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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세트 소품실의 용 제작자2화

폐세트 소품실의 용 제작자

폐세트 소품실의 용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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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팀장의 감춘 폐업 통보

용은 밤새 숨을 쉬었다. 윤해주가 아침에 소품실 문을 열었을 때 콧구멍 앞의 얇은 종이가 여전히 흔들렸다. 카메라의 밤새 기록에는 배터리 경고만 남았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용의 가슴은 천천히 움직였다. 촬영 장비가 먼저 잠든 셈이었다.

해주는 종이를 새로 바꿨다. 이전 종이는 습기를 먹어 무거워졌다. 그 무게 때문에 숨이 약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그녀가 종이를 바꾸자 용의 턱이 조금 열렸다. 작은 칼을 들고 들어온 손에는 반응하지 않았지만 마른 천에는 목을 낮췄다.

“내 부품보다 네가 뭘 원하는지 먼저 보는 거야.”

그녀는 혼잣말했다. 아버지가 종이 소품에 무거운 장식을 달지 말라고 했을 때는 값이 없어 보이는 것이 싫었다. 지금도 팀을 살릴 화려한 용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가슴을 가볍게 두자 오래된 몸통이 훨씬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정유미가 들어와 세트 천장의 조명 두 개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된 고정 프레임이 벌어졌다. 한쪽에 새 장비를 더 달면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했다. 오태식 팀장은 오늘 예정된 테스트에 지장 없느냐고 먼저 물었다.

“바닥에 작은 등을 놓으면 됩니다. 다만 천장 프레임은 사용 안 해야 해요.”

유미가 답했다. 팀장은 알았다고 말하고 휴대폰을 다시 봤다. 화면에는 메시지가 계속 올라왔다. 해주는 어젯밤 문틈으로 들은 계약 이야기를 물을 때를 찾았지만 다른 팀원들이 들어와 상자부터 정리했다.

서한은 용 앞에 앉아 대사를 읽었다. 같은 문장을 반복하지 않고 오늘은 자신이 출근하며 겪은 일을 말해 봤다. 버스가 늦었고, 옆자리 사람이 커피를 쏟았고, 촬영이 또 밀리면 다음 일정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용은 긴 들숨마다 심장을 천천히 움직였다.

해주는 대사의 의미를 듣는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서한은 그래도 아무 말 없이 숫자만 세는 것보다 상대가 있다는 느낌이 낫다고 답했다. 그는 흥행할 장면을 찾으러 온 배우였지만 지금은 촬영 전에 몸을 맞추는 연습을 했다.

한 팀원이 서랍에서 서류를 찾다가 인쇄된 메일을 떨어뜨렸다. 계약 해지 통보였다. 수신일은 열흘 전. 오늘 테스트가 성공해도 기존 제작 계약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소품팀 전원의 마지막 근무일이 이번 주 금요일이라고 적혔다.

방 안의 소리가 멎었다. 해주는 가장 먼저 날짜를 봤다. 열흘 전이면 자신이 용의 받침을 새로 설계하던 날이었다. 그동안 팀원들은 다음 주 촬영을 위해 야근했다. 팀장은 그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 얘기 중이었어.”

태식이 말했다.

“그래서 저희도 다시 계약한 줄 알고 일해야 합니까?”

유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팀장은 테스트가 나오면 제작사를 설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살아 움직이는 용이 있으면 아직 기회가 있다고도 말했다. 해주는 통보를 들고 자신이 미룬 공방 월세를 떠올렸다. 다음 급여까지 팀이 이어질 줄 알았다.

“어제 알았어도 제가 여기 왔을지는 제 일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모르고 온 건 팀장님이 정한 일이고요.”

태식은 답하지 않았다. 다른 팀원은 당장 짐을 싸겠다고 했고, 하나는 밀린 임금을 먼저 말하자고 했다. 용의 숨을 지켜보던 서한도 오늘 촬영 계약이 유효한지 자신의 매니저에게 확인했다. 소품 하나가 잘 움직인다고 현장의 약속이 모두 살아나는 것은 아니었다.

용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해주는 사람들이 소리 높여 말하는 동안 생긴 반응인지 보려고 문을 반쯤 닫았다. 소리가 낮아지자 움직임도 느려졌다. 팀장은 그 반응을 보고 카메라를 켜자고 했다. 감정적인 장면을 담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해주가 카메라 앞에 섰다.

“지금은 안 됩니다.”

“너도 팀이 끝나는 건 싫잖아.”

“그래서 촬영을 해도 되는 이유부터 알아야 합니다.”

그녀는 더 화를 내지 않고 계약 해지 통보를 작업대 위에 폈다. 팀장은 새로운 제안서를 보여 줬다. 기존 영화를 마저 찍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용의 독점 촬영권을 제작사가 사는 제안이었다. 팀에게 남는 것은 일시금과 짧은 작업 기간이었다.

용의 소유권을 팀장이 넘길 수 있는지는 어디에도 적히지 않았다. 물건 재고 목록에 있던 소켓과, 실제 호흡하는 생명은 같은 자산이 아니었다. 해주는 아버지 공방 스티커를 가리켰다. 원래 제작자에게도 무엇을 맡긴 것인지 확인해야 했다.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나 물을 수 없었다.

태식은 윤건이 오래전에 세트에 숨소켓을 보내며 가슴을 밀폐하지 말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전작에서는 장치가 움직이지 않아 그대로 창고에 넣었다. 이번 영화에서 심장을 다시 꺼낸 것은 팀장이었다. 그는 생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주는 낡은 외피 안의 스티커를 조심스럽게 떼지 않고 옆면을 접어 봤다. 아버지가 붙일 때 남긴 종이의 안쪽에 짧은 글씨가 있었다. ‘자는 동안은 무겁게 하지 말 것.’ 제작 지시치고 이상했다. 고장난 장치가 아니라 잠든 무엇을 지키라는 말이었다.

아버지 공방에 보관한 제작 수첩이 떠올랐다. 해주는 작업복 위에 외투를 입고 잠깐 다녀오겠다고 했다. 태식이 테스트 시간이 다 됐다고 막았지만 유미는 천장 프레임 점검 전에는 촬영등을 쓸 수 없다고 답했다. 서한도 그동안 대사를 몸에 맞춰 연습하겠다고 했다.

공방은 골목 끝의 작은 가게였다. 문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을 자리가 이미 비어 있었다. 해주는 월세를 아직 낼 수 없어 주인에게 며칠 더 기다려 달라는 말을 남기고 서랍을 열었다. 아버지 수첩들은 날짜보다 재료 이름으로 묶여 있었다.

흙, 종이, 천. 금속 수첩은 없었다. 숨소켓은 흙 수첩의 가운데 있었다. 그림은 같은 꽃 각인과 통풍 홈을 보여 줬다. 내부에는 심장 모양이 그려졌지만 생물 이름은 적히지 않았다. 한쪽 여백에 '되돌아오면 빈장을 남겨라'라고 쓰였다.

해주는 빈장의 의미를 처음 알았다. 소품 안쪽을 채우지 말라는 말이었다. 재료를 덜 쓸수록 튼튼하지 않을 것 같아 그동안 모든 공간에 받침을 넣었다. 아버지는 내부에서 움직일 무엇을 위해 빈 공간을 만들었다. 그녀는 해당 장을 사진으로 찍고 원본 수첩을 공방에 남겼다.

세트에 돌아오자 용의 왼쪽 목이 기울었다. 서한이 천을 말아 받쳤고 유미는 주변의 열을 확인했다. 심장이 조금 커진 상태였다. 외피의 안쪽 틀이 꽉 조이고 있었다. 해주는 몸통의 오래된 프레임 두 개를 빼야 한다고 말했다.

팀장은 틀을 빼면 용의 형태가 무너진다고 했다. 해주는 외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지금 목표가 아니라고 답했다. 그녀는 먼저 무게를 줄일 위치를 손끝으로 찾았다. 연결부를 칼로 자르지 않고 나사를 풀었다. 살아 있는 부분에 닿지 않는 곳부터 분리했다.

가슴의 큰 틀이 빠지자 심장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목이 스스로 조금 올라왔다. 서한이 받치던 천을 빼려고 하자 용이 다시 기울었다. 그 부분은 아직 필요했다. 해주는 천을 둔 채 다른 쪽에 가벼운 흙 받침을 넣었다. 심장은 밀어내지 않았다.

태식은 그 과정을 보고 자신이 만든 것이 용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해주는 아버지도 용을 만든 것은 아닐 것이라 답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잠들 자리를 만들고 움직일 공간을 남기는 쪽에 가까웠다.

팀원들이 흩어지기 전에 태식은 해지 통보를 모두에게 보냈다. 밀린 임금과 남은 계약의 처리 일정을 함께 적었다. 해주는 그 전달이 늦었다는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팀장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새 작업에 남을 사람은 별도로 결정하게 했다.

유미는 구조 점검이 끝나면 생명의 반응을 기록하는 일에는 남겠다고 했다. 서한은 자신의 촬영 계약이 새로 확인되기 전까지 연기 테스트만 하겠다고 했다. 해주는 아버지 소켓을 안전하게 옮길 곳을 마련하는 일을 맡겠다고 했다. 소품팀의 같은 이름 아래 있던 사람들이 오늘은 각기 다른 일을 선택했다.

제작사 담당 백정훈이 세트에 왔다. 살아 움직이는 장치가 맞느냐고 묻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해주는 촬영할 범위를 설명하기 전에 용의 얼굴을 가까이 찍지 말라고 했다. 정훈은 영상으로만 확인하면 되는데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용이 턱을 열었다. 정훈이 가까이 움직일 때마다 목이 뒤로 물러났다. 서한은 자신이 하던 낮은 대사를 멈추고 한 걸음 옆으로 섰다. 용이 숨 쉴 공간을 먼저 만들었다. 담당자는 그 반응을 화면에 담지 못했다. 대신 촬영을 멈춘 배우와 작업자를 봤다.

유미가 천장 프레임의 새 균열을 발견했다. 조명을 내려 무게를 줄였는데도 연결부가 더 벌어졌다. 구조 문제는 오늘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다. 폐세트의 바깥 지붕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합판을 불렸고, 오래된 철제 받침이 그 무게를 받았다.

그녀는 모든 사람을 안전선 밖으로 나가게 했다. 정훈도 휴대폰을 내리고 문 쪽으로 갔다. 해주는 용을 바로 움직일 수 없었다. 가슴을 열어 놓은 상태였고 외피를 억지로 들면 심장이 밀릴 수 있었다. 태식이 낮은 운반대를 가져왔다.

천장 안쪽에서 작은 나사 하나가 떨어졌다. 바닥에 닿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 해주는 심장을 든 손의 위치를 바꾸며 유미에게 남은 통로가 어디인지 물었다. 용의 흙빛 판 하나가 목 아래에서 올라왔다. 인조 비늘은 붙어 있는 모양 그대로인데 그 판만 숨에 맞춰 움직였다.

해주는 아직 그 판을 떼지 않았다. 세트의 수명을 연장하려고 사람과 생명의 시간을 앞당겨 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카메라에 오늘 테스트 중지라고 적은 종이를 붙이고 운반대의 바퀴를 잠갔다. 다음에 찍을 장면은 멋진 용의 등장보다, 이곳에서 모두 함께 나가는 장면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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