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호랑이 사냥꾼

3화: 불길 사이의 길
좁은목에서 수레가 멎었다. 한쪽 바퀴가 바위 틈에 들어갔다. 기출이 줄을 당길수록 반대쪽 바퀴만 돌았다. 자루를 나르던 사람들은 그 뒤에 모였다. 앞으로 가려는 사람과 먼저 짐을 내리라는 사람이 서로 어깨를 밀었다.
태산은 높은 길에서 내려가며 이름부터 불렀다.
“기출! 수레 놓고 왼쪽으로 와!”
기출은 소리가 난 곳을 올려다보았다. 반가운 얼굴이 아니었다. 태산이 또 길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는 눈이었다. 옆의 여자가 아이를 안고 돌담처럼 굳어 섰다.
“이걸 두고 어디로 가요. 집도 버렸는데.”
태산은 말로 설득할 시간이 있는지 먼저 불빛을 봤다. 마른 가지가 하나씩 켜지고 있었다. 두 군졸이 좁은목 입구에 불을 놓았다. 앞으로는 수레가 막고 뒤에는 불이 붙었다.
모래가 태산보다 먼저 내려갔다. 그녀는 기출의 줄을 잡아 옆으로 끌었다. 수레는 움직이지 않았다. 기출이 손을 밀쳐 냈다.
“네가 그린 길이라며! 그때도 괜찮다더니 지금은 버리라고?”
모래는 욕을 듣고도 손을 다시 뻗었다.
“맞아. 내가 잘못했어. 그런데 여기는 지금 불을 놓고 있어.”
“내 곡식은 누가 갚는데!”
“나도 못 갚아. 지금 여기 두면 너도 못 먹어.”
태산은 수레의 위쪽 자루를 내려 기출의 발 앞에 놓았다. 한 자루는 들어 나를 수 있었다. 수레째 끌려 하면 모두 길 안에 남았다. 기출의 아내가 그 자루를 먼저 들어 어깨에 얹었다. 기출은 줄을 놓지 못한 채 그녀를 봤다.
뒤에서 군졸이 소리를 질렀다.
“흩어지지 마라! 범이 있다!”
태산은 그 소리보다 숲을 먼저 봤다. 북쪽 바위 사이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낮에 보았던 호랑이인지 다른 짐승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루는 모래 뒤에서 몸을 낮췄다. 다친 발을 들고 서려고 했다.
태산은 개를 안아 바위 뒤에 놓았다. 숲에서 눈을 떼는 짧은 순간에도 어깨가 굳었다. 개를 살리려다 사람을 놓칠 수도 있었다. 사람을 보느라 개를 버릴 수도 있었다.
모래가 다루의 줄을 순옥에게 건넸다.
“이쪽에서 기다려요. 똑바로 가지 말고.”
그녀는 옛 그림을 땅에 폈다. 순옥이 가져온 헝겊 속에 물길과 나무가 거친 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글씨는 많지 않았다. 태산은 그림보다 지금 보이는 물길을 함께 봤다. 예전 길이라고 해서 오늘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아래쪽 발판은 남았나?”
모래가 순옥에게 물었다.
“사윤이가 지난달에 땔감을 날랐어. 한쪽이 무너졌다고 했지.”
모래는 먼저 내려가겠다고 했다. 태산은 아이와 곡식 자루를 동시에 안고 가려는 여자에게 한쪽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게 했다. 여자 얼굴이 붉어졌다.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를 넘기기 싫은 것이었다.
순옥이 손을 내밀었다.
“나한테 줘. 네 아이 이름도 내가 알아.”
여자가 아이를 건넸다. 기출이 마침내 수레 줄을 놓았다. 그는 마지막 자루를 꺼내려다가, 숲에서 나는 낮은 소리에 손을 멈췄다.
바위 사이로 호랑이의 어깨가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이 소리를 냈다. 태산은 활을 들었지만 시위를 당기지 않았다. 짐승과 사람 사이에 불을 놓으면 짐승이 어디로 뛰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고기를 던져 길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은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짐승은 좁은목 안의 고기를 보고 있었다. 아니면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태산이 아는 것은 그쪽으로 머리가 향했다는 사실뿐이었다.
군졸 하나가 불붙은 가지를 앞으로 내밀었다. 젊은 군졸이 그 팔을 잡았다. 아까 고기를 옮기던 사람이었다.
“사람이 안에 있잖습니까!”
“뒤로 몰리면 빠져나간다. 시키는 대로 해!”
가지가 좁은목 안으로 떨어졌다. 마른 잎이 타올랐다. 말은 연기를 맡고 발을 굴렀다. 사람들은 이제 수레를 버리고 뒤로 움직였다. 그런데 뒤에서도 불길이 자랐다.
태산은 화살을 걸었다.
활끝이 호랑이 쪽으로 가자 군졸들이 잠깐 조용해졌다. 짐승이 쓰러지면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한 얼굴이었다. 태산은 화살을 짐승에게 놓지 않았다. 좁은목 위에 매달아 둔 불붙은 가지 묶음의 아래를 겨눴다.
화살은 묶음에 박혔다. 흔들린 가지가 아래로 떨어졌다. 태산이 바랐던 물 쪽이 아니라 바위 위로 떨어졌다. 불씨가 흩어졌다. 실패였다.
그는 즉시 활을 내리고 겉옷을 벗었다. 가까운 불씨부터 덮었다. 옷이 타며 연기가 손으로 올라왔다. 기출이 곡식 자루를 끌고 와 위에서 눌렀다. 자루 한쪽이 벌어져 곡식이 젖은 흙에 쏟아졌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지 않았다. 잃은 것을 셀 때가 아니었다.
모래가 물길 아래에서 손을 들어 보였다. 한 사람씩 내려갈 수 있었다. 그녀가 잡아 준 나무뿌리를 따라 첫 아이가 내려갔다. 순옥은 다루의 줄을 들고 맨 끝에서 기다렸다. 태산이 먼저 가라고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내려가는 아이가 셋인지 세어야지.”
젊은 군졸이 길을 건너왔다. 허리에서 칼을 꺼냈다. 태산은 몸을 틀어 그 앞에 섰다. 군졸은 태산을 향해 칼을 들지 않았다. 좁은목 아래에 걸린 밧줄을 잘랐다. 고기 자루가 돌 밑으로 굴렀다.
“저를 못 봤다고 해 주십시오.”
군졸이 말했다.
태산은 약속하지 못했다. 명령을 어긴 사람을 살리려면 누군가가 그가 무엇을 했는지 증언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는 군졸에게 이름부터 물었다.
“서건입니다.”
“서건. 여기 사람이 내려간다. 저 불부터 막아.”
서건은 뒤를 보았다. 동료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불길 옆으로 돌아가 흙을 퍼 넣었다. 완전히 끌 수는 없었다. 적어도 사람의 발이 닿는 자리부터 줄였다.
호랑이가 바위를 딛고 옆길로 움직였다. 태산은 몸을 낮췄다. 짐승이 수레를 돌아 사람 쪽으로 오면 화살을 놓아야 했다. 내일이나 이름 같은 것은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호랑이는 어두운 숲으로 돌아갔다. 불이 싫었는지, 사람이 많았는지, 다른 길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태산은 따라가지 않았다. 모래도 그것을 구경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래로 내려온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기출이 물길에 발을 넣다가 미끄러졌다. 곡식 자루가 그를 아래로 당겼다. 태산은 자루 대신 사람의 손목을 잡았다. 기출은 마지막까지 자루 끈을 쥐고 있었다. 태산이 그 끈을 자르자 그는 비명을 질렀다.
자루가 물속으로 넘어갔다.
“그건 우리 겨울밥이야!”
기출은 태산의 손을 때렸다. 태산은 놓지 않았다. 모래가 아래에서 기출의 다리를 받쳤다. 그를 평평한 곳에 앉힌 뒤에야 태산은 손을 풀었다. 기출의 아내가 자기 자루를 남편 옆에 내려놓았다.
“하나는 있어.”
그녀가 말했다. 기출은 대답하지 못했다.
뒤에서 칼집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다른 군졸이 태산에게 올라왔다. 그는 서건에게 배신자라고 외쳤다. 태산의 활 손잡이도 알아보았다.
“왕실 표식 받아 놓고 이게 무슨 짓이냐!”
태산은 활을 몸 앞에 세웠다. 칼날이 활의 옆을 쳤다. 나무가 갈라졌다. 태산은 활을 밀어 칼 든 손과 거리를 벌렸다. 어깨가 바위에 부딪혔다. 한 발만 더 물러나면 물길로 떨어졌다.
순옥이 다루를 먼저 모래에게 내려보내고 군졸을 향해 외쳤다.
“내 동생을 호환이라고 했지! 너희가 범 앞에 우리를 세우는 건 뭐냐!”
군졸이 순옥을 돌아봤다. 태산은 그 틈에 몸을 낮춰 물길 쪽으로 내려갔다. 칼이 어깨 위를 스쳤다. 겉옷을 벗어 둔 팔에 가는 상처가 생겼다. 모래가 그를 붙잡았다.
위에서 내려온 목소리가 골짜기에 울렸다.
“오태산! 도망가면 네 이름도 올라간다!”
태산은 물을 밟으며 돌아보았다. 서건이 그 군졸의 길을 막고 있었다. 둘이 싸우는지 말리는지는 연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태산은 서건을 부르지 못했다. 기다리면 마을 사람들이 길 안에 다시 갇혔다.
그들은 낮은 물길을 따라 산을 내려왔다. 순옥은 아이의 이름을 셋 다 불렀다. 세 아이가 대답했다. 다루는 모래가 안고 갔다. 개의 젖은 몸이 그녀의 팔에서 떨렸다.
태산은 부러진 활을 버리지 않았다. 갈라진 나무가 손을 찔렀다. 오래전 왕실의 보상은 오늘 사람을 살리는 데 충분하지 않았다. 다시 쏘려면 고쳐야 했고, 누가 어디서 고쳐 줄지도 알 수 없었다.
산 아래의 빈 방앗간에서 그들은 멈췄다. 누군가는 젖은 곡식을 펴고 누군가는 아이의 발을 닦았다. 기출은 아내의 자루를 보며 소리 없이 울었다. 모래는 다루를 내려놓고 순옥에게 고개를 숙였다.
“돌을 옮긴 돈으로 신발을 샀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 신발 신고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구나.”
순옥은 웃지 않았다. 용서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그 돈 누가 줬는지 말해. 네가 아는 것까지.”
모래는 이름을 말했다. 권서락이 아니라 그 밑에서 산을 그리던 이만수라는 사람이었다. 태산은 그 이름을 종이에 적었다. 자신이 아는 이름이었다. 예전 사냥 뒤 보상을 계산하러 온 사람이었다.
순옥이 젖은 헝겊에서 옛 그림을 꺼냈다. 물에 닿아 가장자리가 번졌다. 태산은 화로 가까이 말리려다가 그림 안의 작은 글씨를 보고 멈췄다. 막골 아래로 점선이 길게 이어졌다. 그 선 끝에 다른 마을 이름이 있었다.
두름재.
태산은 활의 왕실 표식을 엄지로 눌렀다. 두름재에서 잡은 호랑이 때문에 그 표식을 받았다. 사람이 죽었다는 말만 믿고 짐승을 좇았다. 사람들이 왜 산을 떠나는지 묻지 않았다.
순옥은 동생이 그 마을의 옛 사람을 만나려 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노사윤의 목 뒤에 남은 줄 자국이 다시 떠올랐다.
“거기 아는 사람이 있소?”
순옥이 물었다.
태산은 한참 뒤 대답했다.
“아는 게 아니라, 안 물어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산을 돌아 내려온 소리였다. 아이들이 말을 멈췄다. 태산은 부러진 활을 내려놓고 문 앞으로 갔다. 문을 열기 전에 주민들에게 어느 쪽 뒷길이 남았는지 먼저 물었다.
이번에는 짐승보다 사람의 길을 먼저 보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