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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에 남은 몬스터를 치료합니다2화

대피소에 남은 몬스터를 치료합니다

대피소에 남은 몬스터를 치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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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격리막 너머의 숨소리

대피소 아침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샤워실 문 앞에 주민들이 모였다. 한예린은 손에 든 명단을 보며 씻을 순서를 설명했다. 임시 세면대는 밤새 배관이 새어 수압이 약했고, 몸이 불편한 노인 두 명은 안쪽 샤워실을 쓰길 원했다. 그 방 안에는 아직 뿔짐승 A가 있었다.

“30분만 더 필요합니다.” 이정안이 말했다. “호흡이 밤새 불안정했어요.”

“사람들도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저 생물이 이틀째 아무것도 안 먹으면 어떻게 할 건데요?”

정안은 물그릇의 흔적을 확인했다. 물은 핥은 자국만큼 줄어 있었다. 먹이는 손대지 않았다. 그는 종을 모르는 생물에게 대피소 식량을 던져 주지 않았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 해로울 수도 있었다.

“물을 마셨고, 호흡은 어제보다 느립니다. 먹이는 수의 검사를 끝낸 뒤에 주겠습니다.”

예린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에게 결과를 설명해야 해요. 그냥 기다리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정안은 문에 관찰표를 붙였다. 시간별 호흡 횟수, 물 섭취, 움직임, 체온을 기록한 표였다. 주민들이 읽을 수 있도록 진단이 아니라 관찰 중인 사실만 적었다. ‘공격성 없음’ 같은 결론은 쓰지 않았다. 대신 ‘문 앞 접근 시 몸을 움츠림, 소음 증가 때 뿔을 출입문 쪽으로 돌림’이라고 썼다.

최강우가 붕대를 교체하러 왔다. 팔 상처는 얕았지만 주변 피부가 부어 있었다. 정안은 사람 상처를 진료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구급대 간호사에게 연결했다. 강우는 “내가 묶어 둔 붕대니까 괜찮다”고 했지만, 예린이 그의 팔을 잡아 간호사 쪽으로 이끌었다.

“네가 괜찮다고 해서 괜찮아지는 건 아니야. 어제도 그랬잖아.”

강우는 더 버티지 않았다. 그는 정안에게 격리막 너머에서 들리는 숨소리를 물었다. “밤에 두 번 크게 숨을 몰아쉬었어요. 그때마다 창고 쪽 문을 긁더군요.”

정안은 그 기록을 새로 추가했다. 창고 쪽 문은 체육관 서쪽 출입문이었다. 작은 생물이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지, 그쪽에 다른 생물의 냄새가 있는지 아직 구분할 수 없었다.

주민 중 한 남자가 격리막 앞에 와서 발로 바닥을 찼다. “저런 걸 왜 보호해요? 어젯밤 우리 애가 물릴 뻔했어요.”

“아이 상처는 진료받았고, 지금은 감염 여부를 확인 중입니다.” 정안이 말했다. “짐승과의 접촉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저게 사람을 안 물었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아니요. 그래서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남자는 답답한 듯 벽을 쳤다. 격리막 안쪽에서 작은 뿔짐승이 숨을 들이켰다. 그 소리에 남자는 주춤하며 물러섰다. 격리막이 안전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생물과 주민 사이에 직접 접촉이 없었다.

그때 구조대의 무전이 울렸다. 서쪽 비상문 밖에서 작은 발굽 자국이 늘어났다는 보고였다. 바닥의 진흙은 밤새 비에 씻겨 흐릿했지만, 두 방향의 흔적이 구분됐다. 하나는 체육관으로, 다른 하나는 비상문에서 멀어졌다. 태수는 문밖으로 나가 추적하자고 했다.

“다른 개체가 있을지 모릅니다. 이건 그냥 두고 문부터 닫아요.”

정안이 반대했다. “지금 문을 닫아 버리면 안쪽에서 바깥으로 나갈 생물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어요. 먼저 주민 동선을 통제하고 발자국을 기록합시다.”

태수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도 복도에 안전선을 설치했다. 정안은 흔적을 사진으로 찍고 크기와 보폭을 재었다. 작은 발자국은 비상문에서 창고까지 이어졌지만, 중간에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다. 그곳에는 보미가 물을 놓았던 통조림 캔이 떨어져 있었다. 뿔짐승은 먹이를 찾으러 간 것이 아니라, 캔을 피해 창고로 숨은 것처럼 보였다.

“보미가 물을 줬다고 했잖아요.” 예린이 말했다. “그럼 아이한테 익숙한 생물일 수 있나요?”

“아직은 몰라요. 손수건을 입에 문 흔적은 있지만, 사람에게 길들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정안은 아이를 불러 물었다. 보미는 생물을 발견한 게 전날 밤이 아니라고 했다. 게이트 대피가 시작되기 전, 체육관 주차장에서 같은 생물이 부서진 이동장 옆에 앉아 있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줄을 잡아당기며 “이건 돈이 안 된다”고 욕했다고 했다. 보미는 그 남자가 떠난 뒤에야 물그릇을 놓았다고 했다.

“그 아저씨가 버린 거예요?”

보미는 확답할 수 없었다. 남자는 이동장을 트럭에 싣고 떠났지만 생물이 안에 있었는지는 보지 못했다. 주차장 감시 카메라를 확인해야 했다. 예린은 영상에 다른 대피 인원의 얼굴도 찍혀 있다며 개인정보를 걱정했다. 정안은 경찰이나 시설 책임자와 함께 필요한 구간만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격리막 안의 숨소리가 다시 거칠어졌다. 정안이 물그릇을 확인하려 하자 뿔짐승은 몸을 숨겼다. 그의 손이 다가갈 때마다 낮은 으르렁거림이 커졌다. 정안은 손을 빼고 잠시 기다렸다. 상처를 치료하려면 접촉이 필요하지만, 지금 잡으려 들면 움직임이 거칠어져 다리를 더 다칠 수 있었다.

“오늘은 진료를 미루고 관찰만 해야겠어요.”

태수가 반대했다. “상처를 그대로 두면 감염됩니다.”

“잡으려다 더 크게 다칠 수 있어요. 우선 진정할 환경과 검사 장비를 준비하겠습니다.”

그 말에 주민들이 다시 웅성거렸다. 누구도 ‘기다리자’는 대답에 만족하지 않았다. 예린은 샤워실 사용 시간을 다시 정하고, 임시 세면대에 안내 인력을 붙였다. 그 대가로 체육관의 자원봉사자 두 명이 다른 업무에서 빠졌다. 예린은 그들의 이름을 대피소 운영표에 적었다. 누군가의 선의가 공짜로 소모되지 않게 하려는 듯했다.

점심 무렵 간호사가 강우의 팔을 치료했다. 상처에서 작은 털 한 올이 나왔지만 강우의 말대로 물린 흔적은 아니었다. 그는 붕대를 다시 감고 정안에게 말했다. “저게 나를 공격했다면 더 깊게 물었을 겁니다. 하지만 물었다고 신고한 사람은 제가 아니에요.”

정안은 그 말에 눈을 들었다. “누가 신고했습니까?”

예린이 주민 명단을 뒤졌다. 신고 기록에는 ‘남자 1명, 이름 미상, 체육관 출입구에서 목격’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신고자는 구조대가 오기 전에 사라졌고,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도 없었다. 정안은 사건 기록의 ‘물림’ 표현을 ‘상처 발견’으로 고쳤다. 부상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단정할 수 없었다.

그날 저녁, 뿔짐승은 처음으로 사료를 먹었다. 정안이 외부 구조소에서 가져온 무향의 기본 사료였다. 한 알을 물고 씹은 뒤, 짐승은 물그릇 옆에 웅크렸다. 호흡은 안정되었지만, 뒷다리는 여전히 바닥에서 조금 들려 있었다. 정안은 격리막에 몸을 붙이지 않고 조용히 기록했다.

보미가 면회하러 왔다. 정안은 손수건을 건네지 않고 유리 너머에서 보여 주었다. 뿔짐승은 파란 천을 보자 머리를 들었다가, 곧 몸을 뒤로 물렸다. 보미는 그 반응을 보고 눈물을 참았다.

“저를 싫어하나 봐요.”

“무서워하는 걸 수도 있어. 그 마음이 뭔지는 아직 알 수 없어.”

보미는 격리막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면 계속 기다릴게요.”

밤 교대 때 정안은 마지막 호흡 수치를 확인했다. 작은 뿔짐승은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고, 먹이도 조금 더 줄어 있었다. 그러나 체육관 서쪽 문 바깥에서 두 번째 발자국이 발견됐다는 무전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발굽 자국이 아니라 사람 신발 자국이었다. 누군가 대피소 밖에서 생물을 데려가려 한 흔적처럼, 비상문 손잡이의 봉인이 안쪽에서 풀려 있었다.

예린은 곧바로 문을 잠그고 주변 인원을 물렸다. “누가 열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생물 탓으로 돌리면 안 돼요.” 그녀는 출입 기록을 확인하면서도 대피소 주민을 의심하는 방송은 하지 않았다. 대신 자원봉사자에게 출입문을 지키게 하고, 구조대원 강우와 태수에게 봉인 상태를 함께 확인해 달라고 했다.

정안은 발자국을 밟지 않도록 테이프로 둘러 표시했다. 신발 밑창에는 모래가 끼어 있었고, 문 앞에서 한 번 멈춘 뒤 바깥쪽으로 되돌아간 흔적이 보였다. 급히 도망친 자국은 아니었다. 누군가 잠금장치를 살펴보고 떠난 듯했다. 태수는 “생물을 데려온 사람이 되찾으러 온 거겠죠”라고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누구인지 알기 전에는 결론을 내리지 맙시다.” 정안이 답했다.

예린은 주차장 카메라를 확인할 수 있도록 경찰에 연락했다. 영상에는 비가 쏟아지기 전, 어두운 모자를 쓴 사람이 체육관 쪽으로 다가왔다가 문을 만지고 돌아가는 모습이 잡혔다. 얼굴은 우산에 가려져 있었고, 오른손에는 짧은 손잡이가 들려 있었다. 이동장 끈인지 공구인지 식별할 수 없었다.

강우는 화면을 확대했다. “어젯밤 신고한 사람이 이 사람일 수 있어요.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영상만으로는 단정하지 말아요.” 예린은 재생을 멈췄다. “경찰에 원본을 넘기고, 우리 쪽 복사본은 접근자를 기록해 둘게요.”

정안은 비상문 봉인을 교체하고, 격리막과 문 사이에 이동 상자를 하나 더 놓았다. 생물을 옮기는 장벽이 아니라 문이 열릴 때 즉시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완충 공간이었다. 보미는 안전선 바깥에서 그 작업을 지켜봤다. “누가 데려가면 저 애는 더 다칠까요?”

정안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도, 생물이 어디서 왔는지도 확인해야 해. 지금 할 수 있는 건 문을 잠그고 상처를 지켜보는 거야.”

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손수건을 돌려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아이는 수의사에게 의존하는 대신, 주민 자원봉사자에게 물그릇 교체 시간을 알려 주었다. 주민은 조금 망설였지만 안전선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물을 갈았다. 격리막 너머에서 뿔짐승이 그릇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날 밤 정안은 기록표 끝에 ‘외부 접근 의심, 출입 봉인 훼손, 신원 미확인’이라고 덧붙였다. 생물의 호흡은 안정됐지만 대피소 밖의 사람은 사라졌다. 누가 격리막을 열려 했는지, 그 사람이 생물을 버린 사람인지 데려가려는 사람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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