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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인간은 하루만 산다2화

복제 인간은 하루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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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빨간 문을 찾는 복제체

새 복제체는 한서-48이라는 번호로 깨어났다.

현은 이번에는 꿈을 묻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복제체가 같은 말을 반복하는지 확인하겠다는 질문 자체가 기억을 유도할 수 있었다. 한서는 기본 기억팩을 받고, 구조 장비 사용법과 연구소 위치를 확인했다. 배양 후 5시간, 활동 가능 시간은 19시간이었다.

서윤은 한서에게 이름을 선택할 수 있다고 알려 줬다. 그는 한참 생각한 뒤 “서”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어제의 한서와 구분하기 위해 현은 ‘서-48’이라고 기록했다. 현은 폐기 로그가 아니라 새 복제체의 활동 일지를 열었다.

“오늘은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내가 필요한 일을 할게요. 구조 훈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48은 훈련장에 가기로 했다. 실제 구조 임무가 아니었지만, 그는 장비를 직접 착용하고 싶어 했다. 서윤은 안전 구역 안에서만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48은 동의했다. 그는 어제의 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현은 빨간 문이 있는 장소를 찾으려 연구소 도면을 살폈다. 공식 설계에는 빨간 문이 없었다. 지하 실험 구역은 사용 중지됐고, 출입 기록은 2년 전부터 비어 있었다. 그는 소장에게 문의했지만, 상필은 도면을 외부 공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복제체가 꿈에서 말한 것만으로 지하를 수색할 수는 없어요.”

“기억팩에는 없는 정보입니다.”

“그럼 기억팩의 제작 과정부터 조사해야 합니다.”

상필은 현에게 내부 감사 요청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승인까지 며칠 걸릴 수 있었다. 서윤은 복제체의 활동 시간이 하루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남긴 증거가 며칠 뒤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현은 서-48에게 꿈을 물어보지 않고, 훈련장 동선을 선택하게 했다. 그는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먼저 걸어갔다. 훈련장에는 수색용 통로와 침수 구역 모형이 있었고, 그 안쪽에 빨간 방화문이 있었다. 서-48은 그 문 앞에서 멈췄다.

“여기서 꿈을 꿨나요?” 현이 물었다가, 질문을 취소했다.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48은 문을 보며 말했다. “꿈에 나온 곳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안에서 누군가 숨을 쉬는 소리가 들립니다.”

현은 문을 열지 않았다. 훈련장 방화문 뒤에는 폐쇄된 설비 통로가 있었다. 출입 권한은 상필에게만 있었다. 서윤은 복제체가 문 앞에 오래 머물면 산소 소모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48은 문에서 물러났다. 그는 스스로 결정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볼게요.”

현은 문 주변의 열감지기를 확인했다. 안쪽에는 열원이 없었다. 그러나 문 하단의 먼지에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오래된 흔적일 수 있었고, 복제체의 말이 감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단정하지 않았다.

연구소 시설팀은 상필의 지시를 기다렸다. 서윤은 기다리지 않고 시설 관리자에게 제한 구역 개방을 요청했다. 상필은 거부했지만, 서윤은 윤리 심의 권한으로 복제체 안전에 필요한 임시 점검을 승인했다. 복제체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두 명의 직원이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상필은 열쇠를 넘기지 않았다. 현은 방화문 주변의 구조도를 확인하고, 문이 열릴 경우 압력 변화가 있는지 계산했다. 서윤은 비상 산소통과 로프를 준비했다. 세 사람은 안전 수칙을 말로 확인한 뒤에야 손잡이에 접근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런데 안쪽에서 누군가 세 번 두드렸다. 서-48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는 꿈을 기억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현이 손잡이를 돌리자, 문틈에서 검은 물이 흘러나왔다.

검은 물은 문을 지나 복도로 번지지 않았다. 액체는 틈에 머물며 빛을 흡수했다. 현은 문에 접근하지 않고 온도계를 들이댔다. 주변보다 차가웠다. 서윤은 통로의 공기 압력을 확인하고, 서-48에게 안전선 밖으로 이동해 달라고 했다.

“내가 문을 열어 보겠습니다.” 서-48이 말했다.

“당신은 연구 대상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위험을 먼저 설명해야 해요.” 서윤이 답했다.

현은 문 뒤에 사람이 있을 가능성, 산소 부족, 구조 장비 부재를 설명했다. 서-48은 문을 열지 않고 밖에 남아 조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는 한 발 더 물러나기로 했다. 현은 그 선택을 기록했다.

상필은 문을 봉쇄하라고 지시했다. 서윤은 안전 점검이 끝나기 전에는 봉쇄할 수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제한 구역 접근 권한을 놓고 말다툼했다. 현은 그 사이에 문틀의 외부 표면을 촬영했다. 도면상 방화문은 훈련 시설에만 설치돼야 했지만, 이 문에는 연구소 보안실이 쓰는 이중 잠금 장치가 있었다.

“이 문은 훈련용이 아니에요.”

“폐쇄 구역의 설비일 수 있습니다.” 상필이 말했다.

“그럼 왜 출입 기록이 2년 동안 비었죠?”

상필은 보안 기록이 별도 서버에 있다고 했다. 그 서버에 접근하려면 그의 승인이 필요했다. 서윤은 윤리 심의 권한으로 자료 보존을 요구했다. 상필은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을 미뤘다.

서-48은 훈련장 구조도를 기억해 냈다. 본인이 배운 적 없는 배관 위치를 말했고, 현은 도면과 비교했다. 일부는 맞았지만, 정보가 기억팩에서 온 것인지 꿈에서 온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현은 그가 말한 위치를 검증 가능한 단서로 분리했다.

통로 아래에는 냉각수 순환관이 있었다. 검은 물이 그 관에서 새어 나왔다면 압력실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었다. 시설 담당 직원은 상필의 승인 없이는 배관 점검을 거부했다. 현과 서윤은 허가된 열 감지기로 흐름을 추적했다. 벽을 뜯지 않아도 차가운 구간이 지하 복도 쪽으로 이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서윤은 상필에게 임시 개방 허가를 다시 요청했다. 그는 거부했다. 복제체가 들었다는 꿈만으로 시설을 열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현은 동의했다. 꿈만으로 열자는 게 아니라, 비정상 냉각수와 압력 변화, 이중 잠금 장치 때문에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필은 그 근거를 듣고도 반대했다. 현은 정식으로 긴급 안전 조사 요청을 접수했다. 응답까지 10분이 걸릴 수 있었다. 그동안 서-48은 훈련장 출구 앞에서 기다렸다. 그는 꿈이 기억인지 묻지 않았다. 대신 본인이 본 문과 실제 문이 같은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안전 조사 승인이 떨어졌다. 두 명의 직원이 먼저 문을 열고, 복제체는 외부 대기하기로 했다. 서윤이 압력계를 확인하고 현이 문 손잡이를 돌렸다. 문 뒤의 냉각수가 검은색으로 변한 이유는 아직 몰랐다.

문이 열리자 냉각수가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다. 바닥은 말라 있었지만, 안쪽 벽면에는 물결처럼 번진 검은 자국이 남았다. 현은 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소 농도와 압력을 다시 측정했다. 수치는 안전 범위였고, 서윤은 먼저 구조 장비를 들고 들어갔다.

통로는 도면보다 길었다. 벽면에는 배양 번호가 붙은 저장실이 있었고, 마지막 칸은 봉인돼 있었다. 서-48은 안전선 밖에서 기다렸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현에게 자신이 들은 위치를 설명했다. 벽 아래쪽의 붉은 문은 통로 끝의 방화문과 일치했다.

서윤은 방화문 앞의 잠금 장치를 확인했다. 외부에서 잠긴 흔적이 있었다. 잠금 기록은 2년 전 마지막 정기 점검에서 멈춰 있었다. 문 아래에는 검은 물이 말라붙은 얼룩이 남았다. 그 자국은 한서의 꿈에 나온 것과 비슷했지만, 꿈이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현은 잠금 장치의 바깥 덮개만 열어 내부를 촬영했다. 문을 열면 안쪽 기록이 훼손될 수 있었다. 서윤은 구조 기관에 인원을 요청했고, 승인이 올 때까지 현장 보존을 유지했다. 상필은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안에 무엇이 있죠?” 서윤이 물었다.

“실험 장비입니다.”

“사람은 없습니까?”

상필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윤은 봉인된 저장실 앞에서 상필의 손목을 붙잡지는 않았다. 대신 그가 덮개를 닫기 전에 자신의 출입 카드를 잠금부에 대었다. 초록 불이 켜져야 할 단말기는 붉은 경고를 내보냈다. 상필이 윤리 권한으로 시설을 잠그는 건 월권이라고 항의했다. 서윤은 그 말을 듣는 동안에도 문 안쪽의 호흡음을 놓치지 않았다. 한 번 길게, 두 번 짧게. 기계가 내는 박자와 달랐다.

현은 휴대용 청진 센서를 문에 대었다. 금속 너머로 둔탁한 긁힘이 들렸다. 서-48이 안전선 뒤에서 손전등을 들어 벽면을 비췄다. “저기, 바닥 말고 위쪽을 봐요.” 붉은 자국은 문틀의 어깨 높이에 남아 있었다. 문 안에 갇힌 누군가가 손바닥으로 벽을 짚고 지나간 흔적처럼 보였다. 현이 확대 카메라를 넣자, 반대편에서 빛이 한 번 흔들렸다. 누군가 있다는 뜻인지 센서의 반사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상필이 문을 닫으려 다가왔다. 서윤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멈춰 세웠다. 그는 구조를 방해하려는 게 아니라 불안정한 압력 때문에 직원들을 지키려 한다고 했다. 현은 압력계의 바늘을 보여 줬다. 수치는 오히려 안쪽으로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방향이었다. 문을 닫으면 안에 남은 공기가 더 줄어들 수 있었다. 상필은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손을 내렸다.

현은 수동 잠금 장치를 풀었지만 문은 몇 센티미터만 움직였다. 안쪽에서 무언가 걸린 듯했다. 서윤이 구조용 쐐기를 밀어 넣자 검은 물이 금속 틈으로 올라왔다. 물은 장갑을 적시지 않았지만, 서윤의 손등 온도 센서가 급격히 떨어졌다. 그녀는 몸을 빼며 쐐기를 놓쳤다. 금속 조각이 통로를 튕겨 나가고 서-48이 본능적으로 주우려 했다. 현이 그보다 먼저 무릎을 꿇어 손을 막았다. “가까이 오지 마요.”

서-48은 물러났지만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제가 문을 여는 건 거부할게요. 대신 여기서 들리는 걸 말하겠습니다.” 그는 다시 귀를 기울였다. 이번에는 숨소리 뒤에 세 번 두드리는 리듬이 있었다. 현은 같은 리듬을 문에 대고 두드렸다. 안쪽에서 한 번, 늦게 답이 왔다. 서윤은 구조 기관에 긴급 요청을 넣었다. 접수 담당자는 무인 설비일 가능성을 먼저 말했다. 서윤은 수화기를 스피커로 켜고, 방금 들린 응답을 그대로 들려줬다. 잠시 뒤 상대의 말투가 바뀌었다. 출동팀이 배정됐다.

기다리는 동안 현은 장비를 더 들이지 않고 통로의 전원을 차단했다. 꺼져 있던 화면이 오히려 밝아졌고, 폐기 로그가 한 줄씩 떠올랐다. 상필은 그것을 보자 출입 단말기에 관리자 코드를 입력했다. 현은 손을 잡아채지 않았다. 대신 화면을 촬영하고 코드 입력 시각을 남겼다. 상필의 얼굴이 굳었다. “당신이 기록하는 건 조사와 상관없어.” 현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지금 이 문을 닫으려던 이유와 연결돼 있으면 상관있습니다.”

서-48은 통로 밖으로 나가 물을 마셨다. 돌아왔을 때 그는 스스로 정한 대기선 안에 섰다. 현은 그 선택을 존중하고, 안쪽의 다음 소리를 함께 기다렸다. 문 너머에서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출동팀의 무전이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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