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라이브 방송에서 시청자가 사라진다

3화: 카메라가 꺼진 뒤의 굿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빈 시청석은 사라지지 않았다. 서해령은 스튜디오 불을 켜지 않았다. 윤세라와 고준호는 문 옆에 서 있었고, 방송용 카메라의 작은 전원등만 붉게 빛났다.
“전원이 내려갔는데도 켜져 있어요.” 세라가 말했다.
“본선 말고 배터리가 남았을 수 있어.” 준호가 카메라 뒤를 확인했다. “아니네. 배터리도 빠졌어.”
해령은 황동 종을 손에 들었다. 종은 울리지 않았다. 빈 시청석은 세 사람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놓여 있었다. 누가 옮긴 흔적은 없었다. 바닥에는 의자 다리 자국조차 없었다.
“오늘은 방송하지 않겠습니다.” 해령이 말했다.
“이미 종료했잖아.”
“방송을 안 한다는 건 카메라를 끄는 것만이 아니에요.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 답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준호는 카메라 전원 코드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럼 이 의자는 어떻게 할 건데?”
“여기 둬요.”
“사람이 없는데?”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없다고 결정할 순 없어요.”
세라가 빈 시청석을 향해 몸을 돌렸다. “저는 여기 있어요.”
해령은 그녀의 어깨를 잡지 않았다. 대신 종을 탁자 위에 놓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세라가 그 문장을 다시 말하고 싶다면 스스로 선택해야 했다.
“이 자리가 누구 건지 알아요?” 준호가 물었다.
“아니요.”
“그런데 왜 남겨 둬?”
“그 사람이 자기 이름을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준호는 카메라를 켜지 않은 채 녹화 모니터를 확인했다. 저장된 영상에는 빈 의자 대신 세 사람의 그림자만 있었다. 실제 스튜디오에는 의자가 놓여 있었지만, 화면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건 촬영이 아니라 송출 문제일 수도 있어.”
“그럼 화면에 안 잡히는 것뿐이겠죠.” 세라가 말했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준호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404의 예고 영상이 사라졌는지 확인하려고 관리자 화면을 열었다. 비공개 처리는 되었지만, 영상 공유 링크의 접속 숫자가 하나씩 올라가고 있었다.
“누가 계속 보고 있어?” 해령이 물었다.
“링크를 아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어. 재생은 안 돼.”
“화면은 꺼져 있는데 숫자는 늘어요?”
“캐시일 거야.”
세라가 링크를 비활성화했다. 접속 숫자는 멈췄다. 그 순간 스튜디오의 조명이 한 번 깜박였다. 빈 시청석의 그림자가 벽에 길게 늘어났다.
해령은 종을 두 번 울렸다. 첫 번째 소리는 맑았고, 두 번째는 둔탁했다. 그녀는 종의 울림이 끝날 때까지 아무 이름도 부르지 않았다.
“여기 있는 사람이 있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준호가 숨을 내쉬었다. “그게 의식이야?”
“아니요. 선택을 돌려주는 말이에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그냥 선택을 돌려주기만 하면 돼?”
“사람을 찾는 일은 경찰과 가족이 하고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방송에서 더 끌어들이지 않는 거예요.”
“그럼 우리가 아무것도 못 한다는 뜻이네.”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꾸미는 건 달라요.”
준호는 카메라 가방을 열었다 닫았다. “다음 달에 플랫폼 계약이 끝나. 이 프로그램이 유지되지 않으면 세라 자리도 없어져.”
세라는 그를 쳐다봤다. “그걸 지금 말해요?”
“괜히 불쌍하게 굴고 싶진 않았어. 나는 사람을 붙잡으려고 방송을 키우려 했어. 시청자가 늘면 상담을 더 열 수 있으니까.”
“그런데 404의 질문을 예고에 넣었죠.”
“그때는 질문이 누군가의 마지막 말인 줄 몰랐어. 나도 그걸 모른 척하고 싶었다.”
해령은 준호를 다그치지 않았다. “다음 계약이 중요하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사람을 찾는 방송과 사람을 불러내는 방송은 같지 않아요.”
준호는 카메라 가방을 닫았다. “그럼 다음 회차는 카메라 없이 하자. 지금도 촬영하지 않을게.”
“그 회차가 유지될지 몰라요.” 세라가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무슨 방송을 하는지 먼저 정해야지.”
해령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회수는 지킬 수 없더라도, 자기들이 만든 자리가 누군가를 더 다치게 하지 않도록 할 수는 있었다.
세라가 화면을 바라봤다. “제가 지운 문장은 어디까지 남았을까요?”
“그건 내가 알 수 없어.”
“그런데 제 이름을 불렀어요.”
“네가 이름을 들었다고 해서 대답해야 하는 건 아니야.”
세라는 눈을 감았다. 그녀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빈 의자의 등받이가 조금씩 흔들렸다. 준호는 그 움직임을 보고 다가가려 했지만, 해령이 손바닥을 들었다.
“가까이 가지 마세요.”
“세라가 괜찮은지 보려는 거야.”
“그럼 세라에게 물어보세요.”
준호는 세라를 바라봤다. “괜찮아?”
“아니요.”
“나가고 싶어?”
세라는 한참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문 앞까지는 같이 가 주세요. 그런데 저 의자는 건드리지 마요.”
준호가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의자를 치우지 않고, 세라와 문 사이를 막지 않도록 옆으로 섰다. 세라는 해령을 지나 문밖으로 나갔다. 복도에 나오자 빈 의자의 흔들림이 멈췄다.
해령은 스튜디오 안에 혼자 남았다. 종을 탁자 위에 놓고 빈 의자에 앉지 않았다. 의자의 위치를 바꾸지도 않았다. 그녀는 카메라의 렌즈를 천으로 덮었다. 검은 렌즈가 완전히 가려지자 천 안쪽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서해령.”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이름을 불러 줘.”
해령은 숨을 고르고 말했다.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부르지 않겠습니다.”
“그럼 나는 여기 없게 돼.”
“여기 있다는 걸 확인하는 데 이름이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목소리는 한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빈 의자 위에 놓인 공기가 내려앉았다. 해령은 이름을 묻지 않았다. 누군가 대답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
복도에서 세라가 문을 열었다. “해령 씨, 저한테 그 문장 다시 읽어 주세요.”
“어떤 문장?”
“제가 지웠던 사연이요. 방송에 공개하지 말고, 제 앞에서만요.”
해령은 천으로 덮은 카메라를 바라봤다. “네가 괜찮다면 읽을게. 하지만 지금은 아니어도 돼.”
“지금 듣고 싶어요.”
그녀는 종이를 꺼내지 않았다. 세라의 문장은 어디에도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해령은 그 사연을 외우지 못했고, 세라도 정확한 문장 전체를 기억하지 못했다. 둘은 기억나는 단어만 서로에게 건넸다. ‘어머니’, ‘밤’, ‘불을 꺼도’. 문장을 완성하지 않았다.
세라는 눈을 감은 채 그 단어들을 들었다. “그때 저는 누가 알아봐 주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이름이 알려지는 건 싫었어요.”
“그 둘은 같이 있을 수 있어.”
“그럼 404도 그랬을까요?”
“우리가 대신 정할 수 없어.”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가 복도에서 들어오며 말했다. “실종된 시청자 가족이 전화했어. 소연 씨가 어제 집 근처 공중전화에서 자기 언니한테 전화를 걸었대. 끊기기 전에 ‘화면을 껐는데도 누가 있어’라고 말했다고 해.”
해령은 빈 의자를 바라봤다. “어디서요?”
“경찰이 확인 중이야. 다온역 뒤쪽 공중전화래.”
세라는 코트를 집었다.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방송에 알리지 않을 거야.” 해령이 말했다.
“알아요. 언니에게 직접 물어볼게요. 그분이 원한다면 같이 찾고, 원하지 않으면 돌아오겠습니다.”
준호는 카메라 장비를 두고 나갈 준비를 했다. “영상은 안 켤게. 소리 기록도 안 남기고 갈게.”
세라는 노트북을 열어 다음 방송의 첫 문장을 적었다. ‘오늘은 이름을 부르지 않겠습니다. 답하지 않으셔도 여기 있어도 됩니다.’
“이걸 읽으면 채팅이 조용할 거예요.” 준호가 말했다.
“그럼 조용한 채로 시작해요.” 해령이 답했다.
“사연도 받지 않을까요?”
“받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공개하지 않는 사연은 방송에서 읽지 않겠습니다. 질문에 대답해야만 남아 있는 것처럼 만들지 않을 거예요.”
세라는 첫 문장을 저장하지 않았다. 종이에 적어 세 사람이 각자 한 부씩 가져가기로 했다. 온라인에 올리면 또 다른 누군가의 말이 검색되고 복제될 수 있었다. 이 규칙은 그들의 약속으로 먼저 남았다.
해령은 종을 천으로 싸 가방에 넣었다. “세라, 네가 먼저 연락하고, 소연 씨 가족이 동행을 원할 때만 우리 셋이 가요.”
세라는 백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윤은 잠시 생각한 뒤 경찰관과 함께 만나겠다고 했다. 그녀는 동생의 얼굴 사진을 방송에 보내지 않겠다고 했고, 세라는 그 조건을 확인했다.
“동생분을 부를 때 쓰는 이름이 있나요?” 세라가 물었다.
“집에서는 소연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이름도 함부로 쓰고 싶지 않아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경찰관이 먼저 부르기 전에는 저희가 이름을 부르지 않을게요.”
지윤은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약속만 지켜 주세요”라고 말했다. 세라는 통화를 끊고 종이에 적은 규칙을 다시 읽었다.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는 문장은 방송에서뿐 아니라, 찾으러 가는 길에서도 지켜야 했다.
세 사람이 스튜디오를 나설 때, 빈 시청석은 처음으로 카메라를 향해 돌아가 있었다. 카메라 렌즈는 천으로 덮여 있었다.
해령은 걸음을 멈췄다. 빈 의자 아래에 젖은 발자국 하나가 나타났다. 발끝은 문을 향하고 있었고, 뒤꿈치는 스튜디오 안쪽을 가리켰다.
그 발자국 옆에 물기 없는 글씨가 떠올랐다.
‘다음에는 네가 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