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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목욕탕의 마지막 온수2화

구름 목욕탕의 마지막 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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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보일러의 균열

수압 경보가 울리자 아래 마을의 물탑에서 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태오는 먼저 밸브를 잠갔지만, 온천수가 이미 식수관에 스며들었다. 그는 물탑의 손잡이를 돌리며 소리쳤다.

“주민들에게 지금 물을 쓰지 말라고 알려야 해요!”

모아는 보일러 쪽으로 뛰어갔다. 압력계가 붉은 구간에 걸렸다. 배관은 뜨거워져 손을 댈 수 없었다. 기찬은 금속벽에서 새는 소리를 들었다.

“이대로면 균열이 터져요.”

“온천수 배관을 완전히 빼야 합니다.” 태오가 말했다. “그런데 아래 마을 물길도 같이 끊겨요.”

순덕은 직원들을 불러 탕을 비우게 했다. 손님들은 수건을 두른 채 밖으로 나왔다. 한 노인은 온수를 더 달라고 했고, 아이는 엄마의 손을 놓지 않았다. 모아는 대욕장을 닫고 치료실의 온수를 최소한만 남겼다.

“수리는 얼마나 걸리나요?” 순덕이 물었다.

“균열 위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모아가 대답했다.

“온수를 빼면?”

“여섯 시간은 식수가 끊깁니다.”

“우회관이 있다면?”

태오는 보일러실의 오래된 배관을 봤다. “그 관은 폐쇄됐어요. 녹이 식수 쪽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열기 전엔 확인할 수 없어요.” 모아가 말했다.

“안전 확인 없이 열면 아래 마을에 오염수가 갈 수 있습니다.”

“확인할 방법을 같이 찾아요.”

모아는 오래된 도면을 펼쳤다. 보조관은 본관과 평행하게 지나가다가 벽 너머에서 아래쪽으로 꺾였다. 하지만 도면에는 마지막 밸브의 위치가 없었다. 그녀는 벽을 두드려 소리의 빈 곳을 찾았다. 세 번째 판자 뒤에서 나무 울림이 달랐다.

기찬이 판자를 떼자 구리 밸브가 나타났다. 표면에 검은 녹이 두껍게 앉아 있었다. 태오는 호흡을 늦췄다. “이 밸브가 열려 있으면 온천수와 식수가 섞입니다.”

“닫혀 있으면요?”

“보조관을 우회로로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얼마나 막혔는지 몰라요.”

순덕은 장부를 들고 내려왔다. “예전 공사 기록엔 이 관이 들어 있지 않아.”

“누가 설치했는지도 모르겠군요.” 모아가 말했다.

“네 아버지와 내가 했어.” 순덕은 시선을 피했다. “폐업 전 마지막 수리였어. 비용이 부족해 식수관을 잠시 우회시켰지. 나중에 다시 고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다치고 목욕탕이 계속 바빠졌어.”

모아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때 누수가 났나요?”

“작은 누수였어. 네가 밸브를 꽉 잠갔고, 난 네 탓으로 돌렸지. 사실 점검을 미룬 건 나였어.”

모아는 목이 말랐다. “그 뒤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요.”

“나도 말하지 않았어.”

“이제는 다 말해야 해요. 아래 마을 식수에 영향을 주니까요.”

태오는 둘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는 우회관의 바깥쪽 밸브 위치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관을 열면 첫 물은 버려야 합니다. 그걸 받을 수 있는 폐수통이 필요해요.”

손님 중 한 명인 도예가가 나섰다. “가마 옆에 큰 물통이 있어요. 빗물 받아 두는 통이죠.”

“그걸 가져오면 된다.” 기찬이 말했다.

“하지만 운반 통로가 좁아.” 순덕이 걱정했다.

목욕탕 손님들이 함께 통을 들었다. 모아는 무거운 뚜껑을 닫고, 태오는 배수관을 통에 연결했다. 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검붉은 녹물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코를 막았지만, 통이 넘치지 않도록 계속 비워야 했다.

갑자기 보일러에서 큰 소리가 났다. 압력계 바늘이 끝까지 튀었다. 모아가 메인 밸브를 잠그려 했지만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았다. 밸브 안쪽이 뜨거워져 금속이 팽창한 듯했다.

“뒤로 물러나요!” 태오가 외쳤다.

모아는 긴 렌치를 끼워 손잡이를 밀었다. 금속이 삐걱였고, 뜨거운 증기가 틈으로 뿜었다. 기찬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렌치가 튕겨 나가 벽에 박혔다. 모아의 손등이 화상을 입었다.

“제가 할게요.” 태오가 말했다.

“당신이 밸브를 밀면 관이 터질 수 있어요.”

“그럼 뭘 해야 합니까?”

“압력을 먼저 빼야 해요. 보일러 하단 배수구를 열죠.”

“그 물이 어디로 갑니까?”

“폐수통으로 연결하겠습니다.”

그들은 통을 옮기고 배수구에 호스를 연결했다. 기찬은 밸브를 고정하고 순덕은 손님의 도움을 받아 통을 붙잡았다. 태오는 온도계를 읽었다. 모아는 화상 입은 손을 천으로 감싸고, 다른 손으로 배수 핸들을 돌렸다.

증기가 빠져나가며 보일러가 낮게 울었다. 압력이 조금씩 내려갔다. 메인 밸브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온천수의 흐름이 느려졌다. 균열이 크게 번지기 전, 그들은 물을 차단했다.

“다친 사람 있습니까?” 순덕이 물었다.

기찬은 팔꿈치를 부딪혔고, 모아는 손등에 화상을 입었다. 태오의 장화는 녹물에 흠뻑 젖었다. 누구도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온수는 완전히 멈췄다.

아래 마을의 물탑 경보가 잠잠해졌다. 태오가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이 다시 흐른다고 알렸다. 하지만 목욕탕으로 향하는 온천수도 끊겼다.

목욕탕의 문에는 ‘온수 점검으로 대욕장 임시 휴업’ 안내가 붙었다. 손님 몇 명은 환불을 요구했고, 다른 이들은 샤워실도 닫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순덕은 환불 장부를 펴고 한 명씩 이름을 적었다. “온수를 쓰지 못하면 돌려 드릴게요. 대신 치료실은 안전 확인 후에만 열 겁니다.”

오전 예약 손님이던 노인은 무릎을 문지르며 의자에 앉았다. “여기 물에 몸을 담그면 밤에 잠을 잘 잤어요. 오늘은 어디로 가야 하나.”

모아는 대야에 남아 있던 온수를 수건에 적셔 건넸다. “지금은 이걸 무릎에 올려 두세요. 뜨겁지 않으니 피부에 오래 대도 괜찮습니다.”

“목욕탕이 문을 닫으면 그 방법도 없어지겠군.”

“문을 닫지 않도록 수리할게요. 하지만 오늘은 안전을 먼저 확인해야 해요.”

노인은 수건을 무릎에 올렸다. “그럼 내일 다시 오겠소. 서두르다 더 크게 고장 내지 말고.”

그의 말에 모아는 어깨에 힘을 풀었다. 순덕은 환불받으려던 손님에게도 대야와 수건을 내줬다. 목욕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각자의 필요를 말하고 가능한 것을 골랐다.

태오는 아래 마을에서 가져온 물통을 보일러실 앞에 내려놓았다. “식수는 오늘 저녁까지 버틸 겁니다. 목욕탕 직원들의 씻을 물도 나눠야 해요.”

“고객용 물과 직원용 물을 따로 계산해 둔 적이 없어요.” 순덕이 말했다.

“그럼 오늘부터 기록하죠.” 모아는 배급표 뒷면에 새 칸을 만들었다. “일하는 사람도 물을 써야 해요. 정비 작업 뒤 손에 묻은 녹과 기름을 씻을 몫을 빼놓지 않겠습니다.”

기찬은 손을 들었다. “제가 세척 시간을 맡을게요. 물이 필요한 순서를 적고, 부족하면 먼저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확실했다. 순덕은 직원 근무표를 고쳐 작업 교대 시간을 넣었다. 모아는 자기가 다친 손을 감추지 않고 직원들에게 보여 줬다. “저 혼자 밸브를 열려고 해서 사고가 났어요. 다음엔 두 사람이 확인하기 전까지 손대지 않겠습니다.”

“저도 진동을 먼저 들었는데 말하지 못했어요.” 기찬이 말했다. “수습공이 괜히 겁먹는다고 할까 봐.”

“그럼 이제부터 진동은 누구나 보고할 수 있게 합시다.” 태오가 말했다. “틀린 경보여도 혼내지 않을게요.”

서로의 책임을 말하고 나자 보일러실은 조금 덜 답답해졌다. 그래도 설비를 열기 전 물길을 어떻게 유지할지는 해결되지 않았다. 모아는 도면에 우회관과 폐수통을 표시하고, 다음 날 주민들에게 선택지를 보여 주기로 했다.

“보일러를 열어 균열을 수리해야 합니다.” 모아가 말했다.

“그동안 목욕탕은 문을 닫아야겠군.” 순덕이 한숨 쉬었다.

“완전히 닫지 않을 수 있어요. 보조관을 다시 연결하고 물을 나누면 됩니다.”

태오는 머리를 저었다. “그 관은 아직 안전한지 모릅니다.”

“그럼 우리가 같이 확인해요. 오늘은 누구도 혼자 결정하지 말고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내밀어 모아의 다친 손을 살폈다. “화상부터 치료해야 합니다.”

“보일러를 고친 뒤에요.”

“아니요. 지금요. 수리 중에 더 다치면 아무도 책임을 나눌 수 없습니다.”

모아는 처음으로 렌치를 내려놓았다. 그의 말이 맞았다. 순덕은 치료실에서 찬물과 연고를 가져왔다. 태오는 그녀의 붕대를 감되, 손을 쥐거나 당기지 않았다.

“제가 여기서 일한 뒤로 가장 큰 사고예요.” 모아가 말했다.

“당신이 막은 사고이기도 합니다.”

“그게 위로가 되나요?”

“아니요. 다만 사실입니다.”

그의 차분한 대답에 그녀는 숨을 내쉬었다. “내일 아침 주민들을 모읍시다. 배관을 열기 전에 위험과 선택지를 모두 설명할게요.”

“그때까지 식수는 저장통으로 버틸 수 있습니다. 온수는 없지만, 물은 남아 있어요.”

태오는 저장통 옆에 임시 표지를 세웠다. ‘마실 수 있는 물’과 ‘세척용 물’을 글씨 색으로 구분했다. 주민들이 헷갈리지 않게 기찬이 그림을 그려 붙였다. 순덕은 직원마다 물병을 나눠 줬고, 누구도 자기 몫을 먼저 가져가지 않았다.

모아는 보일러 앞의 의자를 태오 쪽으로 밀었다. “오늘은 여기서 쉬세요. 내일은 같이 밸브를 확인해야 하니까.”

그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당신도 쉬어야 합니다.”

“교대로 쉬면 되죠.”

모아는 보일러 위에 손을 올렸다. 금속은 식어 가고 있었다. 그 안의 균열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벽 뒤 우회관에서 물방울 하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그 소리를 정비표에 적고, 시간을 함께 표시했다. 다음에 돌아왔을 때 같은 소리가 들리면 밸브를 열지 않고 즉시 멈추기로 했다. 태오는 표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둘은 다음날 주민들이 모이면 이 기록부터 보여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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