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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우체국의 잃어버린 주소2화

강물 우체국의 잃어버린 주소

강물 우체국의 잃어버린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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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강이 바꾼 길

가람은 소포를 열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

종이 조각에 떠오른 이름이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해준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 이름은 상자 안의 물기 탓일 수 있었다. 잉크가 번지며 우연히 글자처럼 보였을 가능성도 있었다. 우체국 기록에 확인되지 않은 것을 적어서는 안 됐다.

대신 그는 옛 14번 물길로 가는 배편을 준비했다. 은하는 강의 흐름을 살피고, 해준은 물주소 장부와 안전줄을 챙겼다. 정화는 끝내 새 주소를 알려 주지 않았다. 다만 오래된 나루의 지도판을 빌려 주며 말했다.

“수취인이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면, 그 뜻을 먼저 전달하세요.”

“편지 내용을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아니요. 그 편지는 그 사람과 나 사이의 말이에요.”

가람은 더 묻지 않았다. “그 뜻을 주소 확인표에 적겠습니다.”

정화는 지도판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당신 이름이 적힌 소포도 그렇게 하겠어요?”

가람의 손이 잠깐 멈췄다. “소포 안을 보셨습니까?”

“아니요. 어젯밤 유실함 앞에서 당신이 한참 서 있는 걸 봤어요.”

“제 이름이 적힌 종이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소포는 열지 않았어요.”

“그럼 아직 당신 소포라고 할 수 없겠네요.”

가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방수 가방을 메고 배에 올랐다. 정화의 말이 뒤에서 따라왔지만, 그는 방향타를 잡았다.

옛 물길의 입구는 강변의 무너진 둑 뒤에 있었다. 홍수로 진흙이 쌓여 배가 지나갈 만한 틈이 보이지 않았다. 은하는 물살이 약해지는 때를 기다렸다. 해준은 고무 장화를 신고 둑 위로 걸어가려 했지만, 흙이 발목까지 빠졌다.

“돌아와!” 은하가 소리쳤다.

해준은 멈추지 않았다. “표찰을 찾아야 해요. 14번 나루 표시가 남아 있으면 지도에 새 주소를 만들 수 있어요.”

“강 가장자리는 아직 안 굳었어.”

그는 다음 발을 내디뎠다. 땅이 꺼지며 한쪽 다리가 진흙 아래로 빠졌다. 가람은 배에서 뛰어내려 허리줄을 던졌다. 해준이 줄을 잡았지만, 가방이 물에 떠밀려 둑 아래로 끌려갔다.

“가방부터 놓아!”

“장부가 있어요!”

“네가 먼저야!”

해준은 줄을 놓지 않은 채 가방 끈을 자르려 했다. 가람이 줄을 당기고 은하가 노를 땅에 박았다. 진흙이 무너져 물이 튀었다. 마침내 해준의 다리가 빠져나왔다. 방수 가방은 둑 틈에 걸린 채 흔들렸다.

가람은 직접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은하가 노 끝으로 가방을 끌어왔고, 안에 든 장부는 젖지 않았다. 해준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표찰을 찾겠다고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지 마.” 가람이 말했다.

“저는 주소를 정확히 기록하고 싶어요.”

“정확함은 사람을 잃고 얻는 게 아니야.”

해준은 그 말에 화난 듯 눈을 들었다. “가람 씨는 우편을 하나도 잃지 않는다고 말했잖아요.”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럼 왜 유실함을 비우지 못해요? 주소가 없어도 끝까지 찾잖아요.”

가람은 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해준은 그의 이름이 적힌 소포를 아직 모른다. 그럼에도 그의 강박을 보았다.

은하는 배를 옮겨 물길의 바깥쪽을 살폈다. 그곳에는 버드나무 세 그루의 뿌리가 물 위로 드러나 있었다. 나무는 넘어졌지만 뿌리 사이에 낡은 우편함 하나가 끼어 있었다. 문짝은 떨어졌고, 안에는 작은 표찰과 빈 봉투가 남아 있었다.

“여기가 14번 나루였어.” 은하가 말했다. “홍수 전엔 배가 이쪽으로 들어왔지.”

가람은 표찰의 번호를 장부와 대조했다. 숫자가 닳았지만 14라는 흔적이 보였다. 주소의 일부는 찾았다. 그런데 수취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해준은 빈 봉투를 들어 올렸다. “이 우편함은 오래 비어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누가 썼는지 확인할 수 있겠어?”

“우편 도장 날짜가 없어요. 종이도 요즘 건데.”

그는 봉투를 다시 넣으려다 멈췄다. 안쪽에 연필로 쓴 문장이 있었다. ‘받지 않겠습니다. 주소를 묻지 마세요.’

은하가 눈을 감았다. “그 문장을 누가 썼는지 알아.”

“정화 씨가요?” 가람이 물었다.

“아니. 이 우편함을 만든 사람이야. 홍수 전에 나루 관리인이던 수경.”

“그분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섬으로 이사했어. 하지만 편지를 보내고 싶어하지 않아.”

해준은 빈 봉투를 내려놓았다. “그럼 이름 없는 소포도 수경 씨에게 갈 수 있겠네요.”

“수취인인지 확인되기 전에는 안 돼.” 가람이 말했다.

“그분에게 묻기만 하면 되잖아요.”

은하는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 내가 물었어. 답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

가람은 주소 확인표를 꺼냈다. 수경이 과거 편지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는 사실은 우체국의 공식 기록이 아니었다. 그러나 은하의 기억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럼 오늘은 소포를 전달하지 않고, 여기서 수취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다시 확인할 방법만 남겨요. 직접 연락하고 싶다는 표시가 없으면 더 찾아가지 않겠습니다.”

해준은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럼 이름도 모르는 채로 끝나겠네요.”

“그게 그 사람의 선택일 수 있어.”

은하는 바닥의 돌을 치우다 우편함 아래에서 납작한 유리병을 찾았다. 병 안에는 말라붙은 씨앗과 접힌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병은 소포 속 유리병과 같은 크기였다. 가람은 손에 들지 않고 먼저 은하에게 허락을 구했다.

“이것도 나루의 유실물로 기록해도 될까요?”

“그래. 다만 열지는 마.”

배는 해가 기울 때 마을로 돌아왔다. 가람은 유리병을 유실함에 넣고, 주소를 ‘14번 나루 표식 확인, 수취 확인 보류’로 수정했다. 해준은 위험했던 둑길을 장부의 금지 구역에 표시했다.

“제가 너무 빨리 앞서갔어요.” 그가 말했다.

“다음엔 지도와 몸을 같이 살펴.”

“가람 씨도요.”

가람은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나도 그럴게.”

창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찻집의 새 우편함을 단 나사가 빠졌다는 소식이 왔다. 가람은 공구를 들고 정화의 집으로 돌아갔다. 물이 부풀린 나무판은 못을 단단히 잡지 못했다. 그는 벽체를 덜 상하게 하려고 나사 구멍에 마른 나뭇조각을 끼웠다.

정화는 젖은 편지 꾸러미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수경에게서 온 편지는 아니에요. 오래전 그 사람이 보낸 한 장을 내가 보관하고 있죠.”

“내용은 묻지 않겠습니다.”

“그래야 해요. 그 편지에 새 주소가 적혔더라도, 당신이 바로 찾아오면 그 사람은 다시 숨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해준은 문밖에서 듣고 있었다. “받을지 말지 묻는 종이를 주소도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보냅니까?”

정화는 벽에 새 우편함을 걸었다. “강변 우체국에 걸어 둬요. 표식을 아는 사람만 답할 수 있게. 수경은 옛 나루의 동그라미를 알아볼 거예요.”

가람은 주소 확인표 뒷면에 작은 둥근 홈을 그렸다. “이 표식이 보이면, 당사자가 소포를 거절하거나 연락을 요청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 사람이 연락을 요청하면 그때는 찾아갈 건가요?”

“찾아가는 방법과 만날 장소를 다시 물을 겁니다. 그 사람이 정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정화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편지 꾸러미는 내놓지 않았다. 가람은 그 사실을 존중해 수취란을 비워 두었다. 소포의 주인을 찾지 못해도, 수령을 강요하지 않는 절차는 만들 수 있었다.

“주소를 모르는 건 답답하네요.” 해준은 못을 건네며 말했다.

“응. 그래도 주소를 알아내는 게 항상 좋은 일은 아니야.”

“그런데 가람 씨 이름이 적힌 소포는요?”

가람은 못을 박다 손을 멈췄다. “내 이름이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받을 순 없어.”

“받을지 말지 확인표에 표시하면 돼요?”

“그게 맞겠지.”

해준은 가람의 얼굴을 살폈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새 우편함은 문틀에 단단히 고정됐다. 정화는 안쪽에 빈 확인표를 넣고, 자기 이름을 받는 사람 칸에 적지 않았다. 표식만 남겼다.

그날 밤 정화는 옛 우편함의 사진을 보더니, 수경이 섬에 산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 줬다. 그러나 주소는 알려 주지 않았다. 가람은 더 묻지 않았다.

새 우편함에 확인표를 넣고 나서 정화는 손을 한참 문고리에 올려 두었다. “누군가 그 표식을 알아보고 답을 넣으면, 나도 같이 읽어도 되나요?”

“답을 쓴 사람이 누구에게 보여 줄지 정할 거예요.”

정화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럼 내가 먼저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겠네요.”

가람은 주소 장부에 ‘옛 나루, 표식에 의한 확인 대기’라고 적었다. ‘수경’이라는 이름은 쓰지 않았다. 확실한 이름이 없는 동안에는 빈 칸도 기록의 일부였다.

창고로 돌아오는 길, 해준은 강가에서 주운 젖은 나뭇조각을 주머니에 넣었다. 거기에는 둥근 홈이 하나 파여 있었다. 그는 혹시 몰라 다음번 확인표에 찍을 표식으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가람은 그것이 정확한 표식인지 확인될 때까지 기록에 올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해준은 이번엔 고개를 끄덕였다.

유실함으로 돌아가자, 이름 없는 소포에서 또 한 번 작은 소리가 났다. 가람은 상자에 손을 대지 않았다. 해준이 뒤에서 물었다.

“가람 씨가 받을 건가요?”

“아직 몰라.”

“그럼 받는 사람에게 먼저 물어야겠네요.”

“그래.”

그 대답을 하고서야 가람은 자기 목소리가 흔들리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소포 옆에 주소 확인표를 붙였다. 수취인란에는 아무 이름도 쓰지 않았다. 빈칸을 남기는 것도 확인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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