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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유기견 식당3화

비 오는 날의 유기견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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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먹는 양을 적는 사람

후원 사료는 오전 열한 시에 도착했다. 한새롬은 봉투의 봉인과 품목을 확인하고, 오기환은 수량과 유통기한을 대조했다. 비에 젖었던 사료는 폐기 처리 목록에 올라 있었고, 새 제품은 개별 급여표에 승인된 수량만큼 배정됐다. 새롬은 사료를 창고 선반에 놓기 전에 바닥과 벽이 마른 것을 확인했다. 선반 아래에는 물이 다시 스며들지 않도록 임시 받침을 설치했고, 수리 요청서도 제출했다.

문이슬은 급식실 입구에서 봉투를 옮겨도 되느냐고 물었다. 기환은 봉사자가 할 수 있는 범위와 담당자가 해야 하는 일을 설명했다. 무거운 사료 포대는 두 사람이 옮기고, 개별 급여표에 맞춰 소분하는 작업은 훈련받은 사람만 하기로 했다. 이슬은 봉투 겉면을 닦고 입고 수량을 확인하는 일을 맡았다. 새롬은 봉투를 개봉한 날짜를 표시하고 밀봉 클립을 달았다.

두부는 전날과 같은 위치에서 식사를 받았다. 기환은 수의사의 지침에 따라 기존 사료와 정량을 유지했다. 새롬은 그릇을 놓고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이슬은 방문자 대기선 밖 의자에 앉았다. 두부는 문 쪽 소리가 날 때 고개를 들었지만, 곧 그릇으로 시선을 돌렸다. 새롬은 그 행동을 ‘사료에 접근함, 복도 소리에 고개를 듦, 식사 재개’로 기록했다.

두부가 먹은 양은 81그램이었다. 하루 전보다 7그램 늘었다. 기환은 숫자가 좋아진 것처럼 보여도 한 번의 급여량으로 식사 상태가 안정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수의사는 하루 동안 물 섭취, 배변, 다음 급여량을 함께 확인하자고 했다. 새롬은 그릇을 씻기 전에 남은 사료를 계량했고,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사료 보관 용기를 분리했다.

이슬은 두부의 노트를 기환에게 보여 주었다. 그녀가 적은 관찰에는 급여 시각, 소음, 두부가 머문 위치가 포함돼 있었다. “사람이 무서워함”이라는 문장을 지우고, “그릇을 놓은 뒤 벽 쪽으로 두 걸음 이동”이라고 고쳤다. 기환은 관찰 사실과 해석을 구분한 점이 좋다고 했다. 다만 동물의 행동을 기록할 때는 누가 관찰했는지도 적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은 이름과 시각을 기록했다.

보호소는 그날 새 봉사자 교육을 준비하고 있었다. 후원품이 늦어졌을 때 자원봉사자들이 임의로 대체 음식을 가져오는 일이 반복되어, 급여표와 후원 기준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새롬은 20분짜리 교육 자료를 만들기로 했다. 요리 강의처럼 재료를 설명하기보다, 봉투 확인, 급여량 확인, 도구 구분, 잔량 기록 순서로 구성했다. 기환은 동물별 식이와 응급 연락 절차를 맡았다. 이슬은 봉사자가 자주 묻는 질문을 정리하기로 했다.

“강아지가 밥을 안 먹으면 어떻게 해요?” 이슬이 질문했다.

새롬은 먼저 정해진 담당자에게 알리고, 급여량과 시간을 기록해야 한다고 답했다. 허가 없는 간식이나 음식을 추가하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기환은 급여 거부가 계속되거나 다른 증상이 있으면 수의사에게 보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슬은 친구들이 개의 관심을 끌려고 간식을 주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고 했다. 봉사자 교육에는 방문자가 동물을 직접 먹이지 않는 규칙도 넣기로 했다.

교육 전 보호소 뒤편 창고에서 물이 다시 새기 시작했다. 빗물은 지붕 연결부로 흘러들어 사료 보관 선반 쪽으로 번졌다. 새롬은 포대를 옮기고 기환은 미끄럼 방지 표지를 세웠다. 이슬은 젖은 바닥을 닦으려 했지만, 기환은 전기 콘센트 주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시설 담당자가 차단기를 점검한 뒤에야 청소를 시작했다. 새롬은 이전에 젖었던 선반을 다시 살펴보고, 포대에 물자국이 없는지 확인했다.

창고를 정리하며 새롬은 폐기 사료가 한 봉투뿐이라고 생각했던 게 실제로는 두 봉투였다는 걸 알았다. 전날 야간 근무자가 젖은 봉투 하나를 격리하고 인계했지만, 급여표와 재고표가 다른 칸에 보관되어 수량이 맞지 않았다. 기환은 인계 기록을 추가하고, 야간 근무자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잘못 기록했다고 누군가를 탓하기보다 두 장부를 연결할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새롬은 입고·격리·폐기 수량이 한 표에서 이어지도록 재고 서식을 만들었다.

“저도 어제 젖은 봉투를 보고 한 개라고 적었어요.” 이슬이 말했다.

“네가 본 건 그 순간의 수량이야. 인계 표를 확인하지 못한 건 절차 문제였어.” 기환이 답했다.

이슬은 자신이 잘못한 줄 알고 걱정했지만, 기환은 확인되지 않은 수량을 확정해 적지 않은 것이 맞다고 했다. 새롬은 각자 본 사실과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구분해 쓰도록 서식에 칸을 나눴다. 기록은 누군가를 벌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 근무자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야 했다.

오후 봉사자 교육에는 여섯 명이 왔다. 새롬은 사료 포대를 열기 전에 제품명과 날짜를 확인하는 방법을 보여 줬다. 한 봉사자가 두부에게 간식을 줘도 되느냐고 묻자, 기환은 두부뿐 아니라 어떤 동물이든 담당자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봉사자는 동물이 철창 앞으로 오면 만져도 되냐고 물었다. 기환은 몸이 가까이 온 것과 접촉을 허용한 것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담당자가 정한 거리와 방법을 따라야 했다.

교육 중 한 봉사자가 자기 개에게 사용하던 그릇을 후원하고 싶다며 큰 플라스틱 통을 꺼냈다. 그릇에는 이름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안쪽에 흠집이 많았다. 새롬은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다른 그릇과 섞지 말자고 했다. 기환은 세척과 소독이 가능한 재질인지 살피고, 흠집 깊이가 세척 기준에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원자는 새것이라며 괜찮다고 주장했지만, 중고 그릇은 물품 담당자의 검수를 거쳐야 했다.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가져왔어요.”

“감사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새롬은 후원자의 연락처와 물품 상태만 기록했다. 그릇이 새롬 마음대로 급식 도구가 되지는 않았다. 기환은 견본으로 확인한 뒤 사용할 수 없다면 이유를 알려 주겠다고 했다. 봉사자들은 선의를 거절당했다는 기분이 들 수 있었지만, 동물이 쓰는 도구는 안전 기준을 따라야 했다. 새롬은 그 원칙을 교육 자료의 마지막 장에 추가했다.
교육 뒤 이슬은 두부 방 앞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두부가 문 쪽으로 다가왔다가 다시 안으로 돌아갔다. 이슬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새롬은 그 장면을 지켜보며, 두부가 다가온 일을 이슬의 성취로 적지 않았다. 두부가 선택한 움직임으로 기록했다. 이슬은 자기가 기다린 시간이 길었지만, 두부가 가까이 오지 않아도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입양 이야기는 가족한테 했어?” 새롬이 물었다.

“아직요. 부모님이 준비가 안 됐다고 하면 속상할 것 같아서요. 근데 오늘은 그분들이 같이 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이슬은 이번 주말에 가족과 보호소 입양 상담을 먼저 예약하겠다고 했다. 두부를 데려올 수 있는지 묻기보다, 집에서 동물을 돌볼 시간과 비용부터 이야기해 보겠다고 했다. 새롬은 그 대화가 입양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필요한 절차라고 말했다. 이슬은 자신의 노트에 ‘입양 상담 예약’이라고 적었다.

교육을 마친 뒤 봉사자들은 다음 주 근무표를 나눠 적었다. 한 사람은 토요일만 올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은 급식보다 세척을 맡고 싶다고 했다. 기환은 모두에게 같은 일을 배정하지 않고, 각자 가능한 시간과 교육 이수 여부에 맞춰 역할을 나눴다. 새롬은 조리와 재고 확인을 격주로 맡기로 했다. 자신이 계속 모든 급식을 책임지겠다고 말하려다 멈췄다. 빈 시간은 직원이 확인하고, 봉사자가 없는 날은 보호소 기본 인력으로 운영해야 했다.
저녁 급식 때 두부는 85그램을 먹었다. 기환은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 같은 사료량을 유지해 며칠 더 관찰하기로 했다. 먹는 양이 늘어난 원인을 소음 감소나 장소 변화 한 가지로 단정하지 않았다. 수의사는 식사 기록을 보고 다음 날 상태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새롬은 표에 각 급여 시각과 먹은 양을 입력하고, 물그릇 교체와 실제 음수 관찰을 나눠 기록했다.

봉사자 교육은 매주 한 번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진행하기로 했다. 급식·세척·접촉 담당을 나누고, 승인되지 않은 음식은 받지 않는 기준도 게시했다. 후원 재고표는 입고와 격리, 폐기까지 연결하도록 바뀌었다. 새롬은 자신의 조리 경험을 보호소 업무에 맞게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보호소의 식단을 직접 설계하거나 동물의 식사 거부 이유를 판단하는 일은 맡지 않았다.

집에 가는 길 새롬은 닫힌 식당 앞에 멈췄다. 임대인은 다음 달부터 점포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문을 열지 않을 거라면 보증금을 정리할지, 다시 영업할지 이번 달 안에 알려 달라고 했다. 새롬은 휴대전화에 답장을 쓰지 않았다. 보리를 떠나보낸 뒤 식당 문을 닫은 선택은 쉬웠지만, 계속 닫아 두는 이유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보호소에서 두부는 오늘도 정량을 다 먹지 않았다. 새롬은 그릇을 비우기 위해 간식을 섞지 않았다. 두부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은 기환과 수의사였고, 새롬은 주방과 급여 기록을 맡았다. 이슬은 입양 상담을 예약하겠다고 약속했고, 아직 두부를 만지지 않았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지자 다음 급식 준비는 더 조용해졌다.

새롬은 내일 보호소에 출근하기 전에 임대인에게 연락해야 했다. 가게를 다시 열지, 정리할지 결정하는 일은 두부의 식사량과는 관계가 없었다. 그녀는 열쇠를 쥔 채 식당 문 앞에 서 있다가, 이번에는 보리의 밥그릇이 아니라 계약서부터 꺼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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