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호랑이 사냥꾼

1화: 발자국보다 먼저 온 명령
개가 먼저 멈췄다.
태산은 다루의 목줄을 당기지 않았다. 검은 귀가 앞을 향했다가 옆으로 눕고, 코가 바닥에 가까워졌다. 바람은 골짜기 위에서 아래로 불었다. 냄새가 없는 곳을 오래 맡는 것도 개에게는 대답이었다.
“죽은 사람은 저 위라 했소.”
산길을 안내하던 여자가 돌아보았다. 가죽 신발의 앞코가 젖어 있었다. 태산이 출발할 때부터 개보다 세 걸음 앞에서 걸었다. 자기가 아는 길에 포수도 따라와야 한다는 태도였다.
“어제 비가 얼마나 왔지?”
“해 질 때부터 밤중까지.”
“그 전에 사람이 발견됐나?”
“낮에. 비 올 때는 이미 마을로 옮겼소.”
태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신도 비도 없는 현장을 읽으러 가는 셈이었다. 그래도 산길에 남는 것은 있었다. 그는 다루의 줄을 짧게 잡고 몸을 일으켰다.
여자가 이름을 말했다.
“강모래요. 나를 안내자라고만 부르지 말고.”
“오태산.”
“그건 알고 있소. 호랑이를 셋 잡았다지.”
태산은 잡았던 수를 바로잡지 않았다. 셋보다 많았고, 사람들 입에서는 늘 셋이었다. 유명해진 사냥만 그에게 붙었다. 이름도 없이 산에서 썩은 짐승들은 아무도 세지 않았다.
길 끝의 바위 아래에 나뭇가지가 모여 있었다. 시신이 놓였던 자리라고 모래가 발끝으로 가리켰다. 태산은 발을 올리지 말라고 하고 먼저 주위를 돌았다. 바위 아래로 끌린 흔적은 비에 흐려졌다. 그래도 흙이 한쪽으로 쓸린 모양은 남았다.
“발이 어느 쪽이었지?”
“이쪽. 머리는 바위 밑.”
태산은 손에 들고 있던 막대로 젖은 흙을 건드렸다. 시신의 발이 있었다는 곳보다 조금 위에 길게 눌린 자리가 두 줄 있었다. 한 사람이 끌린 자국과 닮았지만, 널판을 끌었을 수도 있었다. 짐승이 먹잇감을 옮겼다고 단정하기에는 방향이 이상했다.
“옮기러 온 사람이 밧줄을 썼나?”
“지게에 싣고 갔소.”
“여기까지 시신을 끌지는 않았고?”
모래의 눈빛이 달라졌다.
“노 아저씨가 살아서 여기 왔는지를 묻는 거요?”
태산은 대답 대신 바위 뒤를 보았다. 솔잎이 쌓인 자리에는 비를 덜 맞은 발자국이 있었다. 크고 둥근 짐승의 발. 발톱 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국 가장자리를 만지지 않고 손바닥을 옆에 펴 크기를 재었다.
호랑이는 이 근처에 있었다.
사람을 죽였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다루가 뒤에서 낮게 울었다. 태산은 손을 내려 개의 입을 가볍게 덮고 바람 부는 쪽을 봤다. 숲이 조용했다. 먼 데서 딱따구리 소리가 나다가 멎었다. 모래도 막대를 내려놓았다.
태산은 둘 사이의 침묵이 충분히 길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다루를 데리고 길 아래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바위 오른쪽의 작은 나무를 보았다. 높지 않은 가지에 검붉은 털 한 올이 붙어 있었다.
모래가 먼저 손을 뻗었다.
“호랑이 털이오?”
“만지지 마라.”
태산은 막대기로 아래쪽 가지를 당겼다. 털은 갈색 가죽끈에 끼어 있었다. 끈은 절반만 남았다. 그 바로 밑의 흙에는 반달 모양이 눌려 있었다. 앞쪽은 깊고 뒤쪽은 비에 무너졌다.
말발굽과 닮았다.
“사냥터 사람들은 말로 다니나?”
모래가 태산을 보았다.
“말 가진 사람은 우리 동네에 없소.”
마을로 돌아오는 동안 그녀는 앞서 걷지 않았다. 태산 옆에서 소리 없이 발을 골랐다. 질문을 한 번 했다가 삼키고, 결국 다른 말을 꺼냈다.
“당신이 짐승을 못 잡으면 우리를 내보낸대.”
“누가?”
“권서락 나리. 오늘 아침에 왔소. 사람이 죽었는데 산을 고집하는 게 욕심이라면서.”
태산은 품에서 산패를 꺼냈다. 붉은 칠 위에 왕실 표식이 박혀 있었다. 그가 받은 소집 문서에는 호환을 확인하고 사냥하라고만 쓰였다. 주민을 옮기라는 말은 없었다. 자신이 읽지 않은 다른 문서가 먼저 산에 와 있었다.
막골은 집 열한 채가 모인 마을이었다. 아이들이 나무통에 물을 옮겼고, 사람들은 문 앞에 곡식 자루를 놓았다. 이사를 준비하는 손길이었다. 그런데 짐을 문 안으로 도로 밀어 넣는 사람도 있었다. 떠나겠다는 소리와 남겠다는 소리가 담 하나 사이에서 부딪혔다.
죽은 노사윤은 집 안에 누워 있었다. 그의 누나 이순옥은 새 천으로 발을 덮고 있었다. 태산이 문턱에서 고개를 숙이자 그녀가 먼저 말했다.
“범 잡아서 돈 받으러 왔소?”
“누가 사람을 죽였는지 보러 왔습니다.”
“같은 말인 줄 알았는데.”
순옥은 천을 내려놓고 옆으로 비켰다. 태산은 시신 옆에 앉았다.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지만 이미 물로 닦은 뒤였다. 목 뒤에 가는 줄이 눌린 자리가 보였다. 그는 자세히 보려다가 손을 멈췄다. 자기 눈은 짐승의 몸을 읽는 데 익숙했다. 사람의 죽음까지 함부로 말할 수는 없었다.
“내리면서 줄을 묶었습니까?”
순옥이 모래를 봤다. 모래는 고개를 저었다.
“지게 위에서 못 떨어지게 가슴에 묶었소. 목에는 안 묶었고.”
태산은 목 뒤와 흙에 눌린 두 줄을 함께 기억해 두었다. 누군가 이미 죽은 사람을 바위 밑에 놓았다면, 호랑이의 발자국을 이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의심이었다. 시신을 옮긴 사람에게 더 물어야 했다.
밖에서 말이 울었다.
모래가 창으로 내다보았다. 군졸 넷과 비단 겉옷을 입은 관리가 들어왔다. 관리의 신발은 마당에 닿지 않았다. 그는 말에서 내리지 않은 채 태산을 불렀다.
태산은 손을 털고 밖으로 나갔다. 다루가 처마 밑에서 일어나자 군졸 하나가 창을 내밀었다. 태산은 손바닥을 아래로 눌러 개를 앉혔다.
“포수 오태산이냐.”
“예.”
“권서락이다. 내일 새벽까지 짐승을 잡아라.”
“자국을 더 확인해야 합니다.”
권서락은 태산의 활부터 봤다. 산패보다 활을 아는 눈이었다. 활 손잡이에는 오래전 보상으로 받은 표식이 있었다. 그는 웃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솜씨가 이제 없어졌다는 말인가.”
“짐승을 봐야 쏩니다.”
“여기 누워 있는 사람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순옥이 집 밖으로 걸어 나왔다. 발에 신발을 신지 않아 흙이 발바닥에 묻었다.
“내 동생 입으로 나리 말씀을 하지 마시오.”
군졸이 말을 앞으로 몰았다. 순옥은 물러서지 않았다. 태산이 둘 사이에 한 발 들어갔다. 말의 코가 그의 어깨를 스쳤다.
권서락은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산촌 사람은 정해진 피신처로 옮기고, 사냥터의 불필요한 시설은 없앤다는 명이었다. 태산은 종이를 받아 읽었다. 내일 짐승을 못 잡으면 내보내겠다고 했는데, 문서에는 잡는지와 관계없이 내보낸다고 쓰여 있었다.
“피신처가 어디입니까?”
“산 아래 빈터다.”
“집은?”
권서락이 손을 내밀었다. 더 읽을 수 없게 종이를 돌려 달라는 뜻이었다. 태산은 돌려주었다. 명의 진짜인지와 명을 지키면 사람이 어디서 자는지는 서로 다른 일이었다.
그때 다루가 짧게 짖었다.
태산은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았다. 마을 끝의 소나무 두 그루 사이에 큰 그림자가 서 있었다. 낮인데도 그림자처럼 어두웠다. 검은 줄무늬와 황갈색 어깨가 숲의 선을 끊었다.
호랑이였다.
아이들이 먼저 뛰었다. 물통이 쓰러지고 물이 흙길로 흘렀다. 태산은 가장 가까운 아이의 어깨를 잡아 집 안으로 밀었다. 모래가 다른 두 아이를 데리고 문을 닫았다. 다루의 목줄이 팽팽해졌다. 태산은 개를 기둥 뒤로 끌고 앉혔다.
권서락의 말이 뒤로 솟았다. 군졸이 창을 높이 들었다. 호랑이는 고개를 조금 돌리고 앞발을 옮겼다. 마을 앞의 빈터에서 숲 쪽으로 가려면 그 말 앞을 지나야 했다.
“쏴!”
권서락이 외쳤다.
태산은 활을 들었다. 짐승의 옆구리가 보였다. 잡을 수 없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바로 뒤에는 아이들이 들어간 집의 얇은 담이 있었다. 화살이 빗나가도, 짐승이 달려들어도 그 집이 먼저 위험했다.
그는 활을 조금 내렸다.
“말부터 뒤로 빼시오.”
“왕실의 사냥을 방해할 셈이냐!”
호랑이는 소리를 듣고 몸을 낮췄다. 태산은 그 자세를 보고 다음 행동을 확신할 수 없었다. 짐승은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다루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개의 떨림이 줄을 타고 손으로 전해졌다.
태산은 빈터 오른쪽의 길을 봤다. 그쪽에는 집이 없었다. 모래가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손을 펴 보이고 낮게 말했다.
“문 열지 마라. 저 길 비워.”
군졸 하나가 창대로 솥뚜껑을 두드렸다. 소리가 너무 가까웠다. 태산은 그를 밀어 벽 쪽으로 옮겼다. 멀리서도 효과가 날지, 짐승이 오히려 달려들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사람들을 앞에 세울 수는 없었다.
말이 뒤로 물러나자 빈터의 길이 열렸다.
호랑이는 거기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태산의 활시위가 손가락에 아프게 걸렸다. 그는 화살을 놓지 않고 서 있었다. 이마의 땀이 눈으로 내려왔다. 닦으면 손이 움직였다.
짐승이 길 쪽으로 몸을 돌렸다.
발끝이 땅에서 떨어질 때마다 검은 줄무늬가 숲과 이어졌다. 마지막 꼬리가 소나무 뒤로 사라졌다. 아무도 따라가지 않았다. 태산은 그제야 시위를 풀었다. 다루가 기둥 밑에 주저앉았다.
순옥이 가만히 말했다.
“짐승은 갔소.”
권서락은 말을 세우고 태산을 내려다보았다. 얼굴에 남은 것은 방금의 두려움보다 노여움이었다.
“네가 놓아준 범 때문에 누가 또 죽으면, 그 이름을 네 손으로 써라.”
태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숲 쪽을 보고 있었다. 호랑이가 서 있던 소나무 아래에서 바람이 바뀌었다. 갓 베어 낸 고기의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마을로 밀려왔다.
모래가 그 냄새를 맡고 태산을 보았다.
“저기에는 고기 둘 집이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