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라이브 방송에서 시청자가 사라진다

2화: 채팅창에서 빠진 이름
윤세라는 404가 남긴 채팅을 다시 열었다. 라이브 영상에는 마지막 질문이 남아 있었지만, 계정 정보는 빈칸이었다. 접속 로그의 숫자는 48에서 49로 바뀌었다가 방송이 끝난 뒤 다시 48로 돌아왔다. 사용자 이름은 404로 표시됐고, 접속 시간은 11시 11분에서 11시 13분까지였다.
“이 계정이 사라진 건 언제부터예요?” 서해령이 물었다.
“방송을 끝내고 나서 목록에서 없어졌어요. 그런데 아카이브에는 질문이 남아 있어요.”
“계정이 삭제된 거예요?”
“삭제 요청은 없어요. 플랫폼 오류라면 로그에 남아야 하는데, 기록이 비었습니다.”
고준호는 마우스를 세라 쪽으로 밀었다. “캐시를 복구해 봐. 사용자 이름도 찾고.”
“이름을 추적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지금은 실종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어.”
“경찰에 제출할 로그는 따로 보존할게요. 계정 뒤에 누가 있는지는 제가 찾아보지 않겠습니다.”
준호는 의자에 기대었다. “정확한 이름이 없으면 어떻게 찾아?”
“백소연 씨의 언니가 연락을 줬어요. 경찰이 계정 확인 중이에요.”
“그 언니는 방송에 공개해도 된다고 했나?”
“아니요. 질문을 자기가 듣는 데만 동의했어요.”
준호는 더 말하지 않았다. 세라는 로그 사본을 암호화된 저장소에 옮기고, 원본 시간값을 기록했다. 그녀는 화면에서 404가 남긴 자리를 확대했다. 한 줄의 빈칸 아래로 다른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
‘나도 여기 있었어요.’
“이 메시지는 누가 썼어요?” 해령이 물었다.
“계정 정보가 안 떠요. 404보다 17초 뒤에 올라왔어요.”
“동일 인물이 같은 방에서 쓴 걸까요?”
“알 수 없어요.”
준호가 화면을 들여다봤다. “다음 라이브에서 이 문장을 읽자.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더 보내겠지.”
해령은 고개를 저었다. “동의한 사연이 아니에요.”
“익명인데 뭐가 문제야?”
“익명이라고 아무나 읽어도 되는 건 아니에요.”
세라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손을 멈췄다. 해령은 세라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그녀가 말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세라는 화면을 닫고 옛 방송 아카이브를 열었다. “이 질문은 처음이 아니에요. 두 달 전에도 비슷한 문장이 있었어요.”
“왜 처음에 말하지 않았지?” 준호가 물었다.
“제가 지웠어요.”
해령은 세라를 바라봤다. “어떤 문장을?”
“‘화면이 꺼진 뒤에 내가 없어지면 누가 기억할까요?’라고 썼어요. 그때는 개인 계정으로 사연을 보냈고, 방송에 읽히기 전에 삭제했어요.”
준호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너였어?”
“네. 그런데 404와 같은 사람은 아니에요. 제가 그 문장을 쓴 뒤 계정 이름도 바꿨고, 몇 달 동안 방송을 안 봤어요.”
“그 메시지가 404의 질문과 같은 의미잖아.”
“의미가 비슷하다고 같은 사람은 아니에요.”
해령은 아카이브를 더 보자고 했다. “네가 삭제한 글은 공개하지 말자. 네가 괜찮다면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우리끼리만 얘기해도 돼.”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제 어머니가 병원에 있었어요. 전화를 못 받았고, 방송을 켜 놓고 밤을 새웠어요. 제 목소리를 들으면 누군가 제가 아직 있다는 걸 알 것 같았어요.”
“왜 그 글을 지웠어?”
“방송에서 제 이야기를 읽으면 어머니가 듣게 될까 봐요. 어머니가 아픈데 제가 없어지고 싶다고 썼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준호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세라는 그를 보지 않았다. “저는 지금 괜찮아요. 그때 쓴 글은 제 것이고, 제가 지운 것도 제 선택이에요. 그런데 404는 자기 글을 남겼어요. 그걸 제가 지울 권리는 없어요.”
해령은 세라에게 따뜻한 물을 건넸다. “지워진 문장도 네가 있었던 증거야. 하지만 누가 그걸 기억할지 정하는 건 네 몫이야.”
세라는 컵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손가락을 데우다가 말했다. “채팅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신고된 시간대만 비교해 볼게요. 실종 신고와 방송 접속 시간의 관계만 확인하면 돼요.”
그들은 경찰에 전달받은 시간 목록을 옆에 놓았다. 404가 접속한 날마다 다른 사용자 하나가 새벽에 연락을 끊었다. 연락이 끊긴 사람들의 주소나 이름은 로그에 없었다. 세라는 공개 게시물과 상담방의 동의 기록만 확인해,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접속 시각을 비교했다.
“다섯 번 중 네 번, 같은 날 11시 11분에 404가 있었어요.”
그날 오후, 백지윤이 다시 스튜디오에 왔다. 경찰이 동생의 상담방 주소를 확인했고, 지윤은 방에 남은 물건을 가져와도 되는지 물었다. 해령은 경찰과 먼저 상의하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윤이 빈손으로 돌아서려는 순간, 세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연 씨가 방송을 보던 기기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계정에 들어가거나 메시지를 찾지는 않을게요. 화면에 남은 기록만 보겠습니다.”
“그 애가 쓰던 태블릿은 방에 그대로 있어요.”
지윤은 경찰이 준 연락처를 보여 줬다. 담당자는 방에 들어가도 된다고 했지만, 개인 계정은 열지 말라고 당부했다. 네 사람은 지윤의 안내로 작은 원룸에 들어갔다. 침대 옆 벽에는 달력과 약 봉투가 정리되어 있었고, 책상에는 태블릿이 뒤집혀 있었다.
“소연은 밤마다 이 방송을 켜 놨어요.” 지윤이 말했다. “제가 전화하면 바로 못 받아도, 끝나고 꼭 문자를 보냈어요.”
“어떤 문자를요?” 해령이 물었다.
“‘불 껐어. 이제 자도 돼.’”
세라의 얼굴이 굳었다. 404의 마지막 문장과 너무 가까웠다. 해령은 탁자 위 태블릿을 만지지 않았다. “문자도 보여 달라고 하지 않을게요. 소연 씨가 공개하지 않은 말이니까요.”
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저는 제 동생을 찾고 싶지, 동생의 사연을 구경시키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녀는 태블릿을 옆으로 돌려 놓았다. 화면은 꺼져 있었지만, 검은 유리에 동그란 빛이 한 번 반사됐다. 해령은 빛이 창에서 들어온 줄 알고 돌아봤다. 창문은 블라인드가 내려와 있었다.
“태블릿이 켜졌어요?” 준호가 물었다.
“아니요.” 세라가 답했다. “전원이 나간 상태예요.”
지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여기까지 할게요. 더 확인하고 싶지 않아요.”
해령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들은 태블릿을 그대로 둔 채 방을 나왔다. 복도에서 지윤은 세라에게 말했다. “저도 동생이 남긴 걸 다 읽지는 않을 거예요. 모르는 채로 두는 게 더 나을 수 있어요.”
“그 선택을 존중할게요.”
지윤은 떠나기 전에 해령에게 물었다. “동생이 거기 있다면, 혼자 있게 두지 않을 수 있나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동생이 남긴 말을 함부로 이용하지 않는 것뿐이에요.”
“그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지윤은 경찰이 기다리는 차에 올랐다. 세라는 그녀가 출발할 때까지 복도에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무 기록도 없었다. 태블릿의 내용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늘 그들이 한 일 중 가장 중요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한 번은요?”
“그날 방송은 취소됐어요. 그런데 짧은 예고 영상이 올라갔습니다.”
준호가 화면을 바라봤다. “그건 내가 올렸어.”
“그 영상에는 어떤 문장이 있었어요?”
“질문은 없었어. 종소리와 빈 의자만.”
해령은 영상의 파형을 열었다. 종소리 사이로 누군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아주 짧게 들어가 있었다. 준호는 소리를 듣자마자 화면을 껐다.
“그건 편집 중에 들어간 거야.”
“누구 이름이죠?” 세라가 물었다.
준호는 대답을 미뤘다. “기억 안 나.”
“이름이 들어간 예고를 올렸어요?”
“말이 겹쳐서 알아듣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어.”
해령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럼 원본을 찾아야 해요. 하지만 공개하지 말고, 경찰과 해당 시청자에게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준호는 영상 원본이 보관된 외장하드를 꺼냈다. 그 안에는 예고편의 초안이 여섯 개 있었다. 마지막 파일만 날짜가 지워져 있었다. 파일을 열자 404의 마지막 질문과 같은 문장 한 줄이 자막에 떠올랐다.
“예고 영상은 지금 내리죠.” 세라가 말했다.
“본편도 아닌데?”
“그 안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어 있어요. 공개 동의는 받지 않았고요.”
준호는 파일을 복사하려다 손을 거뒀다. 그는 채널 관리자 화면에서 영상을 비공개로 바꿨다. “누군가 물으면 내가 실수했다고 하겠다.”
“실수였는지 아닌지는 나중에 얘기해요. 지금은 다시 재생되지 않게 해 주세요.”
세라는 원본 파일을 잠금 저장소로 옮기고, 공유 폴더에서 미리보기를 삭제했다. 화면에서 영상이 사라지자 스튜디오의 링라이트도 저절로 꺼졌다.
‘내 이름을 한 번만 불러 주세요.’
세라는 입을 가렸다. “이 문장, 방송에서 읽힌 적 없어요.”
“초안에만 있었어.” 준호가 말했다. “누가 썼는지 모르겠어.”
해령은 종을 천으로 덮었다. “이 문장을 더 이상 재생하지 마세요.”
화면이 저절로 검게 꺼졌다. 외장하드의 작동등은 계속 깜박였지만, 재생 중이던 영상은 멈춰 있었다. 검은 화면 한가운데에 흰 글씨가 나타났다.
‘세라, 네 이름은 아직 여기 있어.’
세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문장을 쓴 사람은 그녀가 개인 계정에서 지운 말을 알고 있었다.
외장하드의 작동등이 하나씩 꺼졌다. 마지막 불빛은 세라의 이름이 남은 화면을 향해 깜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