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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엘리베이터 0층은 지상으로 간다3화

해저 엘리베이터 0층은 지상으로 간다

해저 엘리베이터 0층은 지상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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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0층 버튼을 누른 정비사

점검 승인서에는 구조 완료라는 항목이 없었다.

시원은 목적란에 문 밖 공간 관찰과 미귀환 승객 확인 가능성 평가라고 적었다. 남영우의 현재 위치는 미확인이었다.

야간 대합실은 비어 있었다. 다른 승강기로 이동하도록 안내된 시민들의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임세라는 운행 제어를 잠그고 현장 카메라 세 대를 확인했다. 백이안은 문 바깥 현재 구역에서 계측기를 보았다. 차 안의 시원과 대합실의 이안이 같은 문을 보고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구태식은 초기 설계 자료를 가져왔다. 그러나 자료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작업 조건을 완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페이지가 빠져 있었다. 인터페이스 시험 번호 영, 연결된 지상 거리의 모델, 초기 이주민 교육용 풍경. 여기까지는 어떤 개발 기능이었는지 설명할 수 있었다.

그 다음 실험 단계의 운용 기록은 없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기능은 아니었다고 하셨죠.”

시원이 묻자 태식은 초기 목적이 그랬다고 답했다. 마지막 수정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시원은 목적과 결과가 달랐다는 말을 기록했다. 개발자의 의도만으로 현재 돌아온 승객을 설명하지 않았다.

시원이 점검 단말을 연결하자 막음판의 작은 등이 켜졌다. 일정 지연 뒤 흰 숫자 영이 나타났다. 문은 닫혀 있었고, 현장 계측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표시 재현 확인했습니다. 현재 차 위치 일 층.”

시원이 알렸다. 세라가 제어 명령 로그를 저장했다. 관제실도 영 버튼이 먼저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태식이 차 밖에서 질문했다.

“그 판 아래 회로를 먼저 보면 어떻습니까?”

시원은 전원을 내리지 않고 패널을 해체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금 목적은 연결 현상의 관찰이었고, 계획을 바꿔 부품 분해까지 할 수는 없었다. 이전처럼 버튼이 빛난 뒤 저절로 문이 열리는지 잠시 기다렸다. 정해진 관측 시간 동안 문은 닫혀 있었다.

작업 계획에는 영 표시를 눌렀을 때의 명령과 문 상태를 확인하는 단계가 있었다. 자동 열림만 기다리면 과거에는 없던 입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세라와 이안이 각자 중단 조건을 읽고 승인 범위에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누구도 영 층이 안전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시원은 장갑 낀 검지로 영을 눌렀다.

금속이 아니라 얇은 유리처럼 약간 눌리는 감각이었다. 제조사 진단 기록에는 목적 층 입력이 남지 않았다. 대신 보조 기록기에 짧은 전기적 신호가 잡혔다. 문 가장자리에 밝은 선이 생겼고, 그 선이 두 갈래로 벌어졌다.

햇빛이 차 바닥에 들어왔다.

시원은 눈을 가리지 않고 낮춘 카메라 노출부터 확인했다. 문 너머 거리는 첫 목격 때와 같았다. 회색 담, 가로수, 자전거. 자전거의 앞바퀴는 같은 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비가 그친 뒤처럼 바닥이 젖어 있었지만 구름은 없었다.

“문 열림 확인. 현재 구역과 다른 공간이 보입니다.”

대합실의 이안은 자기 앞 문이 닫혀 있다고 답했다. 세라의 외부 화면도 같았다. 내부 카메라에는 이번에 풍경이 찍혔다. 흰 화면이던 이전과 달리 사전에 맞춘 노출이 거리의 물건을 보여 줬다.

이안은 시원에게 현장 값을 물었다. 차 안의 공기 상태가 짧게 흔들렸다가 안정됐다. 수밀 구역의 압력에는 변화가 없었다. 현재 도시를 지키는 조건은 유지됐지만 문 밖에 나가도 괜찮다는 결과는 아니었다.

시원은 차 안에 고정한 관측 장비를 문턱 쪽으로 이동했다. 몸은 문에서 떨어진 곳에 두었다. 장비는 긴 지지대에 달려 있어서 멀리 보내는 탐사 기계가 아니었다. 문턱 바깥 가까운 부분만 보려는 계획이었다.

초록 띠 장갑은 여전히 바닥 위에 있었다. 물방울은 그 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 사이 거의 하루가 지났는데 같은 형태로 남아 있었다. 시원은 카메라 두 대에서 같은 물방울을 찍고 현재 시각을 같이 저장했다.

문 바깥 가까운 바닥에서 계측값은 돌아왔다. 카메라 케이블도 끊기지 않았다. 지지대에 붙인 위치 표식은 바깥으로 들어가자 기록기에서 잠깐 사라졌다가 돌아왔다. 시원은 장비를 더 내밀지 않고 현재 위치로 되돌렸다.

“밖에서 위치 신호가 누락됐습니다. 연속으로 추적 가능한 공간은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세라는 사람 진입 단계가 승인되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했다.

거리 끝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었다.

시원은 확대 카메라로 보았다. 작업복을 입은 남자였다. 왼손에는 장갑이 없었고, 가슴에 도시 배수 설비팀 표식이 붙어 있었다. 남영우의 출입 영상과 비교할 수 있는 특징이었다. 얼굴은 거리가 멀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시원은 스피커를 문 쪽으로 향하고 자신의 소속을 말했다. 상대가 가까이 올 수 있는지 물었다. 남자는 손을 내려 자기 앞의 무엇을 가리켰다. 길에 있는 표지였다. 지상 출구, 구 도서관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하나가 말한 표지가 실제 영상에 나타났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반드시 남영우라고 확정되지는 않았다. 시원은 그의 이름을 먼저 부르는 대신 본인 이름을 말할 수 있는지 물었다. 질문을 들었다는 반응은 없었다.

남자가 한 걸음 옮겼다. 그 순간 가로수 잎이 움직이고 자전거 바퀴가 멎었다. 시원은 두 물건이 서로 반대 상태로 변한 시각을 기록했다. 거리 전체가 같은 시간을 흐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세라가 조용히 말했다.

“손동작은 영상에 저장됩니다. 가까이 부르되 따라가지 마세요.”

시원은 남자가 문을 볼 수 있게 차 안 조명을 한 번 밝게 바꿨다. 승인된 관측 신호였고 다른 입력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남자는 돌아보았다. 얼굴이 조금 드러났지만 어둠이 눈 부분을 가려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가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 두 개를 폈다. 그다음 손가락 세 개. 시원은 숫자나 날짜인지 몰랐다. 그러나 움직임이 반복 재생인지, 현재 조명 변화에 반응하는지 비교할 새 자료였다. 다시 조명을 바꾸자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현재 입력에 반응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시원은 바닥에 표시한 작업 한계선 앞에서 멈췄다. 여기서 한 사람을 만나러 들어가면 뒤의 두 사람이 자기를 찾는 일이 추가됐다. 남자는 땅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이안이 말했다.

“문턱 물방울이 움직입니다.”

그는 내부 영상을 보고 있었다. 시원도 장갑 위를 봤다. 방울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길게 늘어났다. 빛이 한쪽으로 휘어지고, 시원의 장비 그림자가 문 바깥으로 길어졌다. 계측기의 위치 기록이 한 번 더 누락됐다.

시원은 관측 장비를 완전히 차 안으로 거뒀다. 종료 조건에 들어갔다. 세라가 제어 단말의 문 닫힘 명령을 보냈지만 바깥 풍경은 그대로였다. 현 대합실 문에는 이미 닫힘 상태가 표시돼 있어 명령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현재 문과 영 쪽 문은 같은 제어 대상으로 안 잡힙니다.”

시원이 말했다. 태식이 가져온 옛 도면에서 인터페이스 종료 항목을 찾았다. 해제 입력은 영 번호 자체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그 설명이 현 회로와 같은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시원은 원문을 읽고, 첫 입력과 같은 버튼을 다시 눌러 종료하는 범위가 승인된 작업에 포함되는지 세라에게 확인했다.

그때 노래가 들렸다.

스피커 출력은 꺼져 있었다. 시원은 그 사실을 화면에서 확인했다. 문 너머 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부르는 노래였다. 어제 떠올리다가 멈춘 멜로디의 다음 음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이주선에서 불렀던 노래가 마지막 두 마디까지 이어졌다.

시원은 손을 멈췄다. 아주 오래전에 맡았던 젖은 모직 냄새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자기 옷으로 시원의 머리를 덮어 주던 순간. 그 뒤를 떠올리려 하면 끝이 없던 기억이었다. 문 너머 회색 담 옆에 작은 아이가 보였다.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 옆 어른이 시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남영우처럼 보인 남자는 어느새 없었다. 시원은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겹쳐지는 영상처럼 위치만 바뀌었다.

세라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시원 씨, 현 작업은 종료 조건입니다.”

시원은 자기 카메라가 계속 녹화 중인지 봤다. 영상에는 작은 아이와 어른이 모두 나타났지만 얼굴이 선명하지 않았다. 기억과 닮았다는 이유로 진짜 부모라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

“노래가 들립니다. 개인 기억과 닮은 소리입니다.”

그는 숨기지 않고 알렸다. 자기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소였다. 이안은 현재 차 안에 있는 위치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시원은 한계선 뒤라고 답하고 발을 더 뒤로 옮겼다.

노래가 끊겼다. 아이가 문 앞을 가리켰다. 초록 띠 장갑 옆에 종이 카드가 하나 보였다. 시원은 줍기 위해 몸을 뻗지 않았다. 확대 카메라로 글자를 읽었다.

이주민 연결 시험. 박시원.

날짜는 이십팔 년 전이었다. 자신의 이주 기록과 같은 날이었다. 오늘 새로 적힌 이름인지, 그때 실제로 만들어진 카드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시원은 사진을 세라에게 전송했다. 태식이 무전 너머에서 짧게 숨을 들이켰다.

시원은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지금은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영 버튼을 다시 눌렀다. 문 가장자리의 빛이 천천히 좁아졌다. 카드가 닫히는 틈 앞으로 조금 움직였지만 선을 넘어오지는 않았다. 관측 장비와 시원의 발은 모두 차 안에 있었다.

문이 닫힌 뒤 영 표시가 꺼졌다. 위치 센서는 계속 일 층이었다. 이번 작업에서 바깥으로 나간 사람은 없었다. 시원은 종료 보고에 그렇게 적었다. 미귀환 승객으로 추정할 수 있는 인물 관측, 신원 확정 불가. 개인 기억과 닮은 음향 관측. 과거 이름 카드 촬영.

대합실 쪽 문이 정상적으로 열렸다. 이안이 시원에게 현재 날짜와 장소를 확인했다. 시원은 대답했고, 노래의 다음 음을 떠올려 보았다. 다시 기억나지 않았다. 잠깐 들었는데 자기 안에 남지는 않았다.

“잃어버렸다는 건 아직 모릅니다. 원래 떠올리지 못하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는 의료 담당자에게 그렇게 설명했다. 관측 영상의 소리에는 노래가 남아 있었다. 본인은 다음 음을 예측할 수 없지만 녹음에서 들으면 같은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가 겪은 문제와 같은지까지 단정할 수는 없었다.

태식이 서류철에서 별도 봉투를 꺼냈다. 아까 원본 자료에 들어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시원은 그에게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지 물었다. 태식은 초기 작업 뒤 보관한 사본이라고 답했다.

봉투에는 아이들의 이름과 지상 적응 연결 시험이라는 제목이 있었다. 박시원의 이름도 있었다. 그 아래 한 줄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귀환 시 기억 항목 대체 확인.

시원은 그 문장을 읽고 태식의 얼굴을 봤다. 태식은 안전한 가상 체험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언제 실제 문이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시원은 모른다는 부분을 한 줄씩 나눠 달라고 요구했다. 자기 이름이 적힌 문서를 본 순간에도 사람을 다시 보내는 결정부터 할 수는 없었다.

운영실은 해당 승강기의 운행 중지를 유지했다. 남영우를 찾는 절차도 이어졌다. 돌아온 하나에게는 더 들어가 기억을 찾으라는 말이 전달되지 않았다. 그녀가 잃은 것은 그곳에 다시 맡겨도 되는 물건이 아니었다.

시원은 새 관측 파일을 열었다. 마지막 문 닫힘 직전, 카드 뒤에 다른 카드 한 장이 보였다. 글자의 대부분은 가려졌지만 맨 위 제목은 읽을 수 있었다.

다음 귀환자.

그 아래 이름은 아직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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