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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법정의 변론은 새벽에 끝난다2화

거울 법정의 변론은 새벽에 끝난다

거울 법정의 변론은 새벽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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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다른 얼굴

새벽 심리는 거울이 세 번 반사되는 작은 법정에서 열렸다. 원본 자료가 확인되기 전까지 피고 칼룸은 거울 증거 제출을 거부했다. 엘시안은 그 선택을 기록해 달라고 요청했고, 다몬은 수사를 계속하되 거울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저장자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엘시안이 판사에게 말했다. “이 영상은 언제, 누구의 기억으로 만들어졌는지 입증되지 않았어요.”

검찰 대리인은 영상에서 불길이 번지는 장면을 확대했다. “시간은 화재 시각과 일치합니다. 피고가 기록실에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피고가 있었던 걸 기록한 사람이 누구죠?”

“거울은 자동 보조 로그를 남겼습니다.”

“전원이 꺼져 있었습니다.”

법정 기록관이 전원 기록을 확인했다. 거울의 배터리는 화재가 나기 전날 제거돼 있었다. 검찰 대리인은 입을 다물었다.

판사는 거울 사본을 잠정 증거로 남기되, 유죄의 근거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원본과 저장자, 편집 이력을 다음 심리까지 제출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다몬은 그 명령을 받아 적었다.

법정 밖에서 엘시안은 칼룸을 만났다. “기록실에서 가져간 문서는 아직 말하고 싶지 않나요?”

“그 문서에 제 동생 이름이 있어요. 거울 속 얼굴이 누구인지 알아도, 그 사람을 드러내면 제 가족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 이름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문서가 방화 사건과 관계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싶어요.”

“그것도 아직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칼룸은 의외라는 듯 그녀를 봤다.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당신에게 필요한 사실을 설명하고, 선택을 돕는 사람이에요. 당신이 말하지 않은 부분을 제가 꾸며 낼 수는 없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다른 증거로 저를 도와주세요.”

“그럴게요.”

다몬은 기록관청에 가서 자동 저장 로그와 전원 기록을 대조했다. 거울은 화재 당일 꺼져 있었지만, 영상에는 시각 표시가 남아 있었다. 그 표시는 실제 저장 시각이 아니라 재생 파일을 만든 시각이었다. 누군가 다른 거울의 기억을 복사해 기록실 거울의 것으로 바꿨을 가능성이 있었다.

“원본을 저장한 거울은 어디 있죠?” 엘시안이 물었다.

“기록관청 목록에 없습니다.”

“그럼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까?”

“아니요. 등록되지 않은 사설 거울이 있을 수 있어요.”

다몬은 거울 사용을 거부하면서도, 기록을 확보하려는 데 협조했다. 엘시안은 그의 흉터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질문을 해야 할 때가 있었지만, 그가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보관고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됐다. 화재 일주일 전 거울 장치의 수리 영수증이 존재했지만, 정식 수리 기록은 없었다. 발주처는 감찰실이었다. 영수증에 적힌 수리업체 주소는 이미 폐업한 건물이었다. 그곳은 법원 기록을 임시 보관하던 창고로 쓰인 적이 있었다.

“왜 감찰실이 기록실 거울을 수리했죠?” 엘시안이 물었다.

“거울은 공용 장비라 감찰실이 수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 사실을 누가 확인했나요?”

다몬은 문서를 넘겼다. “요청서에는 감찰관 베르틴의 서명이 있습니다.”

엘시안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베르틴은 거울 증거의 진위를 판정하는 감찰관이었다. 그는 보관고 접근권도 가지고 있었다.

“이 사건을 감찰실이 조사하면 안 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몬은 이해충돌 신고서를 작성했다. 그는 사건을 다른 검사관에게 넘기지 않고, 외부 재판관에게 독립 조사를 요청했다. 그 선택 때문에 수사권이 일시 중지될 수 있었지만, 그는 서명했다.

“이렇게 하면 증거가 사라질 수도 있어요.” 엘시안이 말했다.

“제가 계속 맡으면 이해충돌을 이유로 자료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거울을 거부하면서도 절차는 지키네요.”

“절차가 사람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 반대가 되면 고쳐야 해요.”

그는 말하고 나서 잠시 멈췄다. 흉터 쪽 손이 떨렸다. 엘시안은 그가 말을 끝내기 전에 질문을 덧붙이지 않았다.

법원은 독립 검토자를 보내 기록실 거울을 다시 열었다. 이중 봉인은 온전했고, 장치의 후면에는 새로 교체한 거울막이 있었다. 수리 영수증에 적힌 규격과 달랐다. 다몬은 장치를 현장에서 분리하지 않고 보존했다. 누구도 원본을 가져가지 않게 현장 참관자를 양쪽에서 불렀다.

거울막을 비추자 검은 표면에 짧은 장면이 나타났다. 칼룸이 기록실 문 앞을 지나갔고, 문을 열지 않았다. 그 뒤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나타나 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장면은 8초 만에 끝났다. 얼굴은 흐렸고, 걸음걸이는 검찰 사본에 나온 다른 얼굴과 같았다.

“이건 누가 저장했죠?” 엘시안이 물었다.

“거울막이 손상되면서 남은 흔적일 수 있습니다.” 독립 검토자가 말했다. “시야편이 불완전합니다. 신원 확인에 쓸 수 없어요.”

다몬은 검은 표면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럼 출입기록을 찾겠습니다.”

그들은 기록실 주변의 출입문과 창을 확인했다. 바깥 창문은 잠겨 있었지만, 배수로 덮개가 이동돼 있었다. 칼룸은 11시 40분에 정문을 통과했지만, 거울에 나온 얼굴은 11시 46분에 배수로 쪽으로 사라졌다. 거울 사본의 시각 표시는 11시 42분이었다. 영상 시간은 조작됐거나, 다른 거울의 시각이 복사됐다.

“이 장면만 보면 칼룸이 방화범이 아닐 수도 있어요.” 엘시안이 말했다.

“그렇다고 무죄가 증명된 건 아닙니다.”

“알아요. 피고가 화재를 내지 않았다는 독립 증거가 필요해요.”

다몬은 기록실 출입장부를 다시 봤다. 문서 목록에서 한 장이 사라져 있었다. 해당 목록은 방화 직전까지 보존 기록이 있었고, 그 뒤의 빈칸에는 잘린 종이 섬유가 남았다.

“칼룸이 말하지 않은 문서일 수 있어요.” 다몬이 말했다.

“그에게 다시 묻되, 어떤 문서인지 짐작을 말하지 마세요.”

“그가 계속 거부하면요?”

“그럼 다른 경로를 찾죠.”

다몬은 칼룸에게 문서 자체를 묻지 않고, 기록실에서 가져간 자료가 불에 탔는지 물었다. 칼룸은 잠시 망설이다 답했다. “불에 타지 않았어요.”

“그럼 아직 갖고 있나요?” 엘시안이 물었다.

“네. 하지만 제 동생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필요합니다.”

“법정에서 공개하지 않도록 요청하겠습니다. 법원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 자료를 쓰지 않을게요.”

칼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문서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거짓말하지 않았다. 다몬은 그가 말을 아낀 이유가 단순한 방화 증거 은폐가 아니라 가족 기록을 지키려는 것일 수 있다고 적었다. 단정하지 않고 가능성으로 남겼다.

엘시안은 폐업한 수리업체의 주소로 향했다. 법원에서 두 골목 떨어진 옛 염료 창고였다. 낮인데도 안쪽은 어두웠고, 깨진 채광창으로 들어온 빛이 녹슨 작업대 위를 칼처럼 갈랐다. 다몬은 출입문에 봉인을 붙이려다 멈췄다. 문고리 안쪽에 새 손자국이 있었다.

“사람이 들어왔어요.” 엘시안이 속삭였다.

창고 안에서 금속이 바닥을 긁었다. 다몬이 먼저 들어가려 하자 그녀가 팔을 잡았다. “검사관이 혼자 뛰어들면 이해충돌 신고까지 무용지물이에요.”

“그럼 기다리는 동안 흔적을 지우겠죠.”

그가 문을 밀었다. 안쪽에 있던 남자가 거울막을 천으로 감싸 쥐고 뒷문으로 달아났다. 다몬은 쫓지 않고 엘시안을 작업대 쪽으로 밀어 넣었다. 남자가 휘두른 쇠막대가 그의 어깨를 스쳤다. 엘시안은 넘어지며 손등을 찢었지만, 작업대의 작은 종을 잡아당겼다. 종소리에 옆 건물 경비가 문을 열었다. 도망자는 좁은 배수로로 사라졌다.

“괜찮아요?” 다몬의 소매에 피가 번졌다.

“당신은요?”

“어깨만 맞았습니다.” 그는 팔을 움직여 보였고, 얼굴이 잠깐 굳었다.

작업대 아래엔 반쯤 탄 수리 장부가 남아 있었다. 엘시안은 장부를 펼치려다 그을린 페이지가 부서질까 손을 거뒀다. 대신 찢긴 표지에서 업체 인장과 날짜를 읽었다. 수리를 맡긴 사람은 베르틴이 아니었다. 베르틴의 서명을 흉내 낸 누군가가 접수했고, 장부의 마지막 줄에는 거울막을 ‘기억 없는 표면’으로 바꿔 달라는 주문이 적혀 있었다.

“거울이 기억을 저장하지 않게 만들 수 있나요?”

다몬이 대답하기 전, 장부 가장자리에서 검은 가루가 떨어졌다. “표면의 반사를 남기되 저장 회로를 끊는 방식은 있습니다. 기록처럼 보이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는 장부를 증거봉투에 넣지 않았다. 감찰실이 관리하는 봉투는 열람 흔적을 지울 수 있었다. 독립 재판관의 봉인을 요청하겠다고 했지만, 방금 도망친 사람이 먼저 장부를 빼앗으러 돌아올 가능성도 있었다. 엘시안은 그을린 페이지가 바람에 들리지 않도록 깨진 창을 외투로 가렸다. 외투 안감이 재에 물들었다.

창고 밖에서 구급대가 다몬의 어깨를 감쌌다. 그가 치료를 거부하려 하자 엘시안이 팔을 붙잡았다. “이번엔 제가 절차를 지키라고 할게요. 제대로 치료받으세요.”

“명령입니까?”

“부탁이에요. 당신이 쓰러지면 기록을 누가 읽죠?”

그는 잠시 그녀를 보다가 들것에 앉았다. 엘시안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장부의 글씨를 떠올렸다. 저장 회로가 끊긴 거울은 진짜 기억을 품지 못한다. 그렇다면 법정의 사본은 처음부터 기억이 아니라, 누군가가 거울처럼 보이게 만든 연출일 수 있었다.

그날 밤, 엘시안은 변론실의 거울을 천으로 덮었다.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증거로 제출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화재 당일, 그녀는 기록실 밖 복도를 지나갔다. 한 번도 저장하지 않은 기억이었지만, 지금 거울에 맡기면 사생활과 변론가의 중립성이 걸렸다.

다몬은 문 앞에서 기다렸다. “당신의 기억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아직 제출할지 정하지 않았어요.”

“어떤 선택이든 사건 기록과 개인 기억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왜 거울을 거부하죠?”

그는 대답을 미뤘다. “지금은 말할 준비가 안 됐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는 그 말에 안도한 듯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새벽을 기다렸다. 다음 심리에서 거울 속 다른 얼굴의 신원을 두고 다투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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