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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염전의 세금 장부3화

동해 염전의 세금 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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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비어 있는 자루의 서명

관아 창고 문고리에는 새 인장 자국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열쇠를 복제했거나, 새 자물쇠를 달았다. 정언은 문을 열기 전에 창고를 지키던 노동자들에게 밤새 무엇을 보았는지 물었다. 한 사람은 자정에 발소리를 들었고, 다른 사람은 새벽에 배가 떠나는 소리를 들었다. 두 사람은 얼굴을 보지 못했다.

박수찬은 자신이 창고를 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도장을 맡긴 서기가 밤에 창고를 다녀왔을 수도 있었다. 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정언은 문을 강제로 열지 않았다. 안에 증거가 있더라도 무단으로 열면 누가 먼저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복순은 그가 기다리는 동안 염전의 생산량을 다시 쟀다. 가마솥의 소금은 물기가 빠져 무게가 줄었다. 어제 기록과 비교하려면 건조 시간을 맞춰야 했다. 노동자들은 자루를 새로 묶기 전에 저울을 다시 맞추고, 각자의 표식을 넣었다. 자루에는 관아 인장이 없었다.

길수는 자신이 매듭을 묶는 법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그는 관리가 시킨 대로 소금 양을 줄였지만, 매듭의 순서는 바꾸지 않았다. 복순은 자루를 받아 다시 풀어 보고, 안쪽에 소금이 덜 들어간 흔적을 확인했다. 길수는 그 자루 수량을 세금 장부에 적으며 자신의 서명을 남겼다.

“내 서명은 지우지 마시오.”

“당신이 원해도 내가 지울 권리는 없어요.”

그는 고개를 숙였다. 복순은 그와 같이 일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다만 장부 공개를 위한 증언을 듣기로 했다. 길수는 자신의 가족도 관리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이름을 공개하되, 가족이 사는 집의 위치는 기록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해연은 남쪽 포구에서 아버지의 배를 찾았다. 배는 밧줄로 묶여 있었고, 선창에는 비어 있는 소금 자루가 놓여 있었다. 자루는 관아의 인장이 찍혀 있었지만 매듭은 복순이 염전에서 쓰는 방식과 달랐다. 해연은 아버지가 운반에 참여했는지 확인하기 전에 배를 열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배 안에서 나왔다. 그는 아픈 다리를 절며 자루를 숨기려 했다. 해연은 아버지에게 왜 돌아오지 않았는지 묻지 않았다. 먼저 이 배가 어디로 갔는지, 누가 탔는지 물었다.

“나는 자루를 실어 나른 게 아니라, 빈 배를 빌려 줬다.”

“그럼 왜 인장이 찍혀 있죠?”

“상단이 나중에 붙였을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이 모른다고 주장했지만, 배의 밑판에는 소금이 쌓였던 자국이 남아 있었다. 해연은 아버지가 거짓말하는지 판단하기보다, 그 자국을 정언에게 보여 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증거를 덮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는 배를 빌려준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세금 자루가 실렸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해연은 운항표를 보여 주며 출항 날짜를 물었다. 그는 두 날짜를 기억했다. 그날은 파도가 높아 배를 띄우지 말아야 했지만, 누군가 빠른 돈을 주고 무리하게 출항시켰다.

관아 창고로 돌아온 서기는 인장을 찍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가진 도장에는 모서리가 깨진 자국이 있었고, 문고리의 인장에는 같은 흠이 없었다. 도장은 복제되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원본 인장을 빌려 쓴 뒤, 다른 것으로 바꿔 놓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정언은 창고를 열기 전에 서기, 박수찬, 노동자 대표가 함께 안을 확인하자고 했다. 박수찬은 반대했다. 창고를 열면 세곡의 재고가 공개되어 관아의 책임이 커진다는 이유였다. 노동자 대표는 장부의 수량과 현장 자루를 직접 비교하겠다고 했다.

문이 열리자 자루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인장이 찍힌 자루는 열두 개였지만, 안에는 소금이 없었다. 자루는 물에 적셔 무게를 속이고, 소금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바닥에는 젖은 소금이 쓸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복순은 바닥의 결정 모양을 살펴보았다. 소금이 바닷물에 젖은 게 아니라, 민물에 씻겨 내려간 흔적이었다. 누군가 자루를 비운 뒤 일부러 무게만 남기려 물을 부었다. 자루를 옮긴 배는 창고 뒤의 좁은 나루를 사용했다.

해연은 아버지의 배가 그 나루에 들어간 적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항해 기록에는 다음 포구의 이름이 있었다. 그곳은 겨울에 소금을 사들이는 상단 창고였다.

박수찬은 자신이 창고의 열쇠를 서기에게 맡겼고, 자루가 비어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서기는 관아의 도장을 빌려준 사실을 인정했다. 상단의 서기가 운송 기록을 써 주면, 그가 장부에 옮겨 적었다. 그는 도장이 복제됐다고 생각했지만 확인하지 않았다.

“모른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정언이 말했다. “누구에게서 도장을 받았고, 언제 돌려줬는지 기억합니까?”

서기는 날짜를 찾기 위해 자신의 일지를 꺼냈다. 기록에는 박수찬과 함께 수령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관리들은 세금을 빼돌린 이득을 나눠 갖고, 흉년으로 오른 소금값을 이용해 겨울 구휼미를 사들이려 했다. 수탈은 단순히 창고 한 곳의 일이 아니었다.

복순은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세금 자루가 비었다고 해서 그 안의 소금이 모두 마을로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상단 창고에 있는 소금은 이미 돈을 받고 팔렸을 수도 있다. 고발을 하면 창고의 문이 닫히고, 다음 겨울에 필요한 소금이 끊길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먼저 소금 재고를 확인한 뒤, 최소한의 겨울 몫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 양을 세금으로 처리할지, 구휼로 받을지는 관아의 결정만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노동자들은 생산량과 수령량을 공동 장부에 기록하고, 부족분을 누가 보충할지 공개적으로 물었다.

정언은 암행어사의 패찰을 공개했다. 그는 관아 관리들을 조사할 권한이 있지만, 그 권한만으로 모든 소금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마을은 그가 떠난 뒤에도 장부를 계속 쓸 사람이 필요했다. 복순은 그 일을 맡을지 망설였다. 그녀는 염전을 비우면 생산을 놓칠 수 있었다.

해연은 파도표를 맡겠다고 했다. 길수는 세금 자루의 매듭과 무게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복순은 불장부의 원본을 공개하되, 가마솥의 비법은 마을 안에 남기기로 했다. 정언은 관아 문서의 사본을 마을에 맡기고, 원본은 상급 관아에 가져가기로 했다.

그날 밤 마을은 자루를 다시 묶었다. 한 자루는 겨울 구휼용으로, 한 자루는 관아에 제출할 증거로 나눴다. 누구도 그것을 자기 이름으로만 소유하지 않았다. 복순은 자신의 이름을 장부에 적고, 병든 이웃에게 소금을 나눈 사실도 남겼다.

정언은 떠나기 전에 박수찬과 서기를 데려갔다. 두 사람은 도망치지 않았지만, 죄를 모두 인정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의 말은 기록과 함께 상급 관아에서 확인될 것이다. 복순은 그들이 처벌받으면 모든 문제가 끝난다고 믿지 않았다. 세금 자루가 다시 채워지고 장부가 계속 쓰이는지 지켜봐야 했다.

바람이 바뀐 새벽, 해연은 아버지에게 배를 함께 수리하자고 했다. 그는 빚을 갚을 때까지 마을의 소금을 운반하겠다고 했다. 해연은 혼자서 모든 항로를 맡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복순은 새 장부의 첫 줄에 실제 생산량을 적었다. 그 아래에는 관아가 요구한 수량, 주민이 받은 몫, 상단으로 나간 자루 수를 따로 기록했다. 장부에는 아직 빈칸이 남아 있었다. 누가 다음 운송을 맡을지, 겨울이 지나고 나서 함께 결정할 일이었다.

정언은 고을을 떠났다. 그가 남긴 패찰의 사본은 관아 문에 걸리지 않았다. 대신 주민들이 매일 저울을 확인하는 염전 창고 안에 보관됐다. 권한은 떠나도, 수량을 확인하는 사람은 남았다.

그날 저녁, 상단 창고에서 사라진 소금 자루가 바닷가에 떠밀려 왔다. 자루에는 관아 인장이 아니라 낯선 배의 문양이 찍혀 있었다. 복순은 수탈 장부의 마지막 장에 그 문양을 그려 넣었다.

낯선 배의 문양은 복순이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해연은 그 자루가 상단의 창고에서 나온 것인지, 다른 고을의 배가 버린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선착장의 밧줄 자국을 살피고, 배가 동쪽 바람을 타고 들어왔음을 기록했다.

“또 다른 고을을 찾아가야 하나요?” 복순이 물었다.

“그 전에 우리 마을의 자루가 어디로 갔는지 확인해야 해요.”

정언이 떠났다고 추적이 끝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해연은 이번에는 혼자 배를 타지 않겠다고 했다. 선원들과 항해 날짜를 맞추고, 자루의 문양을 공개해도 되는지 마을에 물었다. 주민들은 문양은 알려도 되지만, 배를 몬 사람의 이름은 확인하기 전까지 적지 말자고 했다.

해연은 동쪽으로 가는 배의 선원에게서 낯선 문양을 본 적 있다는 답장을 받았다. 그 배는 상단의 소금이 아니라 관아의 군량을 운반했고, 자루의 일부는 해안 초소에 전달됐다고 했다. 자루가 다시 군량으로 쓰였는지, 상단이 되팔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복순은 군량이 쓰일 초소에 겨울 소금을 보내는 일에 동의했다. 다만 그 소금이 세금으로 적히지 않고, 마을에서 보낸 구휼물이라는 사실을 함께 기록해야 했다. 해연은 운송표에 그 문구를 적고, 배에 탄 사람들에게 읽어 줬다. 그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그 항해에 참여했지만, 어떤 짐을 옮기는지 모두 알았다.

새 장부는 관아에 제출할 사본과 마을에 남길 원본으로 나뉘었다. 원본에는 생산량, 세금 자루, 나눠 준 양을 기록했고, 개인 이름은 당사자가 공개를 허락한 경우에만 적었다. 공동 장부를 맡은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날에 기록을 확인했다.

복순은 장부를 쓰면서 더 이상 모든 줄에 자기 서명을 넣지 않았다. 그녀는 각 노동자가 자신이 책임진 수량 옆에 직접 표시하게 했다. 서명은 죄를 한 사람에게 넘기는 표식이 아니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약속이 되었다.

염전의 불은 다시 붙었다. 가마솥 아래에서 바닷물이 끓고, 소금 결정이 흰 가장자리를 만들었다. 복순은 생산량을 먼저 예측하지 않았다. 물때와 바람이 바뀌면 결과도 달라졌다. 기록은 그날의 실제 작업을 따라가기로 했다.

해연은 배를 띄우기 전에 포구의 주민들에게 어느 길로 갈지 물었다. 아이가 있는 집은 안전한 항로를 원했고, 상인은 빠른 길을 원했다. 그들은 돌아올 때 다른 포구에 들르기로 합의했다. 누구의 화물도 숨기지 않기로 했다.

바다 건너편에 새 문양이 그려진 배가 나타났다. 해연은 그 배를 따라가지 않고, 항로를 장부에 먼저 적었다. 복순은 새로운 자루의 무게를 확인하고, 필요한 양을 나눴다. 수탈의 흔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마을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함께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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