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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호랑이 사냥꾼2화

새벽 호랑이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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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옮겨진 돌의 자리

태산은 모래를 데리고 소나무 쪽으로 가지 않았다. 먼저 아이들을 집 안으로 옮겼다. 모래는 옆집까지 뛰어가 사람들이 숲을 보려고 나오지 않게 막았다. 권서락은 군졸을 남기고 말머리를 돌렸다.

“범이 돌아오면 네 책임이다.”

그 말만 남았다. 말의 발굽이 떠나간 자리에 다루가 코를 댔다. 태산은 개를 잡아당겼다. 아무 냄새나 좇는 것이 포수의 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사람부터 살펴야 했다.

모래가 돌아왔을 때 그녀의 손에는 아이가 흘린 물통이 들려 있었다.

“어디로 갔는지 안 봐도 되오?”

“뒤쫓아서는 안 된다. 사람부터 안에 두고, 먼 데서 돌아본다.”

“당신이 그렇게 무서워하면 우리는 어쩌라고.”

태산은 그녀를 보았다. 모래는 화난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겁이 나면 따질 상대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었다. 그는 다루의 줄을 그녀에게 잠깐 맡기고 활시위가 손가락에 남긴 자국을 폈다.

“무서워해야 늦게 죽는다. 안 무서운 사람을 앞세우지 마라.”

그는 순옥에게 아이들과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순옥은 먼저 죽은 동생 집의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마당의 사람들이 잠시 고개를 숙였다. 장례를 할지 짐을 쌀지도 아직 정하지 못한 마을이었다.

호랑이가 사라진 쪽을 먼 데서 돌아가자 바람이 다시 고기 냄새를 보냈다. 태산과 모래는 소나무 위쪽의 낮은 둔덕에 엎드렸다. 다루는 아래에 묶어 두었다. 개가 짖으면 위치가 드러났다.

소나무 아래에 짐승의 뼈가 있었다. 오래전에 먹고 버린 것은 아니었다. 살이 붙은 면이 젖어 빛났다. 고기 한 덩이를 묶었던 끈이 가지 사이에 걸려 있었다. 사람 무릎보다 조금 높은 자리였다.

“범이 저기 걸었을 리는 없지.”

모래가 말했다.

태산은 손짓으로 조용히 하라고 했다. 반대편 숲에서 사람이 내려왔다. 누런 겉옷에 검은 모자를 쓴 젊은 군졸이었다. 그는 주변을 살피더니 나무에 걸린 끈을 걷어 품에 넣었다. 뼈는 발로 걷어찼다.

모래가 몸을 일으키려 했다. 태산은 그녀를 붙잡았다. 군졸이 바로 위를 보았다. 둘은 움직이지 않았다. 숲에서는 사람이 무엇을 보았는지보다 무엇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가 먼저 위험을 만들었다.

군졸은 빈 손으로 마을 쪽 길을 택했다. 태산과 모래는 그가 나무 사이로 사라진 뒤에야 내려갔다. 태산은 뼈를 손대지 않고 남은 끈의 끝을 봤다. 칼로 자른 면이 반듯했다. 가죽끈 옆에 붉은 종이 조각이 달라붙어 있었다. 인장의 일부였다.

태산은 어제 시신 곁에서 본 것과 같다고 바로 말하지 않았다. 그곳의 끈은 비에 젖고 찢어져 있었고, 여기는 새것이었다. 비슷한 재료라도 다른 사람이 쓸 수 있었다. 그는 종이를 나무 껍질 사이에 끼워 챙겼다.

“고기를 놓아 마을로 보낸 거요?”

“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말고, 그랬는지 말해.”

모래의 목소리가 커졌다. 태산은 그녀를 길 아래로 데리고 내려왔다.

“고기 때문에 왔을 수 있다. 먹을 게 없어서 혼자 내려왔을 수도 있고. 우리가 보고 싶은 답부터 고르면 흔적을 못 읽는다.”

모래가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발끝으로 작은 돌을 걷어찼다. 태산은 돌이 멈춘 자리를 봤다. 돌 하나도 던진 사람이 뜻한 곳에 늘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호랑이를 자기 뜻대로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군졸이 내려간 길을 돌아 마을 입구에 섰다. 그곳에는 아침에 못 본 장정 하나가 있었다. 모래가 임기출이라고 불렀다. 기출은 곡식 자루를 수레에 싣고 있었다.

“군졸 하나 못 봤소?”

태산이 물었다.

“지나가는 군졸이 하나둘인가.”

기출은 대답하며 자루를 다시 묶었다. 묶는 손이 떨렸다. 태산은 바로 그에게 더 묻지 않았다. 집 안에서 기출의 아내가 나온 뒤부터 떨림이 더 커졌다.

“북쪽 길로 가래. 거기서 먹을 걸 준대.”

아내가 모래에게 말했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게 아니고?”

“남쪽에는 범이 있잖아.”

모래는 태산을 봤다. 호랑이는 남쪽 숲으로 돌아갔지만 북쪽에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마을 사람을 보내는 길을 정하려면 좁은목과 다리 상태를 먼저 봐야 했다.

기출이 먼저 말했다.

“내가 길을 맡았어. 저녁 전에 다 데려가기로 했다.”

“장례는?”

“죽은 사람 때문에 산 사람도 죽일 거냐?”

모래는 수레의 줄을 움켜쥐었다. 태산은 둘 사이에 서지 않았다. 누가 옳은지 자신이 말하면 모래도 기출도 마을을 떠나는 포수의 결정에 매여 버렸다.

그는 기출에게 북쪽 길을 누가 확인했느냐고 물었다. 기출은 답하지 못했다. 대신 권서락이 그 길로 오라고 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먹을 것이 있다는 말은 군졸에게 들었다고 했다.

태산은 수레 앞바퀴를 돌려 보았다. 북쪽 좁은목에는 그런 수레가 한 번에 지나갈 수 없다는 말을 모래에게 들었다. 짐을 내리고 몸으로 나르면 밤까지 길 안에 남게 된다.

“저녁 전에 가려면 지금부터 옮겨야겠군.”

기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길에 불을 놓지는 않는지 보았소?”

태산의 질문에 기출이 얼굴을 들었다. 사람을 몰아내려면 집보다 길에 불을 보일 때가 많았다. 태산은 예전 사냥에서 그 광경을 보았다. 그때는 짐승만 좇고 사람의 뒤를 보지 않았다.

모래는 태산을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기출에게 더 따질 말이 있어도 참았다. 산패가 통하지 않으면 산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그들은 북쪽 좁은목 위의 높은 길로 올랐다.

바위 옆에 경계석 하나가 누워 있었다. 모래가 거기서 걸음을 멈췄다. 태산은 그 돌보다 그녀의 손을 먼저 봤다. 손이 돌을 만지려다가 멈추었다.

“이 돌을 왜 보고 있지?”

“내가 옮겼소.”

“어디서?”

모래는 남쪽을 가리켰다. 태산이 들어온 길보다 훨씬 아래였다.

“그것까지는 사냥터 밖이었다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품삯을 받고 다른 장정들과 돌을 옮겼다고 했다. 오래된 경계를 바로잡는 일이라 들었다. 새 돌을 세우고 산길을 그리는 사람도 있었다. 모래는 그들에게 물길과 평평한 길을 알려 주었다.

“막골을 안에 넣으려는 줄은 몰랐소.”

태산은 모래가 발끝을 떼어 놓지 못하는 모습을 봤다. 태산에게도 그런 자리가 있었다. 활의 손잡이에 박힌 표식처럼, 한번 받은 값은 사람이 잊고 싶다고 없어지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아나?”

“새 돌 세운 건 알아. 내가 그 길까지 그려 준 건 몰라.”

“말해야 한다.”

모래는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은 안 믿을 거요.”

“그래도 지금 알아야 네가 아는 길을 택할지 고른다.”

태산은 경계석의 뒤를 봤다. 돌을 들어 올렸을 때 생긴 긁힘은 비교적 밝았다. 그는 순옥이 옛 산의 모습을 기억하는지 물었다. 모래는 순옥에게 그림이 있다고 했다. 노사윤이 며칠 전부터 그 그림을 들고 돌아다녔다고도 했다.

태산은 다시 시신의 목 뒤를 떠올렸다.

“그림을 들고 누구에게 갔지?”

“관아에. 돌이 잘못됐다고 따지러.”

노사윤의 죽음이 호환이라는 말과 어긋나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 하지만 바뀐 경계와 죽음이 바로 같은 일은 아니었다. 태산은 모래에게 그림을 가져오라고 하고 자기는 높은 길을 더 살폈다.

다루는 태산을 따라 두어 걸음 가다가 주저앉았다. 오른쪽 뒷발을 들었다. 태산은 개를 안아 평평한 자리에 놓고 발바닥을 확인했다. 오래된 상처 부근에 가시가 박혀 있었다. 그는 가시를 빼고 천을 둘렀다.

개는 고마운 얼굴을 하지 않았다. 아프면 이빨을 드러냈다. 태산은 다루를 쉬게 두고 혼자 위로 갔다. 짐승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생각은 사람이 먼저 하는 착각이었다.

좁은목 아래에서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나뭇가지 사이로 아까 본 군졸이 다시 보였다. 이번에는 다른 둘과 함께 자루를 옮겼다. 마른 가지와 고기가 따로 들어 있었다. 가지는 길 양옆에, 고기는 길 안쪽에 놓였다.

태산은 물러나려다가 발밑의 돌을 밟았다. 작은 돌이 아래로 굴렀다. 군졸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 숨어 있을 수 없었다.

태산은 활을 겨누지 않고 손을 보였다.

“사람들 다니는 길에 뭘 놓느냐.”

군졸 하나가 창을 들었다. 젊은 군졸은 말리지 않았다. 태산은 그 얼굴이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마을에서 순옥 앞을 막았던 사람은 아니었다. 아직 겁을 잘 감추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범을 여기로 끌어올 겁니다.”

젊은 군졸이 말했다.

“사람은 어디로 보낸다고 했지?”

“북쪽으로……”

말이 끝나지 않았다. 그제야 군졸은 자신이 서 있는 길을 보았다. 태산은 그가 모두 알고 한 짓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태산이 짐승만 본 때처럼 사람 길을 안 봤을 수도 있었다.

“고기를 치워라.”

태산이 말했다. 군졸은 창을 든 동료를 보았다. 동료가 턱을 저었다.

“사냥꾼이 왕실 명령을 바꿀 수는 없소.”

태산은 산패를 꺼내지 않았다. 같은 표식 두 개를 마주 놓아도 어느 쪽이 사람을 살리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높은 길로 돌아섰다. 군졸이 따라왔지만 화살을 겨누지 않자 멀찍이 멈췄다.

태산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수레가 떠나고 있었다. 기출이 앞에서 줄을 잡았다. 뒤에는 곡식 자루를 멘 사람 여덟, 아이 셋이 붙었다. 모래는 순옥 집 앞에서 울고 있었다. 자기 잘못을 말한 뒤 누구도 따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돌이 잘못된 게 내 탓이라는데, 내가 어떻게 아니라고 해.”

태산은 그녀에게 다루의 줄을 건넸다.

“지금은 따라잡아야 한다. 잘못한 말은 나중에 더 하고.”

순옥이 집에서 나왔다. 옛 그림을 헝겊에 싸서 들고 있었다. 동생의 시신을 두고 나오는 발이 자꾸 멈췄다. 태산은 기다릴 수 없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순옥이 먼저 말했다.

“사윤이는 못 걸어. 우린 걸어야지.”

그들은 북쪽 길로 뛰었다. 앞선 사람들의 수레 자국이 젖은 땅에 깊게 남았다. 태산은 높은 길에서 좁은목을 내려다보았다. 어둠이 충분히 내려오기 전에 양쪽에서 불빛이 보였다.

사람들을 기다리는 밥 짓는 불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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