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에 남은 몬스터를 치료합니다

3화: 치료와 방출 사이의 선택
작은 뿔짐승은 아침 사료를 먹지 않았다.
이정안은 먹이통을 격리막 앞에 밀어 놓고도 손을 거뒀다. 전날에는 한 줌을 먹었지만 밤새 호흡이 빨라졌고, 새벽에는 뒷다리를 접은 채 구석에 웅크렸다. 체온은 조금 올랐다. 상처가 곪는지, 낯선 장소에서 긴장한 건지 아직 구분할 수 없었다.
“지금 진료를 해야 합니다.” 헌터 백태수가 말했다. “상처를 확인하려면 붙잡아야 해요.”
“붙잡기 전에 진정과 안전 계획이 필요해요. 지금 억지로 꺼내면 다리가 더 다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죽으면요?”
정안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치료를 미루는 것도 위험하고, 성급히 접촉하는 것도 위험했다. 수의사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은 완전한 안전이 아니라 비교 가능한 위험을 고르는 일이었다.
한예린은 샤워실 사용 재개 시간을 더 늦출 수 없다고 했다. 노약자 세 명이 임시 세면대까지 걸어가느라 지쳐 있었다. 대피소 안에는 정안이 아닌 사람들의 몸도 있었다. 그는 격리실을 계속 점유하면 주민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정오까지 임시 진료를 끝내고 이동 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그 전에 상처 주변을 관찰하고, 이동장 반응을 확인하죠.”
“정오까지 괜찮다는 보장이 있어요?” 예린이 물었다.
“없습니다. 대신 상태가 나빠지면 시간을 당기고, 위험이 높으면 외부 구조소에 이송을 요청하겠습니다.”
예린은 ‘보장 없음’이라는 말을 들은 뒤에도 그 계획을 허락했다. 그녀는 주민들에게 샤워실 재개 시간을 알리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작은 물수건을 나눠 줬다. 자신의 운영표에는 생물 격리로 인해 줄어든 세면 시간이 표시돼 있었다. 지워지지 않은 숫자들이 예린의 책임을 보여 줬다.
정안은 외부 야생동물 구조소와 통화했다. 구조차는 게이트 통제선 때문에 빠르면 오후에 올 수 있었다. 차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물이 더 놀랄 가능성도 있었다. 구조소 수의사는 사진만으로 진정제 용량을 권하지 않았다. 정안은 그 답을 예상했지만,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손등을 문질렀다.
강우는 문 옆에 앉아 자기 팔을 살폈다. 붕대 아래 부기는 줄었지만 통증이 남아 있었다. 그는 “내가 처음부터 가까이 가지 않았으면 아무도 다치지 않았겠죠”라고 했다.
“아직 누가 다치게 했는지 모릅니다.”
“나는 그걸 잡으려고 했어요. 그럼 내가 더 위험하게 만든 거죠.”
정안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내밀어 붕대 교체 시각을 확인했다. “그때는 통로에 주민이 많았고, 당신은 아이를 뒤로 빼려고 했어요. 그 선택이 맞았는지는 기록을 보고 나중에 얘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 상처가 더 붓는지부터 확인합시다.”
강우는 팔을 내밀었다. 그의 무릎 위에는 작은 뿔짐승의 발자국 사진이 놓여 있었다. 정안은 사진을 뒤집지 않았다. 강우는 사진을 넘겨주며 말했다. “처음에는 저게 나를 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내가 손을 뻗을 때 발톱으로 밀친 것 같아요.”
“그것도 가능성 중 하나예요.”
“내가 틀렸다고 적어도 괜찮습니다.”
“틀렸다고 결론 내리지 않았어요. 아직 조사 중이라고 적겠습니다.”
정안은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상자 덮개를 열었다. 이번에는 보미가 만든 조용한 공간을 이용했다. 방 안의 조명을 낮추고, 물그릇과 이동장 사이에 익숙한 파란 손수건을 놓았다. 손수건은 소독을 마친 뒤 투명 파우치에 넣어 생물이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직접 건네지는 않았다.
뿔짐승은 냄새를 맡고 몸을 낮췄다. 정안이 작은 거울을 들자 뿔이 움직였다. 그는 거울을 바로 거둬들이고 기다렸다. 숨이 안정된 뒤에야 낮은 틈으로 카메라를 넣었다. 옆구리 상처는 새살이 올라오는 중이었고, 뒷다리에는 붓기가 있었다. 그러나 뼈가 부러졌는지는 영상만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움직이긴 하지만, 걸음이 한쪽으로 쏠려요.”
태수가 상자 밖에서 말했다. “그럼 방출은 안 되겠군요.”
“방출 장소가 어디인지, 게이트 상황이 어떤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다친 채로 돌려보내는 게 더 위험할 수도 있어요.”
태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주민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예린이 대신 답했다. “오늘 안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결과가 치료가 아니더라도, 왜 그런지 설명해야 해요.”
정안은 대피소 주민들과 작은 회의를 열었다. 그는 진단을 과장하지 않고 관찰한 것만 설명했다. 뿔짐승이 먹이를 먹은 사실, 물을 마신 사실, 사람에게 달려든 장면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 상처 때문에 장거리 이동이 불확실한 사실을 차례로 말했다. 주민들은 위험이 남았는데 왜 이곳에 둬야 하느냐고 물었다.
“격리막이 안전하다고 약속하는 건 아닙니다. 오늘은 직접 접촉하지 않는 거리와 출입 규칙을 지키고, 구조소 이송을 기다릴지 주민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한 주민은 “저 아이를 살리겠다고 우리 어머니가 씻지도 못하고 있어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다른 주민은 “그래도 문을 열어 버리면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했다. 보미는 말없이 의자 아래를 바라봤다. 그녀는 처음 생물에게 물을 놓아 준 사람이었지만, 주민에게 무조건 참아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예린은 샤워실을 세면 공간으로 다시 열고, 대신 체육관 뒤편 작은 물품 창고를 임시 관찰 구역으로 바꾸겠다고 제안했다. 창고는 환기가 부족해 장시간 격리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정안은 이동식 공기 순환기를 설치하고, 문 앞을 이중 펜스로 막는 조건을 붙였다. 구조대가 자원봉사자를 교대로 세우고, 주민 통행이 없는 시간에 옮기기로 했다.
“그 이동 중에 다리가 더 다치면요?” 태수가 물었다.
“저와 구조대가 상자를 들고 이동합니다. 흔들림이 심해지거나 호흡이 가빠지면 즉시 멈추겠습니다. 그래도 위험은 남습니다.”
그날 오후, 세 사람은 차폐판을 세우고 상자를 옮겼다. 보미는 출입구 바깥에서 파란 천을 보여 주었다. 뿔짐승은 상자 안쪽 벽에 몸을 붙였지만 갑자기 돌진하지 않았다. 이동 경로 중간에서 주민 한 명이 놀라 소리를 냈고, 짐승은 뿔을 세우며 몸을 틀었다. 강우가 즉시 주민을 뒤로 물리고, 정안은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들은 소리가 멎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움직였다.
창고에 도착했을 때 뿔짐승의 호흡은 빨랐지만, 다리를 끌지는 않았다. 정안은 통로를 차단하고 물과 사료를 놓았다. 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라앉을 시간을 주기로 했다. 주민들은 샤워실을 다시 쓸 수 있었지만, 창고 앞에는 안전선을 유지해야 했다.
예린은 운영표에서 임시 격리 시간을 고쳤다. “주민에게 오늘 밤까지라고 말하겠습니다. 내일 구조소가 오지 않으면 다음 계획을 다시 얘기하죠.”
정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도 치료와 방출 중 하나만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날 밤, 구조소에서 차량이 출발했다는 연락이 왔다. 다만 게이트 통제선 바깥에 정체가 있어 도착 시각은 확정할 수 없었다. 정안은 창고 문 앞에서 호흡을 세었다. 뿔짐승은 물을 마시고, 먹이를 조금 먹었다. 다친 다리를 완전히 딛지는 않았다.
주민들은 창고 격리가 계속되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저녁 식사 줄에서 한 남자가 “저게 여기 있는 동안 우리 아이들이 밖으로 못 나간다”고 항의했다. 다른 주민은 “문 밖으로 내보냈다가 다시 들어오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맞섰다. 말다툼이 커지자 강우가 중간에 섰다. 그의 팔은 아직 붕대가 감겨 있었지만, 이번에는 주민을 밀어내지 않았다.
예린은 두 사람을 운영 테이블로 불러 각각의 요구를 적었다. 한쪽에는 대피소 통행 공간과 샤워 시간, 다른 쪽에는 격리막과 외부 이송 계획이 적혔다. 정안은 창고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물의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추가했다. “보호를 계속하려면 주민에게 부담을 넘기는 방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럼 오늘 밤 당직은 누가 서죠?” 한 주민이 물었다.
강우가 손을 들었다. “제가 구조대원 한 명과 번갈아 서겠습니다. 다만 저는 수의사는 아니니 상태 판정은 정안 씨가 해요.”
예린은 당직표를 고쳤다. 한 사람에게 밤새 부담을 주지 않도록 두 시간 단위로 나누고, 관찰 중 이상이 있으면 연락할 번호를 문 옆에 붙였다. 주민들은 즉시 동의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창고 문을 열자는 요구는 거두었다. 정안은 안전선에 손대지 말라는 안내를 다시 읽고, 주민들이 지킬 수 있는 위치로 표지판을 옮겼다.
그 뒤 보미가 정안에게 다가와 자신도 당직을 서고 싶다고 했다. “제가 물을 제일 먼저 줬으니까요.”
“그건 네가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니야. 어른들이 지킬 규칙을 만들었어.”
“그럼 저는 그림을 여기 두고 갈게요. 아침에 새 그림도 그릴래요.”
정안은 아이가 창고 문 앞까지 오지 않는 조건으로 그림을 받아 두었다. 보미는 창고가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그림을 접어 예린에게 맡겼다. 아이는 자기 손의 긁힌 자국에 밴드를 붙이고, 어머니 옆으로 돌아갔다.
새벽 직전, 강우가 창고에서 들린 소리를 알렸다. 뿔짐승이 일어나 벽을 긁고 있었다. 정안은 문을 열지 않고 공기 순환기의 작동과 물그릇 위치를 확인했다. 흔들림이 커지자 강우는 주민 통로를 비우고, 예린은 방송을 짧게 내보냈다. ‘서쪽 구역을 비우고 동쪽 통로를 이용해 주세요.’ 주민들은 불평하면서도 움직였다.
정안은 작은 카메라를 문 아래로 밀어 넣었다. 화면에서 뿔짐승은 문에 달라붙은 것이 아니라 바닥을 파듯 긁고 있었다. 다친 다리를 접지 못해 자세를 바꾸려는 동작이었다. 정안은 문 밖에서 담요를 더 밀어 넣었다. 생물은 그 위에 몸을 기대고 잠시 숨을 골랐다. 당장의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직접 접촉 없이 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보미는 안전선 밖에서 손을 흔들었다. 생물은 반응하지 않았다. 아이는 손을 천천히 내리고, 대신 바닥에 자기 이름이 적힌 그림을 놓았다. 정안은 그림이 바람에 젖지 않도록 주워 보관했다.
새벽 교대 때 예린이 긴급 연락을 받았다. 서쪽 게이트 통제선이 무너져 구조차가 돌아오고 있었다. 이동장 속 생물은 그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바깥에서 두 번, 큰 발굽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창고 안의 작은 뿔짐승은 처음으로 문 쪽을 향해 낮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