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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유기견 식당2화

비 오는 날의 유기견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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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그릇이 비지 않는 이유

두부의 식사량은 전날보다 줄어 있었다. 급여 기록에는 정량 180그램 가운데 62그램을 먹었다고 적혀 있었다. 한새롬은 그릇을 씻으려다 멈추고, 오기환에게 기록 시각을 확인했다. 두부가 사료를 남긴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다만 어제부터 물 섭취량도 적어져 있었다. 기환은 수의사에게 상태를 보고하고, 오늘은 음식의 종류나 양을 임의로 바꾸지 말자고 했다.

“제가 냄새를 조금 더 올려 주면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먹게 만드는 것보다 원인을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새롬은 주방에서 쓰던 닭육수를 떠올렸다. 보리가 아플 때 수의사에게 허락받고 사료에 조금 섞었던 기억이었다. 하지만 두부에게 같은 방법을 쓰는 건 수의사 지침 없이 식이를 바꾸는 일이었다. 새롬은 수의사 연락 전까지 급여표를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문이슬은 급식실 밖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전날처럼 노란 우비를 입었지만, 오늘은 두부 쪽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이슬은 두부가 자기 간식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보호소에 오기 전 사료 대신 강아지 비스킷을 가져왔고, 성분 확인을 기다리느라 주지 못했다. 새롬은 이슬에게 그 간식이 두부를 위한 것인지, 자신이 두부에게 뭔가 해 주고 싶어서 가져온 것인지 물었다. 이슬은 잠깐 생각한 뒤 둘 다라고 답했다.

기환은 두부의 관찰 기록을 펼쳤다. 식사량은 어제 오후부터 내려갔고, 물그릇은 급식실 청소 직후에 비워졌다. 그러나 그때 두부가 물을 마신 것인지, 청소할 때 버린 물인지 기록에 구분이 없었다. 새롬은 누가 언제 그릇을 비웠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환은 급식 동선이 바쁜 날에는 물 교체 기록이 누락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물그릇 교체 시간과 실제 음수 관찰 칸을 나누기로 했다.

“제가 어제 그릇을 치웠어요.” 이슬이 말했다. “바닥이 젖어 있어서 물을 버리고 다시 채웠어요.”

“기록에는 적지 않았네요.”

“그 정도는 안 중요할 줄 알았어요.”

기환은 기록이 많아지면 힘들다고 인정하면서도, 어떤 정보가 동물 상태를 판단하는 데 쓰이는지 설명했다. 이슬은 자신이 물을 버린 시각과 이유를 말했고, 기환은 기록을 과거 시점으로 수정하지 않고 추가 메모로 남겼다. 기록을 고친 사람이 누구인지와 언제 입력했는지도 표시했다.

그때 다른 봉사자가 개 사료통을 옮기다 금속 뚜껑을 떨어뜨렸다. 굉음이 급식실에 울렸고, 두부는 몸을 낮추며 구석으로 물러났다. 이슬이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가려다 멈췄다. 새롬은 손을 내밀지 않고 문에서 떨어져 복도를 막았다. 기환은 두부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다른 개들이 따라 짖지 않도록 급식실 문을 닫았다. 두부는 소리가 멈춘 뒤에도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미안해, 내가 놀라게 했네.” 이슬이 작게 말했다.

기환은 큰 소리 뒤에는 접근을 줄이고, 두부가 스스로 공간을 선택하게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슬은 두부가 자신을 무서워한 거냐고 물었다. 기환은 지금 행동만으로 사람을 싫어한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새롬은 그 말이 정확하다고 느꼈다. 자신도 두부가 밥을 남기면 마음이 아파서, 두부의 생각을 아는 것처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새롬 자신의 기억이었다.

수의사는 오전 회진 뒤 두부를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그전까지 급여는 기존 사료와 정량을 유지하고, 먹은 양과 물 섭취를 실제 관찰한 경우만 표시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새롬은 사료의 냄새와 색이 전날과 달라지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급식실 온도는 기준 안에 있었고, 다른 개의 그릇이 섞이지 않았다. 두부가 먹지 않는 이유를 음식에서만 찾을 수는 없었다.

주방 재고표에는 전날 젖은 사료를 폐기한 수량이 적혀 있었다. 보호소 직원은 남은 사료가 생각보다 적다며 후원품이 도착할 때까지 배식을 줄여야 할지 물었다. 기환은 급여량을 임의로 줄이면 안 된다고 했다. 공급처에 연락했지만 운송 지연으로 내일 오전까지 도착이 어려울 수 있었다. 새롬은 주변 가게에 사람 음식 재료를 받아 동물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하지 않았다. 안전한 대체 사료를 구하는 연락은 담당자가 해야 했다.

그녀는 식당 조리사였을 때 재료가 부족하면 메뉴를 조정했다. 보호소에서는 메뉴 조정이 동물의 건강을 바꿀 수 있었다. 새롬은 재고 목록을 들고 기환과 함께 승인된 제품을 확인했다. 납품처에 같은 제품의 소량 재고가 있는지 문의하고, 다른 보호소와 교환이 가능한지도 담당 수의사에게 물었다. 기환은 새롬이 직접 동물 식단을 판단하지 않고 필요한 확인을 맡긴 점을 고마워했다.

오후가 되기 전 보호소 문 앞에 이웃이 보온통을 들고 찾아왔다. 그는 집에서 끓인 닭고기 육수를 두부에게 주면 밥을 먹을지 모른다고 했다. 보호소 게시판에서 두부가 식사를 남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새롬은 마음을 써 준 건 고맙지만, 개인 조리 음식은 성분과 보관 상태를 확인하지 못해 급여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 남성은 염분도 넣지 않았고 자기 개도 잘 먹는다고 말했다.

기환은 두부의 식이 지침을 설명하되 병력은 공개하지 않았다. 후원품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은 밀봉된 제품과 성분표, 유통기한이 확인되는 물품이라고 했다. 남성은 자기가 선의로 가져온 음식을 거절당했다고 느꼈는지 보온통을 내려놓지 않았다. 새롬은 그 육수를 직원용으로 받아도 되는지 묻지 않았다. 음식이 아니라 보호소의 요청 목록에 있는 물품을 후원해 달라고 안내했다. 그는 잠시 생각한 뒤 봉투에 적힌 사료 규격을 사진으로 찍어 갔다.

이슬은 그가 돌아간 뒤 새롬에게 두부가 직접 먹고 싶어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새롬은 동물의 기호와 안전한 식단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사람에게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개에게 적합하다고 추측할 수 없었다. 이슬은 자신이 가져온 비스킷도 아직 확인 전이라고 다시 노트에 표시했다.
회진 중 수의사는 두부의 입과 잇몸, 체온, 탈수 징후를 확인했다. 두부는 진찰 중 몸을 굳혔지만, 기환이 익숙한 담요를 깔아 주자 잠시 진정했다. 검사에서 급한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의사는 낯선 환경과 소음, 최근 급식 장소 이동이 식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상이 이어지면 추가 검사를 하기로 했다. 간식을 섞거나 식단을 변경하지 말고, 조용한 시간에 별도 공간에서 식사하도록 하라고 했다.

새롬은 그 지침을 급여표에 반영했다. 급식 장소를 바꾸는 것도 동물별로 기록해야 했다. 두부의 그릇은 벽 가까이 놓고, 봉사자와 다른 개가 드나들지 않는 시간에 급여하기로 했다. 새롬은 그릇 위치와 시간을 사진으로 남기되, 사진에 다른 동물이나 자원봉사자의 얼굴이 나오지 않게 했다.

이슬은 자신이 두부에게 다가가려 했던 일을 사과했다. 기환은 사과를 받았지만, 두부가 이슬을 받아들였다고 여기지는 말자고 했다. 이슬은 두부가 먼저 가까이 오기 전까지 정해진 선 뒤에서 관찰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노트에 “오전 9시 소음 후 몸 낮춤, 4분 뒤 물 마심”이라고 적었다. “무서워함”이라는 해석은 쓰지 않았다.

점심 봉사 시간에 새롬은 사람을 위한 직원 도시락도 준비했다. 주방에는 남은 채소가 있었지만, 동물 급여 공간과 조리대는 분리했다. 기환은 새롬이 작업대마다 색깔 다른 도마를 쓰는 것을 보고, 보호소 위생 교육 자료에 그 방법을 추가할 수 있겠다고 했다. 새롬은 자기가 사용한 도마를 직원 식사에 쓴 뒤 반드시 세척하고 보관하는 순서를 보여 주었다. 요리는 이곳에서 돌봄이 될 수 있었지만, 무엇을 먹이는지는 전문 담당자의 판단이었다.

오후 급식에서 두부는 정량 가운데 74그램을 먹었다. 전날보다 12그램 늘었지만, 여전히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환은 이를 회복이라고 쓰지 않았다. 관찰된 수치만 기록했다. 새롬은 두부가 먹는 동안 복도에서 카트가 지나갔을 때 귀를 세웠다가 다시 그릇으로 시선을 돌린 것을 메모했다. 이슬은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서 그 모습을 보았다.

“내가 없었으면 더 먹었을까요?” 이슬이 물었다.

“우리가 비교할 수 있는 조건이 아직 부족해요.” 새롬이 말했다. “오늘은 사람 수와 소음도 적었고, 급식 장소도 바꿨잖아요.”

이슬은 그 말에 실망한 듯했지만, 관찰 노트를 접지 않았다. 두부의 식사량이 늘어난 이유를 자기와의 친밀감으로 단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새롬은 그런 태도가 두부에게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퇴근 시간이 되어 비가 그쳤다. 새롬은 보호소 담벼락 밖에 서서 닫힌 자기 식당의 열쇠를 주머니에서 만졌다. 보리가 떠난 뒤로 문을 열지 않았고, 가게의 식기와 조리도구도 그대로 두었다. 두부의 그릇에 사료를 더 섞어 주고 싶었던 마음이 보리의 마지막 날과 닮아 있었다. 새롬은 보호소가 자신을 용서하거나 구해 주는 장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오늘 필요한 일을 도왔고, 두부의 다음 급여는 기환과 수의사의 지침에 맡겼다.

기환은 다음 날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할 시간을 근무표에 적었다. 새롬은 재고 확인을 도울 수 있다고 했지만, 급여 변경 결정은 여전히 기환과 수의사에게 맡기겠다고 덧붙였다. 역할을 나누면 누락도 줄어들 터였다.
내일 오전 후원 사료가 도착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공급처는 늦어도 점심 전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새롬은 재고표에 부족한 수량을 표시하고, 담당자가 사용할 연락망을 업데이트했다. 이슬은 노트에 자신의 봉사 시간을 기록했다. 두부는 그날 저녁에도 74그램을 먹었다. 그릇은 완전히 비워지지 않았지만, 급여 공간은 조용했고 기록은 다음 근무자에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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