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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염전의 세금 장부2화

동해 염전의 세금 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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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불장부와 파도표

염전의 불은 젖은 장작 때문에 꺼졌다. 복순은 가마솥을 덮고 불씨를 살리려 했지만, 물기가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 그날 소금 결정은 반쯤 굳어 버렸다. 노동자들은 장작을 옮긴 사람을 찾으려 했고, 길수는 누군가 고의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복순은 먼저 남은 소금을 지켰다. 무리하게 불을 올리면 솥이 깨질 수 있었다. 그녀는 장작을 말리는 동안 가마솥의 소금을 작은 판에 펼쳐 습기를 빼기로 했다. 노동자들은 불을 살리는 사람과 자루를 지키는 사람, 사라진 장부를 찾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정언은 관아 창고에서 원본 장부를 가져오려 했지만, 박수찬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 두었다고 했다. 그는 암행어사의 신분을 밝히면 장부를 내놓겠다고 요구했다. 정언은 패찰을 보이지 않았다. 이전 조사에서 신분을 밝힌 뒤 증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복순은 정언에게 서기관처럼 명령하지 말라고 했다. 주민들은 자신의 이름이 기록에 올라가면 관아가 보복할 수 있다고 두려워했다. 정언은 자신의 조사 결과만 남기고 주민의 이름은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복순은 그 약속이 법으로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장부를 찾지 않으면 곡식과 소금은 계속 사라져요.”

“그럼 먼저 공개할 걸 정해야죠.”

그들은 노동자들과 함께 마을 바닷길에서 회의를 열었다. 세금 자루의 수량과 운송 경로는 공개할 수 있지만, 운송에 참여한 사람의 이름은 당사자의 허락을 받기로 했다. 길수는 자신의 서명과 매듭법을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 다만 그가 알고 있는 상단의 이름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해연은 파도표의 출항 시각과 염전의 생산 날짜를 나란히 놓았다. 배는 소금이 만들어진 다음 날이 아니라 그보다 이틀 먼저 출발했다. 상단은 아직 생산되지 않은 자루의 운송비를 선금으로 냈다. 누군가 소금의 생산량을 미리 정해 놓고, 장부를 그 숫자에 맞춘 셈이었다.

“관아가 소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기도 전에요?” 복순이 물었다.

해연은 생산 계획과 세금량을 정하는 회의에 상단 사람이 왔다고 들었다. 그들은 창고에 남은 소금이 얼마나 되는지 묻고, 장작 사용량을 확인했다. 그 뒤부터 장부 수량이 줄었다.

복순은 상단이 염전의 기술을 훔쳤다고 의심했다. 불의 세기와 바닷물 농도를 알면 어느 날 얼마나 소금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녀는 불장부의 원본을 보여 주는 대신, 자신이 맡은 가마솥의 기록만 공개했다. 다른 장인들도 각자 기록을 꺼낼지 선택하도록 했다.

길수는 반대했다. “장부가 모두 공개되면 염전의 방식이 다른 고을에 알려져.”

“그럼 얼마나 공개할지 당신도 말해요.” 복순이 말했다.

“관아에 나갈 수량만 알리고, 불의 비법은 남기지 맙시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우려를 분명히 했다. 복순은 노동자가 만든 기술을 상단과 관리가 마음대로 가져가는 걸 막는 것도 중요했다. 그들은 생산량, 납부량, 장작 소비량만 보여 주고 가마솥을 쓰는 정확한 시간은 감추기로 했다.

정언은 세금 장부를 대신할 수량표를 만들었다. 주민들이 직접 수량을 확인하고, 한 사람의 글씨만으로 기록을 바꾸지 못하도록 날짜마다 다른 사람이 서명한다. 그 제안은 편리했지만, 복순은 일손이 부족한 염전에서 기록을 맡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럼 제가 돕겠습니다.” 정언이 말했다.

“당신은 며칠 뒤 떠날 사람이잖아요.”

그는 잠시 답하지 못했다. 암행어사의 임무는 조사하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계속 쓸 장부를 만들려면 지역 사람이 책임져야 했다. 해연은 바닷길을 맡고, 복순은 생산량을, 길수는 납부 자루를 확인하기로 했다. 정언은 첫 번째 기록을 검증하고 떠나는 시점을 주민과 정하기로 했다.

해연은 밤에 나루를 조사했다. 복순은 그녀를 혼자 보내지 않으려 했지만, 해연은 자신이 바닷길을 가장 잘 안다고 고집했다. 복순은 그 말이 맞아도 위험을 혼자 지게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해연은 결국 주민 두 명과 함께 작은 배를 탔다.

나루에는 세금 자루가 없었다. 대신 빈 자루와 관아 인장이 찍힌 밧줄이 쌓여 있었다. 해연은 배의 밑판을 확인하고, 소금물이 새는 작은 틈을 발견했다. 밧줄 자국은 한 번에 자루 열두 개를 묶을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그 배가 어디론가 여러 차례 왕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복순은 인장이 찍힌 자루를 쓰는 방식이 일반 납부용과 다르다고 알아봤다. 자루 입구의 매듭은 관아 창고에서 묶는 것이 아니라 염전 안에서 만들어졌다. 길수가 매듭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자루를 묶은 적은 있다고 인정했지만, 다른 포구로 보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정언은 길수를 다시 심문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노동자들과 함께 매듭을 재현하게 하고, 자루에 넣은 소금의 실제 무게를 쟀다. 표준 자루보다 한 되씩 적었다. 그 차이를 여러 자루에 모으면 열두 섬이 됐다.

길수는 결국 자루를 적게 채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관아의 명령이라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복순은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는 마을의 식량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거짓 장부에 서명했지만, 그 서명은 수탈을 숨겼다.

“누구의 명령이었습니까?” 정언이 물었다.

길수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지시가 적힌 쪽지를 보여 줬다. 쪽지에는 박수찬 아전의 도장이 찍혀 있었지만, 글씨는 다른 사람이 쓴 것이었다. 도장은 관아의 것이고, 필체는 상단 서기의 것이었다.

상단과 관아가 함께 움직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쪽지 하나로 확정할 수는 없었다. 복순은 더 큰 증거를 찾기 위해 나루의 배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해연은 지난밤 배가 남쪽 섬으로 향했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배를 따라가기로 했다. 출항하기 전, 복순은 남은 소금을 마을에 나눴다. 자신의 몫에서 병든 이웃에게 덜어 주었던 소금도 기록에 올렸다. 그 기록을 공개하면 그녀도 세금 절도의 책임을 질 수 있었다.

“제가 나눈 소금은 숨기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누가 굶고 있었는지는 적지 말아 주세요.”

정언은 그 요청을 기록에 표시했다. 마을 사람들은 나루를 향하는 배에 올랐다. 복순은 소금 자루 대신 빈 자루와 저울을 챙겼다. 그들이 찾으려는 것은 곡식이 아니라, 빠져나간 수량과 운송의 흔적이었다.

남쪽 섬에 닿자 배는 흔적 없이 사라져 있었다. 모래 위에는 관아 인장이 찍힌 나무판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 뒤쪽에 새겨진 글씨는 세금 장부의 첫 줄과 같았다.

‘올해 납부량은 이미 정해졌다.’

섬의 나무판은 새로 깎은 흔적이 있었다. 복순은 그 표면에 묻은 소금의 결정을 보고, 나무가 염전 창고에서 한동안 자루 받침으로 쓰였다고 판단했다. 그 뒤 누군가 판을 잘라 표식으로 만들었다. 자루의 무게를 줄인 일이 한 번의 운송이 아니라, 여러 달에 걸친 방식일 수 있었다.

해연은 배가 사라진 쪽의 물결을 살폈다. 모래 위에는 닻을 끌어당긴 흔적이 있지만, 물살은 남쪽으로 흐르지 않았다. 배가 북쪽으로 갔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파도표의 기록을 다시 읽고, 출항 시간이 실제로는 밀물의 시작보다 앞섰다는 점을 발견했다. 배는 강한 역류를 이용해 해안선을 따라 움직였다.

정언은 나무판의 도장을 관아 장부와 비교했다. 인장은 같은 틀에서 찍혔지만, 가장자리의 자국은 두 번 눌러 찍은 흔적이었다. 누군가 인장을 빌려 썼거나, 도장을 복제했다. 그는 관아 관리가 가담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도장이 언제 어디서 사용됐는지 확인해야 했다.

복순은 나무판을 마을로 가져가자고 했다. 그것이 세금 자루를 묶은 증거가 될 수 있었다. 해연은 판을 배에 싣기 전에 사진 대신 자와 종이로 크기를 재고, 상처 난 부분을 그렸다. 운송 중 판이 부서지더라도 기록은 남아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안개가 짙어졌다. 배 앞을 지나던 작은 어선이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해연은 그 어선이 자신들을 피하는 게 아니라, 뒤따라오는 배를 경고하고 있다고 알아차렸다. 그는 불을 켜지 않고, 노를 물에 담그는 깊이를 바꿔 배의 소리를 줄였다.

뒤따르던 배는 바위섬 뒤에 숨어 기다렸다. 정언은 암행어사의 패찰을 보여 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배가 도망가고 나무판이 사라질 수 있었다. 복순은 자신이 직접 나무판을 들고 배 앞에 섰다. 그들이 원하는 게 증거라면 빼앗으러 오라고 했다.

배에서 내린 사람은 염전 상단의 서기였다. 그는 자루가 줄어든 이유를 마을의 품질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복순은 그가 염전의 불장부와 무게를 직접 확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 자루를 운송한 건 맞지만, 수량을 정한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그럼 누가 정했습니까?”

서기는 답하지 않았다. 정언은 그에게 체포 영장을 보여 주지 않고, 사실을 진술할지 선택할 기회를 주었다. 서기는 도망가려다 배의 줄이 풀린 걸 보고 멈췄다. 그가 혼자 돌아가면 상단에서 책임을 씌울 것 같다고 했다.

복순은 그를 바로 마을로 데려가지 않았다. 먼저 그가 원하는 보호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 있는 염전 마을을 떠나지 않길 원했다. 그 대신 장부를 조작한 지시가 적힌 쪽지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정언은 그가 증거를 숨기거나 바꿀 위험도 설명했다. 서기는 쪽지를 원본과 대조할 때까지 복순이 직접 보관하도록 맡기기로 했다.

마을에 돌아온 뒤, 노동자들은 나무판과 자루 매듭을 함께 확인했다. 판의 표식은 세금 장부의 수량을 미리 정하는 데 쓰인 것이 아니라, 자루를 실은 배를 구별하는 번호였다. 세금 자루와 상단 자루가 같은 선박에 실렸다. 실제 납부량과 밀수량을 구별하지 않도록 일부러 같은 인장을 사용했다.

길수는 그 사실을 듣고 자신이 맡았던 매듭법을 다시 설명했다. 그는 세금 자루와 상단 자루에 다른 매듭을 써야 했지만, 지시를 받아 같은 매듭으로 묶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왜 서명했는지 말하고, 받은 돈의 일부를 염전 장작값으로 썼다고 털어놨다.

복순은 길수를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모든 죄를 혼자 지게 하지도 않았다. 장작을 사게 된 경위와 상단의 요구를 함께 기록하고, 주민들이 그의 서명을 공개할지 정하도록 했다. 길수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지 않겠다고 했다.

정언은 아전 박수찬을 찾아가 인장 사용 시점을 확인했다. 박수찬은 도장을 서기에게 맡긴 적이 있으며, 자신이 직접 자루를 운송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정에 세곡을 제때 보내려고 운송 편의를 허락했다고 했다. 염전 주민은 소금을 잃었지만, 그는 그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해연은 그가 몰랐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파도표의 출항 날짜를 보여 주며, 상단 배가 야간마다 관아 창고를 떠난 사실을 알려 줬다. 박수찬은 그 기록이 위조일 수 있다고 했다. 해연은 자기 배와 선원들이 직접 본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증언자로 나설 사람의 이름을 공개해도 되는지 먼저 물었다.

선원들은 이름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항해 시각과 배의 흠집, 닻의 모양을 증언하기로 했다. 정언은 그들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박수찬은 서기를 부르겠다고 했다. 서기는 원본 쪽지와 장부를 대조하는 데 동의했다. 내일 해가 뜨면 관아 창고 문이 열릴 예정이었다.

밤사이 창고를 지키던 노동자가 문고리에서 새 인장 자국을 발견했다. 누군가 창고의 열쇠를 복제한 듯했다. 수탈 장부의 원본을 옮기기 전에, 그들은 문을 열지 말지 결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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