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마녀의 기상대는 오늘도 맑음1화

마녀의 기상대는 오늘도 맑음

마녀의 기상대는 오늘도 맑음

AD
스폰서 광고

1화: 마녀가 읽은 구름

새벽의 바람은 동쪽에서 불지 않았다.

유나는 기상대 지붕 위에서 손가락에 묻은 분필가루를 털었다. 바람깃은 북동쪽을 향했지만, 깃대 아래 얇게 매단 은실은 남쪽으로 흔들렸다. 같은 높이의 바람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건 드문 일이었다.

“아벨 선생님, 하층 바람이 뒤집혔어요.”

기상대 안에서 찻잔 소리가 났다. “몇 분째지?”

“열두 분. 압력계는 아직 정상인데, 기류추는 초당 두 번 흔들려요.”

“구름은?”

유나는 산등성이 너머를 살폈다. 밤새 깨끗했던 하늘에 회색 구름이 세 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위층은 천천히 서쪽으로 흘렀지만, 가운데는 거의 멈춰 있었다. 낮은 구름만 남쪽 골짜기를 따라 마을 쪽으로 기어왔다.

“비가 올 거예요. 큰비요.”

“얼마나 큰데?”

“해 지기 전에는 강물이 평소보다 두 자 높아질 겁니다.”

아벨이 문을 열고 나왔다. 구리 렌즈 안경에 새벽빛이 반사됐다. 그는 유나의 기록지를 받아 수치와 그림을 훑었다.

“지난달 네가 비 온다고 했을 때는 맑았지.”

“그건 서쪽 관측소가 구름층을 잘못 읽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유나는 대답을 삼켰다. 지난봄, 그녀는 기상대 아래 감자밭에 비가 내릴 거라고 예보했다. 바람은 방향을 바꾸지 않았고 땅은 말라 갔다. 주민들은 씨앗을 늦게 심었고, 창고에 모아 둔 감자를 나누느라 겨울을 어렵게 버텼다. 예보가 틀린 이유는 아직도 찾지 못했다.

아벨은 기록지를 돌려주었다. “틀릴 수 있다는 걸 먼저 말해. 그리고 왜 그렇게 보는지 보여 줘.”

“확률을 말하면 사람들은 준비하지 않아요.”

“확실하다고 말해도 틀릴 수 있어. 그때는 준비하지 않은 것보다 더 크게 다친다.”

유나는 지붕에서 내려왔다. 기상대 홀에는 지난 계절의 맑음표가 벽 한 면을 채우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적은 구름 모양, 우물 수위, 새들의 이동 방향이 작은 종이마다 묶여 있었다. 중앙 기상원에서 내려온 공식 예보는 그 아래 한 장뿐이었다. “맑음. 강수 가능성 낮음.”

유나는 그 종이를 떼어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다. 중앙 관측 기록은 나흘 전에 작성되어 있었다. 이 지역에는 관측소가 두 곳뿐이고, 자료가 수도까지 가는 데 사흘이 걸렸다. 하늘은 종이보다 빠르게 변했다.

“내가 마을에 내려가 설명할게요.”

“누가 믿겠니?”

“믿지 않아도 알리긴 해야죠.”

아벨은 작은 가죽 가방을 건넸다. 안에는 기압 눈금자, 바람깃용 실, 그리고 측정 내용을 적는 방수 종이가 들어 있었다.

“네가 예보를 발표하면, 네가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 기상대에 앉아서 책임만 지지 마.”

산길을 내려오는 동안 유나는 하늘결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구름 가운데가 지나치게 붉었다. 비구름이라면 차가운 북쪽 공기와 만나야 했다. 하지만 이번 구름은 따뜻한 바람을 품고 남쪽에서 올라왔다. 누군가 바람의 결을 비틀어 놓은 듯했지만, 유나는 섣불리 이유를 짐작하지 않았다.

마을 광장에 도착하니 장이 서 있었다. 장사꾼들이 천막을 펴고 아이들은 빗방울을 기다리며 뛰어다녔다. 유나는 수문을 관리하는 리오를 찾았다. 그는 강가에서 작은 배의 밧줄을 고치고 있었다.

“리오, 수문을 확인해 줘요. 오늘 저녁 강물이 크게 오를 것 같아요.”

리오는 물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중앙 기상원은 맑다고 했는데.”

“그 기록은 나흘 전 거예요. 지금 하늘은 다르게 움직여요.”

“지난번에도 네가 비가 온다고 해서 씨앗을 늦게 뿌렸어. 결국 한 방울도 안 왔지.”

“그때는 제가 틀렸어요.”

그의 손이 밧줄에서 멈췄다. 변명하거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미루지 않는 말이라서였는지, 리오는 유나를 다시 바라봤다.

“얼마나 오는데?”

“계곡 북쪽에서 온 구름이 따뜻한 남풍을 만났어요. 짧게 쏟아지고 끝날 비가 아니에요. 해 지기 전까지 수문을 열어 두고, 강둑에 쌓아 둔 나무를 치워야 해요.”

“열면 물이 밭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

“닫으면 물이 마을길로 들어올 거예요.”

리오는 강 표면을 살폈다. 수면은 평소보다 낮았지만, 가장자리에 작은 거품이 길게 이어졌다. 상류에서 물이 밀려올 때 생기는 흔적이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물거품을 문질렀다.

“사람을 보내 상류를 보게 하겠다. 하지만 광장 축제를 취소할 수는 없어. 마을 대표가 허락해야 해.”

“대표를 만나러 갈게요.”

“말만으로는 안 움직여.”

“그럼 같이 확인해 주세요.”

리오는 밧줄을 내려놓고 유나의 가방을 들었다. “확인만 한다. 네 예보가 맞는지는 아직 몰라.”

둘은 시장을 가로질러 대표의 집으로 향했다. 길가의 풍향 리본이 모두 남쪽을 가리켰다. 유나는 중앙 예보를 붙여 둔 게시판에서 종이를 뗐다. 마을 사람들이 항의했지만 그녀는 종이를 찢지 않았다. 대신 뒤에 자신의 관측값을 적고, 예상 강수 시간과 틀릴 가능성까지 써 넣었다.

“마녀가 또 날씨를 바꾼대!” 누군가 외쳤다.

유나는 몸을 돌렸다. “날씨를 바꿀 수 있다면 지금 비를 멈추겠어요. 저는 바람을 읽을 뿐이에요.”

“지난번에도 읽었다며.”

“그래서 틀린 이유를 찾고 있어요. 이번에도 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징후는 위험해요. 수문을 미리 열고 장터를 높은 곳으로 옮기면, 제가 틀려도 잃는 건 하루 일뿐이에요. 맞으면 집과 사람을 지킬 수 있어요.”

대표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구름이 산마루를 넘고 있었다. 바람이 차가워지며 사람들의 옷자락을 세차게 흔들었다. 멀리서 천둥이 울렸다. 그러나 빗방울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리오가 강 쪽을 바라보았다. “먼저 수문을 조금 열자. 물이 오르면 더 열고, 비가 그치면 내가 책임지고 닫겠다.”

“광장은 어떻게 할까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

유나는 방수 종이를 광장 게시판에 붙였다. 불안한 얼굴들이 몰려들었다. 예보 시간과 관측 근거, 예상 피해 구역을 차례로 설명하려 했지만, 첫 빗방울이 종이 한가운데 떨어졌다.

두 번째 빗방울은 리오의 손등에 닿았다.

그는 강물의 수면을 보았다. 물거품이 더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수문을 열어!”

마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짐을 옮기러 뛰었고, 어떤 이들은 유나를 노려보며 천막을 붙들었다. 빗방울은 어느새 굵어져 광장의 흙바닥을 두드렸다. 유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예보한 시각보다 두 시간 빨랐다.

빗줄기는 금방 바닥의 흙을 흠뻑 적셨다. 천막 아래 있던 상인들이 물건을 덮고 짐을 수레에 실었다. 아이들은 물웅덩이를 밟으며 웃다가 어른들의 얼굴을 보고 멈췄다. 유나는 광장 가장자리로 뛰어가 빗물을 손바닥에 받았다. 차갑지 않았다. 산에서 내려온 비라면 손끝이 시릴 만큼 온도가 낮아야 하는데, 이 빗물은 초여름 저녁처럼 미지근했다.

그녀는 나침반과 기압 눈금자를 꺼냈다. 수은 기둥은 예상보다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따뜻한 공기가 갑자기 밀려들면 압력만으로 강수량을 계산할 수 없었다. 구름 아래의 바람은 남쪽에서 불고 있었지만, 지붕 위 풍향기는 북서쪽으로 돌아갔다. 두 흐름이 마을 위에서 서로 부딪히고 있었다.

“유나, 저기 봐!” 리오가 강을 가리켰다.

상류에서 나뭇가지와 거품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수문을 열어 둔 덕에 물 일부는 동쪽 수로로 빠졌지만, 본류의 물살이 둑을 때리기 시작했다. 리오와 주민들이 수문 손잡이에 매달렸다. 물이 너무 빨리 차올라 손잡이가 잠겼다.

유나는 기상대에서 가져온 풍향 리본을 강둑 말뚝에 묶었다. 한쪽 리본은 남풍을, 다른 쪽은 북서풍을 가리켰다.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이 다리 아래였다. 물이 넘치면 먼저 낮은 창고가 잠기고, 그다음 시장 골목으로 밀려들 것이다.

“리오, 동쪽 수로를 더 열면 마을 외곽 밭이 잠길 거예요.”

“닫아 두면 창고가 잠겨.”

“밭에는 아직 수확할 게 있어요.”

그는 이를 악물었다. 밭은 마을의 겨울 양식이었다. 외곽 수로를 열면 물은 분산되지만, 농작물은 대부분 망가질 터였다. 유나는 숫자를 다시 계산했다. 상류의 물이 내려오는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배수로를 막고 있는 오래된 목책을 치우면 물길을 바꿀 수 있지만, 거센 물살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리오는 밧줄을 들었다. “내가 목책을 풀겠다.”

“혼자서는 못 해요.”

“사람들이 다칠 수 있어.”

“그래서 묶어서 가야 해요. 제가 바람의 방향을 읽고, 당신이 물살이 약해지는 순간을 알려 주세요.”

리오는 잠깐 유나를 바라보다가 밧줄 한 끝을 그녀에게 건넸다. 두 사람은 말뚝을 찾아 허리에 줄을 묶었다. 주민 몇 명이 따라붙으려 했지만 리오가 손을 들어 멈췄다.

“여기서 줄을 잡고 있어. 물살이 바뀌면 당기지 말고 세 번 흔들어.”

유나는 강 쪽으로 다가갔다. 비는 점점 거세졌고, 수면 위의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빗방울의 궤적을 꺾고 있었다. 그녀는 강 위로 팔을 뻗어 하늘결의 얇은 선을 찾았다. 정확히 어느 순간에 물살이 느려질지는 알 수 없었다. 대신 바람이 서로를 밀어내는 짧은 틈을 기다렸다.

“지금!”

둘은 목책의 밧줄을 끌어당겼다. 첫 번째 매듭이 풀렸고 물은 동쪽 수로로 나뉘었다. 목책이 완전히 빠지자 강물의 일부가 오래된 배수로로 흘러들었다. 수면은 여전히 높았지만, 다리 아래로 향하던 물살이 조금 누그러졌다.

유나는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었다.

구름 안쪽에서 따뜻한 붉은 빛이 번쩍였다. 기상대에서 보았던 색과 같았다.

“이건 자연스러운 폭풍이 아니에요.”

리오가 소리쳤다. “뭐라고?”

유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골짜기 위의 바람이 한순간 멎고, 물길 전체가 마을을 향해 돌아서고 있었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표지소설
연재중 18%
#아카데미#판타지#음악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평생 남의 이름 뒤에 숨어 곡을 쓰다 과로사한 무명 작곡가 강하진이 음악이 마법이 되는 판타지 아카데미의 마력 제로 낙제생 하진으로 빙의한다. 퇴학 직전 24시간 루프와 [신들의 작곡 시스템]을 이용해 지구의 화성학과 거장들의 선율을 대기 에테르 유도식으로 변환하며 악보 한 장으로 아카데미와 제국을 뒤흔드는 천재 작곡가의 대마법 성장기.

2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