼센트?"

서윤재가 마시던 종이컵을 구겨 쥐며 화면 앞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의 턱관절이 굵게 꿈틀거렸다.

"야, 이안. 국과수 시퀀서 장비에 바닷물이라도 들어간 거 아니냐? 3D 골격 스캔에서 0.1밀리미터 단위까지 일치율 99.8퍼센트가 나왔다고 한 게 한 시간 전이야. 그런데 유전자가 불일치한다고?"

"기계적 결함이나 측정 오차일 확률은 0.04퍼센트 미만입니다."

이안은 회색 홍채를 미세하게 수축시키며 콘솔 화면의 데이터 스트림을 넘겼다.

"통계학적으로 41.2퍼센트의 염기서열 일치율은 인간 종 전체가 공유하는 기본 공통 유전 정보에 불과합니다.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마주친 두 명의 행인을 검사해도 나오는 수치입니다. 두 사람은 일란성 쌍둥이는커녕 4촌 이내의 혈연관계조차 성립하지 않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얼굴이 저렇게 똑같은데 남남이라고? 배아를 복제해서 찍어낸 클론도 아니라는 뜻이야?"

"그렇습니다. 자연출생자인 이도현의 체세포로 배아를 복제해 성장시킨 2세대 합법 복제인간이라면 DNA 일치율은 최소 99.9퍼센트를 기록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이 결과는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른 유전적 기원을 지닌 개체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안의 건조한 목소리가 적막한 연구실 안에 차갑게 내려앉았다.

그때 콘솔 중앙의 홀로그램 영사기가 푸른빛을 뿜어내며 수석 법의관 권도훈의 상반신을 공중에 띄웠다. 권 법의관은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린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서 반장, 이안 수사관. 화면 보고 놀랄 거 없다. 나도 처음엔 분석 카트리지가 오염된 줄 알고 세 번이나 샘플을 다시 갈아 끼웠으니까."

권 법의관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와 기괴한 전율이 뒤섞여 있었다.

"혈액뿐만 아니라 구강 상피 세포, 대퇴골 골수 조직까지 전부 분리해서 다시 돌렸다. 결과는 똑같아. 두 시신은 생물학적으로 완벽한 타인이다."

"그럼 그 얼굴은 대체 뭔데? 귀신이라도 곡할 노릇이잖아."

윤재가 답답한 듯 코트 주머니를 뒤적이며 물었다.

"그래서 내가 방금 복제인간 시신의 머리를 고밀도 분자 단층 촬영기로 훑어봤지. 서 반장, 자네들 당장 부검실로 다시 내려와라. 이건 유전학의 영역이 아니라 칼과 레이저의 영역이다."


새벽 6시 15분.

국과수 제1부검실의 차가운 냉기 속에서 거대한 홀로그램 큐브가 회전하고 있었다. 큐브 안에는 복제인간 변사체의 두개골이 반투명한 푸른빛 뼈대로 정밀하게 렌더링되어 떠 있었다.

권 법의관이 전자 지시봉을 들어 두개골의 광대뼈와 턱선 부위를 가리켰다.

"잘 봐라. 두개골의 표면을 50마이크로미터 단위로 확대한 단면이다."

지시봉 끝이 가리킨 골격 표면에 미세하고 규칙적인 톱니 모양의 균열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뼈가 부러진 자국이 아니었다. 극도로 정교한 고주파 메스로 절개한 뒤 다시 이어붙인 흔적이었다.

이안의 시각 센서가 빠르게 스케일을 축소하며 골격 재구성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하악각 3.2도 내측 절골, 광대뼈 체부 분절 후 재배치. 미간 비골 지지대 인공 삽입."

이안이 중얼거리듯 읊조렸다.

"정확해."

권 법의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이 남자의 얼굴 뼈를 해부학적으로 완전히 분해했다가 이도현의 골격 치수에 맞춰 0.1밀리미터 단위로 다시 조립한 거다. 뼈를 깎아내고 남은 미세한 틈새에는 군용 나노 골시멘트를 완벽하게 채워 넣었어."

"골격을 통째로 뜯어고쳤다고?"

윤재의 얼굴이 흉흉하게 일그러졌다.

"단순히 뼈만 깎은 게 아니야."

권 법의관이 이번에는 피부 표피층의 형광 조영 스캔 이미지를 띄웠다.

"표피와 진피 사이에 자가 복제 펩타이드와 불법 유전 표면 교정 물질이 대량으로 검출됐다. 이도현의 미간에 있는 0.8밀리미터짜리 미세한 손톱 흉터, 왼쪽 입꼬리의 비대칭 잔주름, 심지어 모공의 배열 패턴까지 약물을 주입해 인위적으로 새겨 넣었어."

권 법의관이 메스를 내려놓으며 헛숨을 들이켰다.

"이건 성형 수술이 아니다. 살아 있는 인간의 살과 뼈를 깎아내서 완벽한 모조품을 빚어낸 인체 조각이야. 최소 6개월 이상 걸린 정밀 공정이다. 수술 도중 신경이 타버리는 극심한 고통을 억제하기 위해 불법 마취제와 신경 차단제를 들이부은 흔적도 조직 검사에서 쏟아져 나왔어."

부검실 안이 얼음장 같은 침묵에 휩싸였다.

이안은 흉부 코어 안쪽에서 가동 대기 중이던 정서 공명 엔진을 살며시 작동시켰다.

[정서 공명 엔진 v1.4 가동]
[상황 데이터: 안면 강제 재건 및 신체 변형 과정]
[가설 생성 중……]

냉각수가 인공 심장 펌프를 통과하며 서늘한 맥동을 일으켰다. 이안의 시각 센서 너머로 어두운 무허가 수술실의 환각이 겹쳐졌다.

구속복에 묶인 채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사내.
마취제 사이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레이저 절골기의 진동.
수술이 끝난 뒤 거울을 볼 때마다 서서히 지워져 가던 자신의 원래 이목구비.
그리고 어느 날 아침 거울 속에 완전히 낯선 대기업 후계자의 얼굴이 박혀 있을 때 느꼈을 극단적인 정체성의 붕괴와 질식할 듯한 공포.

"……존재의 박탈."

이안의 입술에서 차가운 단어가 흘러나왔다.

윤재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피해자는 태어날 때부터 이도현과 닮았던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얼굴과 삶을 강제로 지워당하고 이도현의 완벽한 복제품으로 사육되었습니다."

이안이 복제인간 시신의 굳어버린 눈꺼풀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살인범이 남긴 메시지의 의미가 명확해집니다. 태어난 자와 만들어진 자. 범인은 겉모습이 완전히 동일한 두 사람을 나란히 세워 둠으로써 자연출생 특권층과 인공적으로 개조된 하층 복제인간의 생명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취급되는지 시험하려 한 것입니다."

"미친 자식."

윤재가 이를 갈며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의문이 남아. 이런 엄청난 인체 개조를 벌이려면 막대한 자금과 최고급 의료 설비가 필요해. 하층 뒷골목의 삼류 돌팔이가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야. 누가 이 남자를 사서 이도현으로 뜯어고쳤을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안이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첫째, 살인범이 자신의 범행 연출을 위해 이 남자를 납치해 6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을 가능성. 둘째, 이도현 본인이 자신의 대역이나 방패막이로 쓰기 위해 하층 복제인간을 사들여 개조했을 가능성입니다."

윤재의 눈빛이 번뜩였다.

"후자 쪽이 훨씬 냄새가 짙군. 대기업 후계자가 암살 위협이나 추문을 피하려고 가짜 대역을 만드는 짓거리는 옛날부터 재벌 놈들의 단골 수법이었으니까. 만약 이도현이 직접 대역을 주문한 거라면 자금 흐름이나 은밀한 접촉 기록이 반드시 남아 있을 거다."

"이도현의 개인 명의 계좌와 통신 기록은 한태식 국장의 비공개 수사 지침으로 인해 본부의 영장 승인이 반려되었습니다."

"누가 영장 기다리자고 했냐? 치안국 지휘망이 눈치채기 전에 우리가 먼저 털어야지."

윤재가 코트 자락을 털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이도현이 회사 몰래 굴리던 사적 공간이 분명히 있어. 가자, 이안."


오전 7시 40분.

해온시 중층 제3경계 구역에 위치한 초고층 주상복합 빌딩 '루멘 타워' 48층.

비는 여전히 도시를 회색 장막 속에 가두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윤재와 이안은 조용히 복도 끝 4802호 문 앞에 멈춰 섰다.

이도현이 차명 법인 명의로 임차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비밀 오피스텔이었다.

"문 열 수 있겠냐?"

윤재가 주변을 살피며 물었다.

이안은 도어락 하단의 서비스 패널을 손가락 끝으로 튕겨 열었다. 나노 잭을 연결하자 디지털 잠금장치의 암호 체계가 망막 인터페이스에 빠르게 표시됐다.

[생체 암호화 락 해제 시도]
[이도현의 사후 채취 홍채 및 지문 파형 주입]
[인증 완료: 도어 오픈]

철컥하는 묵직한 기계음과 함께 문이 미끄러지듯 열렸다.

내부는 차가운 대리석과 간결한 가구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어야 할 공간은 이미 누군가의 손을 거쳐 엉망으로 파헤쳐져 있었다.

책장과 서랍이 열려 있었고 바닥에는 파쇄된 서류 조각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제길, 이미 누가 다녀갔어!"

윤재가 권총 손잡이에 손을 얹으며 거실로 뛰어들었다.

"침입 흔적은 최근 20분 이내입니다. 공기 중의 오존 냄새와 냉각 팬 잔열로 볼 때 휴대용 문서 소각기를 사용했습니다."

이안이 바닥의 미세한 발자국과 열원 흔적을 추적하며 말했다.

그때 복도 쪽에서 서두르는 구두 굽 소리가 들려왔다. 짙은 남색 방탄 정장을 입은 사내 세 명이 문안으로 들이닥쳤다. 국과수 이송 통로에서 마주쳤던 해온 바이오텍 사설 보안국의 요원들이었다.

가장 앞장선 요원이 품 안에서 테이저 건을 꺼내 들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치안국 형사들이 영장도 없이 남의 사유지에 무단 침입했군요. 즉시 손을 들고 물러나십시오."

윤재가 코트 안쪽에서 형사 배지를 꺼내 들이밀며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긴급 증거보전 조치다. 살인 사건 피해자의 은닉 공간에서 증거를 인멸하던 놈들이 어디서 낯짝을 들이밀어? 너희 팀장 박진우한테 당장 전화 걸어 봐. 내가 여기서 너희 전부 현행범으로 체포하면 해온 바이오텍 주가가 어떻게 될지."

윤재의 서슬 퍼런 일갈에 보안요원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팽팽한 대치의 틈을 타 이안은 벽면 안쪽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벽장 금고로 다가갔다. 금고 패널 위에는 방금 보안요원들이 해킹하려다 실패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안은 부검실에서 확보한 이도현의 생체 신경 파형을 금고 다이얼에 동기화시켰다.

띠리링― 하는 경쾌한 신호음과 함께 육중한 합금 도어가 열렸다.

금고 안쪽의 비밀 수납함에서 묵직한 티타늄 외장 메모리 카트리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안, 챙겨!"

윤재가 소리쳤다.

보안요원 하나가 이안을 향해 손을 뻗으려 했지만 이안은 몸을 0.3초 만에 비틀며 요원의 손목을 틀어쥐었다. 안드로이드의 티타늄 골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력에 요원이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공무집행 방해 및 압수 방해죄가 성립합니다. 물리력을 유지하시겠습니까?"

이안이 무표정하게 묻자 뒤편의 요원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무기를 내렸다.

이안은 침착하게 카트리지를 코트 안주머니에 넣고 요원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철수합니다, 선배님. 확보했습니다."

"가자. 쥐새끼들 뒤처리나 잘하고 있으라고 전해라."

윤재가 침을 뱉듯 쏘아붙이며 복도로 돌아섰다.


오전 9시 10분 치안국 지하 주차장 안의 순찰차 내부.

차창 밖으로는 여전히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안은 조수석에 앉아 자신의 왼쪽 인터페이스 케이블을 티타늄 카트리지에 직결했다.

윤재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차창을 살짝 내렸다.

"뭐가 들어 있냐?"

이안의 눈동자 안에서 녹색 데이터가 맹렬한 속도로 스크롤됐다.

"다량의 자금 이체 기록과 암호화된 통화 내역입니다."

이안이 데이터를 압축해 차량 대시보드 모니터로 전송했다.

"이도현은 지난 8개월 동안 해온 바이오텍의 비자금 계좌에서 하층 제4 침수공업구에 위치한 무허가 생체 클리닉으로 거액의 가상 크레딧을 분할 송금했습니다. 총액은 1억 4천만 크레딧에 달합니다."

"1억 4천만…… 하층 뒷골목에선 사람 열 명의 목숨값도 넘는 돈이야. 그 돈으로 뭘 한 거지?"

"복제인간 변사체가 입고 있던 낡은 작업복의 성분 분석 데이터와 대조했습니다. 작업복 표면에 묻어 있던 화학 세척제는 제4공업구의 '오리온 리사이클링' 공장에서만 쓰는 특수 용제입니다. 피해자는 그 공장의 등록 노동자였습니다."

이안이 음성 복원 파일을 재생했다.

노이즈가 잔뜩 낀 이도현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차내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내가 말했잖아. 완벽해야 한다고. 털끝 하나까지 나랑 똑같이 만들어. 그놈들이 날 노리고 있어…… 언제 어디서 차가 터질지 모른다고. 회의든 현장 시찰이든 위험한 자리는 그 새끼를 먼저 앉혀 놔야 해!]

통화 상대방의 목소리는 완벽하게 변조되어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짧은 한마디가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기억은 어떻게 할 겁니까? 얼굴만 바꾼다고 당신처럼 행동할 순 없습니다.]

이도현의 차가운 대답이 이어졌다.

[지워. 그 천박한 하층민 기억 따위 전부 뇌에서 밀어버려. 내가 준 행동 매뉴얼만 주입하면 돼. 껍데기만 있으면 된다고!]

녹음이 뚝 끊어졌다.

윤재가 담배 필터를 짓씹으며 주먹으로 핸들을 내리쳤다.

"개자식…… 자기 목숨 하나 보전하겠다고 하층 노동자 하나를 사다가 얼굴을 뜯어고치고 기억까지 지워버린 거야."

"그렇습니다. 복제인간은 이도현의 고용된 방패막이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이 바뀝니다."

이안이 회색 눈동자를 들어 윤재를 바라보았다.

"이도현이 만든 가짜를 살인범은 어떻게 알고 두 사람을 동시에 납치해 같은 장소에서 살해했을까요?"

윤재의 표정이 굳어졌다.

"클리닉 쪽이 새어 나갔거나 아니면 범인이 애초에 이도현의 계획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었단 소리군."

그때 포렌식 랩의 권 법의관으로부터 긴급 음성 통신이 연결됐다.

[서 반장, 이안! 복제인간 목 뒤의 신경 포트 2차 정밀 분석 결과가 나왔다. 아주 중요한 단서야.]

"뭔가 찾으셨습니까?"

[식별 칩 자체는 타버렸지만 신경 소켓 깊숙한 곳의 잔류 림프액에서 약물 반응이 잡혔다. 군용 신경 차단제이자 불법 기억 소거 물질인 '오블리비언-B'다. 이 남자의 뇌에서 과거 기억이 화학적으로 완전히 지워진 게 맞아.]

권 법의관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건 소켓 내벽의 미세 회로다. 소켓 접속 단자에 아주 독특한 수제 신경 납땜 흔적이 남아 있어. 규격품이 아니야. 하층 뒷골목에서 활동하는 불법 기억 복원사들이 뇌 신경망을 보호하려고 덧대는 특유의 우회 브리지 기술이다.]

이안의 연산 장치가 즉시 반응했다.

"기억을 지운 자와 지워진 기억의 일부를 봉합하려 했던 자가 존재합니다."

[맞아. 누군가 이 남자의 뇌가 완전히 망가지는 걸 막으려고 비공식 처치를 해 둔 흔적이야. 이 납땜 방식을 쓰는 기술자는 해온시 하층을 통틀어도 손에 꼽힌다.]

통신이 종료되자 차내에는 빗소리만이 요란하게 울렸다.

윤재가 시동을 걸며 낡은 기어를 거칠게 넣었다.

"답이 나왔군. 이 남자의 지워진 진짜 신원과 이 미친 거울 살인의 배후를 파헤치려면 그 뒷골목 기술자를 찾아야 해."

"하층 제4 침수공업구입니다."

이안이 내비게이션 좌표를 입력하며 안전벨트를 당겼다.

"가자, 이안. 태어난 놈이든 만들어진 놈이든 얼굴을 장난감처럼 주무르고 사람 목숨을 쓰레기 취급한 대가가 뭔지 똑똑히 가르쳐 줘야지."

순찰차가 푸른색 전조등을 켜고 빗물이 차오르는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도시의 상층에서 쏟아지는 오염된 빗줄기를 뚫고 두 형사의 시선은 어두운 심연 같은 하층 구역의 침수 골목을 향해 가라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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