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시계탑의 느린 하루

1화: 종탑의 멈춘 톱니
첫 종이 울리자 미루의 버섯이 모자를 벗었다.
보리는 작업대 아래에 몸을 넣은 채 그 소리를 들었다. 종은 정각보다 여섯 번 빠르게 울렸다. 마지막 진동이 지나간 뒤에도 바닥의 균사줄은 낮은 음으로 떨렸다. 보리는 귓덮개를 벗고 손바닥을 바닥에 댔다. 탑 아래를 지나는 뿌리 길이 한쪽으로 당겨져 있었다.
“미루, 버섯에서 손 떼!”
견습공이 작업장 문턱에 서 있었다. 그녀가 키우던 작은 주황버섯 갓이 손바닥만큼 부풀어 있었다. 갓 가장자리의 흰 점들이 벌어지며 포자가 쏟아졌다. 미루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가 마스크를 고쳐 썼다.
“어제는 이만했어요.”
“손대지 말고 바람막이부터 내려.”
보리는 탁자 위의 천을 낚아채 미루에게 던졌다. 미루가 천막을 내리는 동안 보리는 통풍구를 닫았다. 포자 구름이 문틈으로 빠져나와 복도에 퍼졌다. 순자가 바구니를 들고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포자가 이렇게 일찍 날리면 수확을 못 해.”
“종이 너무 빨랐어요.” 미루가 말했다.
“종 탓으로 돌리기 전에 네가 물을 얼마나 줬는지 봐야지.”
미루의 얼굴이 붉어졌다. “평소만큼만 줬어요.”
보리는 둘의 말을 끊지 않았다. 그는 갓 아래에 자를 대고 크기를 기록했다. 어제 저녁 기록보다 세 배가 컸다. 그러나 종소리와 성장이 함께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종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습도나 흙의 상태가 달랐을 수도 있었다.
“온도는?”
“평소보다 2도 높아요.” 미루가 작은 온도계를 내밀었다.
“물은?”
“한 국자. 똑같이.”
순자가 버섯 갓을 살폈다. “저 종은 옛날부터 울렸어. 새로 바뀐 건 미루가 밤새 작업대에서 잔 거지.”
미루는 고개를 숙였다. “저는 탑에서 톱니를 정리했어요. 종이 울릴 때마다 여기 작업대 쪽에서 바닥이 떨려서요.”
보리는 쪼그려 앉아 미루의 작업대 아래를 확인했다. 흙바닥에 가는 흰 줄이 뻗어 있었다. 균사였다. 다른 작업장에서는 바닥 틈에 숨은 가느다란 뿌리망이 이 정도로 드러나지 않았다.
“종맥이 이쪽으로 붙었어.”
“종맥이요?” 순자가 물었다.
“종의 진동을 탑 아래로 전하는 균사 통로예요. 여기가 제일 가까운 가지처럼 보여요.”
순자는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그럼 탑의 진동이 이 애 버섯에 먼저 닿았다는 거야?”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확인하려면 종을 한 번 더 쳐야 합니다.”
“안 돼요.” 미루가 말했다. “또 울리면 이 버섯이 터질 거예요.”
보리는 미루를 바라봤다. “그럼 종을 멈출까?”
“멈추면 거래 시간이 엉망이 돼요.” 순자가 재빨리 말했다. “오늘 축제 납품이 있어. 종을 기준으로 바구니를 맞춰 왔단 말이야.”
“저는 멈추자는 게 아니에요.” 미루가 말했다. “누가 종을 쳐야 하는지 먼저 확인하자는 거예요.”
순자는 한숨을 쉬었다. “마을 사람들이 종을 듣고 일어나고, 바구니를 옮겨. 종이 없으면 하루가 흐트러져.”
보리는 시계탑 벽에 걸린 톱니 도면을 꺼냈다. 기계식 톱니는 작은 균사 축을 밀어 종의 망치를 움직였다. 종이 울릴 때마다 톱니가 한 칸씩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몇 주 전부터 소리가 빨라졌다는 말은 들었지만, 보리는 수리 요청이 쌓여 종탑 점검을 미뤄 왔다.
“내가 확인할게. 종을 멈추면 안 되는 이유와, 계속 울려도 안 되는 이유를 같이 보자.”
“언제까지?” 순자가 물었다.
“해 지기 전.”
“그 사이에 버섯이 더 자라면요?” 미루가 물었다.
“성장 속도를 막을 수는 없어. 대신 포자가 날리지 않게 덮고, 네가 작업대에서 떨어져 있어.”
미루는 천막을 더 단단히 묶었다. “제가 탑에 같이 올라가면 안 돼요?”
“지금은 안 돼. 포자 마스크가 제대로 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해.”
“전 수리 견습생인데요.”
“그래서 손을 빌려 달라고 할 거야. 하지만 탑 위는 좁고, 종이 다시 울리면 귀를 다칠 수 있어.”
미루는 입을 다물었다. 보리는 그에게 안전을 핑계 삼아 늘 일을 빼앗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보호 덮개를 손으로 잡아당겨 밀착되는지 확인한 뒤 말했다.
“네가 천막을 고정하고, 포자 낙하량을 기록해 줘. 종이 울릴 때마다 몇 개가 떨어지는지 알려 줘. 그 기록이 있어야 원인을 찾을 수 있어.”
미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기록할게요. 대신 수리 끝나면 톱니도 보여 주세요.”
“안전하면.”
보리는 공구 가방을 메고 탑으로 향했다. 층계는 버섯 균사로 감겨 있어 한 발씩 조심해야 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종의 진동이 더 크게 느껴졌다. 시계탑 안쪽에는 커다란 황동 톱니와 균사 축이 어깨 높이로 돌고 있었다. 톱니의 이가 서로 맞물려야 할 위치에서 반 칸 어긋나 있었다.
그는 보조 추를 걸고 톱니를 멈췄다. 손을 넣어 이물질을 빼려는 순간, 종이 혼자 울렸다. 망치가 황동 가장자리를 때리며 귀 안쪽에 날카로운 통증이 번졌다. 보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췄다. 종의 진동이 발바닥에서 팔꿈치까지 밀려왔다.
그는 톱니를 놓칠 뻔했다. 고정 추의 밧줄이 끊어지고 있었다. 보리는 공구함에서 쐐기를 꺼내 기어 틈에 박았다. 황동이 쐐기를 깨물며 멈췄다. 종은 울림을 끝내지 못한 채 둔하게 한 번 더 떨렸다.
아래에서 미루가 외쳤다. “포자 수가 두 배예요!”
보리는 구멍 난 바닥 틈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미루의 천막 위에 주황색 가루가 쌓여 있었다. 순자가 바구니를 들고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종을 완전히 멈추면 안 돼.” 순자의 목소리가 위로 올라왔다. “축제 납품 시간이 바뀌면 버섯이 상해!”
보리는 톱니에 박힌 쐐기를 잡았다. 꺼내면 다시 울릴 수 있고, 두면 종은 하루 종일 멈춰 있을지 몰랐다. 고정 추는 더는 쓸 수 없었다. 그는 균사 축의 흔들림을 손끝으로 느꼈다. 종맥이 탑의 울림을 미루의 작업대로 곧장 전달하고 있었다.
보리는 쐐기를 빼지 않고, 균사 축과 종을 연결하는 얇은 가죽띠를 칼로 잘랐다. 종은 멈췄다. 아래쪽 진동도 끊어졌다. 하지만 탑 바깥의 작은 균사 시계들이 하나씩 울림을 놓쳤다. 마을의 하루가 갑자기 멈춘 듯 조용해졌다.
“보리!” 순자가 외쳤다. “종을 왜 끊었어?”
“미루 작업대까지 진동이 바로 들어가요. 더 울리면 묘목이—”
“축제 준비는?”
보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가죽띠를 자른 건 그의 선택이었다. 납품 시간이 틀어지면 버섯 바구니가 늦게 출발할 것이다. 그 사이 균사 시계가 멈추면 주민들은 시간을 감각으로 맞춰야 한다.
탑 아래에서 종을 다시 움직이려는 손이 밧줄을 당겼다. 보리는 망치가 움직이지 않도록 쐐기를 더 깊이 박았다. 그때 바닥을 통해 진동이 아닌 다른 감각이 올라왔다. 종맥이 탑에서 미루의 작업대 쪽으로만 뻗은 게 아니었다. 종이 멈췄는데도 균사가 낮고 불규칙하게 떨리고 있었다.
미루가 계단 아래에서 달려왔다. “보리, 종이 안 울리는데도 제 작업대가 떨려요.”
그녀의 손에는 작은 흙 덩어리가 들려 있었다. 덩어리 안에서 가는 흰 뿌리들이 서로 얽혀, 탑의 기초 방향으로 뻗고 있었다. 종소리는 원인이 아니라, 이미 자란 통로를 흔든 신호였을지도 몰랐다.
보리는 칼을 내려놓았다. 종을 멈추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균사 뿌리가 사라지는 틈으로 이어지는 걸 보았다.
“내가 탑 아래를 확인할게. 미루, 순자 씨랑 작업대를 옮겨. 오늘은 네 버섯을 지키는 게 먼저야.”
“그럼 종은요?”
“오늘 안에 다시 울릴 수 있게 고칠게. 다만 예전처럼은 아닐 거야.”
보리는 탑 아래의 환기문을 열었다. 원래는 균사 축에 공기를 보내는 좁은 공간이었다. 지금은 흙이 솟아올라 문턱을 밀고 있었다. 흰 뿌리 몇 가닥이 문틈을 비집고 나왔다. 뿌리는 손등에 닿자 움찔하듯 물러났다.
“뿌리가 자극에 반응해요.” 미루가 말했다.
“빛을 비춰 보지 마. 포자가 묻은 손으로 만지지도 말고.”
보리는 작은 거울을 바닥 틈에 밀어 넣었다. 거울 속에서 균사 줄기가 탑 아래에서 바깥쪽으로 뻗는 모습이 보였다. 탑의 기초를 감싼 오래된 뿌리망과 새로 자란 줄기가 한데 엉켜 있었다. 하나를 자르면 기초의 흙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순자가 천막을 고정하고 돌아왔다. “미루의 버섯은 이제 덮었어. 그런데 축제 바구니는 출발해야 해. 종이 멈춘 걸 보고 상인들이 시간을 놓치면 오늘 수확을 못 맞춰.”
“종을 다시 칠 수는 있어요. 다만 시간을 알려 주는 종과 균사를 흔드는 진동을 분리해야 해요.”
“그런 부품이 있어?”
“아직은 모르겠어요.”
순자는 보리의 공구가방을 보았다. “모르면 만들겠다는 소리구나.”
“가능한지 시험해 볼게요.”
미루가 작은 망치를 내밀었다. “제 작업대에 있던 옛 진동판이에요. 종이 울릴 때마다 버섯이 흔들려서 분리해 놓았어요.”
보리는 판을 받아 들었다. 가운데에 손톱만 한 균사 구멍이 뚫려 있었다. 단순한 받침이 아니라 진동을 옆으로 흘려보내는 판이었다. 누군가 종맥이 한곳에 몰리는 것을 막으려 했던 흔적이었다.
“이걸 왜 숨겼어?”
미루는 어깨를 움츠렸다. “고장 낸 줄 알았어요. 순자 할머니가 망가진 건 버리라고 해서.”
순자는 판을 살폈다.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럼 제가 잘못 들었나 봐요.”
보리는 판을 바닥의 흰 균사줄 위에 대 보았다. 진동판이 작게 떨리더니, 손바닥으로 전해지던 낮은 진동이 옆으로 흩어졌다. 종을 다시 울려 보지 않고도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었다.
“내일 이걸 종탑 축에 달아 보자. 오늘 밤엔 미루 작업대와 탑 사이의 균사줄을 표시해야 해.”
미루는 포자 기록지를 들었다. “내가 표시할게요. 그런데 종이 멈췄는데도 숫자가 올라가요.”
보리는 기록지를 받아 보았다. 낙하량은 줄었지만, 균사 떨림 횟수는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아래 뿌리망이 종의 박자와 다른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탑 바깥에서 주민들이 시간을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리는 대답하려다 말았다. 지금 그가 아는 건 하나뿐이었다. 종을 멈춰도 마을의 하루는 저절로 느려지지 않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