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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시계탑의 느린 하루3화

버섯 시계탑의 느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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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느린 하루의 합의

보리는 탑 아래 균사줄을 따라 마을 뒤편의 오래된 물길로 내려갔다. 미루는 기록판과 작은 망치를 들고 뒤따랐다. 버섯 뿌리는 돌 틈을 지나 폐쇄된 우물가까지 이어져 있었다.

“여기서 떨림이 시작돼요.” 미루가 무릎을 꿇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흙을 눌렀다. 땅속에서 세 번 짧은 진동이 오고 한 번 길게 울렸다. 종의 박자와 달랐다. 보리는 귀를 바닥에 대고, 손끝으로 흙을 살폈다.

“누군가 아래에서 두드리고 있어.”

“뿌리가 사람 손에 반응할 수 있어요?”

“직접 사람에게 반응하는 건 아니야. 물이 빠지며 빈 공간에 흙이 떨어지는 소리 같아.”

그들은 우물 덮개를 들어 보려 했다. 돌은 두꺼웠고, 한쪽이 균사에 걸려 있었다. 미루가 지렛대를 끼워 올리자 낡은 판이 갈라졌다. 땅속에서 차가운 공기와 버섯 냄새가 올라왔다.

“손을 넣지 마.” 보리가 말했다.

“그러면 안을 어떻게 보죠?”

보리는 작은 거울을 꺼내 판 틈으로 밀어 넣었다. 안쪽에는 물길과 오래된 나무 받침이 보였다. 나무는 썩어 구멍이 생겼고, 그 구멍으로 탑의 종맥 일부가 우물 안쪽까지 내려와 있었다. 물이 빠질 때마다 뿌리가 빈 공간을 건드려 진동을 만들고 있었다.

“우물에서 버섯이 자라는 게 원인이 아니었어.” 보리가 말했다. “물이 빠지는 속도와 뿌리의 떨림이 서로 맞물렸어.”

“그럼 우물을 막으면 돼요?”

“완전히 막으면 뿌리가 썩고 물길이 넘쳐. 천천히 빼야 해.”

순자가 물시계를 안고 도착했다. “이안이 시장을 돌고 있어. 상인들은 기다려 주기로 했지만, 수레가 올 때까지만이야.”

보리는 물시계를 우물가에 놓았다. 물이 한 방울씩 아래로 떨어졌다. “이걸로 작업 속도를 재자. 물이 다 떨어질 때마다 한 번씩만 밸브를 열어.”

“몇 번이나?” 미루가 물었다.

“우물의 수위가 버틸 때까지. 사람마다 수확 주기가 다르니까 한 번에 하나의 시간을 정하면 안 돼.”

순자는 기록판을 바라봤다. “내 재배장 버섯은 종이 두 번 울린 뒤 벌써 포자를 뿌렸어. 기다린다고 되돌아오지 않아.”

“그래서 오늘 합의는 버섯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 다음 진동을 줄이는 거예요.”

보리는 우물 덮개에 진동판을 대고 종맥의 얇은 가지를 분리했다. 미루가 판을 잡아 주었다. 보리는 가죽끈으로 진동판을 고정한 뒤, 탑 쪽에서 이어지는 뿌리줄기를 한 가닥씩 풀었다. 흙이 무너질 때마다 균사가 튕겨 손목을 쳤다. 한 줄은 너무 깊이 박혀 뽑히지 않았다.

“자르면 안 돼요?” 미루가 물었다.

“잘라 버리면 탑 아래가 꺼질 수 있어. 받침에 걸어 진동을 흘려보내야 해.”

“그러면 그 뿌리는 계속 자랄 텐데요.”

“응. 내일도 점검해야 해.”

미루는 망치를 들어 오래된 나무 받침의 금을 넓혔다. 보리는 진동판을 틈에 끼웠다. 물시계의 마지막 물방울이 떨어질 때, 미루가 표시한 횟수만큼 진동판이 떨렸다. 짧고 짧고 짧은 뒤 긴 떨림. 그 리듬이 균사줄을 타고 퍼졌다가 약해졌다.

“지금 물을 한 국자만 빼요.” 보리가 말했다.

미루는 조심히 밸브를 열었다. 물이 흘러내리자 진동판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우물의 물소리가 종의 울림을 덮지 않았다. 흙은 가라앉았고, 탑 아래쪽의 떨림이 느려졌다.

“멈췄어요.” 미루가 말했다.

“완전히는 아니야. 다만 작업대 쪽으로 가는 진동이 줄었어.”

보리는 진동판에 표시를 해 두었다. 이 장치는 영구적인 수리가 아니었다. 주민들이 물시계를 보며 우물 수문을 조금씩 열고, 종을 울릴 때마다 어느 작업장이 먼저 반응하는지 기록해야 했다.

광장에 돌아오니 이안이 배달을 마치고 있었다. 그의 손바닥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가방은 비어 있었다. 주민들은 각 가게 문에 서로 다른 길이의 끈을 걸었다. 짧은 끈은 수확을 서두르는 곳, 긴 끈은 포자를 천천히 모으는 곳을 표시했다.

“각자 다른 시간을 표시하는 거야?” 보리가 물었다.

“오늘은 그래.” 이안이 말했다. “모두가 같은 종을 기다리면 또 문제가 생길 테니까.”

순자는 자신의 재배장에 긴 끈을 걸었다. “내 버섯은 오늘 수확하지 않겠다. 포자를 다 털고 내일 봐야겠어.”

“그럼 납품은 줄겠네요.” 이안이 말했다.

“그래. 대신 오늘 상한 바구니는 축제장에 팔지 않을 거야.”

미루는 작업대 쪽을 바라봤다. 터진 버섯은 덮개 안에 그대로 있었다. “제 버섯은 제가 기록할게요. 너무 빨리 자란 것도, 살리지 못한 것도요.”

광장에 사람들이 모이자 이안은 출발하지 못한 수레의 바퀴를 발로 밀어 보았다. 바퀴가 진흙에 걸려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해 지기 전에 마을을 나가야 합니다. 건조 버섯은 오늘 보내야 상하지 않아요.”

순자가 바구니를 안았다. “내 수확은 내일까지 기다려야 해. 여기서 종을 또 울리면 더 많은 포자가 떨어질 거야.”

“그럼 수레에 실을 게 없잖아요.”

“내가 키운 버섯을 전부 납품에 맞춰 키워야 한다고 누가 정했어?”

이안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수레의 손잡이를 놓자 젖은 바퀴가 삐걱 소리를 냈다. 미루는 그 소리에 움찔하며 포자 마스크를 눌렀다.

“수레를 오늘 보내되, 순자 씨의 버섯은 싣지 않으면 어때요?” 미루가 말했다. “건조실에서 이미 준비된 바구니만 먼저 보내고, 남은 자리는 내일 몫으로 비워요.”

“빈 공간이 생기면 운송비는 그대로야.” 이안이 말했다.

“그 비용을 모두 순자 씨가 낼 수는 없어요.” 보리는 공동기금 장부를 펼쳤다. “오늘 종을 멈춘 것도 내 결정이었고, 다시 울린 건 이안 씨의 행동이었어요. 손해를 재배자에게만 넘기지 않을게요. 기금에서 운송비 절반을 보태고, 나머지는 종루 수리비를 미뤄서 마련하겠습니다.”

“그럼 수리비는 누가 낼 건데?” 한 상인이 물었다.

“다음 주에 종이 안전하게 울리는 걸 확인한 뒤 주민들이 정해요. 오늘은 누구의 버섯도 억지로 수확하지 않는 게 먼저예요.”

이안은 붕대 감은 손을 들어 보였다. “저도 일주일 동안 첫 배송을 직접 맡겠습니다. 수레가 늦어진 책임을 그냥 기금에 넘기고 싶지 않아요.”

순자는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그럼 손이 나을 때까지 무거운 건 들지 마. 내일은 내가 수레까지 옮길게. 대신 오늘 내 수확을 약속하지는 않겠어.”

“그걸로 충분합니다.”

보리는 장부에 비용과 각자의 몫을 적었다. 한쪽에선 여전히 불만이 나왔고, 상인은 운송비 절반이 적다며 손가락으로 숫자를 두드렸다. 미루는 그 소리를 듣고도 자기 제안을 취소하지 않았다. 보리는 그 아이의 이름을 기록 옆에 적었다. 결정에 참여한 사람에게 책임도 돌아가야 했다.

이후 주민들은 종의 상태와 우물 진동판의 임시 수리를 확인했다. 종을 하루 종일 끄거나 예전처럼 계속 울리는 두 선택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차례 종소리 뒤에는 쉼고리를 두고, 각 작업장은 자기 성장 기록에 맞춰 수확 시각을 정하기로 했다. 거래 수레는 이안이 걸어서 시간을 알리며 출발시키고, 수익이 줄어든 농가는 축제 공동기금에서 일부를 받기로 했다.

합의가 끝나자 주민들은 완전히 안심하지 못했다. 몇몇 상인은 적은 보상에 불만을 표시했고, 순자는 내일 수확이 회복될 거라 장담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도 다른 이의 시간을 빼앗지 않겠다는 약속을 종이 위에 적었다.

이안은 수레에 실을 수 있는 건조 바구니만 골라 묶었다. 빈 공간에는 젖지 않도록 천을 덮었고, 순자는 손으로 만든 수확 표찰을 매달았다. 수레가 출발하자 아이들이 종루 대신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이안은 한 손으로 고삐를 잡고, 붕대 낀 손은 가슴 쪽에 붙였다.

“다음 종은 언제 울려요?” 미루가 물었다.

보리는 물시계의 수위를 살폈다. “물 두 번이 다 떨어지고 나서. 다만 이번에는 각 작업장의 기록을 먼저 확인할 거야.”

“시간을 하나로 정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기다리겠네요.”

“그래. 기다리는 쪽이 생길 거야. 그래서 누가 기다리는지 숨기지 않는 게 중요해.”

미루는 기록판의 자기 이름 옆에 ‘덮개 교체, 물 한 국자 줄임’이라고 적었다. 순자는 그 아래에 ‘상한 갓 퇴비화, 수확 하루 연기’라고 썼다. 이안이 돌아오면 운송비를 정산하겠다고 덧붙였다.

저녁 무렵 종은 보리의 손에 의해 한 번 울렸다. 진동판이 울림의 일부를 흘려보냈고, 미루의 작업대에서는 포자받침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탑 아래의 우물에서 짧은 떨림이 올라왔다. 보리는 물시계에 남은 물을 확인했다.

“쉼고리가 끝나기 전에 다시 확인하자.”

미루가 기록판을 들었다. “제가 종루에 올라가도 돼요?”

“마스크를 쓰고, 난간 안쪽에서만.”

그녀는 웃지 않았지만 눈빛이 밝아졌다. 이안은 출발하는 수레를 배웅하러 갔다. 순자는 상한 버섯을 버리는 대신 퇴비통에 옮겼다. 보리는 우물 위에 덮개를 얹고, 진동판의 끝을 밖으로 조금 드러냈다.

밤이 되자 마을 사람들은 종소리가 아니라 저마다 걸어 둔 끈과 물시계를 보며 일을 마쳤다. 누구는 늦게까지 남았고, 누구는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보리가 종루에 올라 마지막 점검을 할 때, 진동판이 손바닥 아래에서 네 번 짧게 떨렸다. 이번엔 우물 쪽이 아니었다. 마을 바깥, 오래된 버섯숲 방향이었다.

미루가 기록판을 비췄다. “탑 아래 줄은 세 번인데요.”

“그럼 바깥에서 새로운 진동이 온 거야.”

멀리 숲의 버섯 갓들이 동시에 열렸다. 포자는 바람도 없는 밤에 탑을 향해 천천히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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