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기상대는 오늘도 맑음

2화: 물길을 고르는 사람들
“붉은 빛은 불씨가 아니라 하늘결이에요.”
유나는 빗물을 닦아 낸 나침반을 다시 보았다. 침은 북쪽을 향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빙글 돌았다. 바람을 읽는 은실도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흔들렸다.
리오는 동쪽 배수로의 수문을 고정했다. 물은 밭 쪽으로 빠졌지만, 낮은 논둑 하나가 이미 무너져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수레를 옮기고 지붕을 받치느라 분주했다. 빗속에서 대표가 외쳤다.
“동쪽 수로를 닫아! 밭이 다 잠기고 있어!”
“닫으면 물이 창고로 갑니다.” 리오가 맞섰다.
“창고는 높은 데 있어. 네 논부터 걱정하는 거 아니야?”
“내 논도 잠기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리오는 마을에서 논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 중 하나였다.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말은 쉬워도,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곡식보다 자기 땅을 먼저 지키려는 게 자연스러웠다.
유나는 수문 옆 돌턱에 올라섰다. “지금 물이 향하는 곳을 막으면 상류의 수압이 다리 밑으로 몰려요. 다리가 무너지면 창고보다 먼저 주택가가 잠깁니다.”
“네가 틀리면 우리 밭을 망치는 거야.”
“맞아요. 그래서 제 이름과 함께 관측값을 기록해 두겠습니다. 틀리면 제가 책임지고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마을 대표는 입술을 다물었다. 그때 창고 쪽에서 아이를 안은 여인이 뛰어왔다. 물이 뒷문 아래로 스며들고 있었다. 대표는 잠깐 고민하다가 수문을 더 열라고 지시했다.
리오가 손잡이를 돌렸다. 물줄기가 넓어지며 동쪽 논으로 흘렀다. 사람들은 항의했지만, 아무도 손을 놓지 않았다. 둑을 보강하는 이들, 창고의 곡식 자루를 높은 곳으로 옮기는 이들, 어린아이와 노인을 데리고 언덕으로 향하는 이들이 각자 움직였다.
유나는 그들이 마을 전체를 나누어 지키는 모습을 보며 숨을 고쳤다. 예보가 맞았다는 사실은 기쁘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물이 어디로 갈지 매 순간 판단해야 했다.
“기상대로 가야 해요. 높은 곳에서 구름의 층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비가 이만큼 오는데 산에 오르겠다고?” 리오가 물었다.
“바람이 두 방향으로 갈라졌어요. 계곡 안에서만 보면 어느 쪽이 강한지 알 수 없어요.”
“내가 같이 간다.”
마을 대표가 그를 불렀지만 리오는 수문 손잡이에 줄을 묶어 두고 유나를 따라갔다. 산길은 흙탕물로 변해 있었다. 빗물이 발목까지 차올랐고, 작은 돌들이 경사면을 굴러 내려왔다. 둘은 나무뿌리를 잡고 천천히 올랐다.
기상대에 도착했을 때 아벨은 지붕의 풍향깃을 고치고 있었다. 바람에 깃대가 비틀려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들이고 문을 걸어 잠갔다.
“마을은?”
“동쪽 논을 희생해 물을 분산하고 있어요. 창고는 아직 괜찮아요.”
“그 선택을 누가 했지?”
“주민들이요. 제가 근거를 설명했고, 리오가 수문을 조작했어요.”
아벨은 유나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선반 아래에서 구형 기류추를 꺼냈다. 외부 바람이 너무 강하면 자석 바늘이 흔들려 읽을 수 없는 장치였다. 하지만 이번엔 지붕 아래에서도 금속판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렸다.
“이건 바람이 아니야.”
유나는 장치를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기류추 안에는 바늘을 움직이는 얇은 공명판이 있었다. 공명판은 남쪽을 향한 일정한 진동에 반응하고 있었다.
“누군가 하늘결을 흔들고 있어요.”
“어떻게요?” 리오가 물었다.
아벨은 답하지 않고 낡은 지도를 펼쳤다. 지도에는 산맥을 따라 작은 관측탑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두 곳은 이미 오래전에 폐쇄됐고, 하나는 폭풍이 지나간 북쪽 고개에 있었다.
“중앙 기상원이 예전에 바람을 조정하는 실험을 했어. 작은 지역에서만 시험한다고 했지. 그런데 바람은 담장 안에 가둘 수 없어. 한 곳에서 힘을 밀어내면 다른 곳에 모여.”
“왜 제게 말하지 않았어요?”
“증거가 없었고, 중앙에 보고하면 탑이 철거됐을 거다. 그들은 장비를 회수하고 기록을 없앴어.”
“그러면 피해가 날 걸 알면서도 숨긴 거예요?”
아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나는 피해가 이 정도로 커질 줄 몰랐다. 보고하면 기상대가 문을 닫을 거라고 생각했지.”
유나는 화를 내고 싶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변명이 아니라 폭풍의 경로였다. 그녀는 지도를 당겨 남쪽 탑을 찾았다. 이 마을과 북쪽 고개를 잇는 선이 폭풍의 이동 방향과 겹쳤다.
“장치가 바람을 우리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어요. 여기서 기류를 돌리면 다른 곳으로 폭풍을 밀어낼 수 있습니다.”
“그럼 그쪽 마을이 피해를 보겠지.” 리오가 말했다.
“그래서 그냥 돌리면 안 돼요. 기압이 낮은 쪽으로 구름을 흘려 보내야 해요. 북쪽 고개는 사람 사는 곳이 적고, 물이 흘러갈 계곡도 있어요.”
“거기에 관측탑이 있잖아.” 아벨이 말했다. “탑이 폭풍을 더 모으고 있을 수 있어.”
유나는 기상대의 유리돔을 올려다봤다. 비구름이 낮게 깔려 산마루를 가리고 있었다. 구름을 밀어내는 주문을 쓰면 바람이 돌아 다른 골짜기에 떨어질 수 있었다. 대신 기류추의 공명판을 멈추면 유도 신호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었다.
“탑을 찾아가야겠어요. 작동을 멈출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안전해요.”
리오가 고개를 저었다. “길이 무너졌을 거야. 비가 더 오면 돌아올 수 없어.”
“그럼 장치를 놔두고 마을만 대피해야 해요. 하지만 폭풍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 마을은 준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네가 모든 마을을 책임질 수는 없어.”
“그래서 관측을 나누는 거예요. 저 혼자 가는 게 아니라, 다른 관측소에 신호를 보내 경로를 알려야 합니다.”
아벨은 잠깐 망설이다가 책상 아래 낡은 수정판을 꺼냈다. 기상대 사이에 짧은 메시지를 주고받던 도구였다. 중앙 기상원은 오래전에 사용을 금지했지만, 연결망은 아직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
유나는 현재 관측값과 예상 경로를 적었다. 예보에는 확신 대신 시간 범위를 넣고, 틀릴 수 있는 조건도 함께 썼다. “이 기록이 북쪽 고개까지 도착하면, 그곳 사람들은 대피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어요.”
수정판에 손을 대자 유나의 귀가 먹먹해졌다. 강한 바람의 결을 읽으려는 감각이 피로를 끌어올렸다. 그녀는 한쪽 귀를 막고 숨을 세었다. 세 번째 숨에 수정판이 희미하게 빛났다.
짧은 답이 돌아왔다. “북쪽 관측탑은 폐쇄되지 않았다. 오늘 새벽 불빛을 보았다.”
유나는 수정판 가장자리에 손가락을 대고 추가 질문을 보냈다. “불빛이 몇 번 깜박였습니까? 바람 방향은 어느 쪽입니까?” 답을 기다리는 동안 아벨이 지도 위에 실을 놓았다. 산맥의 고도를 따라 팽팽하게 놓인 실은 북쪽 탑에서 이 마을을 지나 동쪽 계곡으로 이어졌다.
“탑이 바람을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고개를 넘어갈 바람을 막고 있을 수 있어요.” 유나가 말했다. “그럼 구름은 산등성이에 쌓이고, 압력이 낮은 우리 계곡으로 쏟아집니다.”
“누군가 폭풍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면?” 리오가 물었다.
“그 경우에도 결과는 같아요. 장치가 고장 났거나, 멈추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조작하고 있거나.”
“고개를 넘어가는 바람을 풀면 폭풍이 약해질까?”
유나는 지도의 등고선을 따라 손을 움직였다. 북쪽에는 바람이 빠져나갈 넓은 협곡이 있었다. 그 아래로는 오래된 제분소와 몇 채의 집이 흩어져 있었다. 폭풍이 그대로 이동하면 피해가 없지는 않겠지만, 이쪽처럼 마을 중심으로 물이 몰리지는 않을 수 있었다.
“예상은 그렇지만 확정할 수 없어요. 그곳에도 사람이 있으니 먼저 알려야 해요.”
아벨은 수정판의 연결 목록을 보여 주었다. 해당 협곡의 관측소는 몇 년 전부터 응답이 없었다. 중앙 기상원은 그 탑을 철거했다고 공문을 보냈지만, 오늘 새벽 불빛이 있었다는 회신과 맞지 않았다.
“관측소가 계속 운영됐다면 기록이 남아 있을 겁니다.” 유나는 말했다. “북쪽에 도착해서 먼저 사람들을 찾고, 장치의 상태를 확인하겠습니다. 폭풍이 예상보다 빨리 오면 탑에 들어가지 않고 마을을 대피시키는 쪽으로 바꿔요.”
리오는 가죽 지도통을 허리에 묶었다. “그 기준은?”
“기류추가 남풍을 가리키면 계속 간다. 북서풍으로 바뀌면 돌아온다. 그때는 폭풍이 계곡으로 내려오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뜻이에요.”
“간단해서 좋군. 그 판단을 네가 놓치면 내가 알려 주지.”
유나는 처음으로 작게 웃었다. “고마워요.”
그녀는 지도 옆에 예보 기록을 접어 넣었다. 수치와 한계,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택한 대응을 모두 적었다. 빗물이 번져 종이 아래쪽의 잉크가 흐려졌지만, 중요한 값은 남아 있었다.
리오는 지도를 접었다. “불빛이 켜져 있으면 누군가 안에 있겠네.”
“그리고 장치를 계속 조작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아벨은 유나의 젖은 망토를 벗겨 마른 외투를 건넸다. “난 이곳에서 마을을 돕겠다. 너희 둘이 탑에 가서 확인해.”
바깥에서는 천둥이 가까워졌다. 유나는 아벨이 꺼낸 수정판을 가방에 넣었다. 리오는 밧줄과 작은 나룻배용 도끼를 챙겼다.
산길 입구에서 유나는 잠시 멈췄다. 계곡 아래로 마을의 불빛이 흔들렸다. 밭을 잃을 주민도, 창고를 지키는 이들도 모두 그 불빛 안에 있었다.
“돌아오면 오늘의 예보가 맞았는지부터 기록할게요.”
“사과는 나중에 해도 돼.” 리오가 말했다.
“사과하려는 게 아니에요. 오늘 결정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 남겨야 다음에는 더 빨리 판단할 수 있어요.”
두 사람은 북쪽 고개를 향해 걸었다. 산마루에 도달하기 전, 구름 사이에서 붉은 빛이 세 번 깜박였다. 신호를 보내는 듯한 규칙적인 점멸이었다.
기류추의 바늘이 그 빛을 향해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