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 야간검표국

2화: 물길을 기억하는 사공
밧줄을 따라 물가로 나온 사람은 연주가 아니었다. 어깨가 넓은 사내가 물에 젖은 채 돌기둥을 붙잡고 있었다. 그는 입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타고 있다”고 말했다. 강 가운데에서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은령은 구조용 줄을 몸에 묶고 물로 내려가려 했다.
진만이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물살이 바뀌었어. 지금 들어가면 둘 다 떠내려간다.”
“저 사람이 혼자 돌아왔어요. 배가 있다는 뜻이에요.”
“그 배를 묶을 곳이 없어.”
소홍은 난간에 걸린 빈 상자를 가리켰다. 상자 바닥에 구멍이 뚫려 물이 차 있었다. 그녀는 갑판의 짐을 한쪽으로 밀어 배를 낮게 기울이면 밧줄을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승객들은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비단 상인은 자신의 상자를 놓지 않으려 했지만, 안에는 비단이 아니라 쇠추가 들어 있었다.
“이걸 싣고 어디로 가려는 거죠?” 은령이 물었다.
상인은 얼굴을 굳혔다. “표국이 짐을 열지 않는 게 규칙 아닌가?”
“그 규칙은 승객의 목숨을 물속에 두라고 만든 게 아닙니다.”
상인은 쇠추를 내놓지 않았다. 은령은 억지로 뺏지 않고, 그가 직접 상자를 열어 무게를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긴 침묵 뒤 그는 쇠추 두 개를 밖으로 꺼냈다. 나머지 하나는 자신이 끝까지 지키겠다며 품에 넣었다. 배가 조금 기울자 물가의 사내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도운이라고 소개했다. 무표 포구에서 사람들을 작은 배로 옮기던 일꾼이었다. 연주는 며칠 전에 포구를 지나갔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도운은 밤마다 승객이 사라진다는 소문을 듣고 밧줄에 매달려 탈출했다. 물속의 배에는 네 명이 남아 있었다.
“그 배를 어디서 찾을 수 있죠?” 은령이 물었다.
“지도에 없는 물길 안쪽. 진만 사공은 알 겁니다.”
모두가 진만을 돌아봤다. 그는 대답을 피하며 밧줄의 매듭을 정리했다. 은령은 그에게 책임을 묻고 싶었지만, 배의 바닥에서 물이 새는 소리가 들렸다. 먼저 사람들을 구조해야 했다.
도운은 무표 포구의 돌기둥 아래로 들어가는 수로가 있다고 말했다. 물때가 맞으면 작은 배가 통과하지만, 큰 배는 바닥이 걸릴 수 있었다. 진만은 그 수로를 오래전 한 번 써 봤다고 인정했다. 그가 처음 검표국에 들어왔을 때, 유단의 동생을 찾으려고 함께 지나갔다. 그 이후 다시는 그 길을 쓰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왜요?” 소홍이 물었다.
“내가 그 배를 몰았고, 동생은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그는 수로 안에서 배가 부서졌다고만 설명했다. 은령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배에 남은 승객들을 확인했다. 하류로 가야 하는 상인 둘은 구조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노인은 딸을 찾아야 한다며 강물에 뛰어들려 했고, 은령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제가 대신 들어가겠습니다. 당신은 살아서 딸의 이름을 계속 불러야 해요.”
“내가 직접 가야 알아볼 수 있소.”
“그럼 줄을 잡고 함께 가요. 혼자 들어가진 않습니다.”
진만은 젖은 옷을 갈아입고 작은 배를 준비했다. 표국에 남아 있던 쪽배는 두 명이 타면 거의 물에 잠겼다. 소홍은 갑판의 나무판을 떼어 배의 옆에 덧대고 밧줄로 고정했다. 완벽한 보강은 아니었지만 한 사람이 더 탈 수 있었다.
은령은 도운에게 물속의 배에서 누가 먼저 빠져나와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다리를 다친 사람부터 올려야 한다고 답했다. 도운이 바로 지목한 이름은 연주였다. 그녀가 자신의 아내라고 털어놨다.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딸을 찾으려는 자신과 아내를 찾는 도운, 둘 다 물속에 가족을 둔 셈이었다.
작은 배가 수로에 들어서자 소리가 달라졌다. 넓은 강의 물굉음은 사라지고, 돌벽을 긁는 잔물결 소리만 가까이 들렸다. 진만은 노를 움직일 때마다 물의 반동을 읽었다. 은령은 줄의 장력을 잡아당겨 수로의 굽이를 찾았다. 한 차례 배 밑이 돌에 걸렸고, 도운이 몸을 기울여 쪽배를 밀어냈다.
“줄을 놓지 마요!” 진만이 소리쳤다.
은령의 손바닥이 까졌지만 줄을 감았다. 수로 끝에서 세 번 짧은 불빛이 보였다. 배 안에 사람이 있다는 신호였다. 진만은 불빛이 너무 일정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의 손이 흔든 게 아니라, 고정된 등불이 물결에 흔들린 것처럼 보였다.
은령은 응답하지 않고 배의 속도를 줄였다. 그때 반대쪽 벽에서 돌이 떨어졌다. 누군가 수로 위에서 그들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진만은 노를 거꾸로 밀어 배를 바위 뒤에 숨겼다. 도운이 화살 소리를 듣고 고개를 숙였다. 화살은 배의 돛대에 꽂혔다.
“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배가 아니라 사람을 기다린 거겠지.” 진만이 답했다.
은령은 화살촉을 뽑았다. 철이 아니라 가벼운 대나무였고, 끝에는 젖은 종이 조각이 감겨 있었다. 종이에는 물에 번진 글씨가 남았다. ‘유단이 길을 열었다.’ 은령은 그 문장이 사실인지 함정인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다시 움직였지만 등불 쪽으로 가지 않았다. 진만은 벽의 이끼가 끊긴 곳을 찾아 숨은 수로를 발견했다. 작은 배가 들어갈 만큼 좁았다. 그 안쪽에서 낮은 신음이 들렸다. 은령은 배를 대고 줄을 걸었다. 한 사람씩 끌어올리자 다리를 다친 소년, 노파, 젊은 사내가 나왔다. 마지막에 나온 사람은 얼굴을 가린 여자였다.
노인은 그녀를 보고 숨을 삼켰다. “연주야.”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도운이 그녀의 팔을 잡으려 하자 그녀는 뒷걸음질쳤다. “당신이 나를 데리러 온 걸 믿을 수 없어.”
도운은 손을 내렸다. 그는 연주가 자신을 두고 떠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연주는 무표 포구에서 사람들을 옮기던 일을 도왔고, 도운은 그 사실을 표국주에게 알렸다. 그는 아내를 보호하려 했지만, 그 소식이 알려지며 다른 사람들이 체포됐다. 연주는 그를 떠나면서 이름을 숨겼다.
노인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도 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네가 돌아오지 않았어도 내가 계속 찾았을 거다. 하지만 내가 찾는다고 네가 돌아와야 하는 건 아니구나.”
연주는 그제야 얼굴 가리개를 내렸다. 그녀는 도운의 손을 잡지 않았지만, 그가 살아서 온 것을 보고 울었다. 도운은 사과하려 했으나 그녀가 말렸다.
“지금은 배부터 나가요. 말은 그 다음에 들어도 늦지 않아요.”
세 사람은 작은 배로 돌아왔다. 그러나 수로 입구가 돌무더기로 막혀 있었다. 강물이 더 불면 쪽배는 눌려 부서질 수 있었다. 진만은 다른 출구가 있다고 했지만, 유단의 동생이 사라진 물길이었다.
소홍은 그동안 숨겨 둔 장부를 꺼냈다. 무표 포구로 향한 표행 날짜와 하선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은령의 오빠 이름도 있었다. 장부의 해당 페이지는 물에 젖어 반쯤 지워졌지만, 마지막 글자 ‘령’은 남아 있었다.
“왜 지금 보여 줘요?” 은령이 물었다.
“유단이 시킨 일이니까. 하지만 이제 숨기면 안 될 것 같아.”
그들은 돌무더기를 뚫어야 했다. 연주와 도운이 수로의 안쪽에서 밧줄을 당기고, 은령은 바깥에서 배를 돌리기로 했다. 진만은 오래전 맹세를 깨고 동생이 사라진 물길로 노를 밀어 넣었다. 물속에서 갑자기 밧줄이 당겨졌다.
그 끝에는 누군가의 밤표가 묶여 있었다. 이름 칸에는 ‘은령’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녀는 젖은 종이를 쥐었다. 자신이 아직 이 배에 타지도 않았던 시절의 날짜였다. 오빠가 마지막으로 실종된 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표에 먼저 적어 두었다.
은령은 종이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빗물에 번진 날짜는 자신이 기억하던 오빠의 출항일과 하루 차이가 났다. 장부의 기록이 틀렸을 수도 있었다. 표국이 출발 시간을 고쳐 적었을 수도, 오빠가 다른 배를 탔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어느 가능성도 진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이건 누가 썼습니까?”
진만은 종이를 보자마자 얼굴을 돌렸다. 소홍은 장부를 펼쳐 잉크 자국을 확인했다. 밤표의 종이는 검표국 창고에서 쓰던 것과 같았다. 잉크는 비에 번졌지만, 이름의 획은 은령의 손글씨와 닮았다. 그녀는 아직 표사가 되기 전, 오빠에게 글씨를 배웠을 때 같은 방식으로 ‘령’ 자를 썼다.
“내가 쓴 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네 글씨를 흉내 낸 사람이 안에 있다는 뜻이야.” 소홍이 말했다.
진만은 물길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가 숨긴 과거가 이 이름과 이어져 있을 수 있었다. 은령은 그에게 지금 말하라고 다그치지 않았다. 대신 젖은 종이를 접지 않고 말리기 위해 갑판의 돛 아래에 펼쳐 두었다. 글자가 더 번지지 않도록 소홍이 모서리에 작은 돌을 올렸다.
연주는 무표 포구에 사람들을 숨긴 이유를 설명했다. 수로세를 못 낸 이들이 집과 배를 빼앗기고, 장부에서 이름까지 지워졌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을 강 건너로 옮겼다. 오빠가 탄 표행도 그들을 돕다가 추적을 받았다. 그녀는 은령의 오빠가 어디 있는지 보지 못했지만, 배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은령은 연주에게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녀도 표국이 사라진 사람들의 이름을 장부에 남기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연주는 도운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믿었고, 도운은 표국에 알려야 그녀를 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둘의 선택은 서로를 살리려는 마음에서 시작해 서로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그럼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갈 거죠?” 은령이 물었다.
“강을 건너야 해요. 내가 데려온 사람들을 먼저 안전한 곳에 보내야 해요.”
도운은 붙잡지 않았다. “내가 따라가도 된다고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리겠어.”
연주는 그를 오래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기다리는 동안 그 사람들을 도와요. 내 허락을 기다리라는 말은 아니에요.”
진만은 배 밑에서 막힌 돌을 밀어낼 방법을 찾았다. 숨은 물길의 출구는 강둑의 오래된 수문과 이어져 있었다. 수문을 열려면 바깥에서 누군가 돌쇠를 돌려야 했다. 그는 예전에 유단의 동생과 함께 그 수문을 열었고, 그날 물살이 급격히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은령은 수문에 가겠다고 했다. 진만이 반대하자 그녀는 밤표를 내밀었다. “이건 내 이름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제 내 일도 됐어요.”
“네 오빠를 찾으러 가다가 너까지 사라질 수 있어.”
“그래서 혼자 가지 않겠습니다.”
소홍은 장부를 품고 따라나섰고, 연주와 도운은 배에 남아 구조된 사람들을 지켰다. 노인은 딸의 어깨에 손을 얹지 않고, 그저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연주가 물을 달라고 하자 그는 말없이 바가지를 건넸다. 둘 사이에는 아직 건너지 않은 강이 남아 있었다.
수문에 도착한 은령은 돌쇠에 새로 묶인 쇠사슬을 발견했다. 사슬 끝은 강물 아래로 이어졌고, 고리에 작은 밤표 여러 장이 매달려 있었다. 그중 하나에는 오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종이 뒤쪽에는 진만의 지문 자국과 같은 갈색 진흙이 묻어 있었다.
은령은 진만에게 이유를 묻기 전에, 먼저 사슬을 풀어야 했다. 물때가 바뀌기까지 남은 시간은 짧았다. 그녀가 돌쇠에 손을 얹자 강물 아래에서 세 번의 당김이 전해졌다. 누군가 살아서 응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