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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 야간검표국1화

장강 야간검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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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물에 젖은 밤표

은령이 첫 야간표행의 밤표를 받았을 때, 목적지 칸에는 ‘하류’라고만 적혀 있었다. 표국주 유단은 강 위에서 방향을 묻지 말고, 손님이 내릴 때까지 검표를 하라고 했다. 은령은 그 모호한 지시에 불만을 삼켰다. 강은 길 하나가 아니었다. 물살 하나 바뀌면 배가 암초에 부딪혔다.

배에는 모두 여덟 명이 탔다. 사공 진만이 노를 잡고, 장부 담당 소홍은 승객의 이름과 짐을 적었다. 은령은 여객의 얼굴을 확인하며 밤표를 나눠 주었다. 마지막 승객은 회색 두건을 쓴 여자였다. 이름을 묻자 그녀는 ‘연주’라고 답했다. 짐은 손바닥만 한 나무 상자 하나뿐이었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지도가 알려 줄 거예요.”

그녀는 자신의 밤표를 접어 품에 넣었다. 소홍이 어깨를 으쓱했다. “상단 사람들이 이런 말 많이 해. 약속한 포구를 숨기고 타지.”

은령은 그 승객의 표에 목적지를 적지 않았다. 그게 표국 규칙상 허용되는지 몰랐다. 진만은 배를 밀어 강 가운데로 나가며 말했다. “목적지는 출발 뒤 적을 수도 있어. 대신 승객이 동의해야 해.”

강 위의 안개는 낮게 깔렸다. 배 앞에 매단 등불은 두 장의 종이를 겨우 비췄다. 첫 번째 물굽이를 돌자 연주가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은령은 그녀가 상자를 안고 있는지 확인하려 뒤따랐다. 상자는 비어 있었다.

“짐을 열었습니까?”

“처음부터 빈 상자였어요.”

“그럼 왜 들고 탔죠?”

“제가 뭘 가져왔는지 기억해 두려는 거예요.”

연주는 상자의 안쪽 벽에 손톱으로 여덟 개의 선을 그었다. 그중 세 개는 이미 지워져 있었다. 은령이 무슨 뜻인지 묻자 연주는 대답 대신 갑판으로 올라갔다. 뒤따라 올라간 은령은 승객이 한 명 부족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장부에는 일곱 명만 남아 있었다. 소홍은 연주가 애초부터 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령은 자신의 손에 남은 밤표를 보여 줬다. 종이는 젖어 있었고, 이름 ‘연주’의 먹은 번져 있었다. 배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녀는 없었다. 난간 밖에는 물살이 검게 흐르고 있었다.

“물에 빠졌다면 노를 멈춰야 해요.” 은령이 말했다.

진만은 노를 세우지 않았다. “지금 배를 멈추면 모두 바위에 부딪혀.”

“승객이 사라졌습니다.”

“표국은 사람을 지키는 곳이지만, 배에 탄 사람 모두를 죽게 만드는 곳은 아니야.”

은령은 난간의 밧줄을 잡고 물을 살폈다. 물거품은 한 방향으로 모였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는 역류가 있었다. 누군가 갑판에서 떨어졌다면 그쪽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하지만 난간에는 젖은 손자국이 없었다. 연주는 스스로 배에서 내린 것일지도 몰랐다.

소홍은 장부를 닫고 은령에게 조용히 말했다. “밤표의 빈칸을 보세요.”

은령은 밤표를 불빛에 대고 비춰 봤다. 먹으로 쓴 하류 아래에 다른 글씨가 숨어 있었다. 종이가 젖자 ‘무표’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진만이 즉시 방향을 바꾸려 했지만, 유단이 남긴 항로는 하류였다.

“무표 포구는 장부에 없는 곳이야.” 진만이 말했다. “거기 내리면 다시는 승객으로 등록되지 않을 수 있어.”

“그걸 알면서 왜 숨기셨죠?”

“알고 있다는 것과 말할 권리가 있다는 건 달라.”

은령은 소홍을 바라봤다. 그녀는 장부의 모서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표국주는 그 포구로 가는 걸 알고 있었나요?”

소홍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보다 무거웠다. 은령은 유단의 지시를 어기고 무표 포구로 가자고 주장했다. 승객이 사라졌고, 밤표가 목적지를 드러냈다. 배에 남은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했다.

“난 하류까지 가야 하오.” 비단 상인이 말했다.

“나도 하류요.” 젊은 무인이 거들었다.

연주의 옆자리에 앉았던 노인이 바닥을 내려다봤다. 그의 짐은 가볍고, 손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다. 그는 무표 포구에 가 본 적 있다고 털어놨다. 그곳에서 딸이 마지막으로 내렸다. 그는 딸을 찾으려고 표국 배를 탔지만, 목적지를 말하면 자신도 사라질까 두려워 침묵했다.

은령은 배의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진만은 물살이 바뀌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며 노를 잡았다. 배를 멈추면 암초에 부딪히고, 무표 포구로 틀면 상류에서 오는 배와 맞닥뜨릴 수 있었다. 은령은 승객에게 각자 선택을 묻기로 했다. 하류로 갈 사람은 남고, 포구로 갈 사람은 작은 배로 옮기는 방안이었다.

“그 작은 배는 없어요.” 소홍이 말했다. “표국주가 지난달 처분했어.”

그 말에 은령은 유단이 안전을 위해 준비해야 할 장비를 왜 없앴는지 의심했다. 표국이 빚에 시달린다는 건 알았지만, 승객을 내릴 수단까지 없앤 건 처음 들었다. 진만은 돛을 낮추고 키를 잡았다.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은 열 번의 노질뿐이었다.

노인은 무표 포구에 가겠다고 했다. 비단 상인과 젊은 무인은 반대했다. 은령은 그들에게 하류까지 안전하게 호송할 계약이 있다고 알렸다. 다만 누군가가 배 안에서 사라지는 걸 알고도 모른 척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 밤표에 ‘무표 포구, 승객 동의 후 변경’이라고 적고 서명했다. 승객 세 명이 반대 표시를 했고, 노인은 이름을 적었다. 진만은 그 표를 보고 노를 꺾었다. 배가 강의 안쪽 물길로 들어서자 선체가 크게 흔들렸다. 등불 하나가 꺼지고, 상자들이 갑판을 굴렀다.

소홍은 장부를 가슴에 안고 웅크렸다. 은령은 넘어지는 상인을 붙잡다가 팔을 난간에 부딪혔다. 피가 났지만 놓지 않았다. 한 번 더 물길이 갈라졌고, 진만은 노로 물을 밀어 배를 바위에서 떼어 냈다.

“왼쪽에서 물소리가 두 번 울려요!” 은령이 소리쳤다.

진만은 그 소리를 듣고 우측으로 키를 꺾었다. 배 밑바닥이 돌을 스치며 긁혔다. 그들은 가까스로 포구에 닿았다. 거기에는 사람의 발자국이 많았지만, 등불도 집도 없었다. 노인은 진흙에 무릎을 꿇고 딸의 이름을 불렀다.

“연주!”

은령은 그가 사라진 승객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노인은 연주가 자신의 딸이며, 몇 달 전 다른 야간표행에서 내린 뒤 행방을 알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날 밤 배에 탄 이유는 딸이 다시 포구에 돌아온다는 쪽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강 건너편에 등불이 하나 켜졌다. 등불은 짧게 두 번, 길게 한 번 흔들렸다. 진만이 얼굴을 굳혔다. “저 신호는 우리 표국 배만 쓰는 신호야.”

은령은 배의 선미를 살폈다. 못 보던 밧줄이 물속에서 선체에 묶여 있었다. 그 밧줄 끝에는 젖은 밤표 한 장이 달려 있었다. 연주의 이름 아래, 오늘 밤 사라진 승객들의 이름이 세 줄 더 적혀 있었다.

그녀는 배에 남은 사람들을 돌아봤다. 첫 임무는 승객을 목적지까지 데려가는 일이었다. 이제 목적지는 여기에 있었고, 사라진 사람들의 길은 물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은령은 밧줄을 끊지 않고 따라가기로 했다.

노인은 딸의 이름을 부르며 따라오려 했다. 은령은 그에게 배에 남아 달라고 부탁했다. “제가 길을 찾으면 돌아오겠습니다. 다시 사라지면, 이번에는 당신이 제 이름을 장부에서 지우지 말아 주세요.”

진만은 칼을 뽑지 않은 채 밧줄을 감았다. 강물 아래에서 두 번 당기는 신호가 왔다. 누군가 배를 이끌고 있었다.

진만은 밧줄을 급히 당기지 않았다. 강 밑에서 신호가 한 번 더 오자 그는 손바닥을 폈다. “저쪽도 우리가 잡았다는 걸 알아. 이제 잡아당기면 배를 돌려 세우거나 끊어 버릴 거야.”

은령은 밧줄의 매듭을 살폈다. 물에 오래 잠겼는데도 섬유가 풀리지 않았다. 새로 감은 흔적이 있었고, 매듭 사이에는 소금기가 남아 있었다. 장강 물만 묻은 줄이 아니었다. 누군가 배 밑을 따라 이동할 때 쓰는 줄이었다.

노인은 딸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은령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대신 소홍에게 노인의 이름과 딸이 사라진 날짜를 물어 장부에 적게 했다. 노인은 그동안 자신의 이름을 숨겨 왔다. 이름이 기록되면 딸도 자신도 돌아올 길이 없을 거라 믿었다.

“이제는 기록해 주세요.” 그가 말했다. “제가 살아서 돌아가든 못 돌아가든, 누군가는 우리가 이곳에 왔다는 걸 알아야 해요.”

소홍은 장부에 ‘장만수, 딸 연주를 찾으러 포구에 도착’이라고 적었다. 그녀는 글씨를 쓰다가 종이를 찢지 않으려 손을 꽉 눌렀다. 은령은 피가 흐르는 자기 팔을 천으로 묶고 밧줄을 반대쪽 난간에 감았다. 밧줄이 팽팽해지면 물속의 배가 움직이는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진만은 작은 나무 조각을 밧줄에 묶어 물 위에 띄웠다. 조각은 하류가 아니라 강 가운데로 끌려갔다. 물속의 배가 포구와 평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배가 지나간 뒤 강변에서 짧은 휘파람 소리가 났다. 은령은 불빛을 보지 말라고 승객들에게 알렸다. 신호를 따라 불을 켜면 포구의 위치를 노출할 수 있었다.

비단 상인은 불을 끄지 않겠다고 버텼다. 어둠 속에서 자신을 지킬 방법이 없다는 이유였다. 은령은 그에게 등불 대신 검집을 건넸다. “불을 켜면 여기 있는 사람 모두를 보이게 합니다. 칼은 자기 앞만 지킬 수 있어요.”

상인은 검집을 받아 들었지만, 불을 끄진 않았다. 그 순간 강 건너에서 화살이 날아와 등불의 기름받이를 깨뜨렸다. 불이 꺼지고 갑판이 어둠에 잠겼다. 상인은 놀라 검집을 떨어뜨렸다. 은령은 누구도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하며 그를 난간 아래로 끌어당겼다.

“내 말이 맞았다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다음 선택은 같이 합시다.”

상인은 숨을 골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다시 밧줄을 잡았을 때, 물속에서 약한 저항이 느껴졌다. 은령은 칼을 뽑아 끊으려다가 멈췄다. 끝에 누군가 매달려 있을 수도 있었다. 진만은 배를 포구의 돌기둥에 묶고, 소홍에게 물가에 닿은 밧줄의 길이를 재게 했다.

“사람을 끌어올리려면 배를 더 가까이 대야 해요.” 소홍이 말했다.

“그러면 우리도 바위에 걸려.” 진만이 답했다.

은령은 승객들에게 남은 짐을 한쪽으로 옮겨 배의 기울기를 바꾸자고 부탁했다. 모두가 움직였지만 상자는 여전히 갑판 가운데 남았다. 연주가 탔던 빈 상자였다. 은령은 그 상자를 밧줄에 묶어 무게추처럼 내렸다. 상자가 물에 잠기자 줄이 팽팽해졌다.

밧줄을 당기기 전에 노인은 딸의 이름을 불렀다. 강 아래에서 아무 대답도 없었다. 대신 매듭이 한 번, 두 번 당겨졌다. 진만은 그 신호를 오래 바라보다가 속삭였다. “살아 있는 사람이 보내는 신호야.”

은령은 배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도록 명령했다. 선체가 돌기둥에 부딪혔고, 갑판 아래에서 목재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그래도 그녀는 줄을 놓지 않았다. 물속의 누군가가 밧줄을 따라 포구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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