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라이브 방송에서 시청자가 사라진다

1화: 시청자 404의 마지막 질문
시청자 404는 매주 금요일 밤 11시 11분에 접속했다. 서해령은 그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본 적이 없었다. 이름도 얼굴도 없는 회색 원이었다. 다만 방송이 끝날 때마다 같은 말을 남겼다.
‘오늘도 불을 꺼도 괜찮네요.’
그날도 404는 방송 시작 7분 뒤 들어왔다. 윤세라는 채팅창을 확인하고 해령에게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였다. 시청자 수는 48명. 한 달 전부터 비슷한 숫자였다. 고준호는 카메라 뒤에서 손바닥을 빙글 돌렸다. 조금 더 분위기를 끌라는 신호였다.
해령은 황동 종을 탁자 위에 두고, 준비한 물그릇을 카메라 밖에 놓았다. “오늘은 이름을 부르지 않고 사연을 읽겠습니다. 공개해도 괜찮다고 표시한 문장만 받았어요.”
채팅창에 작은 하트가 올라왔다. 404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첫 사연은 이사한 뒤에도 옛집 열쇠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해령은 사연의 문장을 읽고, 물그릇에 손끝을 담갔다. “집을 떠났다고 해서 그때의 사람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열쇠를 버릴지 말지는 당신이 정할 일입니다.”
준호가 카메라 밖에서 입 모양으로 말했다. ‘조금 더.’
해령은 그 신호를 못 본 척했다. 의식은 길게 한다고 깊어지지 않는다. 그는 사연을 보낸 사람에게 이름을 묻지 않았다. 대신 물그릇을 비우고, 다음 문장을 기다렸다.
세라가 채팅창을 보다가 미간을 좁혔다. “404가 질문을 보냈어요.”
“읽어도 괜찮다고 했나요?”
“공개 체크는 되어 있어요. 다만 이름은 비공개예요.”
해령은 화면 아래의 문장을 읽었다. ‘화면이 꺼져도 내가 여기 있었다는 걸 기억해 줄 수 있나요?’
준호가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봤다. “이건 좋다. 시청자한테 답을 받아 보자. 채팅 참여를 받으면…”
“아니요.” 해령이 말을 끊었다.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먼저 말할게요.”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몸을 조금 기울였다. “404님, 저는 화면이 꺼져도 오늘 질문이 있었다는 건 기억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름을 말하거나 답을 쓰라고 요청하지 않겠습니다.”
채팅창은 잠시 조용했다. 404의 회색 원이 빙글 돌았다. 메시지가 하나 더 올라왔다.
‘그럼 저는 여기 있어도 되나요?’
“네. 아무 말 없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그 순간 황동 종이 울렸다. 종을 친 사람은 없었다. 해령의 손은 물그릇 위에 있었고, 세라는 믹서 앞에 앉아 있었다. 종소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낮은 울림이 스튜디오 벽에 부딪혀 되돌아왔다.
시청자 수가 48에서 49로 바뀌었다.
“준호 씨, 누가 접속했어요?” 해령이 물었다.
“유입 경로가 안 떠.” 세라가 말했다. “새 계정도 아니고, 404 그대로인데…”
404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제가 여기 있는 걸 확인해 주세요.’
해령은 종을 손으로 눌렀다. 울림이 멎었다. “확인하려고 이름을 요구하지 않을게요. 지금은 방송을 멈춥니다.”
준호가 카메라 밖에서 손을 흔들었다. “잠깐만. 중간에 끊으면 알고리즘이…”
“종이 먼저 울렸어요.”
“그냥 소품이 넘어졌을 수 있어.”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시청자가 좋아할 장면이야. 무섭다고 다 끊으면…”
해령은 세라를 봤다. “종료해 주세요.”
세라는 망설였지만 방송 종료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꺼지고 스튜디오 조명이 켜졌다. 카메라 미리보기에는 세 사람이 보였다. 해령, 세라, 준호. 그러나 뒤쪽 빈 의자 하나가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 들어와?” 준호가 물었다.
“문은 닫혀 있어요.” 세라가 대답했다.
해령은 빈 의자를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종을 천으로 덮고, 시청자 접속 기록을 확인했다. 404의 마지막 메시지 이후 사용자 계정은 목록에서 사라져 있었다. 방송 로그에는 시청 종료 기록이 없었다.
“이상하네. 강제 접속 해제도 없어요.” 세라가 말했다.
“채팅 원본을 보존해요. 이름을 추적하지 말고, 메시지만 백업해요.”
“준호 피디님은 이걸 예고편으로 쓰자고 할 거예요.”
“동의 없이 쓰지 않을 겁니다.”
준호가 의자를 바로 세우려 다가갔다. 그가 손을 뻗자 의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바퀴가 바닥에 고정된 듯했다. 준호는 발로 의자 다리를 툭 찼다. 의자는 그제야 제자리로 돌아왔다.
“고장 난 거야.”
해령은 탁자 위의 물그릇을 치웠다. 물 표면에 손가락 자국이 하나 찍혀 있었다. 해령의 손은 마른 상태였다.
“방송은 오늘로 끝내요.” 준호가 말했다. “현상이 계속되면 조사해서 다음 회차에 공개하면 돼. 구독자가 기다리고 있어.”
“누구도 현상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어요.”
“그럼 404만 빼고 얘기하면 되잖아.”
“그 계정이 누군지 모릅니다.”
세라는 채팅 원본을 저장하면서 화면을 멈췄다. 404의 마지막 질문 아래에 새 메시지가 떠 있었다. ‘내일도 불을 꺼 줄 거죠?’
“방송 종료 뒤 메시지는 들어올 수 없어요.” 세라가 말했다.
준호는 모니터 전원을 껐다. “캐시겠지. 저장도 하지 마.”
“이미 백업됐어요.”
“세라 씨.”
“원본 보존은 제 업무예요.”
해령은 세라의 어깨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녀가 스스로 뒤돌아볼 때까지 기다렸다. 세라는 결국 메시지를 따로 저장했다. 저장 시각은 방송 종료 후 2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해령은 404의 질문을 계속 생각했다. 이름을 모른 채 존재를 기억할 수 있는지, 화면 밖에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그녀는 그 질문에 확신 있게 답하지 못했다.
다음 날 오전,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달그림당 방송을 보셨습니까? 어젯밤에 상담 신청자 한 분이 귀가하지 않았습니다. 방송 채팅에서 본인 계정을 확인했는데, 사용자 이름이 404로 표시됩니다.”
해령은 손에 든 황동 종을 내려놓았다. 종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안쪽에서 짧은 울림이 났다.
“그분의 이름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상대는 잠시 침묵했다. “이름은 확인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남긴 질문이 있습니다.”
“무슨 질문이죠?”
“화면이 꺼져도, 내가 여기 있었다는 걸 기억해 줄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통화가 끝난 뒤 세라가 방송실 문을 열었다. “경찰이 찾는 사람은 백소연 씨예요. 상담 신청할 때 공개하지 않은 이름인데, 보호자가 연락을 요청했어요.”
“보호자가 방송을 봤대?”
“언니가 매주 봤다고요. 그런데 지난주 방송 이후로 집에 안 돌아왔어요.”
“그분한테 연락처를 받은 게 아니면 먼저 전화하지 마요.”
“경찰이 전달해 줬어요. 지금 오고 있대요.”
준호는 녹화 장비를 켜려다 세라의 시선을 받고 손을 거뒀다. “기록은 남겨야지.”
“그 사람은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요.”
“사건을 확인하려면—”
“방송이 아니라 경찰에 말할 수 있어요.” 해령이 말했다. “우리는 들은 내용을 함부로 공개하지 않을 겁니다.”
한 시간 뒤 소연의 언니 백지윤이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그녀는 입구에서부터 동생의 이름을 여러 번 부르지 않으려 애썼다. “이 방송에 제 동생이 나왔나요?”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한 개만 남겼어요.”
“그럼 그 질문을 들려줄 수 있나요?”
해령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동생분이 공개에 동의했다는 기록은 있어요. 다만 가족이 듣기를 원하시는지, 방송에서 재생하기를 원하시는지는 다른 문제예요.”
지윤은 눈을 감았다. “저만 들을게요. 방송에는 쓰지 말아 주세요.”
해령은 세라에게 원본이 아닌 음성 자막만 보여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세라는 사연 공개 동의 범위를 확인하고, 질문 문장만 종이에 옮겼다. 지윤은 종이를 받아 한참 읽었다.
“소연이는 어릴 때 집에서 숨바꼭질을 했어요. 꼭 옷장 안에 숨고는, 아무도 못 찾으면 자기가 없어진 줄 알았다고 했죠.”
“그 얘기를 방송에서도 했나요?”
“아니요. 가족끼리만 아는 말이에요.”
준호는 놀란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그럼 그 목소리가 진짜—”
“목소리의 출처는 아직 몰라요.” 해령이 말을 잘랐다. “하지만 질문이 소연 씨 것이었다는 건 확인됐습니다.”
지윤은 종이를 접지 않고 손에 쥐었다. “그 애가 살아 있으면 이걸 돌려주세요. 제가 직접 답할게요.”
해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윤은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스튜디오를 떠났다. 그녀가 나간 뒤에도 빈 의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해령은 그 자리를 바라보다가, 누군가의 질문을 공개하지 않은 채 기억하는 것이 가능한지 생각했다.
해령은 빈 의자 쪽을 바라보았다. 어젯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것은 아무도 아니었다. 그러나 누군가 그 질문을 듣고 있었다.
준호는 카메라 전원을 뽑았다. “그 언니가 동의했으니, 다음 방송에서 시청자에게 제보를 받을 수 있어. 얼굴이나 이름은 가리고.”
“그렇게 하면 소연 씨가 방송 소재가 돼요.”
“실종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경찰이 이미 찾고 있어요. 우리가 할 일은 그분의 사연을 지키는 거예요.”
준호는 케이블을 감다가 손을 멈췄다. “내가 이 채널을 만든 건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려고였어. 그런데 아무도 안 보면 도움도 못 줘.”
“사람들이 안 본다고 그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세라는 지윤이 두고 간 종이 사본을 봉투에 넣었다. 공개하지 않을 원본과 스태프가 확인할 기록을 분리했다. 해령은 그 봉투를 방송실 서랍에 두고 잠갔다. 누군가 질문에 답을 남길 때까지, 그 문장은 세 사람만 아는 목소리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