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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세트 소품실의 용 제작자3화

폐세트 소품실의 용 제작자

폐세트 소품실의 용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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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세트에 남은 진짜 비늘

운반대는 용보다 작았다. 윤해주는 몸통을 그대로 올리면 꼬리가 뒤에 끌린다고 말했다. 오태식은 꼬리를 떼자고 했다. 인조 꼬리는 나사 세 개로 붙였으니 가능했다. 문제는 그 안에서 흙빛 판이 더 생기는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해주는 나사를 하나씩 풀고 꼬리 외피만 들어 올렸다. 안에 숨은 몸이 없으면 빈 틀일 텐데, 따뜻한 공기가 길게 지나갔다. 아직 살도 뼈도 없었다. 그럼에도 용은 자신의 몸이 될 자리를 고르는 것처럼 움직였다. 외피를 벗긴 만큼 꼬리의 빛이 짧아졌다.

“우리가 들고 가는 모양대로 다시 자라는 거라면 가볍게 해야 해요.”

그녀가 말했다. 정유미는 통로의 구조를 확인했다. 가운데 문은 넓었지만 천장 프레임 아래였다. 오른쪽의 소품 반출문은 낮고 좁지만 바깥 철골과 떨어져 있었다. 운반대와 용을 낮추면 그쪽으로 나갈 수 있었다.

서한이 대사를 읽으려 하자 해주는 아직 움직이지 말라고 손짓했다. 호흡이 빨라지면 심장이 커지고 외피가 벌어졌다. 안정시키는 방식이 대사인지 낮은 목소리인지 확인한 적은 있었다. 지금은 길게 숨을 쉬고 천천히 말하는 쪽이 나았다.

배우는 용 옆에 앉았다.

“문은 열어 놨어. 이번에는 나가도 돼.”

심장이 둥 하고 울렸다. 가슴 안의 공기가 나왔고 콧구멍 앞에 남긴 종이가 천천히 기울었다. 해주는 오래된 흙틀을 손으로 받치고 태식이 운반대를 밀게 했다. 용의 눈이 아직 완전히 뜨이지 않았지만 금색이 외피 안쪽에서 움직였다.

제작사 담당 백정훈은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려다 유미에게 제지받았다. 대피 통로를 막으면 사람이 돌아 나오지 못했다. 그는 옆으로 물러났고 다른 팀원 둘이 반출문의 오래된 경첩을 풀었다.

문짝은 절반만 열렸다. 비를 먹은 합판이 바닥에 닿았다. 태식은 문을 세게 밀려 했지만 해주는 용을 잠깐 멈추게 했다. 문을 갑자기 움직이면 위쪽의 벗겨진 프레임까지 당겼다. 유미가 전원을 차단하고 문 아래에 작은 받침을 넣었다. 팀원들이 경첩을 완전히 떼어 문짝 자체를 옆으로 뺐다.

용의 몸통을 낮추는 순간 천장에서 큰 소리가 났다. 붉은 성의 장식 기둥이 기울었다. 실제 기둥이 아니었지만 합판과 철틀의 무게는 실제였다. 해주는 눈으로 출구까지의 거리를 재고 운반대를 빨리 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식이 몸통 뒤를 밀었다. 서한은 옆에서 흙틀을 잡았고 해주는 바닥의 전선을 발로 치웠다. 용의 작은 날개가 덮개 아래에서 펴졌다. 사람을 태울 만큼 크지 않았지만 운반대 옆의 빛이 잠깐 번졌다. 바람이 천을 들어 올렸다.

성의 장식 기둥이 떨어졌다. 날개는 그것을 막지 못했다. 팀원들이 이미 지나온 바닥에 합판이 꽂혔고 운반대의 뒤 바퀴가 튕겼다. 해주는 가슴을 놓지 않은 채 바퀴 아래에 미끄러진 종이 뭉치를 뺐다. 용을 들어서 날아가게 할 수는 없었다. 바퀴가 다시 돌아야 했다.

마지막 한 뼘이 문에 걸렸다. 용의 턱이 높았다. 해주는 오늘 아침 만든 왼쪽 콧구멍 주변의 인조 틀을 떼었다. 완성한 얼굴이 망가졌다. 그러나 턱이 조금 내려갔고 몸통이 문을 통과했다. 서한이 사람의 손처럼 흙틀을 받쳐 마지막으로 바깥에 나왔다.

유미가 팀원 수를 셌다. 일곱. 모두 나왔다. 제작사 담당자와 배우까지 확인한 뒤 현장 책임자에게 전화했다. 무너진 것은 폐세트의 안쪽 장식 프레임 일부였고 바깥 작업장은 남았다. 다시 들어가 소품을 꺼내는 것은 구조 점검 뒤에만 가능했다.

태식은 바깥에서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팔에 작은 상처가 있었고 손톱 밑에 오래된 합판의 가루가 박혔다. 그는 용의 영상을 끝내 찍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주는 그 말을 듣고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서한이 대신 자기 휴대폰을 보여 줬다.

“오늘 찍은 건 이것뿐입니다.”

배우가 낮은 작업등 앞에서 조용히 호흡을 맞추는 영상이었다. 거대한 용이 하늘을 가르는 장면은 없었다. 심장이 천천히 뛰고 주변 사람들이 기다리는 장면만 있었다. 태식은 영상을 보다가 화면을 내려 달라고 했다. 제작사에 보내기 전에 팀원에게 먼저 보여 주겠다고 했다.

용의 목 아래에서 작은 판이 떨어졌다. 해주가 흙 받침을 고치다 손바닥으로 받았다. 차가운 인조 비늘과 달리 따뜻했고 가장자리 안쪽에 물기가 있었다. 판이 떨어진 자리는 더 작은 같은 판이 자라고 있었다. 똑같은 모양을 한 부품이 아니라 몸의 일부였다.

해주는 비늘을 얇은 천에 놓고 누구도 자르거나 표본으로 떼지 말자고 했다. 이미 떨어진 한 장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말했다. 정훈은 그 비늘을 촬영권 제안에 포함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저희가 만든 부품이 아닙니다.”

해주가 답했다.

“세트 재고에 있었으니 제작사 자산 아닙니까?”

“재고에는 도자기 소켓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숨 쉬는 생명을 산 계약은 없습니다.”

정훈은 입을 다물었다. 법적인 소유와 생명의 이동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해주는 자신이 용의 주인이라고 선언하지도 않았다. 다만 지금 따뜻한 곳과 통풍, 외피를 받칠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작사 창고는 온도와 촬영 장비만 마련돼 있었다. 동물을 돌볼 공간은 아니었다.

아버지 공방에는 낮은 작업대와 흙을 보관하는 방이 있었다. 해주는 용을 임시로 그곳에 두겠다고 제안했다. 태식은 공방을 곧 비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며칠만 시간을 얻으면 팀이 함께 다음 장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운반 차량을 부르기 전에 용의 반응부터 봤다. 가슴을 천으로 가볍게 덮고 낮은 받침에 올렸을 때 맥박이 안정됐다. 밀폐된 상자를 가까이 대면 목이 다시 뒤로 물러났다. 유미는 창이 열리는 작은 작업차를 준비했고 서한은 가슴 틀 옆에 앉아 호흡을 맞췄다.

해주는 공방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살아 있는 용이 온다는 말은 설명이 어려웠다. 대신 무겁지 않은 제작물을 잠시 보관하고 팀원들이 안전하게 돌볼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세가 밀린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주인은 오늘 점검하고 며칠 더 사용할 수 있을지 답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남은 돈으로 먼저 일부 월세를 보냈다. 용을 팔면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지금 모르는 것을 값으로 바꾸는 것은 너무 빨랐다. 공방을 이어가려면 아버지가 지킨 빈장의 의미부터 알아야 했다.

차량이 출발하자 용의 금색 눈이 완전히 떴다. 차창에 비친 서한의 얼굴을 봤다. 배우는 대사 대신 자기 이름을 말했다. 심장이 천천히 두 번 뛰었다. 해주는 그 반응을 알아들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이름을 말하는 목소리의 길이가 달랐을 수 있었다.

골목에 도착해 차문을 열자 용이 공방 쪽으로 목을 움직였다. 해주는 꽃 각인이 있는 낡은 문패를 봤다. 심장이 기억하는 곳일까 생각했지만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작업대 위에 놓인 아버지의 흙 조각과 새 천을 먼저 가져왔다.

공방의 낮은 작업대에 용을 올렸다. 인조 외피를 조금 더 떼고 빈 공간을 확보하자 심장의 빛이 부드러워졌다. 용의 날개는 다시 접혔다. 짧은 움직임만으로 지친 것 같았다. 해주는 멋진 날개를 덧붙이는 일을 내일로 미뤘다. 어쩌면 앞으로도 필요 없을 수 있었다.

팀원들은 작업대 둘레에 앉았다. 태식이 해산 통보를 다시 설명했다. 금요일 이후 기존 팀의 이름으로 일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밀린 비용은 제작사와 별도로 확인할 것이고, 오늘 생명을 옮긴 일의 차량비와 재료비는 자기가 먼저 부담하겠다고 했다.

그 말로 지난 열흘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유미는 먼저 다음 계약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팀원 하나는 고향으로 내려갈 계획을 밝혔다. 해주는 남을 사람만 공동 제작 일정에 이름을 넣자고 했다. 떠나는 사람도 오늘 만든 공간과 기록에서 지우지 않기로 했다.

서한은 매니저의 답을 받았다. 취소된 영화 대신 소품팀의 작업 과정을 기록하는 작은 영상에는 별도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제작사 담당자도 독점 촬영권 제안을 철회하고, 안전 점검 뒤 기록 영상의 범위를 다시 협의하겠다고 했다. 큰 영화는 끝났지만 모두의 일이 한꺼번에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해주는 용의 이름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 팀원들이 여러 이름을 냈지만 용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더 알아야 했다. 태식은 이번에는 막내가 정하라고 했고, 그녀는 혼자 정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생명에게 자신을 부를 방법이 생길 때까지 임시 기록에는 그냥 용이라고 적었다.

공방 주인이 들어와 작업대와 운반대를 봤다. 화재 위험이나 통로를 확인한 뒤 일주일은 더 쓰게 해 주겠다고 했다. 그 뒤의 월세는 다시 얘기해야 했다. 해주는 일주일이라는 기간을 달력에 동그라미 쳤다. 기적이 임대료를 영원히 지우지 않았다. 지금 얻은 것은 다음 선택을 만들 시간이었다.

밤에 모두 떠난 뒤 그녀는 비늘을 밝은 등 아래에 놓았다. 앞면은 흙빛이었고 안쪽에는 얇은 금색 선이 있었다. 선이 꽃 모양처럼 보였으나 아버지 공방의 네 꽃잎과 달랐다. 여섯 갈래가 서로 이어지고 가운데에 작은 문이 그려졌다.

해주는 아버지 수첩을 다시 펼쳤다. 숨소켓 그림 옆의 빈장이 단순한 통풍 공간이 아니었을 수 있었다. 여백 아래에 오래된 스케치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자신이 오늘 떼어 버린 용의 턱과 같은 모양이었고, 옆에는 다른 공방의 문패가 작게 그려졌다.

전화번호도 주소도 없었다. 다만 폐세트가 처음 만들어진 영화의 제목이 있었다. 그 영화는 아버지가 이름을 크레디트에서 뺐던 작품이었다. 해주는 제목을 새 노트에 적었다. 영화를 다시 볼 때는 멋진 장면보다 화면 가장자리의 소품을 봐야 했다.

용이 잠결에 숨을 길게 내쉬었다. 공방의 얇은 종이들이 한꺼번에 흔들렸다. 해주는 움직이지 않는 모터를 서랍에 넣고, 처음 떼어 냈던 플라스틱 받침을 그 옆에 놓았다. 못 만든 부품의 기록도 남겼다. 용을 살린 것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작품이 아니라 맞지 않는 제작 방식을 고친 선택이었다.

그녀는 내일의 첫 작업을 적었다. 다른 공방을 찾기 전에 오늘의 빈장을 유지할 것. 뒤이어 팀원들의 다음 근무 시간을 확인할 것. 용의 금색 눈이 작은 불빛 아래에서 잠깐 열렸다가 닫혔다. 폐세트에서 시작한 마지막 촬영은 끝났지만, 공방에서 시작할 첫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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