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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 야간검표국3화

장강 야간검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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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표국주가 바꾼 목적지

수문 돌쇠에서 세 번 당기는 신호가 왔다. 은령은 진만이 알려 준 순서로 쇠사슬을 풀었다. 첫 고리는 왼쪽으로 반 바퀴, 둘째는 아래로 눌러야 했다. 사슬이 풀리자 물 밑에서 밤표 한 장이 올라왔다. 은령의 오빠 이름이 적힌 종이였다. 진만은 그것을 보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내가 그 밤에 배를 몰았어.”

“오빠가 여기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나요?”

“아니. 배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 그 애가 사람들을 빼돌렸다는 것만 알았어.”

“그런데 왜 수문을 닫았죠?”

진만은 대답을 미뤘다. 수문을 완전히 열면 물길이 배를 끌어당겨 돌기둥에 부딪칠 수 있었다. 지금은 구조가 먼저였다. 은령은 그를 일으켜 세우고 돌쇠를 함께 돌렸다. 수문이 열리자 좁은 물길이 크게 울었다.

배 안의 사람들은 밧줄을 잡고 기다렸다. 소홍은 밤표와 장부를 서로 다른 천에 싸서 보관했다. 연주는 남은 승객에게 구명줄을 나눠 줬고, 도운은 젖은 노를 말렸다. 유단의 신호를 기다리는 대신, 은령은 승객 전원에게 어디로 가고 싶은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장부에 목적지를 적고, 변경에 동의하는 사람은 직접 서명하도록 했다.

“여기서 나가면 내 딸이 어디 있는지 다시 모르게 될 수 있소.” 노인이 말했다.

“그렇다고 강에 남으면 더 위험합니다.”

“그럼 내가 배에 남겠소. 연주가 가고 싶다면 보내 주시오.”

연주는 아버지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같이 가요. 하지만 제가 어디에 머물지는 제가 정할게요.”

노인은 딸을 잡지 않고, 자신의 밤표에 도착지를 비워 두었다. 그는 연주가 정한 곳까지 함께 가되 이후에는 각자 길을 고르겠다고 했다. 은령은 그 문장을 그대로 기록했다.

배가 수문을 통과하자 강물이 선체를 옆으로 밀었다. 진만은 노를 세워 방향을 잡았지만, 바위가 배 밑을 긁었다. 선미에 묶인 밧줄이 팽팽해지고, 작은 배가 뒤로 끌렸다. 소홍이 밧줄을 자르려 했으나 은령은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줄을 끊으면 물속의 사람이 떨어질 수 있었다.

진만은 밧줄을 감아 올리며 물의 흐름을 읽었다. 그 끝에는 오래된 닻이 걸려 있었다. 닻에 밤표들이 매달려 있었고, 그 사이에서 누군가의 손이 나타났다. 은령과 진만은 함께 줄을 당겼다. 수면 위로 올라온 사람은 검표국주 유단이었다. 그의 어깨에서 피가 흘렀다.

“왜 당신이 물속에 있었습니까?” 은령이 물었다.

유단은 숨을 고르고 나서 답했다. 그는 배를 타고 먼저 수문으로 갔다가, 강 밑의 밧줄에 걸려 물에 빠졌다. 처음부터 무표 포구의 위치를 알고 있었고, 은령의 첫 표행도 그곳으로 유도했다. 밤표가 물에 젖으면 목적지가 드러난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실종된 승객을 찾으려 했던 겁니까?”

“내 동생을 찾으려 했다.”

“그 사람들의 이름을 지운 이유는요?”

유단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홍이 장부를 펼쳐 보였다. 오랜 표행 기록에는 하선자가 적히지 않은 날이 많았다. 유단은 자신이 이름을 지우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수로세 징수관이 실종자 명단을 요구했고, 그는 그들에게서 사람들을 숨기려 했다. 하지만 이름까지 지우면 아무도 그들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외면했다.

“좋은 뜻이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유단은 피 묻은 손을 물에 씻었다. “내가 사람들을 살리려 했다는 생각으로 표국의 책임을 피했습니다.”

은령은 그를 용서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표국주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도 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다음 사람의 행선지를 누가 결정할지였다. 유단은 스스로 장부를 공개하고, 표국의 모든 승객에게 목적지 변경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듣자 강 건너에서 세 번의 불빛이 번쩍였다. 이번에는 고정된 등불이 아니라 사람이 손으로 흔드는 신호였다. 진만은 그 신호가 포구가 아니라 하류의 단속선에서 오는 것이라고 했다. 무림맹의 수로세 조사관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장부를 넘기면 실종자도 찾아낼 수 있어요.” 소홍이 말했다.

연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 장부 때문에 우리가 쫓겼어요. 내 이름은 넘기지 마세요.”

은령은 조사관에게 장부를 주는 대신, 표국이 먼저 공개할 사본을 만들자고 했다. 실종자의 이름과 거래 내역, 노선은 당사자가 공개에 동의한 범위만 담는다. 소홍이 장부를 복사하고, 진만이 항로를 확인하며, 유단은 지워진 기록을 자신의 이름으로 정정한다. 그 대가로 표국이 단속선에 멈춰 조사받을 시간을 벌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도망칠 기회는 사라져.” 유단이 말했다.

“우리는 도망치면 안 됩니다.” 은령은 흔들리는 배에 몸을 낮췄다. “하지만 승객을 넘기지도 않겠습니다.”

조사선은 점점 가까워졌다. 은령은 갑판의 등불을 끄고, 비단 상인의 쇠추를 배 한쪽에 옮겼다. 무게가 실리자 선체가 물살을 타고 옆으로 기울었다. 진만은 그 틈으로 좁은 갈대 수로에 배를 밀어 넣었다. 소홍은 승객들에게 차례로 줄을 잡으라고 했다. 처음에는 무질서하게 움직였지만, 은령이 한 명씩 이름을 불렀다.

“장만수.”

“여기 있소.”

“연주.”

“여기 있어요.”

도운은 자신의 이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연주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그제야 “여기 있다”고 말했다. 은령은 그 대답을 장부에 적었다. 배가 수초 사이를 빠져나갈 때 조사선의 창이 갈대에 걸려 멈췄다. 그들은 싸우지 않고 추격을 피했다.

갈대밭 안쪽에서 진만은 오래된 표식이 새겨진 돌기둥을 발견했다. 유단의 동생이 쓰던 표국의 표시였다. 표식 아래에는 손톱으로 새긴 문장이 있었다. ‘사람을 지키려면 먼저 이름을 남겨라.’

유단은 돌기둥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그가 동생의 글씨를 알아봤다. 동생이 살아 있는지, 이곳을 지나 어디로 갔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은령도 오빠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람을 태운 배가 이름을 싣고 돌아갈 수 있었다.

새벽이 밝자 소홍은 새 장부 첫 페이지를 열었다. 표국의 다음 항로는 목적지를 빈칸으로 두었다. 승객이 직접 쓰고, 항로가 바뀌면 모두에게 알리기로 했다. 진만은 빈 칸을 보고 “강이 정해 주는 길도 있지”라고 말했다.

“강이 어디로 데려가든, 내릴 곳은 사람이 정할 거예요.” 은령이 답했다.

유단은 표국주 인장을 장부 옆에 놓았다. 그는 사라진 승객들의 이름을 찾는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했다. 그 말이 늦은 사과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가 처음으로 장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우지 않았다.

은령은 새 밤표를 한 장 떼어 품에 넣었다. 종이에는 아무 이름도 적히지 않았다. 오빠를 찾는 길은 이제 지도에 숨은 목적지가 아니라,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증언과 함께 이어질 것이다. 그녀는 다음 야간표행을 위해 노를 정리했다. 이번 배에는 누구도 이름 없이 떠나지 않게 하리라.

출항을 앞두고 갈대밭에서 작은 나무 상자가 떠올랐다. 연주가 처음 들고 탔던 빈 상자와 같은 크기였다. 상자 안에는 오래된 밤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은령은 젖은 종이를 펼쳤다. 오빠의 이름 아래에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날짜가 적혀 있었다.

진만은 그 날짜를 보고 숨을 들이켰다. “그 아이는 네 오빠가 아니야.”

“그럼 누구죠?”

“네가 찾아야 할 사람이다.”

은령은 종이를 접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이 적힌 표와 오빠의 이름이 적힌 표, 그리고 태어나기 전의 날짜가 한 장부에 놓였다. 강은 밝아 왔지만 수로의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은령은 새 항로를 정하기 전에 진만에게 남은 이야기를 묻기로 했다.

진만은 대답을 미루지 않았다. 그는 물 위에 놓인 돌기둥에 손을 대고, 유단의 동생이 사라진 날을 설명했다. 그날 배에는 수로세를 피해 도망치는 주민 열두 명이 탔다. 동생은 그들을 먼저 보내고 뒤에 남았고, 진만은 약속대로 배를 몰아 수문을 열었다. 그러나 수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나타났다. 동생은 병사들의 눈을 끌려고 반대편 물길로 노를 저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그 애가 배를 돌리는 모습이야.”

유단은 그 뒤 동생이 죽었다고 믿으며 포구를 숨겨 왔다. 진만은 동생이 다른 이름으로 살아 있을 가능성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은령이 발견한 밤표의 날짜는 그날보다 앞섰다. 글씨는 같은 사람이 쓴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오래전부터 진만에게 이 물길을 다시 열라고 기록을 남겼을 수 있었다.

“그 표를 왜 당신에게 보냈을까요?” 소홍이 물었다.

“내가 수문을 열 수 있으니까.” 진만은 돌기둥의 홈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혹은 내가 누구를 놓쳤는지 잊지 않게 하려고.”

은령은 상자와 밤표를 장부의 공개 목록에 바로 올리지 않았다. 동생의 행방이 드러나면 살아 있는 그를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유단은 그 선택에 동의했다. 자신의 가족을 찾는 일이라도 당사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걸 처음 인정했다.

배에 돌아온 승객들은 새 항로 장부를 펼쳤다. 소홍은 각자 원하는 공개 범위를 적게 했고, 상인은 쇠추의 목적을 밝히기로 했다. 추는 수로의 바닥에 가라앉은 표식 돌을 꺼낼 때 쓰려고 가져온 것이었다. 그는 세금을 빼돌리려 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실은 자신의 형이 만든 수로를 복구하려고 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숨긴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오.” 상인이 말했다.

“아니요. 하지만 왜 숨겼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은령은 그의 이름과 이유를 따로 적었다. 행동과 사정은 같은 칸에 넣지 않았다.

배가 다시 움직이자 연주와 도운은 함께 하류로 가겠다고 했다. 연주는 당장 그를 용서한 게 아니라, 함께 일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장만수는 딸과 같은 배에 남되, 그녀가 내리는 곳에서는 따라 내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소홍은 그 말을 장부에 기록하고 세 사람에게 읽어 줬다. 누구도 기록을 고치지 않았다.

물살은 한결 잔잔해졌다. 은령은 오빠를 찾는 마음과 그를 만났을 때 무엇을 물을지 처음으로 생각했다. 자신을 표사로 만들고 떠난 이유부터 물을지, 그가 아직 살아 있는지부터 확인할지 정하지 못했다. 대신 빈 밤표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이번에는 출발하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였다.

해가 떠오르자 유단이 표국 인장을 거두려 했다. 은령은 인장을 장부 옆에 그대로 두자고 했다. 표국주의 권한이 끝났다는 표시가 아니라, 이제 모든 승객이 그 문장을 볼 수 있도록. 유단은 인장을 내려놓았다.

그날 장강 야간검표국의 첫 공개 장부에는 실종자 이름과 돌아온 사람들의 증언이 나란히 실렸다. 은령의 오빠는 여전히 행방불명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누구도 지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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