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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엘리베이터 0층은 지상으로 간다2화

해저 엘리베이터 0층은 지상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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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돌아온 승객의 빈 기억

하나는 어머니 얼굴을 보고 울었다. 그러나 목소리가 낯설다는 말은 바뀌지 않았다.

박시원은 통화 단말을 바꿔 주었다. 다른 스피커와 다른 이어폰으로 들어도 결과가 같았다. 윤하나는 통화 내용을 이해했고, 어머니의 전화번호도 틀리지 않았다. 어머니가 언제부터 노란 옷을 좋아했는지 물으면 초등학교 운동회 이야기를 했다. 다만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없었다.

의료 담당자가 면담실 문을 닫았다. 그는 한 가지 기억이 사라졌다고 바로 원인을 단정할 수 없으며, 다른 감각과 기억 상태도 확인하겠다고 했다. 시원은 증상을 설명하는 말과 진단을 구분해 기록했다. 돌아온 승객은 특정 목소리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진술함. 승강기와 증상의 인과는 미확인.

관제사 임세라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전날 차에 함께 탔던 남영우의 가족과 근무지에 연락했지만 돌아왔다는 답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야간 일 층 카메라에는 영우가 하나 뒤로 들어가는 모습이 있었다. 그 뒤 같은 층에 내리는 장면은 없었다.

“도시의 다른 구역을 아직 확인 중입니다. 실종 위치를 영 층으로 확정하지는 않았어요.”

시원은 그녀가 가져온 영상을 봤다. 남영우는 초록 띠가 붙은 장갑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첫 문 열림 때 바닥에 있던 장갑과 모양이 같았다. 그 정보는 조사자에게 전달했지만 시원은 장갑을 본 것만으로 그 사람이 거기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승강기 구역에는 운영 중지 표지가 더 붙었다. 야간에 점검 운전으로 전환하면서 영이 나타났다는 사실 때문에, 임의 재현 작업은 중단됐다. 시원은 당장 버튼을 눌러 다시 열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어제까지 평범하게 승강기를 탔던 사람이 거의 하루를 잃고 돌아왔다. 자신이 들어갔다가 또 사라지면 찾는 사람만 늘었다.

백이안이 외부 압력 자료를 들고 왔다. 첫 문 열림 순간, 차 안에서는 짧은 변동이 있었고 현재 대합실에는 변화가 없었다. 독립 계측기의 기록도 같은 경향이었다. 도시 외벽의 누수 경보는 없었다.

“아무 영향이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 센서가 보고 있는 구역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거예요.”

그가 말했다. 시원은 차의 위치가 일 층이었다는 자료도 같은 방식으로 읽었다. 센서가 아는 위치에는 있었다. 그 문이 향한 공간까지 설명하는 데이터는 아니었다.

세라는 하나의 진술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정해졌다고 했다. 본인이 원했고 보호자와 의료 담당자가 함께하기로 했다. 시원은 장비 영상보다 승객이 실제로 본 것을 묻고 싶었다. 하지만 조사하듯 길게 몰아붙일 생각은 없었다. 필요한 질문 세 개만 적었다.

어느 버튼을 눌렀는가. 문 밖에서 남영우를 보았는가. 돌아오는 문을 어떻게 찾았는가.

하나는 삼 층 버튼을 눌렀고, 옆 남자가 작업 구역 오 층 버튼을 눌렀다고 했다. 문이 열렸을 때 먼저 내린 것은 남자였다. 거리 안쪽의 어떤 표지를 읽더니 걸어갔다. 하나는 삼 층의 행사 구역이 지상처럼 꾸며졌다고 생각해 뒤따랐다.

“거기에 가게가 있었어요. 빵을 진열해 놓고 아무도 안 팔았어요.”

하나는 봉투를 무릎 위에서 찾다가 지금 보관 중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그녀는 빵을 가져온 이유도 모르겠다고 했다. 배가 고팠고 값을 묻고 싶었는데 사람이 없었다. 영우는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었다.

“어떤 표지를 읽었나요?”

시원이 묻자 하나는 구 도서관, 지상 출구라는 글자를 봤다고 했다. 시원은 그 단어를 받아 적었다. 도시 대합실에는 지상 운송선으로 갈아타는 안내가 있었지만,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지상 출구는 없었다.

“돌아오는 문은 어디서 보셨습니까?”

하나는 빵집 창문에 불이 들어와서 돌아봤다고 했다. 창문이 갑자기 승강기 문이 됐고, 그 안에 시원이 서 있었다. 처음 내려온 문을 그대로 찾은 것이 아니었다.

“들어오기 전에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까?”

질문이 하나 더 늘었다. 시원은 바로 멈추고 더 대답할 수 있는지 물었다. 하나는 잠깐만 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저를 불렀어요. 길 끝에서요. 돌아보면 엄마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손을 잡았다. 자신은 줄곧 현재 도시에서 딸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나는 그 사실을 믿었다. 그래도 자기를 부른 소리가 어머니 목소리였다는 기억은 확실하다고 했다. 돌아온 뒤 정작 현재 목소리는 알 수 없게 됐다.

시원은 그 이상 묻지 않았다. 자기가 본 햇빛과 학생이 들은 목소리를 연결하려다 하나의 기억을 덮을 수 있었다. 면담을 끝내며 현장에 다녀가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 줬다. 그녀는 모르는 사람 하나가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 뒤돌아보았지만, 곧 어머니와 함께 의료실로 갔다.

세라가 이전의 승객 민원을 찾아 왔다. 한 달 전, 밤 승강기를 잘못 탄 것 같다며 도착 시각을 문의한 사람이 있었다. 접수는 기기 지연으로 닫혀 있었다. 그 승객은 송덕자라는 육십대 여성이었다. 현재 도시에서 작은 반찬 가게를 운영했다.

송덕자는 연락을 받고 대합실 옆으로 왔다. 그녀는 자기 질문이 오래전에 끝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세라는 같은 차의 이상 운행이 발견돼 당시 경험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건강 상태를 진단하려는 자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덕자는 그날 오 층 버튼을 눌렀는데 오래된 버스 정류장이 나타났다고 했다. 지상 생활 때 보던 것과 닮아 잠시 내렸다. 얼마 후 문이 다시 열려 들어왔고, 표시 시각보다 늦게 도착했다고 여겼다.

“그 뒤 생각이 안 나는 게 하나 있어요. 아들이 군에 가던 날 제가 역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요.”

그녀는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나 얼굴을 잊은 것이 아니었다. 그날 사진도 남아 있었다. 이전에는 아들에게 자주 해 주던 이야기가 한 대목씩 떠올랐는데, 이제 마지막 말이 기억나지 않았다. 늘 그런 것을 놓치는 나이가 됐다고 넘겼다.

시원은 학생과 같은 증상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중요한 특정 기억이 낯설어졌다는 진술은 닮았지만, 그 둘의 원인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덕자의 동의를 받고 연락을 이어갈 방법만 정했다.

그녀는 현장 사진을 보다가 하얀 장갑을 가리켰다. 시원이 본 것은 초록 띠 장갑이었는데, 사진의 밝은 부분이 그렇게 보였다.

“내가 돌아올 때는 장갑이 아니라 어린애 신발이 있었어요. 문 앞에.”

시원은 사진을 확대해 정확한 물건을 알려 주고, 덕자가 본 신발은 별도로 적었다. 같은 장소에 매번 같은 물건이 있는 것은 아닐 수 있었다. 그녀는 돌아갈 때 남겨 둔 것이 있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는 답이 분명했다.

밤이 깊어졌을 때 초기 도시 설계 기술자 구태식이 현장에 왔다. 시원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 도면보다 이전 도면에 막음판 아래 코드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태식은 차단대 뒤의 차를 보다가 들고 온 서류철을 내려놓았다.

“초기 도면에는 영을 쓴 적이 있습니다.”

세라가 그에게 어떤 층인지 물었다. 태식은 물리적 층이 아니라 연결 인터페이스 시험 코드였다고 했다. 해저 구역과 바깥 운송 설비의 동작을 가상으로 맞추는 단계에 붙인 번호라는 설명이었다.

“공사가 끝난 뒤 없어졌어야 합니다. 실제 운행 층으로 사용한 적은 없어요.”

시원은 문 너머 실제로 들어온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태식은 처음에는 테스트 화면일 거라고 답하려다가 학생의 출입 영상을 봤다. 영상에서 시원이 뒤로 물러나고 하나가 흰 빛 안에서 들어왔다. 태식은 더 이상 화면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가 가져온 초기 도면에는 검은 막음판으로 가려진 연결부가 있었다. 현재 제조사 도면에는 삭제된 항목이었다. 부품은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 문서만 빠진 것일 가능성이 생겼다.

“이 기능을 다시 켜는 명령이 있습니까?”

시원이 물었다. 태식은 점검 모드가 옛 연결 회로를 깨웠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 조건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래전 설계자가 온 것만으로 버튼 원인이 바로 풀리지는 않았다.

세라가 그에게 수정 도면의 날짜를 읽어 달라고 했다. 태식은 날짜를 읽고 입을 다물었다. 그날은 시원이 어릴 때 이 도시로 내려온 날과 같았다. 시원은 그 날짜를 알고 있었다. 부모의 이주 문서에 여러 번 찍힌 날짜였다.

“초기 운송 통로가 바뀐 날입니까?”

그가 물었다. 태식은 그렇다고 했다. 그 이상은 서류를 더 확인해야 했다. 시원은 자기 기억이 없는 시기를 설명해 달라고 조르는 대신, 지워진 항목의 원본을 요구했다. 태식은 가져오겠다고 했다.

운영실은 다음 야간에 제한 점검을 승인했다. 시민 출입을 막고, 현재 구역의 수밀 상태를 유지하며, 독립 계측과 영상으로 문 안팎을 함께 관찰하는 조건이었다. 목적은 문을 넘어가는 탐사가 아니라 다시 생기는 연결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남영우의 구조 가능성은 별도 현장 판단이 필요했다.

시원은 작업 계획에 사람이 문 밖으로 나가지 않는 조건을 적었다. 이안은 현재 구역에 남고, 세라는 관제실에서 운행을 막는다. 위험이 늘면 점검을 중단한다. 문 너머 공간이 의도적으로 기척을 보여도 따라가지는 않는다.

그 계획서를 보고 태식이 조용히 말했다.

“옛날에도 넘어가지 않는다고 시작했습니다.”

시원은 펜을 멈췄다.

“그 뒤 넘어간 사람이 있다는 뜻입니까?”

태식은 지금 정확히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시원은 그런 답을 계획서 빈칸에 남겼다. 과거 설계자의 침묵은 안전하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현장의 작업 조건을 더 엄격하게 만들 이유였다.

차 안에는 다시 검은 막음판만 보였다. 시원은 꺼진 표면을 만지지 않고 자신의 사진을 확대했다. 영이라는 숫자 아래 점검등 주변에 작은 흠집이 있었다. 처음에는 금속 마모인 줄 알았다. 지금 보니 여러 짧은 선이 음파처럼 배열돼 있었다.

그 선의 모양을 보자 머릿속에 짧은 멜로디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이주선에서 불렀던 노래 같았다. 다음 음을 떠올리려 하면 아무것도 따라오지 않았다. 시원은 자기가 그 노래를 잊었다는 사실조차 처음 안 것 같았다.

세라가 다음 야간 점검 시간을 알렸다. 시원은 승객 증상 기록 옆에 자기 노래를 적지 않았다. 현재 승강기를 다녀온 사람이 아니었고, 언제부터 기억이 없었는지도 몰랐다. 대신 개인 메모에 빈 줄을 하나 남겼다.

다음 작업 때 들리는 소리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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